신청만 해두고 일상에 치여 접속도 못하다 상권 마지막 날이라는 메일에 부랴부랴 들어왔습니다.
세 차례 시도에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성공하지 못했는데 죄와 벌 완독의 기쁨에,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들고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것이 벌써 3년 전이네요. 이번에 그믐에서 다시 한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도전해보고자 신청해보았습니다.
올려주신 발제문은 이제 찬찬히 읽으면서 벼락치기 해보겠습니다!
[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hongsul
작은기적
<상 1>
1. 노파를 ‘이’에 비유할 만큼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의 노파 살해에 대한 라스꼴리니꼬프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많은 분들이 생각을 나눠주셨는데 유사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는 대의적이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전답사(?)시에도 소리만으로 상황을 짐작하고 어설프게 느껴졌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정도는 되어야 범죄가 아닐 수가 있지요(최근에 읽어서 말도 안되는 비교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불의한 상황에서 살인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실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주인공의 어떤 특성이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지 읽는 내내 생각해봤습니다. 그도 삽건직후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즉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수하러 갔을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공포심과 혐오감 때문에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p120
2. 살인의 현장으로 함께 가 봅시다. 어설픈 초범은 현장에서 어긋나는 계획에 당황하다가, 예정과 달리 현장에 있던 알료나의 여동생 ‘리자베따’까지 살해하고 맙니다. 긴 소설의 서막에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자물쇠도 , 빗장도 걸리지 않은 채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내내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노파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를 들여보내고 난 다음에도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오 맙소사 그는 그 후 리자베따를 보지 않았던가 리자베따가 어디로 들어왔는지 어째서 그는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벽을 뚫고 들어왔을 리는 없지 않은가'
노파의 방에서 리자베따를 마주하고 그녀까지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며 그는 알았다. 너무 순박하고 학대를 당해 항상 겁에 질려있었으므로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호해야 할 상대에게도 살인을 저질렀으니 사건 뒷수습 때가 아니라 이미 자신이 미쳐가고 있으며, 스스로를 지킬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 아닐지요.
살인도구였던 도끼가 당시에는 보편화된 도구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경비원이 소유하고 아무 곳이나 놓여있었으니까요. 도끼로 두개골이 갈라지는 장면묘사가 세세하고 끔찍해서 숨이 멎습니다.
작은기적
<상 2 >
1. 어설프기 그지없던 라스꼴리니꼬프의 살인이 왠지 ‘완전범죄’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용의 선상에 몰린 두 사람은 어떤 정황에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아래층에서 일하던 페인트공이 의심받는 정황인데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억울한 사람과 상황이 없어야하기에 절차가 있지만 법을 잘 아는 사람은 악용/이용해서 형량을 낮추거나 빠져나가기도 하니까요. 유신정권 당시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그래픽노블을 읽은 적 있는데 아름다운 그림과 달리 항소도 못하고 처형받은 당사자와 가족 이야기는가슴 아팠습니다.(이야기가 너무 멀리 갔군요ㅠ) 페인트공 그들도 잘못이 있지만 잘못에 대해서만 처벌받아야합니다.
2. 라스꼴리니꼬프는 살인 직후 거의 열병에 걸린 광증환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와 같은 모습은 그의 살인에 대한 확신에 대한 반증일까요, 아니면 초범의 단순한 긴장일까요. 아직 앞부분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과연 소설은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도 좋습니다. 함께 결말을 예측해 봅시다^^
그의 심리묘사에 작가는 특히나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분량뿐 아니라 단어 선택까지도 말입니다. 그가 이런 상태를 보이는 것은 그가 다행히 사회 속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해보입니다. 계속된 혼잣말에 정신이 없지만 이러한 설정도 단순긴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장치같습니다. 번외 질문이지만 초반 어머니에게서 온 장문의 편지가 초반 스토리 몰입에 방해가 되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IlMondo
1.용의자로 몰린 두사람을 보니 '살인의추억'같은 주먹구구 수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로써 라스콜리니코프가 의심을 받을 정황은 사라지지만 정말 이런 무조건적 해결을 위한 수사는 답답함을 초래하네요 하지만 고리대금업자 노파는 현금을 많이 갖고있고 연약한 노인이니 그를 노리는 사람은 수없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동기 역시 남의 말을 듣고부터였으니까요
2. 살인 후 자기 손은 피를 어찌할 수 없어 미쳐가는 라스콜리니코프. 일반적인 사람은 이 경우 달아나 숨어버리겠죠 라스콜리니코프는 이제 살아도 산 게 아니고 죽지못해 살게 되었습니다 자수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아니면 그에게는 끝없는 불면의밤밖에 허락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IlMondo
1. 이 장면에서 왜 제가 다 조마조마한지.. 그리고 자묘또프는 어쩌면 이 불안한 상태의 남자가 그 살인사건과 전혀 상관있다고 여기지 않는지. 라스콜리니코프는 한번 시험해본 것 같아요 본인이 한 짓이 완전히 묻힐 수 있는지.
2. 역시 확인을 위한 수순같기도 하고 불안함을 감추기 위한 행위같기도 합니다. 비록 노파를 죽였지만 다른이를 도운것으로 상쇄하려 드는 것 같아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네요
3.수정궁
IlMondo
그믐밤 신청합니다
작은기적
<상 3>
1. 경찰사무관 자묘또프에게 의심의 씨앗을 준 만남 이후 그는 거의 이 상황을 끝낼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다리 위에서 여자의 자살, 그리고 어떤 전형 같은 범죄 현장을 다시 찾는 과정까지 그의 심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심경 묘사에서 사건들이 나타나는 부분였는데 책장을 덮을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는 누워있다가 자꾸 밖으로 나갑니다. 계속 쇼파에 누워있으면 자수하러 경찰서에 갔을 것 같은데 아픈 그를 걱정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는 있고 그들이자리를 비우면 밖에 나가요. 자신이 저지른 사건은 잊은채 죽으려고 한 사람을 강물에서 구해주고 말발굽에 밟힌 한 만난 사람을 병원에 데리고가고 가족들을 만나게 해줍니다. 이렇게 함으로 해서 결말에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 지 궁금했습니다.
2. 주인공의 심경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이후 병적으로 방황하던 그의 내면이 변화한 이유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1번 질문에 대한 답글에 쓴 것처럼 그는 짧은 순간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마르멜라도프 어린 딸인 뽈랴와 대화하는 장면. '언제든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다오. 당신으 종인 로지온도 용서하소서 라고' p273 그리고 그는 댜다리로 나와 공포, 환영에서 벗어났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IlMondo
그믐밤 신청합니다
1. 라스콜리니코프와 대비되는, 선에 가까운(불완전하지만) 인물을 세워 라스콜리니코프를 비추어보게 하는 장치로 라주미한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2. 라스콜리니코프는 본인이 비범한 인물이라 여기며 자기합리화를 극대화합니다 인간이 다 이렇게 되는거겠죠 죄를 지은 후에.. 너무 인간적이다 보니 혐오스럽다가 가련해보입니다 ㅠ 제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해요
도우리
IlMondo님, 그믐밤 신청 확인 되셨습니다. 하권 독서도 끝까지 힘내주시고, 그믐밤에서 만나요 ^^
3월 20일 저녁 7시29분에 수북강녕에서 뵙겠습니다.
예즤
상권 얼른 마무리하고.. 하권부터 스케줄 잘 따라가 보겠습니다!
김새섬
@호기심연옥 <죄와 벌>에서 여성들 고통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이 부분에 도스토옙스키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암말' 사건에서 주인을 보면 내가 내 말을 때리는 데 뭐가 문제냐고 하지요.
'내 아내' 를 내가 때린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남편들 (채찍으로 때리는 사건도 등장하죠. 정말 끔찍합니다.T.T) 여동생을 물건처럼 부잣집에 시집보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내용상 유추가 가능한 것 같아요. 주인공 로자와 두냐는 그렇지는 않지만요.
243쪽에 보면 '마흔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도 있었지만, 열일곱쯤 되어 보이는 여자들도 있었고, 거의 대부분 맞아서 눈이 퍼랬다.' 와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고요.
'그대는 나의 멋진 파수꾼 공연히 나를 때리지 마요!'
스마일씨
"여보게, 정말 그것이 진정이라면..물론 자네가 말하는 대로 전혀 새로운 것이 못 돼. 우리가 몇천 번이나 읽었거나 들은 것과 아주 비슷한 이야기니까. 그러나 그중에서 참으로 '독창적인' 의견, 즉 자네 자신의 의견은, 무서운 일이지만 자네가 '양심에 비추어' 피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야..실례지만 거기에는 환상적인 데가 없지 않아...따라서 이 점에 자네 논문의 근본 사상이 들어 있다고 해야겠지. 그러나 '양심에 비추어' 피를 허용한다는 것은, 그것은..내 생각으로는 피를 흘려도 좋다는 공적인 법률상의 허가보다 더 무서운 일이야...." 389p 문예출판사
라스콜니코프가 여러 번 '자기 양심의 판단으로'라는 말을 하지요. 어찌보면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려는 의식적인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스마일씨
아르카지 이바노비치가 라스콜니코프에게 너는 살인자야라고 말한 이후, 얼른 하권을 집어들었습니다. 이 책이 언제 쓰인건가요? 진짜 도선생의 필력에 감탄 삼탄 백탄 하며 읽고 있습니다. 🥲
바르미
저도 하권 바로 집어들었어요. 하권이 너무 재밌어 계속 읽고 있네요. 진도를 너무 빠르게 혼자 달리나 걱정을 하고 있답니다. 괜찮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