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2. 뽀르피리의 심리적 정황적 심문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까지도 흔히 진행되어오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범죄를 밝히는데 과학적이고 정확하기보다는 추리하는 사람의 개인적 역량이 크게 좌우하지요. 라스꼴리니꼬프가 망상증 환자이고 나폴레옹이 '영웅'이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선한 목적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살인을 정당화하고 이를 정당하게 합리화하려는 모습이 영웅이라고 칭하기에는 오류가 있습니다. 목적과 수단에 <선>이 일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적을 위해 지름길을 택하려 수단을 편하게 이용하려고 하지만 항상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이는 항상 또다른 불행으로 이끌게 된다고 생각되네요.
1. 소설을 이끌어가는 다른 인물인 라주미한. 그들의 대화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절친이면서 대립되는 인물을 설정해야 작가는 서로 다른 두 입장차이를 객관적으로 전달할수있고 비.로.소 독자의 선택에 맡기는 거죠. 하권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될지 기대됩니다.
라주미힌은 너무나 완벽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합니다. 라스콜니코프 같은 친구를 정성을 다해 돌봐주는 것은 물론(정말, 둘이 성격적으론 친해질 수 없는) 자신의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하고 배려 있는 모습이 라스콜니코프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입니다. 대비 효과처럼 라주미힌으로 인해 라스콜니코프의 악행과 심리를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라주미힌 등장 부분은 로맨스물 같고 라스콜니코프의 등장 부분은 범죄스릴러물 같습니다. ㅎ 뽀르피리는 심리상, 정황상 라스콜니코프를 범인으로 의심하죠. (사실 라스콜니코프가 떡밥을 좀 흘리고 다녔죠) 그의 방문을 맞아 심리전을 펼치는데 저는 이 부분이 무척 재밌었습니다. 처음부터 대놓고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죄어오는 방식이 압권입니다. 라스콜니코프가 숨을 몰아쉴만합니다. 자신이 '비범인'임을 테스트하기 위해 백해무익한 노파를 죽였다면 그에게 낡은 것은 무엇이고 새로운 세계는 무엇이었던 걸까요.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요. 승자가 되었기에 모든 악은 선으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세계의 대변혁을 일으킨 역사의 주역들에게 살인마저 정당화되는 '범인과 비범인 이론'은 상권 마지막 장을 덮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비범인이든 누구든 살인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를 구하기위해 산 사람을 재물도 바쳐야 한다면 저는 그냥 지구를 멸망하도록 내버려 둘 겁니다. 😔 사람을 희생시켜 이룬 새 시대가 누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푸틴 보고 있나? ㅎㅎ
@스마일씨 라주미힌은 작가가 상정한 이상적 인물 같아요. 두냐와 라주미힌이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는, 흐믓한 상상을 계속 했더랬습니다.
<상권- 4> 1. 라주미힌은 물질적으로 어려운 대학생으로 주인공과 비슷한 형편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정스러운 인물로 보입니다. 라주미힌 이라는 평범한 지식인 친구의 모습을 통해 라스꼴리니코프의 잘못된 정의로움을 부각시키려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 라스꼴리니코프의 논문을 통해 <비범한> 사람이 갖게 되는 권리에 대한 그의 신념을 알게 된 뽀르피리는 그의 범죄 행위를 직감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심리적 정황적 심문은 요즘에도 프로파일러나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수사를 하지만 그것만으로 죄를 결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글로 표현 하지만 전부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으니까요. 라스꼴리니코프의 <비범한> 범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의로움인 것이며, 오직 자신의 판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망상증 환자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은 유럽을 제패한 프랑스의 <비범한> 영웅이겠지만, 유럽 주변 국가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침략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달리 평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시대 나폴레옹과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독재자일 뿐 영웅은 아닌 것 같아요.
p286 (문학동네, 상권) "죽기 전에 용서하셔야지요, 그건 죄예요, 부인, 그런 감정은 커다란 죄입니다!" 제목이 <죄와 벌>이라 읽으면서 저는 계속 죄란 무엇이고, 벌은 또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용서를 하지 않는 것도 죄라는 대사가 나와 인상 깊었습니다. "살인"조차 어떤 경우는 죄가 아니라고 한 편에선 이야기하는데 또 다른 편에선 신부님이 용서하지 않는 것조차 죄라고 하시네요. 이 간극이 생각해 볼만 하게 느껴집니다.
@고쿠라29 오, 저는 이 문장을 보면서 참 살거나 죽거나 인간으로 태어난게 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죄'에 이런 의미가 포함되는 건지 아리송 하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은 제게 참 그렇습니다.
p246 (문학동네, 상권) '이걸 어디서 읽었더라.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죽기 한 시간 전 이렇게 말했던가 생각했던가 했지. 만일 절벽 높은 곳, 두 발로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에서, 더구나 사방이 낭떠러지와 대양, 영원한 어둠, 영원한 고독, 영원한 폭풍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에서 살아야 한대도, 1아르신의 공간에 서서 평생을, 천년을, 영원을 살도록 내버려진대도, 그렇게 사는 게 지금 죽는 것보다 낫다고! 살 수만 있다면, 살 수만, 살 수만 있다면 말이지! 어떻게 살건, 단지 살 수만 있다면 말이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주인공 라스꼴니코프입니다. 본인 생이 이렇게 소중하면 남의 생도 마찬가지로 소중하다는 걸 알아야지, 역시나 저에겐 얄미운 주인공입니다.
라스꼴리니꼬프에 대한 저의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는데 @수북강녕 님 댓글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저는 라스꼴리니꼬프에 대해 '경멸'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반면에 라주미힌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알겠어, 로쟈, 네가 똑똑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도 넌 멍청이야! 그러니까 만일 네가 멍청이가 아니라면, 오늘 우리 집에 오는 게 좋겠어. (중략) 내가 부드러운 의자도 너를 위해 준비해 놓을게. 주인집에 있거든...... ." (열린책들 상편 p.244) 저도 남편을 비롯하여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싸울 때는 꼭 이 귀엽게 말하기 스킬(?)을 사용해야겠어요! 라주미힌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라주미힌이 사랑하는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라스꼴리니꼬프에 대한 경멸이 누그러질 정도네요. 사랑의 힘은 정말 놀랍네요ㅎㅎ
오늘 오전 상권을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 뒷 부분, 라스꼴리니꼬프와 뽀르피리 두사람의 대화가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라스꼴리니꼬프가 쓴 논문을 가지고 나누는 대화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라스꼴리니꼬프가 어떤 생각으로 노파를 죽였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구요.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뉘어진 그의 세계관을요.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가 있는 <비범한> 사람들. 그렇다면 사람을 죽인 라스꼴리꼬프는 본인이 <비범한> 사람이라 믿는 거겠죠? 라스꼴리니꼬프와 마주하며 자연스러우면서도 냉철하게 질문을 하는 뽀르피리가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하권에서 그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헌신적이면서도 우직하게 친구를 믿어주는 라주미한도 @호기심연옥 님 말씀처럼 너무 사랑스럽구요. 하권을 보니, 상권보다 페이지 수가 2배가 넘던데...처음에는 헉!! 했지만 상권을 읽고 나니 하권이 궁금해 집니다. 상권 마지막에 등장한 미스테리한 인물도 너무 궁금합니다. 라스꼴리꼬프에게 "살인자"라고 조용히 말한 후 사라진 사람.
죄송합니다....하권이 두배가 넘는 페이지가 아니라, 상권에 이어 페이지가 연결되는 군요. 끝 페이지만 보고!!! 헉~ 했네요. ㅎㅎ
@바르미 그 사람, 상권 끝에 나오는 어둠의 인물이 저는 작품 통틀어 제일 매력있고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도선생의 작품 특징인 '다성성'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 하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후시딘 1. 라스꼴리니꼬프의 행동을 보면 그는 왜 사람을 죽였을까? 정말 묻고 싶습니다. 우범도 아닌, 계획 살인인데 왜 이리 바보 같은 행동만 계속 할까요? 그의 열병은 괴로움과 죄책감에 대한 후유증이었을까요? 죄책감에 못 이겨 술집에서 만난 자묘또프에게 충동적 자백을 하려는 걸까요? 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석 하나없는 주인공입니다. 오히려 경찰서에 가서 자수를 한다면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응원의 메시지라도 보낼 수 있겠지만 이리저리 갈팡질팡 하는 그의 모습에는 환멸감만 느껴집니다. 2. 마르멜라도프의 죽음과 그의 장례비용을 도와 주었다는 조금의 선행으로 죄책감이 다 사라진 거 아닐가요? 자기 합리화의 최고봉이라 부르고 싶네요.
@바르미 극 공감!! 진짜 자기합리와 쩔죠..ㅋㅋㅋ
p377 저는 다만 <비범한> 사람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 즉 공식적인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양심상.... 모든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고 말한 것뿐입니다. 그것도 만일 그의 신념(때로는 모든 인류를 위한 구원적인 신념일 수도 있지요.)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말입니다. 무서운 세계관이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상권이 끝나고, 이제 하권이 시작됩니다. 저는 라스꼴리니꼬프의 맥락없는 방황을 보며 이태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떠올리기도 했는데요. 8월의 무더운 여름, 그 2주간 뻬쩨르부르그의 악취 가득한 변두리를 방황하는 그의 모습이 마치 어설픈 지식인의 허영 가득한 그릇된 ‘실현’으로 엄한 곳에서 구원을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단단하고 강건해보이는 법 말고 다른 것을 찾아 헤매는 모습 같았습니다.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과연 그의 선택은 무엇일지, 또 어떤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권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3월 9~11 : 4부 3월 12~14 5부 3월 15~18 6부, 에필로그 3월 19일 : 책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오프 모임에 오시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많은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며, <죄와 벌>에 관련이 있거나 혹은 관련이 없는 작가에 관한 이야기 무엇이든 함께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3월 6,7일 ] ~306~406p 1. 라주미힌이 라스콜니코프보다 이성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비열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영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시 경솔하고 성급하며 과하게 괄괄해요 어떻든, 라스콜니코프와 뽀르피리 사이에서, 또는 두냐 모녀와 루쥔 사이에서, 극단의 사상이나 가치관 갈등을 (어쩌다 보니) 중재하는 듯, '다리'를 놓아주며 '다리'가 되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비범인> 라스콜니코프의 사상이 독자나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라스콜니코프의 범죄가 드러나는 데에도 한몫 하고 있고요 2. "그는 아주 멋진 사람이야. 사실 아주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이야. 생각하는 방식이 좀 독특해. 의심이 많은 회의주의자에 냉소주의자야. 속이는 것을 좋아하지. 아니, 속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놀리는 걸 좋아해... 그리고 물증에 근거한 낡은 수사 방식도 좋아하고... 자기 사건을 잘 처리하지, 잘... 작년에는 어떤 살인 사건을 해결했는데, 아무런 증거도 남지 않았던 사건이었다고." p.358 라주미힌이 뽀르피리를 설명한 말인데요. '물증에 근거한 낡은 수사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 라스콜니코프에게는 '무죄 추정의 원칙' 따위는 없이 감으로 넘겨짚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ㅎㅎ 요즘 같으면 안될 말씀이지요 지난 1월, 비엔나 벨베데레 궁전에 가서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보고 왔는데요 완성된 초상화를 나폴레옹 본인이 너무나 맘에 들어하여 3점을 더 그리라고 했다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나폴레옹이 손을 높이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침착하고 용맹하게 알프스를 넘는 모습인데, 아래에 그려진 병사들의 작고 초라함 대비 나폴레옹 본인의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위풍당당함이나, '한니발' '보나파르트' 등, 쓰여진 글씨의 크기나 두드러짐으로 볼 때, 나폴레옹은 영웅이라기보다 졸렬한 야망가에 더 가까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를 추앙하던 베토벤도 이런 모습에 실망하여, <보나파르트>라 이름붙이고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던 교향곡 3번의 제목을 <영웅>으로 바꾼 것일 테고요 라스콜니코프에 대해서는 라주미힌이 제대로 꿰뚫어 보고 정확히 표현했는데요 "그는 어둡고 음울하고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친구예요. 최근에는 지나치게 회의적이고 우울해 보였어요. 관대하고 선량하지만, 자기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고, 자기 심정을 토로하기보다는 마음을 모질게 먹는 편이지요. 하지만 때로는 우울증 환자 같은 면이 사라지고, 그냥 냉정하고 비인간적이다 싶을 정도로 무정할 때가 있어요. 정말로 그에게는 두 가지의 서로 대립되는 성격이 교차하고 있는 것 같아요. (중략) 자기 자신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데, 그게 또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예요." p.312 누가 망상증 환자이고 누가 영웅인지에 대해서는 아브도티아 로바노브나, 두냐의 일갈로 마무리하고 싶군요 "왜 오빠는 자기도 갖고 있지 못한 영웅적인 용기를 내게 요구하는 거지? 이건 독재이고 폭력이야! 만일 내가 누군가를 파멸시키고 있다면,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고... 나는 아직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p.339
일정을 보니 오늘이 상권 정리하는 날이네요. 소개글 남기고 발제글 올려주신 것 보고 따라가야지 했는데2~3일씩 늦게 읽다보니 글 남길 타이밍을 놓쳤어요ㅡ.ㅡ 눈팅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독서퀴즈는 정답을 외쳤으면서도, 생각해야 하는 질문에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하고 구슬이 꿰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올려주신 답글들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에 감탄도 했구요~ 점심시간 이용해서 (연속해서) 발제 답글을 남기고 하권은 일정에 맞추어 답글 남기치 않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오늘 이런 결심 올려도 되죠?!)
@작은기적 @고아영 응원합니다! 사실 저도 진도 따라가기 급급해서 두 분 여유 있게 응원할 처지는 아니고 헉헉거리며 같이 달리고 있습니다만 ㅎㅎ
겨우겨우 날짜 맞춰 상권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책읽기만도 바쁜데 여기에 장문의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 대단하세요. 틈틈히 읽어보려는데 길고 많아서 아직 다 못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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