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라29 ㅋㅋㅋㅋ 저도 사실은... 여기에 밑줄을 쳤..;;
[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후시딘
화제로 지정된 대화
후시딘
상권의 세 번째 부분, 아주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설 최고의 ‘못난이’라고 생각하는 듀냐의 약혼자 루쥔이 라스꼴리니꼬프의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거리로 나간 주인공은 술집에서 발작적으로 자묘또프에게 살인에 대한 객기를 부리고 뛰쳐나오는데요. 방황하던 그는 다리 위에서 술취한 여자의 자살을 목격하고 ‘무의식적으로’ 살해현장이었던 아파트를 돌아봅니다.
그곳이 어디든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라스꼴리니꼬프는 소냐의 아버지 마르멜라도프가 마차에 치이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의 죽음을 지키는데요. 이 사건이 주인공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 듯 합니다.
1.
경찰사무관 자묘또프에게 의심의 씨앗을 준 만남 이후 그는 거의 이 상황을 끝낼 결심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다리 위에서 여자의 자살, 그리고 어떤 전형 같은 범죄 현장을 다시 찾는 과정까지 그의 심경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2.
<됐어!> 그는 단호하게 승리감에 가득 차 말했다. <신기루 같은 것은 꺼져 버려라. 괜한 공포도 환영도 썩 꺼져 버려라......! 내겐 인생이 있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 늙은 할망구와 함께 나도 죽은 것은 아니다! 천당에서 고이 잠드시길. 그걸로 된 거다. 노파도 이제 평안히 쉬셔야지! 이성과 빛의 왕국이 도래했다....... 의지와 힘의 왕국이 온 거야...... 어디 두고 보자! 한번 겨뤄 보자고! (열린책들 p274~275)
주인공의 심경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이후 병적으로 방황하던 그의 내면이 변화한 이유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3.
독서 확인을 위한 깜짝 퀴즈!
라스꼴리니꼬프가 자묘또프에게 자신의 살인을 알리려고 작정한 듯 독설을 퍼부은 술집 이름은 무엇일까요?
메이플레이
1 술집에서 라스코니꼬프는 자신의 죄를 인정했죠. 엄연히 살인을 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지요, 하지만 자묘또프의 놀라운 반응에 자신의 범죄가 완전범죄라는 믿음을 가진 것 같았어요.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겠죠. 보란듯이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 같아요.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자기만 모른 척 한다면 다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고 믿은 것 같아요.
2 밑줄 그었던 부분이네요.
그래도 지끔까지 라스코니꼬프가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 자수를 할거라 믿었는데, 결국 타협하고 현실을 살아가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앞서 노파의 살인을 계획했던 그 본래의 이상한 이성이 발현된 것 같아요.
이성이라 말하면서 이것이 의지와 힘이라고 표현한 것이 무섭게 느껴지네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사회에 공헌했다고 믿는다면 이 사회의 정의는 어디로 갈지 걱정되네요. 순간 오늘날의 정치인의 모습같기도 한것 같아 답답하네요.
3 수정궁
스마일씨
1.2.
새 옷을 입고 집을 나온 라스콜리니코프는, 당장 무엇을 청산하려고 작정한 듯 보입니다. 저는 그것을 자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환락가를 지나오며 길거리 여성에게 돈을 주자 마음 좋은 분이라는 말을 듣게 되죠. 예전에 읽은 책을 떠올리며 사형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살고 싶다'고 말한 부분을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그에게 살고 싶은 의지가 아직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수정궁에서 자묘토프와의 대화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죄를 고백 할 듯 말 듯 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런데 자묘토프가 노파 살인범의 어설픈 행동에 대해 얘기하자 라스콜니코프는 모욕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조언인 듯, 사견인 듯, 자신의 범행을 은근히 드러내죠. 쾌감을 느꼈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죽을 장소로 정해 놓은 다리로 가지만 옆에서 물에 떨어져 자살한 여인을 직접 목격하고는 자살이 아닌 끝장 경찰서에 가서 죄를 고백하는 것으로 끝을 내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 노파의 집을 다시 가보고 싶은 강한 욕구에 이끌립니다. 아무도 자신이 범인이라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시 범죄현장을 찾아가는 대담함을 보입니다. 곧 경찰서에 가서 죄를 고백할 거라 대담해진 걸까요. 그가 마차에 치여 죽은 마르멜라도프를 지켜보며 다시 한번 살아있음에 대한 강한 생명력을 느낍니다. 마르멜라도프의 가족을 보살피고 금전적 도움을 주며 급기야 소냐의 전갈까지 받자 자신이 죽인 노파의 죽음을 정당화시키며 '살기'를 강하게 소망합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죽거나 자백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뜻밖에 베푼 자신의 호의와 자선이 상대의 존경심을 자아내는 것을 경험하며 마치 자신은 살인자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변호를 받은 듯 굽니다. 스스로 합리화 정당화하면서 살기를 결심하죠. 집을 나서기 전과 후 180도 달라져 있습니다
라스콜니코프의 연이은 오지랖에 황당했으나 그 오지랖이 결국 그를 회개와 자백의 기회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한 결과를 낳게 되니, 사람의 의지라는 것은 정말 갈대 같다는 생각도 들고 라스콜니코프는 어떤 합리화의 끝판왕 같은 생각도 듭니다. 어머니와 누이의 방문 이후 그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됩니다.
김새섬
도박판이 시작하기 전에 책을 미리 읽어두어서 처음엔 여유만만이었는데요, 어느 순간 모임지기님께 따라잡히더니 겨우 보조를 맞추게 되었네요.
세 번째 발제 답변합니다.
1. 라스꼴리니꼬프는 자살을 하려고 다리로 갔다가 실제로 한 여성이 자살기도 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고 그냥 자백을 하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물은 아니야"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 너무 얄밉네요. ㅎㅎ
2. 마차에 깔린 마르멜라도프를 구하려 애를 쓰고 그를 집에 데려다 준 뒤 얼마 없는 자신의 돈까지 줍니다.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이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 숭고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지독한 자기혐오가 조금 사라집니다.
3. '수정궁'을 찾아보니 1851년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된 제1회 만국박람회의 회장건축물의 이름인데요, <죄와 벌> 이 나온 게 1866년이라고 하니 그 당시에 종종 술집 이름으로 쓰여졌던 나름 힙한 작명이었을라나요.
후시딘
@고쿠라29 1답변.. 정말 공감합니다. 물이 더럽다니요, 그래서 자살을 못하겠다고... 허허허 어이가 없었습니다^^
2. '죄사함'같은 요상한 선행들을 저도 많이 목격했습니다만....
3. 수정궁.. 런던의 그곳은, 삽화로 봐도 정말 힙하더군요!
빈다
1. 이 점을 위해서 라스꼴리니코프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됐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는 노파를 죽인다면 자신이 의적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그는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했습니다. 이것은 본인의 의도와는 정반대였고, 결국 자묘또프에게 언질을 주며 쾌감을 느끼기도 하나 그 순간은 한순간이었습니다. 다시 두려움에 의해 자살을 택하려 하나 익사에 실패한 여성의 모습을 '역겹다'고 느낍니다. 결국 자살보다는 자수를 택하려 했으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살인을 일으킨 장소였는데, 거기서 살인의 흔적이 깨끗이 지워진 것을 보고 허망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살인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고, 두사람의 삶 또한 사라졌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살인을 하면 무언가 그가 의연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완전히 틀려버리면서 그는 자수를 택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2. 그러나 마르멜라도프의 죽음의 과정에서 라스꼴리니코프는 구원자가 됩니다. 이는 노파의 살인으로 본래 이루고자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장례를 위한 돈도 주고, 그 가족을 위해 헌신하였으며, 이에 대한 사랑도 받았습니다. 노파의 살인으로 이루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을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속에서 이루어내니 그는 회개를 받은 듯한 느낌도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가 갑자기 떳떳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수정궁 입니다.
후시딘
@빈다 오락가락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정말 너무 리얼했죠. 앞으로 분열증과 같은 모습은 더욱 증폭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게 좀 힘들기도 하더군요.
호기심연옥
1. 라스꼴리니꼬프는 자묘또프와 대화를 하면서 대범한 척 자묘또프를 자극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차라리 들켜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갈등하고 그런데 겉으로는 그런 갈등이 없는 척, 떳떳한 척 하면서 자묘또프의 반응을 살피고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의심스러운 구석이 없는지 생각하며 긴장해야해서 심리적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소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라주미힌과 헤어지고 난 뒤, 탈진한 그는 겨우 이곳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그는 어디 길바닥에라도 주저앉거나 눕고 싶었다."라는 심리 상태가 되었겠지요. 아프로시니야 라는 여인이 강에 떨어져 자살하는 것을 보고는 '아냐, 더러워 ... 물은 ... 안 돼.' 라고 생각하는데,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여러 방법 중에 여인을 보고 자살도 생각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또 하나 생각한 방법이 경찰서에 가서 자수를 하는 방법이었는데, 아마도 용기가 없어서 바로 가지 못하고 돌아서 가다가 범죄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됩니다.
2. 일종의 자아효능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파를 살해한 뒤로 줄곧 그 사실이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 것때문에 친구를 만날 때도 잘못 행동해서 들킬까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그러나 그런 괴로움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어서 답답함 때문에 그 고통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마르멜라도프 가족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 타인과 연결되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해소되고, 자신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게 되고 ,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서 이전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와 자책에서 조금 벗어나서 해방감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3. 수정궁입니다.
상권 읽으면서 예스러운 말투,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호쾌한 진행 때문에 이질감도 느꼈는데, 한 편으로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 범죄를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거의 정확하게 범인에 대해서 추리함, 갑자기 낯선 사람이 목격자처럼 등장함,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범죄의 가능성이 보이는 본인의 논문에 대해 캐물음 등...) 여러 종류의 긴장감,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도스토옙스키의 기술에 정말 감탄했어요.
그리고 저는 솔직히 전당포 노파같은 사람은 만나 본 기억이 없는데, 라스꼴리니꼬프의 어머니인 뿔헤리야와 비슷한 사람은 만나본 적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뿔헤리야가 옆에 있는 것 처럼 인물의 특징을 잘 살려서 현실적으로 묘사를 해서 3D영화, AR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못 가지만 하권 온라인 모임은 상권처럼 몰아서 참여하지 않고 제 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거북별85
1. 자신의 살인 계획에서 벗어난 착한 리자베따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행동은 아무래도 자스꼴리니꼬프의 살인의 정당성에 큰 흠집을 낸 듯합니다. 그래서 그는 될때로 되라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48쪽 <그래 그게 탈출구다>그는 축 처져서 느릿느릿 강변을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어쨌든 이 모든 일을 끝내야 한다. 그러고 싶으니까... 하지만 이게 탈출구일까? 마찬가지다 -중략- 그들에게 털어놓을까 아니면 그만둘까: 에이... 빌어먹을! 지쳤다. 어디든 어서 눕거나 앉아 버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수치스러운 것은 모든게 너무 어리석다는 점이다. 그것도 무시해 버리자. 후- 머리속에 온통 어리석은 생각들만 떠오르는군....>
2.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후 그는 어쩌 면 자신이 그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스스로 위안삼아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어머니에게서 받은 돈을 마르멜라도프의 장례식비로 쓰라고 전달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75쪽 <중략- 힘, 힘이 필요하다. 힘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힘은 힘으로 얻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모른다> 그는 거만하고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간신히 떼어놓으며 다리를 떠났다. 교만함과 자신감이 그의 내부에서 시시각각 자라났다.
3. <수정궁>
거북별85
2. 라스꼴리니꼬프는 지식인으로 선지자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꿈꾸는 듯합니다. 하지만 힘든 현실을 헤쳐나갈 용기와 의지는 박약한... 약한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 이를 통해 자신을 스스 로 정당화하려고도 하지만 또한 약자를 보고 우월감을 느끼는 우리가 경계 해야 할 생각만 많고 행동은 없는 자존심만 센 지식인의 모습인 듯 합니다.
후시딘
@거북별85 자기 합리화로 똘똘 뭉친 지식인들 정치인들이 지금도 발끝에 채이는 돌처럼 너무 흔하잖아요.
모든것에감사
<상권- 3>
1. 라스꼴리니꼬프는 범행 후 극심한 열병에 시달렸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끝낼 결심으로 자묘또프에게 명백한 의심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후 노파를 죽인 범죄 현장을 찾았으나 그의 생각과 달리 새로 수리를 하고 있는 집을 보게 되었고, 자신의 범죄가 수리된 집처럼 이대로 덮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2. 마르멜라도프의 죽음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그 가족을 도와주었고 그는 자신의 선행을 통해 범죄를 정당화시키면서 옳은 일을 했고, 승리했다고 스스로를 쇠뇌 시키며 범죄의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수은등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미션 부분은 꽤 집중해서 봐야 앞뒤가 꿰어지네요. 발제에 대한 답을 생각하니 내용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1. 예심판사나 부서장이 아닌 로쟈의 친구 라주미한은 사건을 본 것처럼 정확히 추리해서 묘사합니다. 똑똑한 친구를 둔 덕에 라스꼴리니꼬프의 완전범죄는 위태위태 해 보이네요.
칠장이 니꼴라이는 귀걸이를 두쉬낀에게 맡겼다는 이유로 의심받습니다. 그러나 라주미한은 니꼴라이가 살인 후 드미뜨리와 주먹다짐을 하며 어린아이들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합리적인 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죠.
앞서 꼬흐와 빼스뜨랴꼬프를 향한 의심이 헛다리였던 것처럼(범인이었다면 경비원을 부르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용의자도 그 혐의를 벗게 되는데 이런 부분들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시점에 다시 언급될지 궁금합니다.
2. 끔찍한 범죄에 대한 ‘벌’은 이미 시작된 것일까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혼란을 겪는 것부터 시작되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두운 비밀이 생겼음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그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은 그의 ‘도덕성’이라기 보다는 범죄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자기 보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결말을 알고있기 때문에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의 도덕성이 처음 자극받는 순간이 언제일까 기다려지는 마음입니다. 천천히 따라가보고 싶습니다.
그는 이 순간 모든 사람과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가위로 도려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p169
수북강녕
@수은등 라주미힌의 추리가 정확한 것을 보면서, 라주미힌이 얼마나 똑똑한지 탄복하기도 하는 한편, 예심판사나 부서장이 '사건 자체의 해결' '진짜 범인 색출과 검거'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노파, 누가 죽였어도 이상하지 않은 노파의 살인사건을 그저 마무리하기만 하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갑자기 『살인의 추억』이 떠오르는데요
장강명 작가님의 『재수사』에서도 살인자가 진심으로 우려한 것은 오직 '들킬까봐'이지, '양심에 거리낌'이 아닌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자조하는 듯한 내용이 초반에 나오는데요 법이나 형사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겠어요 성숙한(성숙한 게 뭔지도 이제 잘 모르겠지만 ^^) 인간의 양심에만 기대다가는 서로 죽고 죽이는 대혼란의 시대가 올 수 있겠는데요 '양심'이라는 게 있기나 한가, 걸리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누구라도 쉽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어요 말씀하신 대로 그의 '도덕성'이 진짜로 자극을 받아 이 소설의 마무리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 결말을 알기에 그 부분이 정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서 독자(인 저)도 충분히 수긍하게 될지 아닐지, 머리를 쥐어짜며 함께 읽으니 제대로 흥미진진한 재독입니다 ^^
메이플레이
"저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거짓말하는 것은 다른 유기체가 지니지 못한, 인간의 유일한 특권이니까요. 거짓말을 하다보면 진리에 도달하게 되리라! 나는 거짓말을 하므로 사람이노라. 인간은 단 한 가지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14번, 어쩌면 1백 14변의 거짓 이론들을 생산해 내야 할 겁니다. 그러므로 그런 거짓말은 그 나름대로 명예로운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거짓말마저도 자기 머리로는 지어낼 줄 모르단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되, 자기 생각을 자기고서 거짓말을 하란 말입니다. 그럼. 뽀뽀라도 해주겠어요. 독창적인 생각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한 가지의 진리에 도달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요. 293~294쪽 (열린책들)"
라주미힌이 한 말이에요. 3부를 읽다가 생각이 멈춘 부분이에요.
처음엔 거짓말을 옹호하는 듯하면서 라스꼬니꼬프가 앞으로 거짓말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네요.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말은 인간들이 얼마나 거짓말로 살아가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아는 진실이 거짓말로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거짓이론이 쌓여 만들어진 것인가 의심도 해보게 되고요. (가설을 만들어 증명을 통해 이론이 정립되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인가 싶네요)
특히 '우리는 거짓말마저도 자기 머리로는 지어낼 줄 모른단 말입니다! 거짓말을 하되,자기 생각을 가지고서 거짓말을 하'라는 부분이 참 어렵게 느껴지네요.
우리의 일상이 거짓말로 차있는데 그 거짓말이 남의 거짓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하지말고 증명되지 않은 거짓말이라도 자기 생각을 하라는 것인가 짐작해봅니다.
질문은 많이지는데 속시원한 해석이 어려워 글 남겨봅니다.
김새섬
근데 라주미힌 정말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주인공을 끊임없이 걱정하고 챙겨주는 고마운 친구네요.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뭐랄까.. 호전적이라고 해야하나. 직위가 높건 낮건, 가난하건 부자건, 전부 말 하는 데는 거침이 없네요. 호탕하다고 해야할지. 소심한 사람이 없는 듯 합니다. 이건 당시 러시아 문화인지 아니면 그냥 소설적 설정인지도 궁금하네요.
수북강녕
@고쿠라29 라주미힌을 보면서 떠올린 인물은 '동주'의 친구 '몽규'입니다 윤동주 시인과 동시대에 쌍둥이처럼 함께 활동했던 송몽규 독립운동가는 영화 『동주』에서 늘 거침없이 생각을 말하고 대범하게 행동하는 인물로 묘사되었는데 딱 라주미힌 느낌이에요!
말씀하신 호쾌함은 시대적 특징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호쾌함을 장착한 화법으로 말하자면 '시대적 특징임에 분명합니다!' ^^) 무협지를 보면, 등장 인물들이 매우 단순하고 자기 신념이 강하며 평생 한 가지(득도, 복수, 금사빠 상대, 도원결의 등등)에 과몰입해 옆도 뒤도 안보고 직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사람은 많이 엮이지만 플롯이 단순하죠 러시아 인물들마냥 거침없고요 현대인이 이것저것 요모조모 고려하며 우회적인 화법을 쓰는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은평구의 오래된 중고도서 서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책방지기 윤성근 작가님이 진행하신 헌책의 특징과 매력 주제의 북토크에 참여했는데요 오래된 책들은 번역과 편집도 호쾌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ㅎㅎ
김새섬
"호쾌함은 시대적 특징이다" 라는 말씀에 공감이 되네요. 현대인들은 서로 불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주제들을 세련되게 빙빙 돌려 말하거나 아니면 아예 꺼내지 않거나 좋은 이야기만 하거나 하는데 (물론 오프라인에서요, 온라인에서는 반면 놀라울 정도로 이 모든 것을 무시함) 이 책은 읽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 대뜸 말을 걸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개진하는 장면들이 나와 아침드라마 보는 것처럼 재미있기도 합니다.
느려터진달팽이
로또?를 맞으려면 로또부터 사라는 말이 있듯, 판돈으로일단 내뱉으신^^ 책방을 얻으려면;; 이 도박판에 어서 책을 읽어서 끼어야 할텐데요~ 당이 떨어져서 못 끼고 있네요 ㅜㅜ 일단 살인도구로 쓰인 도끼는 올드보이의 한 장면이 떠올랐었는데 ㅡ 그 유명한 중년남성 오대수의 원테이크 장도리 액션 씬! 🎬 엄밀히 따지면 도끼라 하기엔 망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쓰면서 해봅니다.
예전에 러시아 문학을 이제라도 봐야겠다 싶었을 때, 로쟈 이현우님의 말 그대로 머리터지던;; 강연을 들었는데요~ 이제 곁다리?만 짚지 말고 원문으로 직진!해야는데 또 보고만 있구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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