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벌써 진도가 여기까지 왔나요. 어제 휴일이라 많이 읽어놓으려고 했는데 못 읽었어요. T.T 지난 번 질문에 대한 대답 먼저, 2. 원래 죽이려던 노파 이외에 리자베따까지 죽이게 된 것은 인생이 원래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폭력'을 저지를 때 우리가 마음 속으로는 여기까지만 딱 하고 끝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3. 무기의 이름을 네이버 인물에서 찾으면 90년생 힙합아티스트가 등장합니다. ^^
도박사 참여하고 계신 분들은 책의 읽고 계신 부분에서 인상적인 문장들 남겨주세요. 나중에 도박사 기념 책갈피 만들 때 여러분이 남겨 주신 문장들을 넣으려고 합니다.
<열린책들 p.46> 이용해 먹는 거야! 그건 이용해 먹는 거 아닌가! 버릇이 된 거지. 잠깐 울다가는 습관이 되어 버린 거야. 사람이라는 비열한 것들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지니까!
제일 쉬운 3번 답부터 말하고 싶어라...그러나 1,2번을 더 깊이 생각하라는 뜻으로...알고 오늘 고민좀 해보겠습니다.
[ 2월 26,27,28일 ] ~130p @고쿠라29 님의 답변을 읽으며, 조금 다른 관점에서도 답을 달아 보겠습니다. 1. '수도원으로 가게 될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지고 고쳐질 수 있는 수백, 수천 가지의 선한 사업과 계획들이 있단 말이야! 어쩌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도 있고, 수십 가정들이 극빈과 분열, 파멸, 타락, 성병 치료원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도 있어. 이 모든 일들이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빼앗은 돈의 도움을 받아 훗날 전 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 노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잖아. (중략) 자연을 변화시키고 조정하는 것은 인간이야. 우리가 그 의무와 양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는 거지." 의무와 양심에 대해, 그리고 정의에 대해, 장교와 대학생이 술집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개인과 사회, 극단과 균형에 대해 생각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상황, 그가 노파를 죽이게 된 의식의 흐름과 사건의 경과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수백, 수천 명을 구하는 일을 매번 비범인(非凡人) 한 명이 해낼 수는 없습니다. 대재벌 히어로든, 칼로 Z를 그리는 매력남이든, 예수님과 같은 성자든, 시공간을 아울러 다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의와 도덕에 대한 개인의 생각들을 바탕으로, 제도나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부조리를 바로잡는 것이 현대 사회와 국가에서 수행하는 역할이기도 할 텐데요.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상황과 그가 겪는 고통이 개인의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작품에서 묘사된 것으로 볼 때 당시 러시아는 정의와 도덕이 바로 서지 못했을 뿐 아니라, 라스콜니코프와 같은 개인들이 참혹하게 고통받는 한편, 노파와 같은 자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과 분배에 있어 국가나 사회가 기능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학생과 장교, 라스콜니코프와 같이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의 정의감을 잃지 않는 동시에 공동체에서 함께 극복해 나갈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실현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고리대금'이라는 업종에 대해 법으로 규제하고,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촘촘한 제도와 규정으로 운영하고, 이런 나라와 정치를 요구하고 추구하며 만들어 나가는 거요~! (그게 안되니까 라스콜니코프가 도끼를 들었겠지만, 그게 안되니까 아직도 히어로 무비가 핫하겠지만, 그래도요~~~) 2. 라스콜니코프의 MBTI 끝자리는 J가 아니라 P임을 던져 준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그는 상당히 계획적인 것 같으면서도 대충대충이며, 자기 생각에 확신과 논리를 가지는 듯 싶다가도 궤변 속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여름 외투 안쪽에 넝마를 이용해 도끼 걸이 올가미를 만드는 장면을 읽으며 1 베르쇼끄가 어느 정도 길이인지 찾아보았는데요 준비가 치밀한 것 같다가도, 그걸 왜 나가기 직전에 꿰매는 것일까! 싶거든요 ^^) 그가 INTP가 아니라 ISFJ여서 한 치의 실수나 오류도 없이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이 소설의 흐름은 분명 다른 국면을 맞이했겠지만, 도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 3. 칼보다 유서 깊은 연장으로 한국사에서도 선사시대를 공부하다 보면 늘 '주먹XX' 가 등장하지요.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 칼'이었다는 해석도 있더군요. 그가 칼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도구를 사용해 살인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경합니다. 정수리를 가격해 한방에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흉기가 너무 무섭습니다. 총, 칼, 망치 등등 그 무엇을 능가하는 섬뜩함이 있어요. 아무리 작더라도...
@수북강녕 라스콜니코프는 J가 아니라 P라는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볼 때 그의 문제 의식에 공감해요. 그의 논리와 방식 또한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인 동시에 종종 실현(?)되기도 하고요. 소설을 읽는 동안 그 방식이 어떤 점에서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지를, 그렇다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바나나 저도요. 그래서 작가가 이 무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전당포 노파의 경우도 악랄한 고리대금업자라고는 하나 몸집이 작고 나이가 든 신체적으로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제법 큰 여성인 노파의 여동생은 한없이 착하고 순해서 반격을 모를 사람이고요. 작가가 대비 효과를 위해 일부러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겠죠? 덩치 큰 남자 악당을 라스콜니코프가 죽였다면 우리 안에 통쾌함이 컸을텐데 육체적으로 쇠약한 할머니와 너무나 착한 여동생을 잔혹한 무기로 살해함이 그를 옹호할 수 없게 하네요.
위에서 @후시딘 님께서 디테일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도 노파가 '나이가 든 신체적으로 연약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의 장황한 논리와 합리화가 그가 선택한 대상(노파)에 의해서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네가 선택한 악이 혼자 있는, 몸집이 작은, 방어 능력이 거의 없는 노약자라고?' 리자베타의 신체 조건과 심성의 대비에는 미처 주목을 못했는데 덕분에 알게되었어요. 그러네요!
@후시딘 님의 질문에 답을 생각하며 읽은 내용을 되새겨봅니다! 1. 마침 지난주에 읽은 잡지 <미스테리아 45호>에 미스터리소설로서의 죄와벌을 다루는 글이 실려, 안읽은 부분에 대한 스포를 당해습니다(?). 그 스포가 이 질문과 관계된 거 같아요. 우연치 않게 장교와 학생의 대화를 듣게 되고, 동생의 외출계획을 알게 되는 등 살인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운명처럼 정해진 일이라고 합리화한 거 같아요. 그러니 범죄가 아니라구요. 라스꼴리니꼬프나 학생의 생각이 "합리적"인 주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굉장히 위험하고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죠. 죽이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옳고 그름, 이로운 일과 해로운 일 등에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며 논쟁이 일어나고 분쟁이 발생하는 게 요즘 많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라스꼴리니꼬프는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노파 알료나 뿐 아니라 죄없는 리자베따까지 죽였죠. 뒷내용을 읽지 않은 상황에서 두가지 생각 중에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만약 리자베따가 죽은 것도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며 합리화한다면, 앞으로 더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거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파 알료나만 죽였다면 죄책감을 덜 느끼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 것처럼 생각했을텐데 리자베따까지 죽여서 죄의식을 느끼는 계기가 될 거 같기도 해요. 3.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도 아니고 계획 속 무기로 도끼를 결정하다니, 왠지 소름끼치는 거 같아요.
130페이지까지의 내용은, 살인을 결행하고 마는, 후시딘님에 따르면 첫번째 다리를 불살라버린 라스꼴리니코프 이야기인데요. 러시아 소설을 처음 접하는 저에게는 마르멜라도프의 한탄이나 모친의 편지를 통해 당시 러시아 서민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게 좀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것도 작가의 실력이겠죠. 절박하고 막막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아 그리고 저는 마르멜라노프 부분에서 진짜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정말 최악이에요. 딸 몸 판 돈으로 술을 마시다니..
아!!! 저는 3.1에 시작하는 걸로 착각했네요. 서둘러 열차에 탑승하겠습니다.
그믐에 책장 기능이 생겨서 이야기 나누는 책들을 꽂아 놓을 수 있습니다 ㅎㅎ 참고 도서 꽂아볼게요.
매핑 도스토옙스키 -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가르쳐 온 저자가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세계 곳곳에 남긴 흔적들을 두 발로 직접 탐방했던 경험을 토대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소개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참, 마르멜라도프의 아내 카테리나 이바노브나의 모델이 도슨생의 첫 번째 부인인 마리야를 모델로 했더라고요. '자존심 강하고 고결한 여성이 극빈으로 인해 파멸해 가는 모습'을 그림, 이는 문학사에 하나의 전형으로 남음. (165p, 매핑 도스토옙스키)
작년에 카라마조프 완독하고 너무 좋아서 다른 책들도 읽어야겠다고 다짐만 하고 시작을 못했는데 그믐에서 기회를 주시네요. 늦었지만 참여합니다.
어제 교보에 남은 한 세트를 책값 인성전 버전으로 구입했어요^^ 득템인만큼 열심히 읽고 첫 발제에 동참하겠습니다~ 줄거리가 넘 유명한데 원작의 세계 또한 기대됩니다.
안녕하세요! 멋진 판에 끼게 되어 설렙니다. 읽을 분량이 정해져 있고 발제도 해주시니 성실히 따라가며 깊게 독서 해보려고 생각해요.
오늘 130p까지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9등 문관 마르멜라도프의 딸 소냐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몸을 파는 것과 동생 두냐가 존경할 수 없는 남편에게 자신을 파는 것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하게 되는 라스꼴리니꼬프의 독백이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그녀들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며 마르멜라도프와 주인공은 이런 면에서 결국 같은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의 꿈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났다고 느꼈는데요, 채찍질 당하는 암말은 혹시 그녀들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들을 채찍질한 것은 누구였을까요? 오, 불쌍한 소냐! 어쨌든 그들은 멋진 우물을 판 셈이야! 이용을 해먹는 거야! 버릇이 된 거지. 잠깐 울다가는 습관이 되어 버린거야. 사람이라는 비열한 것들은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니까! p46 어머니가 내게 뭐라고 쓰셨더라? ≪두냐를 사랑해라, 로쟈, 그 애는 너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단다.≫ 아들 때문에 딸을 희생시킨다는 양심의 가책이 어머니의 마음을 몰래 괴롭힌 것은 아닐까? p66 모든 것은 분명하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아니 자신을 죽음에서 건지기 위해서라면 너는 자신을 팔지 않을 테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사랑하고 숭배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거다! 바로 여기에 모든 이유가 있었던 거다. 오빠와 어머니를 위해 판다는 거다! 모든 것을 파는 것이다. p70
이렇게 연결이 될 수 있겠네요 글에 몰입되기 전 술집에 들어가 만난 이 남자, 등장이유가 뭘까(제가 와인한 잔 하고 알딸한 상태).. 지금 두냐의 소식을 담은 어머니 편지를 읽는 중이였어요~~ 어서 130p까지 읽고 진도 맞춰 따라가고 답글 남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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