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다른 분들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죄와 벌'에서 그 시대의 여성들의 고통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처음에는 최근 몇년동안 페미니즘 적인 비평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눈에 띄었나 생각했는데 라스꼴리니꼬프 꿈에서 말을 굳이 '암말'로 등장시키고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살해당하는 사람들마저 모두 여성인 것을 보고 그 시대 여성의 고통이 도스토옙스키가 의도했던 주제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1. 저도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생각이 많은것에 비해 현실적인 생존 능력이 후달리는 편이라 동족혐오가 참을 수 없이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계시지만 제가 생각한 틀린 이유를 덧붙여 보겠습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술집에서 엿듣게 된 대화가 본인 생각이라고 하는 것으로 비추어, 이 세상에 필요없는 인간을 죽이고 다른 고통받는 인간에게 나누어 주는것을 정의의 실천이라고 생각하는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정의가 실천되지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으며, 정의를 실천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 (스마일씨님 말씀처럼 저도 마르멜라도프 부분에서 그가 더이상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중독 때문에 원하지않게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너무 화나고 최악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마르멜라도프를 죽이면 그 가족들이 편해지고 이것도 라스꼴리니꼬프 논리로보면 정의의 실현인데 왜 마르멜라도프에 대해서는 감히 떠올리지도 못하는 생각을 노파에 대해서만 실천하는지, 그리고 수북강녕님 말씀처럼 법학도면 열심히 공부해서 고리대금업을 법적으로 제재하는등의 방법으로 정의실현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왜 굳이 살인인지) 굳이 노파에 대한 정의를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실천한다는 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스꼴리니프는 그냥 본인이 돈이 필요했고(마르멜라도프 죽여봤자 돈이 안나오겠죠), 남성이 권력을 남용하는건 얼마든지 참아도 본인보다 약한 여성이 권력을 가지고 휘두르고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이 악랄해보여서(이건 감정적인 문제일 뿐인데 실제로 그 노파가 더 악인이어서 기분 나쁘다고 착각한듯 하네요) 노파라는 대상과 살인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고 쓰힘세님 말씀처럼 정신승리 한 것 같습니다.
2. 노파를 살해하는 것이 사실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돈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정의의 실현이 진정한 목적이었다면 리자베따는 죽여서는 안되는데 본인의 안위에 위협이 되자, 모든것에감사님이 언급하신 일말의 공리주의적 계산도 하지않고 죽여버리죠.
3. 도끼입니다.
[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호기심연옥
고아영
늦게 읽기 시작하여 오늘 완독을 목표로 하며 중간중간 내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ㅜ 늦었지만 이제서야 답글을 다네요.
1. 비유가 정확할진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외투가 필요해서 보는 중에,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좋은 외투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그걸 사면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굶주려야했기에 갖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나간 아울렛 매장에서 할인을 했고, 할인을 했음에도 오랜 시간을 굶주려야 하지만 얼떨결에 사버린 상황>
당연히 생사를 넘나들고 흉악한 범죄와 비교하기엔 다르지만, 점차적으로 합리화를 하면서도 이성의 끈을 잡고 고민하던 라스꼴리니코프를 범죄로 이끈 것을 계속된 우연들이 아니었을까요? 노파를 '이'에 비유할만큼 합리화를 하며 범죄를 정당화했지만, 동생이 집을 비운다는 소식이 없었더라면 실행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라스꼴리니코프에 대한 이해인만큼, 살인이라는 행동이 정당화되는건 아닙니다!)
2. 1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그로 인해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이라는 타이슨의 명대사가 생각이 나는데요 (...) 단기든 장기든 가지고 있던 계획이 주변의 상황에 의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 꼬여갈 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3. 산독기 독기야 어디를 가느냐!
상권을 정리해야 하는 날에 급급하게 읽고 있노라니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는 P인건가 생각했는데, 이거 마치 라스꼴리니코프의 합리화 같아서ㅜ 어떤 우연이 발생하더라도 오늘 책을 꼭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응원해주세요..!
리브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아직 읽기 시작못했는데 열심히 읽어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인드풀
모두 반갑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데 사건은 벌어졌고, 그래서 뒷 부분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라스콜리니꼬프의 혼란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 중입니다. 어려워요.
@후시딘 님의 질문,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해봅니다. 결국 주인공이 정신 무장했던 합리화에 대해서요. 이성과 의지 하에 이 모든 것을 행한다면 , 그것은 범죄가 아니라는 나름의 사고로 합리화하고 있었지만 결국 살인으로 가는 요소 요소를 설명할 때 뜻밖의 상황, 우연들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우발적으로 노파의 여동생까지 죽이고 마지막에 전당포의 문도 열려 있려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구요.
그렇다면 뭐지? 결국 이성과 의지적 통제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하 는 것이 되는 것인가? 자기 모순 속에서 스스로 범죄를 인정하게 된다는 그런 결말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마지막의 전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드는 나름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이 책이 의외로 잘 읽히는데 머리는 아프네요. ㅎㅎ 함께 읽으며 완독하기를 바래봅니다 ^^
후시딘
머리 아프고 답답하며 잘 읽히죠ㅎㅎ 아주 묘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편지에서 아주 욕이 막 발사되고요.
긴 소설에서도 요소들의 크고 작은 디테일에 신경쓴 작가를 보며 역시 거장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요,
끝까지 재밌게 읽으시길요~
오후
@후시딘 크고 작은 디테일, 무딘 제 눈에도 그런 것들이 조금씩 보여서 괜히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 하는 게 아니구나, 감탄하며 읽고 있습니다.
오후
@마인드풀 님의 댓글에서 '우연'이라는 낱말이 눈에 띕니다. 총체로서의 현상을 파악하는 우리의 판단은 언제나 무언가를 놓칠 수밖에 없고, 때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행위가 가장 소중한 것을 망가뜨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김새섬
@후시딘 질문은 한꺼번에 답하지 않고 생각해 보면서 천천히 달아보겠습니다.
1.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라는 가정부터가 전 궁금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는 명제가 얼핏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국가는 사형집행을 통해 어떤 이들을 '합법적으로' 죽이고 있지요.
라스꼴리니꼬프는 '어떤' 사람은 죽여도 된다 는 입장이고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용인하고 있지 않나요? 다만 그의 경우 사회적 합의나 일치의 과정 없이 본인 혼자 독단적으로 저 노파는 죽어 마땅하다. 저런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라고 결론내리고 있어 위험하긴 하지만 일단 이 명제 자체가 그른 것일까, 이 점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후
@고쿠라29 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위인으로 칭송되는 수많은 전쟁 영웅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김새섬
벌써 진도가 여기까지 왔나요. 어제 휴일이라 많이 읽어놓으려고 했는데 못 읽었어요. T.T
지난 번 질문에 대한 대답 먼저, 2. 원래 죽이려던 노파 이외에 리자베따까지 죽이게 된 것은 인생이 원래 우리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폭력'을 저지를 때 우리가 마음 속으로는 여기까지만 딱 하고 끝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3. 무기의 이름을 네이버 인물에서 찾으면 90년생 힙합아티스트가 등장합니다. ^^
김새섬
도박사 참여하고 계신 분들은 책의 읽고 계신 부분에서 인상적인 문장들 남겨주세요.
나중에 도박사 기념 책갈피 만들 때 여러분이 남겨 주신 문장들을 넣으려고 합니다.
오후
<열린책들 p.46> 이용해 먹는 거야! 그건 이용해 먹는 거 아닌가! 버릇이 된 거지. 잠깐 울다가는 습관이 되어 버린 거야. 사람이라는 비열한 것들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지니까!
바나나
제일 쉬운 3번 답부터 말하고 싶어라...그러나 1,2번을 더 깊이 생각하라는 뜻으로...알고 오늘 고민좀 해보겠습니다.
수북강녕
[ 2월 26,27,28일 ] ~130p
@고쿠라29 님의 답변을 읽으며, 조금 다른 관점에서도 답을 달아 보겠습니다.
1. '수도원으로 가게 될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지고 고쳐질 수 있는 수백, 수천 가지의 선한 사업과 계획들이 있단 말이야! 어쩌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올바른 길로 갈 수도 있고, 수십 가정들이 극빈과 분열, 파멸, 타락, 성병 치료원으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도 있어. 이 모든 일들이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빼앗은 돈의 도움을 받아 훗날 전 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 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 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 노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고 있잖아. (중략) 자연을 변화시키고 조정하는 것은 인간이야. 우리가 그 의무와 양심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문제를 말하는 거지."
의무와 양심에 대해, 그리고 정의에 대해, 장교와 대학생이 술집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개인과 사회, 극단과 균형에 대해 생각합니다.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상황, 그가 노파를 죽이게 된 의식의 흐름과 사건의 경과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수백, 수천 명을 구하는 일을 매번 비범인(非凡人) 한 명이 해낼 수는 없습니다. 대재벌 히어로든, 칼로 Z를 그리는 매력남이든, 예수님과 같은 성자든, 시공간을 아울러 다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의와 도덕에 대한 개인의 생각들을 바탕으로, 제도나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부조리를 바로잡는 것이 현대 사회와 국가에서 수행하는 역할이기도 할 텐데요.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상황과 그가 겪는 고통이 개인의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작품에서 묘사된 것으로 볼 때 당시 러시아는 정의와 도덕이 바로 서지 못했을 뿐 아니라, 라스콜니코프와 같은 개인들이 참혹하게 고통받는 한편, 노파와 같은 자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과 분배에 있어 국가나 사회가 기능하지 못하고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학생과 장교, 라스콜니코프와 같이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의 정의감을 잃지 않는 동시에 공동체에서 함께 극복해 나갈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실현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고리대금'이라는 업종에 대해 법으로 규제하고,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촘촘한 제도와 규정으로 운영하고, 이런 나라와 정치를 요구하고 추구하며 만들어 나가는 거요~!
(그게 안되니까 라스콜니코프가 도끼를 들었겠지만, 그게 안되니까 아직도 히어로 무비가 핫하겠지만, 그래도요~~~)
2. 라스콜니코프의 MBTI 끝자리는 J가 아니라 P임을 던져 준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그는 상당히 계획적인 것 같으면서도 대충대충이며, 자기 생각에 확신과 논리를 가지는 듯 싶다가도 궤변 속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여름 외투 안쪽에 넝마를 이용해 도끼 걸이 올가미를 만드는 장면을 읽으며 1 베르쇼끄가 어느 정도 길이인지 찾아보았는데요 준비가 치밀한 것 같다가도, 그걸 왜 나가기 직전에 꿰매는 것일까! 싶거든요 ^^) 그가 INTP가 아니라 ISFJ여서 한 치의 실수나 오류도 없이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이 소설의 흐름은 분명 다른 국면을 맞이했겠지만, 도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
3. 칼보다 유서 깊은 연장으로 한국사에서도 선사시대를 공부하다 보면 늘 '주먹XX' 가 등장하지요. 구석기 시대의 '맥가이버 칼'이었다는 해석도 있더군요. 그가 칼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도구를 사용해 살인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생경합니다. 정수리를 가격해 한방에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라운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나나
사실 저는 이 흉기가 너무 무섭습니다. 총, 칼, 망치 등등 그 무엇을 능가하는 섬뜩함이 있어요. 아무리 작더라도...
오후
@수북강녕 라스콜니코프는 J가 아니라 P라는 말씀이 재미있습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볼 때 그의 문제 의식에 공감해요. 그의 논리와 방식 또한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인 동시에 종종 실현(?)되기도 하고요. 소설을 읽는 동안 그 방식이 어떤 점에서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지를, 그렇다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김새섬
@바나나 저도요. 그래서 작가가 이 무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전당포 노파의 경우도 악랄한 고리대금업자라고는 하나 몸집이 작고 나이가 든 신체적으로는 연약한 사람입니다. 키가 크고 덩치가 제법 큰 여성인 노파의 여동생은 한없이 착하고 순해서 반격을 모를 사람이고요. 작가가 대비 효과를 위해 일부러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겠죠?
덩치 큰 남자 악당을 라스콜니코프가 죽였다면 우리 안에 통쾌함이 컸을텐데 육체적으로 쇠약한 할머니와 너무나 착한 여동생을 잔혹한 무기로 살해함이 그를 옹호할 수 없게 하네요.
오후
위에서 @후시딘 님께서 디테일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도 노파가 '나이가 든 신체적으로 연약한' 사 람이라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의 장황한 논리와 합리화가 그가 선택한 대상(노파)에 의해서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네가 선택한 악이 혼자 있는, 몸집이 작은, 방어 능력이 거의 없는 노약자라고?'
리자베타의 신체 조건과 심성의 대비에는 미처 주목을 못했는데 덕분에 알게되었어요. 그러네요!
지니
@후시딘 님의 질문에 답을 생각하며 읽은 내용을 되새겨봅니다!
1. 마침 지난주에 읽은 잡지 <미스테리아 45호>에 미스터리소설로서의 죄와벌을 다루는 글이 실려, 안읽은 부분에 대한 스포를 당해습니다(?). 그 스포가 이 질문과 관계된 거 같아요. 우연치 않게 장교와 학생의 대화를 듣게 되고, 동생의 외출계획을 알게 되는 등 살인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운명처럼 정해진 일이라고 합리화한 거 같아요. 그러니 범죄가 아니라구요.
라스꼴리니꼬프나 학생의 생각이 "합리적"인 주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굉장히 위험하고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죠. 죽이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옳고 그름, 이로운 일과 해로운 일 등에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며 논쟁이 일어나고 분쟁이 발생하는 게 요즘 많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라스꼴리니꼬프는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노파 알료나 뿐 아니라 죄없는 리자베따까지 죽였죠. 뒷내용을 읽지 않은 상황에서 두가지 생각 중에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만약 리자베따가 죽은 것도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며 합리화한다면, 앞으로 더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거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파 알료나만 죽였다면 죄책감을 덜 느끼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 것처럼 생각했을텐데 리자베따까지 죽여서 죄의식을 느끼는 계기가 될 거 같기도 해요.
3.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도 아니고 계획 속 무기로 도끼를 결정하다니, 왠지 소름끼치는 거 같아요.
지니
130페이지까지의 내용은, 살인을 결행하고 마는, 후시딘님에 따르면 첫번째 다리를 불살라버린 라스꼴리니코프 이야기인데요. 러시아 소설을 처음 접하는 저에게는 마르멜라도프의 한탄이나 모친의 편지를 통해 당시 러시아 서민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게 좀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것도 작가의 실력이겠죠. 절박하고 막막한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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