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부] 1. 2
라스콜니코프는 끝까지 ‘인간’을 무참히 죽인 것에 대한 도덕적인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옥에서조차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자수를 했다는 점에서만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그의 모습 때문입니다. 또한, 가책의 시간에 대한 묘사 보다는 소냐의 사랑 (혹은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의 대리인)의 품으로 들어가 느끼는 희망에 초점 된 결론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인간존중’이라는 말이 근대를 넘어 최근에야 보편화 된 개념이라서가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법의 집행이 실현되긴 하지만, 그것은 라스콜니코프에게 ‘벌’이 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지에서 죄짓고 신에게 용서받는 결말이라는 생각을 해서 영화 ‘밀양’의 대사 중 한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제6부] 3.
하권에서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재등장했을 때 손에 피를 묻힌 살인자를 넘어서는 악의 등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악은 의심받을 수는 있어도 ‘조사’할 수 없는 교묘한 것이었습니다. 죄를 물을 수 없었기 때문에 용서받을 기회조차 없었으며 결국 파멸을 맞게 되었지 않았나 합니다.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서 어디선가 가면의 얼굴로 살아가는 더한 ‘악’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생각할 뿐 확신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제6부] 4.
소냐와 두냐의 가족을 위한 희생부터 시작해서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 채찍을 맞으면서도 그를 원했던 마르파 페트로브나, 알코올 중독 남편을 ‘이미’ 용서했기 때문에 신부님과의 기도가 필요 없다는 카테리나 이바노브나까지 어느 한 인물도 스쳐 지날 수는 없었습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라는 『파우스트』의 문장이 떠오르면서 ‘왜 구원은 여성만 해야하는가’ 치기 어린 질문도 합니다.
그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살인자의 참회 여정까지도 함께 하며 그를 구원하는 소냐의 희생에 마음이 숙연합니다. 작가는 마지막 문장에서 라스콜니코프의 소생, 즉, ‘다른 세상으로의 이동을 말했지만 저는 저만의 상상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폐병으로 죽은 그녀의 어머니가 꿈꿨던 학교를 그녀가 만드는 모습입니다.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을 위로하고 계몽하면서 가녀리지만 단단한 그녀의 어깨가 편안해지는 장면을 그려봅니다.
[제6부] 5. 6
나는 그때 알고 싶었던 거예요. 어서 알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이>인가, 아니면 인간인가를 말이죠. 내가 선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 아니면 넘지 못하는가! 나는 벌벌 떠는 피조물인가, 아니면 권리를 지니고 있는가....
죽이는 권리요? 죽이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요? p616 요약
작품을 함축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서 기록했습니다.
소냐에게 자신의 범죄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폭풍처럼 몰아쳤는데요,
범죄 동기에 대해 사회적 정의 실현에서 우울증으로 마침내는 권력의 실행(‘이’가 아님을 증명하려는)임을 드러내는 순차적인 것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제6부] 7
함께 읽으면서 질문받으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매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지 못해 아쉽고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더욱 아쉽지만, 이번 판에서 다른 분들의 열정과 꾸준함을 통해 배운 멋진 칩 하나를 챙깁니다.
다음 판으로 가는 힘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오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 되세요!
[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수은등

진공상태5
[현장 생중계]
출판사별로 조금씩 다른 번역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진공상태5
[현장 생중계]
동대문, 광희문의 "메도빅"에서 사온 러시아 꿀케이크.
모두가 맛있게 드셨답니다.

진공상태5
광희문? 광희동 입니다 ㅋ ^^

거북별85
센스있는 진공상태5님 덕분에 더 멋진 러시아여행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거북별85
이름도 너무 멋진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모임, 행복한 시간 감사합니다 작가 이름만큼이나 진입장벽이 높아보이던 작품이었는데 '그믐'덕분에 살짝 다가가 그 매력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만 뵙던 분들이라 실제 보니 더 신기하고 떨리더라구요 하지만 책좋아하시는 분 중에 나쁜분 없다는 믿음대로 금세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부터 시작해서 각 인물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어도 시간이 금세 흘러가더라구요
뒷부분에서는 '죄와벌'이라는 제목에 관해 이야기와 마지막 한줄평들도 나누어보았습니다
전 사실 등장인물들의 이름 외우기 조차 힘든 작품이었고 '라자르의 부활' 내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다른 책들도 찾아보았어요 그런데 어제 모임에서 성경에 관해 이해깊은 분들이 계셔 그분들을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쿠라29님의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춘향전의 예를 들어주셨는데 고전적으로 '일부종사'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또다른 시각으로 볼수 있다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따뜻하고 재미난 수다로 방향이 좀 달라지면 여러 다방면의 지식들로 다시 데리고 오시는 수북강녕님도 멋져 보였습니다^^
후시딘님의 여러 발문과 준비를 많이 하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후시딘님의 준비하신 말을 많이 듣지 못하지 않았나 싶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발문과 진행을 준비하시는 분께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점들을 더 많이 들을수 있는 시간을 따로 좀더 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많이 걱정하면서 조심스레 참석한 모임인데 따뜻하게 진행되어서 감사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처럼 거장이신 분들은 재독 모임을 진행해도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첫 모임일 때는 여러 번역본으로 진행하면서 같은 내용다른 문장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재독일때는 같은 번역본으로 같이 책속의 문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2시간으로 담기에 작품이 많이 많이 큰 거 같아요^^
<악령>은 <죄와 벌>보다 더 벽돌책이고 어렵다는데 걱정이 앞서네요~^^;;
하지만 간신히라도 읽게 된다면 다시 참석하고 싶어집니다

거북별85
제가 어제 마지막 한줄 평으로 남긴 내용을 좀더 보충하고 싶습니다(실제는 두문장 평입니다^^;;)
'누가 사람들을 나폴레옹과 이(해충)로 규정할 수 있는가'
- 사람들은 누군가를 너무 쉽게 규정하고 판단하고 대우하는데 라스꼴리니꼬프가 전당포 노파 살해를 죽어마땅한 해충같은 존재로 자꾸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이 화가 나더라구요
그리고 매춘부 소냐에게 도둑 누명을 씌우는 비열한 루쥔도 누가 매춘부에게는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한건가 화가 났습니다
' 라스꼴리니꼬프, 까째리나 이바노브나, 뿔헤리야 알렉사느로브나에게서 나의 못난 모습을 비춰볼 수 있었습니다'
-라스꼴리니꼬프에게서는 자존심만 쎄고 자신의 지식을 자기합리화에 더 쓰는 모습이, 까째리나에게서는 현실에서 과거의 영화만을 떠드는 그래서 현실을 문제해결이 소원한 모습이, 자식에 대한 철저한 사랑으로 이성적 판단과 행동이 어려운 모습이 나에게도 있고 또 경계해야 할 모습들이라 여겨졌습니다
전 라스꼴리니꼬프가 요즘 젊은 몇몇 학생들같았습니다 똑똑하고 주변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도 있는, 하지만 그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고 그래서 관같은 좁고 지저분한 방에서 영양분 섭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후 행동들은 좀 이해가 가지 않은 요소들이 많았지만 만일 그에게 따뜻한 햇빛과 음식, 그리고 따뜻한 친구들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가정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 순간 우리 주변에 또다른 라스꼴리니꼬프는 없는지 우리는 그냥 그의 나약함을 질책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진공상태5
어제 김혼비 작가님이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소냐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 걸 듣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어제는 생각이 안났는데, 김혼비 작가님께서 예전에 언급하셨던 책 중에 이런 책이 있었습니다. 호불호가 있는 책이라고 하는데, 저는 김혼비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예요.
시크사회가 미국만큼 ‘거대한 용광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미 유 효기간이 만료된 생각이다. 이민자들로 대표되는 인종문제를 포함한 소수자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이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과제이다. 『시크』는 현재 미국에서 록산 게이와 더불어 흑인 지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사회학자 트레시 맥밀런 코텀의 첫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코텀은 여성, 인종, 젠더, 계급, 아름다움, 자본주의의 영역을 넘나들며 소수자들의 날것 그대로
책장 바로가기

진공상태5
어제 그믐밤에서 나왔던 다른 이야기들도 저는 재미가 있었어요. 이방인 이야기, 버닝 이야기 등등 죄와벌에 연결되어 나오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또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더라구요. 늦게까지 열 정을 불살라주신 도박사님들, 다들 너무 멋지셨습니다!

수북강녕
수북강녕에서 열린 '도박사' 1탄은 그야말로 고수들의 판이었습니다 '책방 걸고' 도박판에 나선 저는 탈탈 털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
어떤 인물, 어떤 사건을 소환하더라도 참가자 모두가 해당 내용을 샅샅이 기억하고 곧바로 치열한 토론으로 진입하셔서, 매 페이지를 거의 씹어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성경 탐독과 깊은 신앙에 기반해 집필했다고 알려진 만큼, 기독교적인 해석을 들을 수 있었던 점도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선생님 얼굴의 퍼즐 조각을 맞춰갈 시리즈 책갈피를 드디어 한 장! 얻었네요 밑천을 좀더 확실히 준비해 <악령> 판으로 향해야겠습니다~!

김새섬
도대체 이 야심찬 기획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을 3개월 안에 다 읽자는! 이 어마 무시한 계획!
‘도박사’라는 이름을 처음 생각해 내신 @수북강녕 책방지기님의 꼬드김에 넘어가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안 읽으면 그냥 우리 둘이 읽으면 된다는 책방지기님의 호쾌상쾌한 결단에 3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북강녕
@고쿠라29 '그냥 우리 둘이 읽으면 된다는' →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렸던가요? 읽어 보니 대단히 섬뜩합니다 ㅎㅎ <악령>의 경우 악령들이 함께 해줄 테니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
129분 동안 모임을 진행했지만, 이 또한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기회에 290분의 모임을 열어보면 어떨까요? 원래 도박판은 다리가 저리도록, 허리가 굽도록 앉아 있는 것이 제맛 아니겠습니까? '다음 기회'라고 써두었지만 제가 곧 구체적인 ㅋㅋ 안을 다시 논의드려 보겠습니다 두둥~

김새섬
도스토옙스키 이름만 들어보고 책 한 권 안 읽어본 사람. 많지 않을까?
는 바로 저! 하하하.
그래도 <죄와 벌>은 어떤 청년이 노파를 도끼로 살해한다는 대략적인 줄거리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악령>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전혀 모르고요. <악령>은 영화 <엑소시스트>와 비숫할까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느낌인가 싶습니다만…

김새섬
다른 그믐밤은 제가 스탭과 진행 요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번 그믐밤은 참가자의 한 명으로 저 역시 열심히 읽고 달렸습니다.
그믐밤 당일 방문한 수북강녕 책방 벽에는 도 선생님의 커다란 포스터가 쫘악! 독서 토론을 하다 저게 누구냐며 @작은기적 님은 흠칫 놀라시기도 하셨고요. 계속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에 다소 섬찟했습니다만 원래 도박판은 쫄리는 맛이지요?
@후시딘 모임지기님의 매끄러운 진행에 이끌려 홀린 듯이 저희들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시간 토론이면 그래도 모자라진 않겠지 싶었는데요 역시나 등장인물 캐릭터 좀 나누니 1시간이 이미 훌쩍 @진공상태5 님이 당일에 동대문 러시안 상가까지 직접 출동하셔서 구해오신 러시안 케이크와 과자를 먹으며 출출함을 달래고 2부로 이야기를 넘어갔습니다.
2부에서는 이 책의 다른 제목으로 ‘죄와 벌과 구원’ ‘소냐의 사랑’ ‘불쌍한 사람들’ ‘살인과 8년형’ ‘인간의 조건’ 등등의 제안이 나왔고, 역시나 누구 한 사람 치우침 없이 다양하게 생각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각자의 한줄평을 나누며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본 구원의 의미, 현대 한국의 거주불안과 희한하리만치 비슷한 당시 러시아 시대상, 마광수 교수의 <죄와벌> 칼럼 등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새섬
세상살이에 바빠 죽겠는 월요일 저녁 시간, 부동산 값 오르는 것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이러한 독서모임에 늦은 시간까지 참여하여 죄를 이야기하고 벌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너무나 감사합니다!
온라인 그믐밤에서 끝까지 발제문에 답하며 생각을 나눠주신 온라인 도박사님들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고난의 행군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악령>을 함께 읽으실 분들을 모집하오니 2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

거북별85
ㅎㅎ 적극 동감합니다 왠지 모를 자부심과 뿌듯함은 살아가는데 아주 필요한 요소입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살림살이 고달플때는요~이렇게라도 에너지 충전해야지요
도스토옙스키란 산을 한 중턱 살며서 넘은 듯만 해도 자부심과 뿌듯함이 샘솟네요~~~ 아직은 딸들에게만 사진 보내며 자랑했지만 혹시라도 3작품 모두 성공한다면 아는 지인들에게 다 자랑할까 살며시 행복한 꿈도 꾼답니다
눈앞에 더 큰 파도가 다가오는 기분이군요 <악령>이라는~
음~모두들 <죄와 벌>보다도 어려울거라고 하시던데~^^;;
하지만 겨우겨우라도 넘어선다면 그 뿌듯함은 더 크게 다가오겠지요~
도스토옙스키의 자리를 마련해주신 <그믐>과 <수북강녕>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쓰힘세님 진행의 도스토옙스키의 <악령>
마지막까지 제가 완독에 성공해서 쓰힘세님을 직접 뵙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수북강녕
지난 29일간, 아니 그 이전부터 도박사 1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려요 다음 <악령> 모임에서, 또 그 다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모임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

악령 - 상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장편소설. 성서에 등장하는 돼지 떼에 들린 <악령>들처럼 러시아를 휩쓴 서구의 무신론과 허무주의가 초래한 비극을 러시아의 어느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욕망과 증 오의 까마라조프 제국, 세계문학의 거장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작. 도스또예프스끼의 마지막 장편 소설로, 40여 년에 걸친 작가 창작의 결산으로서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 가운데 가장 심오한 사상적 깊이와 이에 걸맞은 예술적 구조를 구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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