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드디어, 라스꼴리니코프는 살인을 결행하는 ‘다리를 불살라’ 읽는 이들을 빠져나올 수 없는, S골목이 있는 뻬쩨르부르그의 악취 가득한 변두리에 가두어 놓고 말았습니다! 살인의 아직 가시지 않은 피비린내가 느껴지시는지요. 그 열기가 식기 전에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여기서 함께 나눌 질문들은 작가의 의도나 학술적 근거와는 무관하고요, 다만 독서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의도로 정한 것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시고, 그 외에 함께 이야기하고 싶으신 부분을 언급해 주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1.이성과 의지는 계획한 일을 실행하는 동안 계속 사라지지 않고 그에게 남아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계획이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열린책들 p109) 노파를 ‘이’에 비유할 만큼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데요. 주인공의 노파 살해에 대한 라스꼴리니꼬프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2. 살인의 현장으로 함께 가 봅시다. 어설픈 초범은 현장에서 어긋나는 계획에 당황하다가, 예정과 달리 현장에 있던 알료나의 여동생 ‘리자베따’까지 살해하고 맙니다. 긴 소설의 서막에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3. 독서 확인을 위한 깜짝 퀴즈! 라스꼴리니꼬프가 노파 알료나의 살해에 사용한 도구는 무엇일까요?
역시 대가답게 겨우 130p가량을 읽었을 뿐인데 밀도가 높아 계속 곱씹어 읽게 되네요. 1. 라스콜니코프는 전당포 노파를 죽일 계획을 이미 세우고 사전답사까지 했어요. 그가 심적으로 많은 갈등을 느끼긴 했지만요. 대학생과 장교의 이야기, 살인을 저지르러 가는 길의 여러 우연을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합니다. 자신의 범죄의 정당성을 얻으면서 자신을 추동하게 하는거죠. 급기야 범죄가 아니라고 자신을 설득합니다. 스스로 확신을 할 수 없으니 동기를 외부에서 찾는거죠. 악덕한 부자 노파를 죽여 그의 돈으로 가난한 천명을 먹여살린다는 것은 정의롭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고 당연히 생각하는데요, 이 지점에서 저는 '도덕적이다'라는 것과, '정의롭다'는 것의 정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2. 리자베타를 계획에 없이 죽임에 따라 라스콜니코프는 증인을 없애고 완전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신하겠지만, 죄 없는 리자베타를 죽였다는 죄책감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힐 것 같습니다. 3. 살인도구에 관해서, 저는 꿈을 먼저 떠올렸는데요. 라스콜니코프가 살인하기 전에 꾼 꿈에, 연약한 말을 주인이 죽이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채찍으로 때리다 한 번에 죽이겠다며 '도끼'를 들고나와 내리쳤지요. (저는 여기부터 좀 끔찍했습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말을 보고 어린 라스콜니코프가 아버지에게 왜 사람들이 불쌍한 말을 죽이는 거냐고 울부짖자 아버지가 주정뱅이들이 '장난을 치는 거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말이긴 하지만 말을 죽이는데 동조한 사람들이나 말이 죽었는데 주정뱅이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속 저를 불편하게 하더라고요. 라스콜니코프는 꿈은 놀란 만한 현실과의 유사성을 가진다고 했는데요. 이 꿈과 살인사건과 어떤 유사성을 갖는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1. 왜 거의 모든 범죄들이 그렇게 쉽게 발견되고 폭로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거의 모든 범죄자들의 흔적이 그토록 뚜렷이 남게 되는 것일까 -> 제일 중요한 원인은 범죄를 은폐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범죄자 자신에 있다.(이성의 혼미 현상과 의지의 상실 현상이 병처럼 사람을 지배)->그는 자신만큼은 이번 일에서 그런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단정했다. ->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자신의 계획은 <범죄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논리가 섬뜩합니다. 노파에게 혐오스러운 점이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존재 자체를 혐오하며 살인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눈에 혐오스럽게 보이는 사람을 살인한다면, 이 세상에 살아 남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노파가 노약자라는 사실도 주인공의 살해가 정의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악'을 척결하기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하기엔 방어능력이 너무 없는, 만만한 대상을 골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리자베타까지 살해하게 한 소설적 장치에 감탄했습니다. 많이 양보해서 주인공의 논리-노파를 살해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죄없는 리자베타까지 살해한 것은 분명 범죄이니까요. 3. 도끼 - 주인공은 자신만큼은 이번 일에서 그런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단정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 확신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자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주인공이 안타깝습니다. 소설 곳곳에서 감지되는 주인공의 선량한 심성과 궤변에 가까운 논리가 보색 대비를 이루고 있어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없이 잔혹하게 '그 일'을 치른 주인공을 걱정하는 제가 당황스럽네요. 도스토옙스키가 그만큼 인물을 입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주인공을 따라 저도, 제가 모르는 저 자신을 알아가게 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오후 제가 모르는 제 자신을 알아가는 느낌!! 저도 책을 읽으며 저를 많이 돌아보고 있었어요. 주인공처럼 극적이진 않아도 그런 이중적인 자신의 모습에 대해 수없이 변명을 붙이며, 주인공처럼 병적으로 끙끙대는 순간이 꽤 많으니까요.
1. "정신승리 짱이군!" 여기까지 읽고, 이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ㅎㅎ 라스꼴리니꼬프의 살인과 관련해 100~101쪽(열린책들) 대학생과 장교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어요. 우연히 듣게 된 대화였지만 라스꼴리니꼬프에겐 '단단한 정신승리'(단단한 합리화)를 위해 꼭 필요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살인자가 살인을 시도하기 전, 갈등과 번뇌의 흔적 및 단단한 정신승리를 위해 그냥 자기 머릿속에 등장시켰던 인물들을 마치 실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소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엉뚱하고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봤답니다. 물론 답은 애초에 '학생' 쪽으로 정해뒀겠지요. 장교와 학생의 대화는 '사회 악', '단죄', '정의'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끌어내게 했어요. 이어지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살인 행위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던져보고자 했던 질문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노파와 비슷한 사람들 있죠.(못 만나본 분 계실까요? 그렇다면 부럽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쓰레기 같은 뿅뿅', '살 가치도 없는 땡땡'이라고 말하곤 하죠. 하지만 그냥 하는 말들이죠. 진지하게 '살 가치가 없으니 죽여야 한다'는 판단이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것인지는 누가 또 판단을 해주는 것인지 그것에 대한 답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2. 계획에 없던 살인을 더 저지르게 된 것, 그것도 피해자가 아무 죄도 없고('죄'라고 적고나니 갑자기 '죄'의 범주가 과연 어디까지인가 싶은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살해된 집주인이 노예처럼 부리던 배다른 가여운 동생이라는 거.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라스꼴리니꼬프의 죄책감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130쪽까지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노파를 죽인 이야기'가 아니네요.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노파를 죽이고, 노파에게 당하고 살던 노파의 배다른 여동생까지 살해하게 된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가련한 리자베따는 너무 순박하고 학대를 당해 항상 겁에 질려 있었으므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이 대목이 자꾸 생각나서 어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ㅠㅠ (왜 죽였니!!!) 3. 도끼! 굉장히 무서웠어요. ㅠㅠ 이 도구로 살인을 한 이후의 서술도 굉장히 섬뜩합니다... -노파를 살해한 바로 다음 서술 (116쪽) "그녀는 벌써 죽어 있었다. 눈은 마치 튀어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부릅뜬 채, 이마와 얼굴은 온통 주름이 잡혀 경련을 일으키며 일그러져 있었다." -리자베따를 살해하던 장면 서술 (120쪽) "타격은 정확히 두개골에 가해졌다. 도끼날은 금방 윗이마를 지나 거의 정수리까지 그녀의 머리를 쪼개 버렸다."
@쓰힘세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진 않으니까요. 생각과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하늘과 땅차이이고요. 기준에 대한 생각은 초공감합니다! 그걸 누가 정할 수 있을까요. 신? 신이 정한 기준이 있다고 쳐도 그게 맞는 것일지요. 리자베따..ㅠ 이건 라스꼴리니코프를 죄인으로 보다 확실하게 몰아간 작가의 장치라고 생각했거든요. 노파를 죽인건 아리까리 하지만 그 착한 여동생까지 죽였으니, 넌 일단 빼박 처벌이 필요한 살인자야, 뭐 이런거요. ㅠ 맞아요. 저도 도끼 살인장면 묘사한 것... 무슨 현대 호러 추리소설보다 더 소름끼쳤어요. <매핑 도스토옙스키>에서 밤새 도끼를 휘두르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났고요..^^
1.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 이 부분을 읽으면서 딜레마를 느끼게 되네요. 누구에 의해 노파가 혐오스럽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걸까요? 설령 혐오스러운 인물이라도 그 사람을 처단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고 사회의 도움이 안되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일까요?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서 분명 살인은 범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잔혹하게 다른 사람의 해하는 범죄인을 보면서 노파와 같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기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한다고 말하곤 하죠. 말로 수백 번 라스꼴리니코프처럼 살인을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2. ‘리자베따’의 살해는 본능을 보여준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살해로 노파를 죽인 것이 범죄임을 본능적으로 인정한 것 같아요. 자신의 살해를 숨겨 자신을 지키고자한 본능이겠지요.
@mayplay 님이 느끼시는 딜레마를 주인공도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것이 차이인데, 그 차이는 엄청나니까요! 2번 답변! 본능을 보여준 것에 대해선 저는 생각도 못했어요. 범죄와 처벌에 대한 독자의 혼돈을 줄이려는 작가의 장치로만 생각했거든요^^ 앞으로도 다양한 생각 올려주세요~
1. 자신의 계획이 <범죄가 아니라는>생각인 것은 그렇게라도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려는 걸까요?? 101쪽 이 모든 일들이 노파의 돈으로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빼앗은 돈의 도움을 받아 훗날 전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는다면, 그 작은 범죄 하나가 수천가지의 선한 일로 보상될 수는 없는 걸까? 한사람의 생명 덕분에 수천 명의 삶이 파멸과 분열로부터 구원을 얻게 되고 한 사람의 죽음과 수백 명의 생명이 교환되는 셈인데 이건 간단한 계산 아닌가! 그 허약하고 어리석고 사악한 노파의 삶이 사회 전체의 무게에 비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 노파의 삶은 바퀴벌레와 이의 삶보다 나을 것이 없고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하다고 할 수 있어. : 라스꼴리니꼬프 뿐 아니라 이 대학생과 젊은 장교는 어떤 기준에서 노파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이를 정의인양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행태들은 예전의 마녀사냥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그들의 행동이 정의인양 비춰지는데 이러한 집단적 의식이 왜 나타나는지 궁금하네요. 그래서 라스꼴리니코프는 자신이 범죄가 아니라고 여기기까지 하지요. 꿈속에서 집단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암말을 지키려고 하는 라스꼴리니코프의 행동을 보면 그는 약한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인듯 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인듯 합니다. 그런 그가 전당포 노파 살해를 큰 죄의식없이 저지르게 하는 행동의 정당성을 주는 것은 사회의 부패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 이유를 좀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어설픈 초범으로 착한 리자베타까지 살해하는 라스콜리니코프!! 긴 소설의 서막에서 이는 뭔가 계획적이고 정당한 듯 스스로 느끼는 라스꼴리니코프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것임을 알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심판자인듯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부족하고 그들로 인해 더 약한이들이 다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합니다. 3. 정답은 경비실에 놓여 있던 도끼... 도끼란 살해도구는 노파의 살해를 더욱 극적으로 또는 원시적으로 느끼게 하려는 도구일까요? 확실히 일반적인 칼이나 총보다는 더 충격적입니다.
@거북별85 도끼라는 도구가 왠지 본능과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저는 그 살해장면이 너어무 끔찍했습니다. ㅠ
저도 다른 분들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죄와 벌'에서 그 시대의 여성들의 고통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처음에는 최근 몇년동안 페미니즘 적인 비평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서 눈에 띄었나 생각했는데 라스꼴리니꼬프 꿈에서 말을 굳이 '암말'로 등장시키고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살해당하는 사람들마저 모두 여성인 것을 보고 그 시대 여성의 고통이 도스토옙스키가 의도했던 주제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1. 저도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생각이 많은것에 비해 현실적인 생존 능력이 후달리는 편이라 동족혐오가 참을 수 없이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생각이 틀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계시지만 제가 생각한 틀린 이유를 덧붙여 보겠습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술집에서 엿듣게 된 대화가 본인 생각이라고 하는 것으로 비추어, 이 세상에 필요없는 인간을 죽이고 다른 고통받는 인간에게 나누어 주는것을 정의의 실천이라고 생각하는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정의가 실천되지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으며, 정의를 실천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인데 (스마일씨님 말씀처럼 저도 마르멜라도프 부분에서 그가 더이상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중독 때문에 원하지않게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너무 화나고 최악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마르멜라도프를 죽이면 그 가족들이 편해지고 이것도 라스꼴리니꼬프 논리로보면 정의의 실현인데 왜 마르멜라도프에 대해서는 감히 떠올리지도 못하는 생각을 노파에 대해서만 실천하는지, 그리고 수북강녕님 말씀처럼 법학도면 열심히 공부해서 고리대금업을 법적으로 제재하는등의 방법으로 정의실현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텐데 왜 굳이 살인인지) 굳이 노파에 대한 정의를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실천한다는 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라스꼴리니프는 그냥 본인이 돈이 필요했고(마르멜라도프 죽여봤자 돈이 안나오겠죠), 남성이 권력을 남용하는건 얼마든지 참아도 본인보다 약한 여성이 권력을 가지고 휘두르고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이 악랄해보여서(이건 감정적인 문제일 뿐인데 실제로 그 노파가 더 악인이어서 기분 나쁘다고 착각한듯 하네요) 노파라는 대상과 살인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고 쓰힘세님 말씀처럼 정신승리 한 것 같습니다. 2. 노파를 살해하는 것이 사실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돈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정의의 실현이 진정한 목적이었다면 리자베따는 죽여서는 안되는데 본인의 안위에 위협이 되자, 모든것에감사님이 언급하신 일말의 공리주의적 계산도 하지않고 죽여버리죠. 3. 도끼입니다.
늦게 읽기 시작하여 오늘 완독을 목표로 하며 중간중간 내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ㅜ 늦었지만 이제서야 답글을 다네요. 1. 비유가 정확할진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외투가 필요해서 보는 중에,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좋은 외투가 너무 갖고 싶었지만, 그걸 사면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굶주려야했기에 갖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나간 아울렛 매장에서 할인을 했고, 할인을 했음에도 오랜 시간을 굶주려야 하지만 얼떨결에 사버린 상황> 당연히 생사를 넘나들고 흉악한 범죄와 비교하기엔 다르지만, 점차적으로 합리화를 하면서도 이성의 끈을 잡고 고민하던 라스꼴리니코프를 범죄로 이끈 것을 계속된 우연들이 아니었을까요? 노파를 '이'에 비유할만큼 합리화를 하며 범죄를 정당화했지만, 동생이 집을 비운다는 소식이 없었더라면 실행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라스꼴리니코프에 대한 이해인만큼, 살인이라는 행동이 정당화되는건 아닙니다!) 2. 1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데 그로 인해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이라는 타이슨의 명대사가 생각이 나는데요 (...) 단기든 장기든 가지고 있던 계획이 주변의 상황에 의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이 꼬여갈 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3. 산독기 독기야 어디를 가느냐! 상권을 정리해야 하는 날에 급급하게 읽고 있노라니 역시 나는 어쩔 수 없는 P인건가 생각했는데, 이거 마치 라스꼴리니코프의 합리화 같아서ㅜ 어떤 우연이 발생하더라도 오늘 책을 꼭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응원해주세요..!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아직 읽기 시작못했는데 열심히 읽어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데 사건은 벌어졌고, 그래서 뒷 부분의 결말이 어떻게 될 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라스콜리니꼬프의 혼란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 중입니다. 어려워요. @후시딘 님의 질문,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해봅니다. 결국 주인공이 정신 무장했던 합리화에 대해서요. 이성과 의지 하에 이 모든 것을 행한다면 , 그것은 범죄가 아니라는 나름의 사고로 합리화하고 있었지만 결국 살인으로 가는 요소 요소를 설명할 때 뜻밖의 상황, 우연들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우발적으로 노파의 여동생까지 죽이고 마지막에 전당포의 문도 열려 있려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구요. 그렇다면 뭐지? 결국 이성과 의지적 통제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되는 것인가? 자기 모순 속에서 스스로 범죄를 인정하게 된다는 그런 결말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마지막의 전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지금 드는 나름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이 책이 의외로 잘 읽히는데 머리는 아프네요. ㅎㅎ 함께 읽으며 완독하기를 바래봅니다 ^^
머리 아프고 답답하며 잘 읽히죠ㅎㅎ 아주 묘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의 편지에서 아주 욕이 막 발사되고요. 긴 소설에서도 요소들의 크고 작은 디테일에 신경쓴 작가를 보며 역시 거장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요, 끝까지 재밌게 읽으시길요~
@후시딘 크고 작은 디테일, 무딘 제 눈에도 그런 것들이 조금씩 보여서 괜히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옙스키' 하는 게 아니구나, 감탄하며 읽고 있습니다.
@마인드풀 님의 댓글에서 '우연'이라는 낱말이 눈에 띕니다. 총체로서의 현상을 파악하는 우리의 판단은 언제나 무언가를 놓칠 수밖에 없고, 때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행위가 가장 소중한 것을 망가뜨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후시딘 질문은 한꺼번에 답하지 않고 생각해 보면서 천천히 달아보겠습니다. 1.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라는 가정부터가 전 궁금합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 는 명제가 얼핏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국가는 사형집행을 통해 어떤 이들을 '합법적으로' 죽이고 있지요. 라스꼴리니꼬프는 '어떤' 사람은 죽여도 된다 는 입장이고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용인하고 있지 않나요? 다만 그의 경우 사회적 합의나 일치의 과정 없이 본인 혼자 독단적으로 저 노파는 죽어 마땅하다. 저런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라고 결론내리고 있어 위험하긴 하지만 일단 이 명제 자체가 그른 것일까, 이 점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고쿠라29 아,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위인으로 칭송되는 수많은 전쟁 영웅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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