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콜린 씨의 일일] 미리 읽기 모임

D-29
184쪽,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일자리 시장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기술, 중간 임금 일자리는 사라졌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평생 한 회사에서 일하며, 은퇴 시기에 맞춰 연금을 받는 삶은 동화 같은 일이 되었다.] 미국, 한국, 세계 모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지요. 덕분에 저개발국가에 신흥 중산층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는 지구적으로는 좋은 일인 걸까요?
184쪽, [“개인 항공기를 소유할 정도의 부를 거머쥔 기술전문가거나,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는 바텐더로 살아가는 거죠. 모 아니면 도입니다. 수학 실력을 쌓거나, 좋은 마르가리타를 따르는 기술을 배워야 하는 세상입니다.”]
190~191쪽, [이젠 자식은 돈 먹는 하마다. 아기들을 보면 달러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 애를 키우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좋은 대학에 보내고, 근면함이나 성실함과 같은 직업윤리를 가르치며, 삶에 대한 열정을 갖고 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직업윤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느 정도 자본이 필요하다. 자식에게 물려줄 자본이 있다면, 자식이 부모만 믿고 사고를 치지 않도록(마약을 복용해서 재활센터에 입소해 부모 속을 썩이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콜린 작가님의 이런 생각들이 좋습니다. 예리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통찰의 단편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책도 구루들의 속마음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요. 크게 보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는구나. 대단하구나, 혹은 그들도 사람이라 어떤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이런 의식의 흐름이 뒤에서 한데 모아져 커다란 한 덩어리 통찰로 제시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읽는 사람 간질간질하게 노련하게 이야기를 잘 쌓아올리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매력적인 파편과 어떤 분위기를 묘사하는 걸로 마치는지.
한껏 기대하자면 단순히 경기나 경제상황 뿐 아니라 민주주의, 현대 사회에 대한 묵직한 진단도 나올 법한 진행인데요.
207쪽, [그녀는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혼자서만 마스크를 낀 모습이 괴짜처럼 보이지만, 중국에 있는 가족이 바이러스가 사방에 널려 있으니 예방을 철저히 하라고 일러두었다고 한다.]
212쪽, [“그렇죠.” 랍비가 대답했다.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요. 제가 확인한 몇몇 아시아 블로그에서는 코로나가 에볼라보다 훨씬 더 빨리 퍼진다고 말합니다.” “그럼 채권이 강세를 띠게 된다는 건가?” “네. 채권금리가 반등할 거라 봅니다. 대부분의 자산군에서 아시아는 취약해질 것이고요. 앞으로 2주가 중요합니다. 바이러스가 유럽이나 미국으로 퍼지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게 될 테니까요. 그게 핵심입니다.”] 매크로 트레이더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숨에 알게 됩니다.
218쪽, 거물 트레이더를 ‘빅 스윙잉 딕’이라고 부르는군요. 왜 그렇게 부르는지 너무 알 거 같아서 웃음이 나네요. 덜렁덜렁...
219쪽, [여기가 바로 이 멍청이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곳이다. 한 무리의 젊은 애송이들이 불법 텔레마케팅 사무실 같은데 모여서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고, 새 화폐로 채권을 모조리 사들이고 있다. 이들이 바로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들이다.]
계속해서 219쪽,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때는 사는 게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성실하고 약간의 행운만 있다면 타고난 신분을 바꿀 수 있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고 신분과 계층의 유연함이 어느 정도 허용되던 시절이었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더 명확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젊은 청년들이 ‘키친’에 앉아서, 화폐를 만들고, 더 많은 채권을 매수한다. 밥그릇을 한 번에 다 가져가는 격이랄까. 그 결과 중산층이 싹 다 사라질 것 같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프라미스드 랜드〉도 찾아서 들었습니다. 역시 콜린 작가님이랑 저는 음악은 안 맞는 걸로. 컨트리 음악 느낌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저도 좋아합니다.
디지털 화폐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얼마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현역 기자들을 상대로 논픽션 단행본 쓰기 강연을 했어요. 신문시장은 사양이니 갈고 닦은 취재 실력 살려서 학자가 없는 영역에서 논픽션 단행본을 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강연 끝에는 당연하게도 ‘좋은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나왔고 저는 좀 버벅거렸습니다. 지금 드는 생각인데, 루나 폭락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깊숙이 취재해서 책으로 남기면 정말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거 같습니다.
"신문시장은 사양이니 갈고 닦은 취재 실력 살려서 학자가 없는 영역에서 논픽션 단행본을 쓰라는"이 너무 슬프게 들리네요... 눈물의 사양친구.... 가상화폐는 정말 르포로 깊게 파볼만하다 봅니다. 외람된 경험이지만 2019년에 코스모체인이라는 가상화폐가 코인원에 상장됐었는데요, 코스모체인 프로젝트진들은 상장된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이에 '납치상장'이 아니냐 하는 기사가 나왔었는데, 코인원 대표가 한심하다는 듯 '탈중앙화도 모르냐 공부 더 하고 와라' 투로 페북에 글을 썼었거든요. 저는 진짜 공부를 안한 때라 그랬는지, 저게 이해가 안 됐고 지금도 이해가 안 됩니다. 얼리어답터 특유의 선민의식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투기일거면서 자꾸 투자로 포장하는 느낌? 결국 코스모체인은 한탕주의 하다가 상장폐지됐구요. 이번 루나 사태가 이런 '그들만의 블록체인'의 암적인 면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았습니다. 루나는 규모만큼이나 이해관계도 넓으니 파면 좋을 것 같은데요, 책으로 나와도 재밌겠어요. 물색해봐야겠습니다 ㅎ_ㅎ
눈물의 사양 친구... ㅠ.ㅠ 언론계에서 출판계로 이직한 저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일까요.
코스모체인은 처음 들어봅니다. 제가 워낙 무지해서... 그런데 루나 사태 관련은 아니지만 혹시 생각 있으시면 이 분을 필자로 섭외해서 경험을 책으로 쓰시게 하면 어떨까요? (그냥 막 던져보는 아이디어입니다.) 신문기자 출신이니 기본 필력은 있고, 사실 책도 몇 권 낸 분입니다. 제 언론계 입사 동기로, 매우 성실하고 유능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해요. 암호화폐에 대한 철학도 있으신 거 같고요.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524/107086312/1
227쪽, [시장이 붕괴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매크로 트레이더들조차 이렇게 받아들였군요. 이때부터 진짜 불장이 시작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어째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다룬 논픽션도 딱히 기억나는 게 없는데... 영화 《국가부도의 날》만 생각나고요. 아무리 한국 논픽션 시장이 작다지만, 설마 아무도 안 쓴 걸까요? 제가 모르는 거겠죠?
247쪽, [폭력사건도 빈번하다. 폭력을 자율 예술의 한 형태로 미화하는 듯하다.] 야, 시니컬하십니다.
계속해서 247쪽, [양적완화가 몇 차례 더 진행되면, 중산층의 존립은 위태해질 것이다.]
코로나 초창기 미국의 묘사가 눈길을 끕니다. 황당했군요. 248쪽, [“대표님, ATM 기계에서 현금을 찾을 수 없답니다.”] 249쪽, [그는 운 좋게도 중국의 지인을 통해 N95 마스크 한 상자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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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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