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콜린 씨의 일일] 미리 읽기 모임

D-29
156쪽, 갑자기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보니 반갑네요. 내용은 별로 반가운 얘기는 아니지만.
162~163쪽, [다들 워낙 부유한 사람들이어서인지 굳이 부를 과시하려 하기보다는 나름의 절제미도 있었다. 굳이 졸부처럼 돈 자랑을 할 필요가 없다. 인생에서 돈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뉘앙스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단, 이들은 맛집을 발견하면 자주 가서 먹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그 식당을 사버린다.]
2장까지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상 정리해봅니다. 양적완화는 무책임한 정책이었고, 그로 인해 중산층은 붕괴되었으며, 부유층은 어마어마한 초부유층이 되었다는 주장에 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알못이라 제 의견이 별 의미가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불경기를 겪으며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했다’는 말은 다소 두렵게 들립니다. 지금 불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더 그런 기분이 드네요.
양적완화를 쓰지 않았을 때 벌어졌을 상황 역시 ‘가보지 않은 길’이잖습니까? 어느 길로 갔건 부작용이 있었을 텐데, 지금 이 길이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불경기를 제대로 겪었다면 부유층은 조금 재산이 감소했을 거고, 중산층은 재산은 감소했겠지만 지금처럼 전반적으로 붕괴의 길에 접어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그야말로 극심한 타격을 입지 않았을까요.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그보다 다소 형편이 나은 중산층을 무너뜨리고 부유층에게는 특혜를 줘도 되는 걸까? 만만치 않은 도덕적 질문입니다. 저는 21세기 자본주의 국가들이 충분히 고민은 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 길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가장 큰 이익을 거둔 것은 부유층이고, 아주 불쾌한 진단인지 모르겠지만 저소득층도 나쁘지 않은 기간이었고, 중산층이 희생자였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이렇게 쓰면 ‘계층간 갈라치기를 하려는 거냐’는 비판을 하실 분들 얼굴도 떠오릅니다.
책도 벌써 3분의 1 정도 읽은 셈인데, 뒤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언급이 있을지 계속 잘 읽어보겠습니다. 오늘 중 완독하는 게 목표입니다.
143쪽, [트레이딩 데스크는 프라이버시가 없도록 설계됐다. 모든 이들이 모든 대화를 듣고 다른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된다. 이렇게 가까이에 붙어 있어도 괜찮다고 느낄 만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소속감을 제대로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긴장과 두려움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이곳의 숨은 의도는 후자일 것이다. 제대로 일해보기도 전에 과감히 잘릴 수 있는, 그런 살벌한 곳이다.] 기자실이 좀 이런 분위기입니다. 신문사 편집국도 그렇고.
153쪽, [“이 모든 상황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제리가 물었다. “글쎄, 일본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 답이 나올 거야.” 내가 답했다. “일본은 이 모든 실험을 진작에 시작했지만, 시간을 질질 끌어왔지. 지금 상황이 어떤지 보라고. 완전히 최악이지. 저성장, 제로 금리, 좀비 기업들, 그리고 일본은행의 대규모 대차대조표 등등. 경제가 늪에 빠져 있어. 양적완화를 더 많이 할수록, 경제는 더 약해진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그런데 일본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양적완화가 근본 원인입니까, 아니면 양적완화 아래 더 깊은 원인이 따로 있습니까? 근본 원인이 따로 있다면 인구구조 변화입니까, 아니면 변화에 적응하는 태도나 국가의 기운 같은 차원의 문제입니까?
양적완화(아베노믹스)가 잃어버린 X0년을 커버하기 위한 필살기로 등장했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긴 하더라구요. 최근 기사를 보면 '양적완화 폭탄돌리기'가 끝물에 다다른 전 세계의 흐름에 맞게(?)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정책이었다는 평이 있네요. “아베노믹스는 결국 속임수였다“...‘日 최악의 정책’ 커지는 비난 [김태균의 J로그]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519500053&wlog_tag3=naver 사실 우리도 잃어버린 X0년 시초처럼 자산 가격이 너무 뻥튀기된 터라 일본의 전철을 밝지는 않을지 걱정이...
164쪽, [2010년대와 1920년대를 비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1920년대는 그 끝이 ‘대공황’이라는 몰락이었기 때문이다.] 아휴, 작가님. 무섭게시리 그런 말씀을...
165쪽, [2019년은 비현실적인 허황된 상황을 마침내 다들 인정하고 수용해버린 한 해였던 것 같다. 중앙은행에 반격하지 않고, 유동성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며, 주어진 분위기 속에서 괜히 나대지 않고, 공격성을 버리고 칼을 내려놓고, 현실을 즐기자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는 이 빌어먹을 상황을 진심으로 즐겼다.] 아니, 저는 너무 늦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바람에 못 즐겼습니다...
166쪽, [2010년대는 1850년 이후 미국에 경기 침체가 처음으로 전무했던 10년이었다. 그렇다면 그 대가는 언제 치러질 것인가?] 무섭게시리... 2
179쪽, [“여기 한심하게 앉아 있는 머저리들 좀 보세요.”] 물론 랍비가 주변 사람들을 가리키며 한 말이지만, 매크로 트레이더들이 보통 사람들을 이렇게 깔보는 시각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워낙 큰돈을 굴리는데다 세계가 큰 틀에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자신들은 남들보다 깊이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있지 않을까요.
하다못해 저도 가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사람 도대체 신문을 읽기는 할까? 자기 주변 밖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사소한 우월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181쪽, [나는 직장 생활 초기에 상사로부터 좋은 교훈을 얻었다. 당시 중동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와 시장의 반응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그는 나처럼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이 일로 밥벌이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쪽 지역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건 시장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아. 어차피 그런 일은 4000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184쪽,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일자리 시장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기술, 중간 임금 일자리는 사라졌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평생 한 회사에서 일하며, 은퇴 시기에 맞춰 연금을 받는 삶은 동화 같은 일이 되었다.] 미국, 한국, 세계 모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일이지요. 덕분에 저개발국가에 신흥 중산층이 많이 생겨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는 지구적으로는 좋은 일인 걸까요?
184쪽, [“개인 항공기를 소유할 정도의 부를 거머쥔 기술전문가거나,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는 바텐더로 살아가는 거죠. 모 아니면 도입니다. 수학 실력을 쌓거나, 좋은 마르가리타를 따르는 기술을 배워야 하는 세상입니다.”]
190~191쪽, [이젠 자식은 돈 먹는 하마다. 아기들을 보면 달러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 애를 키우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좋은 대학에 보내고, 근면함이나 성실함과 같은 직업윤리를 가르치며, 삶에 대한 열정을 갖고 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직업윤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어느 정도 자본이 필요하다. 자식에게 물려줄 자본이 있다면, 자식이 부모만 믿고 사고를 치지 않도록(마약을 복용해서 재활센터에 입소해 부모 속을 썩이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콜린 작가님의 이런 생각들이 좋습니다. 예리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통찰의 단편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책도 구루들의 속마음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요. 크게 보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는구나. 대단하구나, 혹은 그들도 사람이라 어떤 문제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이런 의식의 흐름이 뒤에서 한데 모아져 커다란 한 덩어리 통찰로 제시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읽는 사람 간질간질하게 노련하게 이야기를 잘 쌓아올리는 건지, 아니면 이렇게 매력적인 파편과 어떤 분위기를 묘사하는 걸로 마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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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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