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츠발 독서모임, 9회차: <떨림과 울림> 김상욱 저

D-29
성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 <8(에이츠)>에서 파생된 독서모임입니다. 9회차 도서는 김상욱 저, <떨림과 울림>입니다. 정해진 기간까지 책을 완독하신 후 해당 모임에 감상을 남겨주세요. 감상에 정해진 분량은 없으며 타인의 감상에 대해 피드백을 다는 것 역시 자유입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곁들인 자료가 있으면 톡방이나 그믐을 통해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간 내로 감상을 올리지 못하신 분은 다른 책에 대한 100자 평을 에이츠에 남겨주셔야 합니다. 중간 점검은 기간 중 불시에 시행되며, 진도가 가장 빠른 분은 선정 도서 추가 or 책에 대한 발제가 가능합니다. 모임에 대한 피드백은 카카오톡을 통해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 회차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굉장히 힘들게 읽었다. 매 순간순간이 시험 같았다. 첫 페이지에 독일의 조명에 대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쉽게 읽힐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언뜻 과학자의 일화와 SF영화를 화두로 던지며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쏟아지는 과학 지식에 눈앞이 혼미해졌다. 행렬역학이 뭐..뭐요? 완독한 직후 다시 읽었다. 재독한 감상은...나는 물리학자라는 인간의 종을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문과임을 실감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여러가지 의미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전자 파트. 인간이 한번 숨을 쉴 때마다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아보가르드수의 전자가 들어있다고 한다. 아보가드로수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의 전자들은 모두 완전히 똑같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양념과 후라이드 중 어떤 치킨을 먹을지 동전으로 고르는 문단에서, 갑자기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때 배운 수학 문제가 생각났다. 피자를 나누는 방법, 소금물의 농도를 구하는 방법... 저 그냥 치킨 안 먹을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딘가 낭만적이다.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경우의 수는 세 가지뿐이다. ...구분 불가능한 동전을 던지면 양념치킨을 먹게 될 확률이 더 크다. 사랑을 고백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양자 동전을 던져보라. 같은 면이 나오면 고백하는 걸로.> 사진과 함께 몇 개의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도 좋았다. 끊임없는 고통받다가도 개비스콘을 먹은 것처럼 잠시 기분이 나아졌다. 아래는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며,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구가 우리를 버리면 우리는 멸종되거나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인터스텔라의 진짜 주인공은 블랙홀이 아니라 지구다. 영화는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지구가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다.> 종교나 철학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모순 없이 설명하려 드는 것에 비해, 과학은 오로지 증거에 입각하여 결론을 내리는 학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고 과학과 더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진 않다. 하지만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평생 읽지 않았을 책을 읽는 건 소중한 경험이다. 여담으로 알쓸신잡을 봐서인지 읽는 내내 저자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마치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검색하다가 저자의 다른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발견했는데 부제가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이라고 한다. 부제를 보는 순간 흥미가 생겼다. 셀프고문일 수도 있지만 한번 읽어볼까 한다.
안녕하세요 완독하긴 하였지만 책 내용을 설명하라고 하면 고장날 것 같은 뼈문과입니다 사실 프롤로그의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부터 고장이 나서, 나머지를 어떻게 읽었는진 모르겠지만 정신차려보니 책이 끝나있었고 물리학이란 참 신비로운? 거구나 라는 초등학생의 방학 일기적인 감상만 남게 되었습니다 위에도 적었듯 저는 심각한 뼈문과이기에 학창시절 이과 과목에게 사랑받지 못하였는데 물리학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예전부터 물리학은 낭만적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괜한 호기심에 기웃거려보긴 하였으나 무언가의 개념을 학문적으로 이해하려 드니 어김없이 고장이 나서 존재...존재란 뭐지? 하는 개미지옥 같은 물음에 빠져버립니다 비단 물리학 뿐만이 아니라, 철학도 그렇고 무언가를 개념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대단한 것 같아요 세상을 좀 더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존경스럽습니다 공부를 하면 세상을 이해하는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표현을 얼핏 보았는데 아직도 이 세상엔 배울 것이 많고 임종 전까지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드네요 이번 책도 독서 모임이 아니었으면 접하지 않았을 부류이기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책은 제가 이해했냐 이해 못했냐를 떠나 인문학적 관점에서 씌여져 물리학만으로보면 쉽고 재밌게 서술된 것 같기에 용기를 내서 다른 물리학 책(이지난이도)에도 도전해볼까 싶어요
한줄감상: 두번은 읽어야 하는 과학서 하지만 내겐 샹냥하지 않은. 끝난 후 읽어냈다...!하며 스스로를 칭찬하게 되는 책 이과, 다시말해 과학에 대한 지식을 기초교양의 한 방울 정도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내용 이해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책이다.사실 지금도 어렵다. 독서 속도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이해의 난이도 외에 또 한가지가 있었다. 생소한 개념이 나오면 찾아서 대략적이나마 읽어본 후 다음으로 넘어가게 되니 그만큼 시간이 걸린 것이다.(나중에 이 감상을 다시 읽을 내게: 어차피 이해 못하니 그냥 봐) 초반부에서 한가지 매우 크게 다가온 내용이 있다.죽음은 원자가 흩어지는 것 뿐이니 불멸하다는 것.단절이 아닌 주변의 원자들에 섞여있는 거라면 내 멍멍이도 옆에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까. 이 부분이 많이 위로가 되어주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거 진짜 교양서인가 하는 의심이 조금씩 생겨왔다. '대중'교양서 는 아니지 싶다. 마치 전공교양의 필독서같은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것이... 기초지식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었을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두번째로 들었다. 각 챕터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짧은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이쪽이 현재 내 수준에 맞는 설명인가,싶었다. 이 페이지들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찾아보려 한다.특히 보르헤스의 소설은 필수로. 티비를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알쓸신잡에 출연한 분이시라고 한다. 혹시 방송중에 이런 내용을 쉽게 언급한 부분이 있을까? 저 프로그램을 찾아보아야 할 이유가 늘었다.
저자의 강연 영상을 예전에 몇 번 본 적 있는데 생소한 주제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셔서 이번 책도 그렇겠지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실제로 프롤로그만 읽었을때 인간은 주변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존재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서 기대를 했으나 그 후에는... 글을 읽고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 전혀 뇌에 박히지 않아서 고생했었다. 사실 한 번 완독을 한 후 다시 꼼꼼히 읽어보면 더 잘 읽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시간상의 한계로 재독을 하지 못해서 더 아쉬웠다. 다만 그럼에도 물리학 책중에서는 쉽고 인문학적으로 써진 책은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라도 다시 한 번 읽어볼 마음은 있다. 언젠가는 이 책을 재밌게 읽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새삼 인간이 우주에 존재한 건 아주 찰나의 시간일 뿐이며 그 짧은 시간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물리학이나 과학 전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건 아주 잠시일 뿐인데 어느덧 이만큼이나 알아가게 됐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인간이 빛에 대해 알게 된 게 불과 150년 전이라는데 그렇다면 또 150년쯤 후의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얼마나 더 많은 지식들을 알게 될 지 궁금해진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모든게 인간의 논리로 설명이 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과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전부 사실이 맞긴 할까, 라는 의심도 드는 걸 보니 결국 아무리 공부를 계속 해도 영원히 이 세상은 인간들에게 미지의 존재로 남아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이 그러니 내가 살아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계속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동기부여로도 이어지기도 한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기초가 되길 기원한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니까.>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책을 정말 어렵게 읽어냈다. 다시 한 번 읽었는데도 여전히 아리송한 내용들이 많았다. 제대로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모르는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 들어 흥미진진했다. 물리학은 이런 시선에서 세상을 보는구나! 라며 즐거워하면서 읽었다. 책의 구성은 현대 물리학을 기준으로 중요한 몇 가지의 주제를 나열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1부는 존재, 2부는 해석, 3부는 관계, 4부는 세계관(?) 에 대해서 다룬다고 나름대로 이해했지만, 사실 각 챕터의 내용을 보면 그렇게 각 부의 주제에 응집력 있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렇다보니 이번 후기는 책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는 것보다는, 나에게 의미있게 와닿았던 몇가지 챕터에 대해 적는 형식이 될 것 같다. 앞선 문단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을 통해 물리학자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뉴턴 역학은 인과율로서, 해밀턴 역학은 최소작용으로, 양자역학은 확률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뉴턴 역학과 해밀턴 역학은 서로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내놓는 결론은 똑같기 때문에 둘 다 유용한 관점이라는 것도. 통계물리는 물리적 현상을 통계학적으로 바라보고, 응집물리는 가장 작은 원자에서부터 시작해서 세상 만물의 형성 원리를 바라본다는 것도. 물리학에도 정말 다양한 세계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또 한 가지 깨달았던 점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면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은 말들도 수학으로는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자는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말은 글로 아무리 써 봐도 이해할 수 없지만,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으로 쓰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된다. 처음에 읽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김상욱 교수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게 아닌게 싶을 정도다. 학생 때 이 책을 알았다면 좀 더 수학을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물리학을 기술하기 위한 언어로 수학을 사용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의무교육 기간동안 뉴턴 역학만 주구장창 배워 왔기 때문일까, 나에게 물리학은 절대적인 법칙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인상이었다. 양자역학이 예외적인 케이스랄까?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물리학이 불확실한 학문이라는 태도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이런 뉘앙스가 조금 불편했다. 물리학은 우리가 사는 불확실한 세상을 수학적 언어로 완벽하게 표현하는 학문이 아니었나? 이 복잡한 세상에 확실한 거 하나만은 있다고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에서의 불확실성은 '아무것도 모른다'가 아니라, '우리는 어느 정도는 안다. 하지만 우리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에 가까움을 이해하게 됐다. 카오스를 설명한 챕터에서 특히 와닿았다. 비선형이라는 특징 때문에 우리 세상을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확률적인 경향성은 예측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완전히 불가해한 어떤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는 '환원 대 창발' 논쟁에서도 이어진다.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환원주의'를 많이 떠올린다. 모든 것은 원자로 표현할 수 있고, 사실 그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고... 와 같은. 이런 사실로부터 과학자가 아닌 대중들 중에서는 인간도 전자의 모임일 뿐이고 이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허무주의적인 태도를 끌어내는 사람들도 있다(이런걸 자연주의의 오류라고 하던가?) 하지만 저자는 환원주의로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창발주의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입장이라고 역설한다. 과학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과학의 불확실성은 우리가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적인 삶도 반대로 모든 것이 정해져있지 않다는 막연한 공포와 불안에 잠식되는 삶도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오히려 과학의 불확실성은 우리가 어떤 입장이든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입장이든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저자가 어떻게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과 자유를 느끼며 살아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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