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읽기클럽 )1.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D-29
매월 그 달에 발간된 신간을 하나 정해서 읽고 읽은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 책은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세계는 계속된디> 입니다.
첫 책으로 선정한 <세계는 계속된다>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소설집입니다. 첫 편 <서 있는 헤맴>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호불호가 강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 하는 울림이 있었습니다. 마침표가 단 하나도 없이 완결된 소설쓰기 자체가 '서 있는 헤맴'이라는 제목과 맞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좀 더 전문적으로 문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좀 더 다른 해석이 있을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 첫 번째 소설의 첫 문장부터 저는 매료되었습니다. 늘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그 자리에서 맴도는 어떤 사람은 다 우리들 모습이 아닐런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Krasznahorkai László)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태어났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1987년 독일에 유학했다.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몽골, 일본,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201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했다. 2018년 《세상은 계속된다》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또 한 번 이름을 올렸다. @물병자리지니 님 덕분에 모르던 작가님을 한 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 읽어보는 작가입니다. 작가 정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밑줄 긋기] ... 그는 자신의 생김새와 그들 생김새의 차이를 찾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가고 운명이 그를 데려가 점점 더 많은 이런 똑같은 복제품들과 마주치게 되자, 그들의 여행 가방이 같고, 구부정한 등이 같으며, 모든 것이 같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서 있는 헤맴> p. 17. ... 모든 개인이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은 그림자 속에서 괴로워하며 살아가다 마침내 슬프고도 일시적으로만 자명한 목표를 획득했을 때만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여겨진다. 그 목표란 바로 망각이다. <잊고 싶다> p.29. ...내가 맞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내가 그저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저 신선한 새벽 공기를 뚫고 계속 걸어간다면, 나는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속도에 관하여> p.27.
소설책 읽다가 reference 만들 각 입니다. 읽다 보니 이 소설은 니체에 관한 지식이 있으면 조금 더 잘 들어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늦어도, 토리노에서는>을 읽다가 니체의 말 사건은 사실인가 아닌가를 찾게 되었고, 찾다 보니 위키에서 말을 끌어안고 운 것과 그것이 매독으로 인한 병증이었다고 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까지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니체의 책을 찾게 되었고, <니체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찾았는데 이 책에 관한 서평을 뒤지다가 사실 니체에 관한 책 중에 리뷰가 많은 책은 다른 저자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The philoshophy of Friedrich Nietzsche 라는 원서에 걸려 들어온 Julian Young의 <Friedrich Nietzsche: A Philosophical Biography>에 대한 다른 서평을 읽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은 이 쪽 책 한 권을 읽기로 했다는. [밑줄 긋기] 그러다 보니 <아무리 늦어도, 토리노에서는> 에서 눈에 띄는 문구는 "자유의 우울한 권한에는 법을 깰 자유도 따라온다."(p.40)가 되었습니다.
앗, 니체입니까?
@진공상태5 그냥 제 의견일뿐입니다. 일천한 지식으로 영원회귀 뭐 이런게 떠올라서요.^^ 잘 읽고 계신가요? 좀 충실한 해제가 붙어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맞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내가 그저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저 신선한 새벽 공기를 뚫고 계속 걸어간다면, 나는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언젠가 생각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걸어간다면 그 길위에서 만날 사람들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없겠다.. 이런거였어요. 왠지 뭔가가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았습니다. @물병자리지니
@물병자리지니 아, '영원회귀' 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밀린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떠오릅니다. / 채사장도 생각이 나구요.. ^^
@진공상태5 저도 쿤데라의 그 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너무 오래 전에 읽었네요. 다음에 한 번 같이 다시 읽기 해봐도 좋을 것 같네요.^^
같이 읽기 시작하시면,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영겁회귀'(永劫回歸, Ewige Wiederkunft). '영원회귀'라고도 부른다. 더 정확하게는 'The Eternal Recurrence of the Same'. 즉,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것. 영원 회귀(永遠回歸, 독일어: ewig wiederkehren)또는 동일한 것의 영원 회귀(Ewige Wiederkunft des Gleichen)는 니체 철학에서 볼 수 있는 근본 사상이자 모든 존재와 에너지가 반복되어 왔으며, 무한한 시간을 가로질러 무한한 횟수로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개념이다.
2/2. 표제작 <세계는 계속된다>를 읽고 나니 '아포칼립스의 대가'라는 손택의 말이 살짝 이해될 듯. 9.11 때 나는 뭘 하고 있었나? 생각해봤지만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다만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충격 속에 있었던 것 만큼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작가가 자신의 언어로 이 엄청난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표현할 수 없어 하는 심정이 와 닿았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모든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 에피메테우스의 후손답게 무력한 존재이고, 바뀌고 흘러가는 세계 속에서 그냥 우왕좌왕 하다 소멸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밑줄 긋기] 우리는 오로지 사실 이후에 되돌아보고 그것의 도래만 인식할 수 있었고, 인식할 수 있어서, 우리가 그것이 도착했음을 다시 깨닫는 시점에는 이미 여기 와 있고, 늘 대비도 못한 우리를 찾아오는데, 그래도 우리는 그것이 오고 있음을, 그것이 임시로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하니.... p.44 <세계는 계속된다.>
2/6 <보편적 테세우스>는 이 소설집 중에서 가장 분량이 긴 소설입니다.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지만 분량은 길어도 딱히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감금된 채 우울과 반란, 그리고 소유에 대한 강연을 강요받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대부분의 내용은 남자의 강연입니다. 내용을 요약할 수는 없지만 강연 내용 중에 가끔 아! 하고 생각을 깨우는 구절들이 등장합니다. 우울은 익숙하지만 삶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절대 소진되지 않는 연민과 개인적인 고통이라는 착각, 그리고 사랑이라는 세 가지 근원으로부터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기차 플랫폼에서 방뇨하는 부랑인의 이야기로 풀어낸 반란에 대해서는 그에게 금지되었던 것이 '거울과 플랫폼의 1.5미터'가 아니라 전체 플랫폼, 계단, 거리, 건물, 지상과 지하에 있는 그 모든 것이었다는 진술과 함께 영원히 출입을 금지하는 어떤 지점으로서의 영속하는 세계의 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지막 소유는 실제로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분의 소설은 어렵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서 좋습니다. 단,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 친구들이 많이 모여준다면 좋을 것 같은데 결국 개인적인 기록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래도 스토리가 탄탄한 소설과 달리 이런 몽롱한 소설도 좋네요.^^ 그런데 제목이 왜 '보편적 테세우스'일까요? 테세우스가 신화의 그 영웅이라면 제목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밑줄 긋기] p.56. 어쨌든 이 마을의 주민들도 인간 본성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생긴 증오의 밀물 속에서 인류가 자기를 파괴한다는 것을 모두가 확신하는 세계에 살고 있었으니까요. p.68. 하지만 지속적이고 가장 심오한 우울은 사랑에서 솟아난 것입니다. p.90. 제 눈이 이 추적과 도주에서 본 것은 선은 절대로 악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선과 악의 간극으로 거기에는 그 어떤 희망도 없으니까요. p.130. 오가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태도로 똑바로 앞을 보는 게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게걸음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예외 없이, 몸을 비틀어 상점 진열장을 곁눈질로 바라보았죠. 즉, 저는 소유물을 얻고자 하는 최면적인 매력에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 자신은 기피하려고 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따금 저도 그런 상점 진열장에 눈길을 주는 것까지는 피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p. 132. 저는 소유를 향한 욕망이라는 수렁에 빠진 이 세계를 제 눈으로 받아들이는 상상을 했지요. 우리 모두가 과거에도, 앞으로도 영원히 이렇게 되리라는 상상이었습니다.
소설인데, 소설에 대한 생각들이 슬그머니 경계선을 흐리고, 선을 넘고, 안개가 가득하고, 어둠 속으로, 어둠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으로 문을 열고, 여기가 지금까지 있던 곳이었는지 자꾸둘러보며.....
@진공상태5 @어둠속에서 이 와중에 두 분의 아이디가 이 소설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뿐일까요? ㅎㅎ 네 읽을수록 독특한 소설인 것 같아요.
2/8 오늘로 1부의 말하기에 해당하는 짧은 소설들을 다 읽었습니다. 이 책은 빨리 진도가 나가지도 않지만 빨리 읽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책인 것도 같습니다. <모두 다 해서 100명의 사람>을 읽다가 고작 100세대 100명의 사람을 거치면 그 어떠한 인류의 사상도 완전히 파괴된다는 이야기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100세대 2,500년이면 그렇게 소멸하고 사라지는데 충분한 시간일까? 그렇다면 적어도 인류는 이제 한 번 파괴될 시점에 와 있는 걸까? 갑자기 세기말 느낌이랄까... ㅎㅎ
2/10 소설을 나눈 각 장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네요. 1부 <말하다>에 수록된 소설들보다는 2부<이야기하다>에 수록된 소설들이 좀 더 소설스럽다고 해야하나요? 좀 더 이야기 구조가 있고 분량도 깁니다. 그래도 여전히 내용은 모호한데 모든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이상 독자의 것이 된다니 제가 느끼는 대로 생각해도 무방하겠죠? <구룡주교차로>나 <언젠가 381 고속도로에서>나 모두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처음부터 곁에 있는 어떤 것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 같다는 점에서 1부의 이야기와 비슷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죄르지 페허의 헨리크 몰나르>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아직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13. <은행가들>과 <한 방울의 물>은 모두 고대도시가 배경입니다. 방사능에 피폭된 체르노빌로 향하기 위해 키예프에 모인 친구들과 가장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 바라나시에서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야채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는 것마저 기적처럼 느껴지는 곳을 향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무 이야기와 거리에 늘어선 똥탑과 오취로 가득한 도시에서 완전한 평면을 가진 구로서의 물 한방울을 설명하는 남자는 죽음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기대할 것 없는 무가치한 것에 매달리는 허무함을 그리는 작가의 시선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14 <저 가가린>은 그나마 이 소설집 중에서 스토리라인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입니다. '있을 것 같은'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잘 따라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쩄거나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러시아 우주비행사 가가린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헝가리 과학자의 이야기입니다. 가가린이 왜 알콜중독이 되었고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서 이 과학자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주에 가서 지구가 낙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가가린의 이야기를 어느 누구도 믿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결국 그런 결론이 담긴 노트를 남기고 그 역시 지상으로의 낙하한다는 것으로 소설이 맺음 된다는 점에서 참 이 소설집은 일관성이 있습니다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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