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번외. <사랑의 이해>

D-29
드라마가 한창 진행 중인 <사랑의 이해>(민음사). '진공상태'님께서 만든 모임이 종료되었지만, 드라마가 앞으로 2주나 남아서 좀 더 수다 떨어보고 싶어서 만듭니다. 딱, 보름만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면서 사랑을 이해해 보아요!
<사랑의 이해> 12회의 마지막 장면의 충격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많은 분들이 "멘붕", "짜증" 등의 반응을 보이시더라고요. 책을 읽었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영의 선택 때문에 네 사람 혹은 다섯 사람의 관계가 산산조각이 나죠. 하지만, 드라마는 아직 4회나 남았잖아요. 좀 더 수다 떨어보고 싶어서 모임을 이어서 만듭니다. :)
사실, '책걸상' <사랑의 이해> 편에서는 스포일러가 될까 봐서 제대로 얘기를 못했었는데. 여러분은 책에서 수영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책에서는 작가가 이해를 독자의 영역으로 남겨뒀던 것 같고, 드라마에서는 상수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좀 더 맥락을 만들려고 시도한 것 같은데.
드라마에서 충격을 받고, 책의 결말을 찾아보았습니다.. 드라마에서 수영이 바닷가에 갔을때, 스스로 만든 모래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려고 하는데, 그것이 수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의 이해"안의 세계에서는, 겉으로는 다들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사회생활이라는 가면을 벗고나면, 그 내면에는 (저의 기준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없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미래세대나 외계인이 현 시대의 인간을 이해하려고 해서 "사랑의 이해" 책을 읽는다면.. 그들은 뭘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사랑의 이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 - 현재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 (일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건강하다"라는 저의 기준 자체가 '건강'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사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후벼파죠. 물론, 어떤 때는 한 사람을 고양시켜서 빛나게도 하지만요.
읽으면서 처음에는 수영의 선택을 보고서 당혹스러웠는데 곰곰이 수영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내가 사랑하고 있지만 나를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계급으로 끌어내리며, 이미 이전의 관계로 회복될 수 없을 만큼 망가져버린 종현과의 관계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를 더 높은 계급으로 잡아 올려줄 수 있지만, 내가 종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줄 뿐인 상수와의 관계 이 두 관계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국 다다르게 될 끝은 파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내가 사랑하지도 않고,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관계로의 대피만이 구원같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그게 비록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을 수는 있더라도.. 인간은(저는) 아주 자주 어리석으니까요 ㅎㅎ
@굳굳 정말이요? 저는 소설과 드라마 모두 수영이 종현을 사랑했을까, 이렇게 생각했어요. 저는 사랑보다는 연민?
오.. 무엇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실제로는 사랑이 아니라 연민일 수도 있지만 현재는 사랑이라고 믿고있는 사람과의 관계‘라고 고쳐볼까요! 역경을 끝까지 극복해내지는 못한 유약한 사랑이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사랑으로 읽혔어요~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굳굳 저도 다른 분들 생각 궁금해요! 지금 드라마의 상수영 커플 중심의 서사가 너무 강해서 더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저..아직도 책만 읽은 상태요^^;;저도 수영이랑 상수의 관계가 수영이가 종현이를 더 좋아한다는 확인 처럼 느껴졌었어요..머리로는 이게 아니지만 종현에게 더 끌리는거요..같은집에 살게되면서는 연민도 섞이고 복잡한 감정이 되지만요..
저는 책 읽어보려고 꺼내 놓았어요. :)
자자, 제가 친절히 알려드릴게요~ 수영은 상수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손끝이 떨려오고 갑작스레 떨어지는 빗방울마저 그 머리에 떨어질까 두렵고 아까운 남자는 상수가 아니라는 것도 명백했다. 328페이지
저도 굳굳님과 똑같이 생각했어요. 책에서 사랑의 방향은 미경=>상수=>수영=>종현 이 뚜렷하다고. 수영이가 종현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의 묘사가 제가 읽기에는 아주 명확하게 느껴졌어요. 끝 부분에 수영이 일부러 그런 파국을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상수와 종현을 둘 다 끝낼 수 있는 한 방으로. 드라마에선 종현이 너무 주변인물이 되어 버렸어요. 상수보다 씬이 적게 나와도 존재감은 더 커야 되는 인물인데..
오 맞아요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계급은 종현<수영<상수<미경 순으로 높아지고, 관계안에서 형성된 계급(방향)은 고쿠라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내리는게 미학적으로도 재미로도 깔끔하게 딱 떨어져서 은근한 쾌감이있었어요ㅎㅎ
@굳굳 @고쿠라29 아, 제가 원작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책으로 읽을 때도 수영과 종현의 감정에 이입이 잘 안 되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수영이 종현을 좋아하기는 했었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드라마 작가나 감독도 그 점에서는 저랑 같은 것 같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미경에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수와의 관계는 미경의 세계 안에서는 엄청나게 큰 좌절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경 입장에서는 정말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상수를 사랑한걸수도 있을것 같아서요. / 수영은 종현에게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어떤 기회를 줘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은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와야만 했지만, 종현에게는 수영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어떤 여유를 누리게 해주고 싶었던것 같아요. 미경, 세상의 어떤 것들은 그냥 나를 스쳐가게 둘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수영, 참 잘 만들어왔지만 어찌되었든 그게 파도에 부서질 수 밖에 없는 모래성이라면, 그걸 당신의 손으로 부숴버리고 싶다면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단지 그 후에, 당신이 다시 무언가를 잘 쌓아나갈 수 있게 되었을때는 그곳이 모래밭이 아니라, 어떤 나무 아래의 기름지고 단단한 땅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럴 수 없을지도 몰라요. 여전히 당신이 정성들여 모래성을 쌓게 된다면, 그건 어쩌면 누군가는 결코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신에게는 의미가 되는 어떤 세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 지금 드라마 시작했어요. 얼른 따라 잡을께요.
안보려고 했는데 드라마도 결국 보게 될 것 같네요ㅋㅋㅋ 점점 호기심이 동해옵니당
우와, 드라마가, 고구마가 아닌가봐요! *^^*
『사랑의 이해』 지난 모임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드라마다 보니, 책에서 나온 청춘 남녀의 성적 긴장감 묘사 수위가 낮아졌다고 아쉬움을 표시하신 분이 있었잖아요. 저는 어제(1일) 13회가 딱 그랬던 것 같아요. 책에서는 경필이 수영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그녀 편을 들어주고, 그 연장선상에서 수영이 경필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화였던 걸로 기억나요. 물론, 친구가 마음 깊이 연모하는 감정을 빤히 알면서도 수영과 쉽게 하룻밤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 ‘연애 빌런’ 경필과 그런 상황을 만드는 수영의 선택에 아쉬움을 느낄 순 있지만. 그걸 또 13회 드라마처럼 상수를 위한 희생처럼 개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어요. 하긴, 책에서도 뒷부분에 배치된 그 일화가 관계를 파탄 나게 하는 중요한 설정이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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