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강연은 신청못했어요. 예상했지만 정말 빨리 마감되네요. ㅠㅠ 그대신 외출하기 싫은 토요일 오후 '아무튼, 현수동'을 두 번째 읽고 있어요. 골목골목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무속(?) 등은 호기심이 들고 작가님이 그리는 현수동에 살고 싶어집니다. 현수동에서 현수동으로 출퇴근하고, 골목의 가게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밤섬에 갈 순 없지만 플로깅은 할 수 있는!! 정직하고 편안한 느슨한 연대가 있는 현수동이요.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님이 옆집에 산다해도 우편물을 훔쳐보지 않고 벨도 누르지 않을 매너있는 동네사람이 되고 싶네요. ㅎㅎ
[서강도서관 x 그믐] ①우리동네 초대석_장강명 <아무튼, 현수동>
D-29
북마크
거북별85
ㅎㅎ 저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예쁜 서강도서관과 멋진 현수동, 좋아하는 장강명 작가님. 저도 이곳에서 매너있는 동네사람으로 행복하게 지내는 상상을 해봅니다^^
오후
논어 <이인>을 떠올릴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시조가 있습니다.
살구꽃 핀 마을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본들 반겨 아니 맞으리.
<아무튼, 현수동>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났을 때 이 시조가, 보다 정확하게는 ‘살구꽃 핀 마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레닌은 어떤 동네에 살고 싶었던 걸까’ 챕터에서 이미 짐작했지만, 현수동은 장각가님 이 그리는 마을의 ‘이상향’이네요. 그 이상향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이고 따뜻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꿈꾸는 삶과 닮아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현수동 같은 동네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 동네의 모습을 함께 구상하는(p.132)’ 수많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옮겨 적고 싶은 좋은 구절이 무척 많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하나 골라보았어요.
p.88 그런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를 엄숙하고 경건하게 만드는 공간이 모든 동네에 한 곳씩 있기 바란다. 우리는 그런 마을에서 그 공간을 의식하며 살면서도 동시에 유쾌함를 잃지 않고, 농담을 즐기고, 미신과 유사과학을 배격하고, 체계적인 회의주의외 지적인 도전정신을 추구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장맥주
오후님, 시 선물 감사합니다. ‘현수동 같은 동네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그 동네의 모습을 함께 구상하는’ 일에 동참해주셔서 그것도 감사하고요. (정작 이렇게 감사 드리는 저는 살구꽃이랑 매화꽃도 잘 구별 못하는 사람이라 약간 머쓱하긴 해요. ^^;;;) 제가 『논어』를 그리 감명 깊게 읽은 것은 아닌데, 이인편의 그 구절은 왠지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사실 밤섬 같은 곳이 모든 동네에 있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성황당을 지을 수도 없고, 현대의 교회나 사찰에 그런 역할을 맡기려니 그것도 어려울 거 같기는 합니다. 저는 며칠 전에 보라매공원에 아내와 함께 갔는데 거기서 산업재해희생자 위령탑을 보았어요. (그런 기념물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조형물 스타일이 굉장히 구식으로 보여서 오래 전에 세운 건가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2000년에 설립된 탑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주변에서 말없이 서성이다가 집에 왔습니다.
승환
조합 재건축이 관건인데 요즘봐서는 힘들지 않을가 봅니다 기다리다 아파트가 들어설지 끝남동같이 예전홍대골목처럼 빌라상가가 골목으로 먼저 파고들어와 선점할지 모르겠습니다
발전소가 지역 랜드마크할 만큼 지원을 받는지가 관건 같습니다
어차피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데도 홍대에서 너무 먼곳은 상징성이 없어지지않을가 싶습니다 홍대앞은 교통이나 인프라가 몰빵인 동네라
상수동 당인동 골목 골목에 청계천 헌책방거리같이 독립서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음 하는 바램입니다
장맥주
아, 지금 상황이 그러하군요. 사실 그 일대가 아파트단지가 되는 모습보다는 헌책방거리가 되는 모습이 저도 상상하기에는 더 즐겁습니다만, 그곳에 사시는 분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주민들이 이익을 거두면서 개성도 있고 홍대 주변이라는 문화 인프라도 잘 활용하는 동네가 되면 좋을 텐데, 참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서울 명소로 밤섬을 안내한 적이 있어요. 서강대교를 같이 걸어서 밤섬 위까지 갔고 거기서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프랑스 취재진이 밤섬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었지만 “이 섬을 폭파하고 거기서 얻은 골재로 저곳을 만들었다”며 여의도를 가리키니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요. 저 높은 빌딩숲이 그러면 불과 50년 전에는 없었던 거냐면서. 그래서 제가 지금 남쪽으로 보이는 건물들 전체가 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만들어진 거다, 그 전에는 허허벌판이었다, 라고 하니 뜻밖에도 경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나는 옛 골목과 건물을 간직한 파리가 부럽다”라고 하니 프랑스 기자가 몹시 냉소적으로 대꾸하더군요. “파리는 사람 사는 도시가 아니다, 박물관이다” 하고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sol
그 공간에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좋을지는 고민이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부터도 옛 건물보다 깔끔하게 리모델링 된 건물에서 사는 것이 좋거든요.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면- 그런 곳이 있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인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동네의 특징을 살리면서 생활에 불편하지 않은 동네라면 참 좋겠습니다. 다 같이 고민하고, 노력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ㅜ
장맥주
저도 지금 주변 동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직전에 살았던 집도 지은지 얼마 안 된 신도시(광교) 아파트였고요. @sol 님 고민과 바람, 아쉬움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 저도 어떤 게 정답인지, 하다못해 '나의 답'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
승환
저는 나름 이동네 현수동에 많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정말 고생하시며 자료 수집을 많이 하셨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곳은 현수동의 옆동네입니다 요즘 역 주변으로 동네를 가르지만 그 섬같이 생긴 서강대교 앞에 복개천을 기준으로 동네가 나뉘었었져 아버지 어릴적엔 신수동과 상수동 (하중동 당인동 하수동)이 그 안산자락에서 신촌을 지나 내려오는 개천을 사이에 두고 석전을 명절마다 했다고 한 기억이 있네여 돌에 맞아 죽은 사람이 생겨도 그냥 팔자려니 하던 시절이었다고
밤섬과 와우산의 기억들 밤섬사람들 얘기도 간만에 추억에 젖게 하네요 와우산 자락에 판자촌에 살던친구들 공민왕사당과 지금 이랜드 리테일을 없애고 이랜드에서 만든 청년임대주택자리가 예전 홍익공전 자리였고
복작복작해지기전 홍대앞거리들과 학원들 고만고만했던 극동방송국 앞거리 여학생들이 자주가던 이층의 산토끼 떡복이집 우후죽순 늘어나던 90년대초 로바다야끼 락카페 등등
제가 살아왔던 공간들을 이야기해주는 글을 읽고 뭔가찡하고 술이라도 한잔 사야할거 같은 반가움이 넘치고 그러네요
그 구화학교가 엘마트자리 뒤에 있어 초등학교시절 나이많은 청각장애 동창들도 몇몆잏었던 기억이나네여 먹고살기도 힘든시절이었는데 청각장애가 있는 자식때문에 현수동 근처로 이사온 부모들의 마음이 이제서야 대단히 느껴집니다
밤은 늦고 하고픈 말들이 주절이 넘치는데 밤섬자이 아파트 앞 배만드는 할아버지 한강이 정비되기전에 밤섬앞 동작대교까지 목선에 야마하 모터 달고 다녀왔던 어린시절들 다 생각이나서 주체를 못하겠네요
연남동도 핫해졌지만 아마 상수동 당인동 합정동 절두산부근은 좀더 뜰거 같아요
홍대앞 땡땡거리 부근의 작은 골목의 술집들 핫하지 않은데 그시절의 홍대앞 주점과 바들의 분위기 아직 상수쪽에 조금 남아 있지만 저두 그립습니다
김새섬
써주신 글 너무 재미있어요. 기억력도 좋으시네요. 저도 일부는 조금 알고 일부는 아예 모르는 이야기지만 이 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지, 그 때 여기는 이렇게 생겼었지 하는 이야기들 너무 좋아요. 써 주신 글 읽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네요.
누군가의 고향 이야기를 들으면 언제나 기분이 이상해져요. 제 고향이 아닌데도 왜 그럴까요. 심지어 외국인이 자기 고향 이야기 해도 들으면서 동화됨. 가본 적도 없는 곳인데 그리워집니다.
장맥주
헉... 저야말로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쓰다가 들킨 기분입니다. 서강대교 옆에 개천이 있었다는 것이나 밤섬의 목선, 와우산의 판잣집, 구화학교 등등 다 저는 기록을 보며 상상만 할 수 있었고 사실 누군가의 증언을 들은 적도 없거든요. 어떤 모습인지 무척 궁금했는데... (그나마 홍대앞 땡땡거리와 작은 술집들은 기억합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나마 말씀 나누게 되어 영광입니다.
상수동-당인동-합정동이 어떻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현재로서는 팬데믹으로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다가 천천히 회복하는 것 같은데 어떨지... 마포새빛문화숲은 아직은 주변 상권에 그리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입니다. 몇 년 전에 지역문화운동 하시는 분과 말씀을 나누는데, 그 분은 이미 합정동 일대가 너무 비싸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없다고 주장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강 건너 문래가 뜨는 거다, 하고 덧붙이기도 하셨는데 그런가 싶기도 하고 합정에서 문래는 좀 멀지 않나 싶기도 했더랬습니다.
승환
좁고 오래된 집에 살아봐서 저도 그 불편함과 개인이 하기엔 막막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안쪽의 좁고 경사진곳의 집들은 방법이 없겠지요
경관이나 답답함은 이미 고려할 대상은 넘어선것 같습니다 한강변으로 아파트 담벽이 다 완성이 되었으니
실제 살지는 않으면서 주변에서 바라는것이 욕심일테지요
시장이 움직이는ㅈ대로 따라가는것이 맞는것 같긴한데
제가 아쉬운건 아쉬운거 고 아파트성들이 올라가서 거리가 황량해지는것들도 성밖의 길가를 방치하는것도 안타갑고 스스로 옥쇄해서 성을 지키는 병사들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상수 당인동은 이십년전부터 쪼개기 많이 하던곳이라 실주인은 얼마살지 다 주로 세입자들이겠지만 자본이 투입되지 않고 무엇 하나 윤택해지고 발전하는 것은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도시국가가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돈 앞에 개인은 그냥 무력하고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일로 치부하는 세태이니 ...
우리는 모두 소인이지요 의보단 이가 제일인세상이니
장맥주
절절히 동감합니다. 한강변 아파트단지가 성채 같다는 말씀도, 그로 인해 단지 주변 거리가 황량해지고 주민들의 삶은 오히려 옥쇄하는 병사 같아진다는 표현도 너무 절묘하네요. 지인 한 분이 합정동 단독주택에서 집주인으로서 살고 있는데, 지도상으로 보면 한강이 코앞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주변 건물들 때문에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공유지의 비극일까요? ‘좋은 거리’라는 것이 황폐화되고 있는 공유재일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소인들이 자기이익을 추구하게 두더라도 그 공유재를 지킬 방법은 없을까... 몇몇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유권을 분명히 한다(그 동네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좋은 거리’ 지분을 나눠준다)? ‘좋은 거리’를 ‘나쁜 거리’로 만드는 외부효과를 정확히 측정해서 과세한다? 결국에는 참 쉽지 않다는 탄식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한강변이라는 재화의 가치는 떨어질 거 같지 않고, 결국에는 강남이고 강북이고 간에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스카이라인으로 가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아찔한 상상도 해봤습니다.
오생성
마지막 150페이지에 있는,
전망이 좋고, 아름다운 자연이 근처에 있고, 산책로가 있고, 자전거를 타기 좋고, 개들과 개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도서관이 있는 마을, 현수동이 아니더라도 현수동을 닮은, 거기에 역사와 설화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인, 그런 동네에 살고 싶다.
그런 동네의 일부가 되고 싶다.
이 부분이 좋네요.
그동안 살고 싶은 동네의 조건이 너무 속물(?)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물론 속물적인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좀 더 아름다운 조건들을 추가해봐야겠어요~
장맥주
저도 속물적인 조건들을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뼛속까지 속물인 인간이라... ^^;;; 그래도 아름다움과 정신적인 풍요로움도 함께 누리고 싶네요...
sol
마포가 문화 예술적으로 발달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막연히.. 홍대가 있어서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오래전 과거부터 이어진 것이었다는 게 신기했어요.
과거에서 이어져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라면, 지금이 이어져 미래가 된다는 것인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찰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존을 위한 집단지성이 필요하네요ㅎㅎ
장맥주
우연적인 요소가 제일 크겠지만 굳이 갖다 붙인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땅값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도시 중심지에서 멀지 않아서 첨단 정보와 복잡한 인적, 물적 자극을 얻기 쉬운 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살게 되지 않나 합니다. 마포는 조선에서도 대한민국에서도 그런 지역 아니었나 싶고요. 마포에서 살면서 이중섭이 첫 전시회를 열고 김수영이 첫 시집을 낸 것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우겨 봅니다. ^^
YG
@장맥주 저도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레닌 이야기 좋은데요. 장 작가님 읽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현대문학) 한번 읽어 보세요. 이 책의 서문과 통합니다. (책걸상에서 읽고 있는『오웰의 장미』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엮어서 소개했는데, 『아무튼 현수동』을 먼저 읽었더라면 함께 엮을 수도 있었겠어요.)
장맥주
기자님, 『아무튼, 현수동』까지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제목만 몇 번 들어봤는데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어요. 목차를 보니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가 배경인 거 같고, 무지 두툼~하네요. 읽을 책 목록에 넣어두고 나중에 벽돌책 칼럼에도 써먹어야겠습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웰의 장미』도 흥미롭게 모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저야 일단 조지 오웰 관련한 책이니까 당연히 관심이 가는데, 오웰이 장미 애호가인 줄은 몰랐습니다. ^^;;;
YG
사실 바로 다 읽었어요; 다 읽고 나서 장강명은 나랑 샴쌍둥이인가, 이런 무서운 생각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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