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학, 이미지사이언스, 이미지-사유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 미술사가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그믐 모임은 비평 공유 플랫폼 <콜리그>가 진행하는 워크숍 [장애물 뛰어넘기: 더블 플레이]와 함께 진행됩니다.
신화와 도상이란 무엇일까? 이미지를 바라보는 방법론
D-29
선승범모임지기의 말
GKD
안녕하세요
선승범
KD님 안녕하세요. 즐거운 모임이 꾸려지길 기대합니다.
선승범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콜리그 워크숍에서 뵈었던 선승범입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믐> 초대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베타테스트 중이라 기술과 운영에 대한 피드백도 함께 받습니다. 간단한 공지사항을 알려드리며, 꼭 규칙에 얽히지 않고 편하신 대로 생각나는 내용을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추가적인 읽기자료 등은 일단은 이 방을 통해서 공유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매주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두세 문단(300~500자)으로 정리하여 모임 다음 화요일 저녁까지 그믐 모임 대화창에 입력
-이해할 수 있던 부분,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 떠오르는 질문, 영화 또는 미술 기타 시각예술 전반에 대한 생각 공유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해당 내용에 관심이 갔던 이유 간단히 설명
모임지기의 역할: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읽을 자료(추가로 살펴볼 서양신화의 원형 이미지, 논문 발췌) 공유. 질문거리 함께 생각하기. 의견에 대한 피드백과 추가적인 질문 던지기.
일정: 29일 (7일*4주+1일)
+1주차: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 여행 = 19
+2주차: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 여행〉을 위한 초안 = 75 /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구역의 이미지들 = 89
+3주차: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여행 기억 = 153
+4주차: 바르부르크의 뉴멕시코 여행 / 프리츠 작슬 = 171
추가로, 현재 <그믐> 서비스는 정식 오픈에 앞서 베타테스트 중이며, 저희 모임에 참여하는 동안 홈페이지 기능이나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주시면 모아서 전달할 예정이니 많은 의견 바랍니다.
이재원
안녕하세요. 모임참여(?)는 여기에 글을 남기면 자동으로 되는거겠죠..?
GKD
네 그렇습니다 ㅎㅎ
이재원
아하 넵넵. 바르부르크 평전은 재밌게 읽었었네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
GKD
넵 말씀나눠주시면 더 좋죠. ㅎㅎ 아무튼 저도 계속 감상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호호대마왕
안녕하세요
GKD
넵 안녕하세요
Lev
안녕하세요~!
카플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승범
모임지기입니다.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비 바르부르크라는 인물에 대한 한국어 책과 논문이 이미 여럿 소개된 상황이지만, 저희 모임은 이미 알려진 내용보다는 먼저 ‘책’과 그 주제에 집중해서, 뱀과 북아메리카 원주민 이미지 자체에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도판과 다른 이미지도 적절한 방법으로 계속 공유해 드리려고 해요. 저로서도 미술 평론이나 상징, 신화 연구에 관련된 문헌을 읽은 지 오래되어, 부끄럽게도 바르부르크라는 이름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니 함께 공부한다는 느낌으로 의견을 나눠 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뱀 의식」이라는 제목이 신선했는데요. 원어를 보니깐 ‘Serpent Ritual’이더라고요. 사전을 찾아보니 「라틴어에서 온 말. 일반적으로 snake가 쓰이고, serpent는 특별한 뜻에 쓰임. 보통 serpent는 무서움·강력함이 연상되고, snake는 음흉·경멸의 느낌이 연상.」이라고 합니다. 창세기와 요한묵시록에선 [아마도 이교도적인] 악마(사탄)를 가리키는 말로 등장한다고 하네요. 현재 독일 함부르크의 MARKK라는 갤러리에서는 “번개 상징과 뱀 춤: 아비 바르부르크와 푸에블로 예술(Lightning Symbol and Snake Dance: Aby Warburg and Pueblo Art)”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여전히 논의가 활발한 주제입니다. 저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의 문화적 유산이 어마어마하게 풍부하더라고요. 미국 주요 미술관에 가면 수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고요. 관련 이미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추후 공유해드리겠지만, DK Children 출판사에서 나온 DK Eyewitness Books: North American Indian (ISBN: 9780756610814)가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여러 도판이 실려 있어서 신선하실 것입니다.
선승범
참고로 더 관심이 있으시면, 아비 바르부르크에 대한 국내 자료도 풍부한 편이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국내엔 다나카 준(김정복 옮김)의 『아비 바르부르크 평전』(휴먼아트, 2013)과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김병선 옮김)의 『잔존하는 이미지: 바르부르크의 미술사와 유령의 시간』(새물결, 2022) 등이 있습니다. 후자는 불과 지난달에 출간된 도서네요. 논문으로는 김보라, 「고대의 잔존과 눈의 인간 권리: 아비 바르부르크의 마네론」(2014); 윤희경, 「이미지사이언스로서의 아비 바르부르크의 미술사」(2011); 조한렬, 「아비 바르부르크의 파토스정형과 집단적 무의식」(2014); 곽영빈, 「애도의 우울증적 반복강박과 흩어진 사지의 므네모시네: 5· 18, 사면, 그리고 아비 바르부르크」(2021) 등이 있습니다.
GKD
바르부르크의 작업을 보니 다른 작업들도 떠오르네요. 크리스찬 마클레이의 시계나, 필름 누와르가 변화시킨 도시를 다룬 Film Noir and the Spaces of Modernity https://www.jstor.org/stable/j.ctv1pncpr0도요.
선승범
저는 「뱀 의식」이란 제목 때문에 서구 신화/문명에서 뱀 상징이 지니는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알다시피 뱀은 다산(多産)의 의미도 있고(아마 알을 많이 낳기 때문이겠죠), 지혜의 상징이거나 치유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물론 구약에서 뱀이 아담과 하와를 ‘꾀어냈기’ 때문에 나쁜 이미지도 있는데요. 다만 세간에는 선악과를 먹은 행위가 ‘원죄’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실제 창세기에는 이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작 책머리에 실린 역자 해제를 보면, 바르부르크는 실제로 뱀 의식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왜 「뱀 의식」이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미국 코넬대 출판사에서 2016년 출간된 영어본은 그냥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종교의 이미지들Images from the Region of the Pueblo Indians of North America」이라고만 쓰여 있는데, 이것이 바르부르크가 의도한 본래 강연 제목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오늘날 복원된 「사슴 춤」은 https://youtu.be/NpKh-8SETSQ에, 「물소 춤」을 비롯한 1930년대 호피족 종교 의식들을 찍어둔 영상들을 https://youtu.be/6mPGh-nIMVI에서 볼 수 있네요. 호피족은 푸에블로 인디언의 다른 말입니다.
선승범
다나카 준의 [[아비 바르부르크 평전]]에는 바르부르크가 ‘뱀의식’을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이를 강연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강연 행위 자체가 슬라이드를 넘겨가면서 하나씩 껍질을 벗겨나가고 형태를 바꿔나가는 뱀의 탈피를 모방한 수행적 제스처였다고 해석하고 있네요. 또한 정신분열 증세가 있던 바르부르크 자신에게는 ‘광기’에서 ‘이성’으로 탈바꿈하는 회복 의식의 하나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강연을 학문적 성과의 공유보다는 ‘절망적인 신앙고백’의 한 형태로 바라봤습니다. 그에게 인류 전체의 알레고리와 우화들의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은, 불안정한 정신을 지닌 자기 자신을 내려 다보는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선승범
이 시기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서구 학자들의 관심은 역시나 ‘미개(야만)-개화(문명) ‘라는 렌즈 속에서, 원시 부족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덜 발달된’ 집단을 관찰한다면 인류의 보편적인 무의식이나 원형, 구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겠습니다. 51쪽에도 어떤 마을이 “철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원적 상태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56-57쪽에서 옥수수를 갈거나 인형을 걸어두는 원주민들의 모습에서, 풍부한 수확을 기원하는 게르만족이 지닌 전통 제의 간의 유사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도 추석이 있죠. 우리 국사책이나 『동이전』 같은 곳에 보면 고구려 시절 한반도 거주민들에게도 추수 감사, 풍년 기원 제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흥미가 가는 부분을 한두 토막씩 말씀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선승범
책에는 물신숭배라는 개념도 종종 등장하는데요. 한반도의 토템이라고 하면 단연 ’솟대’일까요. 나무를 새 모양으로 깎아 세워둔 지역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으로 취급받았습니다. 새의 원형은 시베리아 북방민족으로부터 기원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라고 하네요.
이재원
1장까지 대충 살펴봤습니다.. 얼핏 강연 주제와는 무관해보이는 목가적인 주택들과 청중에게 비교적 익숙할 도시 풍경을 끝무렵에 배치한 구성이 재밌었네요. 꼭 지금까지 본 것들은 위험하고 외설적인 것들이고, 불을 켜기 전에 그 잔상을 털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도 “서둘러 다시 문명 세계로”(66쪽) 돌아오기 위함이라 말하고 있기도 하고요. 외설적이고 위험한 구경거리를 제공하되, 동시에 그것들로부터 청중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요구는 픽션의 오랜 주제이기도 하지않나 싶습니다.. 스필버그가 만든 <우주전쟁>에서 강가에 소변을 보러간 다코타 패닝의 눈앞에 시체들이 둥둥 떠내려 오고, 패닝의 비명에 달려온 톰 크루즈가 황급히 딸의 눈을 가려주는 장면도 떠오르네요.
선승범
코멘트에 감사드립니다!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바르부르크 또한 슬라이드 강연을 통해, 환한 빛을 통해 구현(또는 구연)되는 내러티브에 넋 놓고 빠져 있다가 황급히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효과를 노렸던 것일까요? 「우주전쟁」을 워낙 예전에 봐서 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패닝이 볼 수 있는 것과 관객이 보는 것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점도 재밌습니다. 내포독자와 등장인물 사이의 간극을 통해 허구를 구성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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