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운 식탁》발췌, 수정, 요약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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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했던 내용을 공유합니다.
추천의 글(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먹거리를 바꿔야 삶은 계속된다 70년 전에 전 세계 인구는 25억 명이었지만 지금 은 80억 명에 도달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잘 먹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먹는 음식들은 기후위 기를 불러오고, 기후위기는 다시 먹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악순환이다. 인류가 과학적으로 발전하고 유례없는 위업을 달성한 이 시점에, 이 문명이 지속 될 수 없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 이대로 내달린다면 인류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여 건은 우리의 욕망보다 먼저 무너질 것이다. 기후위 기는 우리가 일으켰으므로 우리가 바뀌면 기후위기 를 늦추거나 멈추거나 되돌릴 시간은 여전히 있다. 희망은 있지만 망설이기에는 너무 늦었다. 들어가며 먹거리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수백만 명이 유튜브 '먹방' 채널을 구독해서 보는 나라, 해산물 섭취 세계 1위, 돼지고기 소비량 세계 2위, 쇠고기 소비량 아시아 1위. 심지어 인사를 할 때도 “밥 한번 먹자", "밥은 먹고 다니냐", "식사는 하셨냐"라고 끼니를 챙기는 나라. 그야말로 먹는 일 에 진심인 한국이다. 한국'만' 그런지, 한국'도' 그 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 먹는 일에 대한 자부심, '먹부심'이 충만한 나라다. 그런데 먹는 일에 정성 쏟는 우리는 이상하게도 먹거리가 밥상에 오르는 과정에는 놀라울 만큼 무관심하다. 먹거리가 나오 는 논과 밭, 축사, 바다와 양식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탄소로운 식탁』에서 이런 이야기를 풀어가려 고 한다. 온실가스의 정체가 무엇이며, 왜 밥상 위 에 주목하게 됐는지에서 시작해 고기와 채소, 과일, 해산물 등을 지나 취향의 문제까지 들여 볼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을 기르는 것에 조금 만 나눠주면,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말고 저탄고지低炭高知 즉, 저탄소+높은 수준의 지식 밥상도 가능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나와 당신, 우리가 함께 관심과 의지를 갖는다면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절감하는 계기는 다 양하다. 누군가는 여름철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 에서, 누군가는 한 달 반 동안 쏟아지는 장맛비를 보며, 또 누군가는 홀쭉해진 북극곰 사진을 보며 위 기를 체감할 것이다. 나는 이런 다양한 계기 중 정 확한 지식도 한몫할 것이라고 믿는다. 온실가스가 지구를 데운다는 건 합의나 가정, 묘사, 비유가 아 니다. 불행하게도 과학적 사실이다. 너무 많이 나온 다원자 분자들이 공기 중에서 지구복사에너지를 붙 드는 한 기후 변화에서 벗어날 도리는 없다. 걱정하 는 마음이나 구호만으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 책이다.
기나긴 세월동안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 ppm을 넘지 않았다. 허나 오늘날 인류는 100년, 그러니까 저 80만 년을 24시간이라고 치면 10초 만에 이산화탄소를 400ppm 고지까지 올려놨다. 300ppm이라는 지구의 마지노선은 맥없이 무너 졌다. IPCC(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 시나리오 상 이번 세기말 이산화탄소 농도는 더 기막히다. 이걸 나타내면 대강 다음 쪽 그래프와 같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꼭 어린아이가 그래프에 장난을 친 것 같다. 그래프에 찍힌 점들이 시나리오에서 전망 하는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다. 2050년에 지구 촌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에 가깝게 줄어드는 가 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요새 국제사회에서 목 놓아 외치는 '넷제로Net-zero' 시나리오가 이와 유사 하다)에서만 지금보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살짝 낮 출 뿐, 두 번째 이상적인 시나리오에서도 446ppm 에 이른다. 지금까지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2100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아래 그래프의 회색점에 도달 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 에서는? 무려 네 자릿수에 육박한다!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무관심하고 먹거리를 돈만 내면 나오는 자판기 커피처럼 단순하게 생각하는 건 인류 역사로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농업혁명은 인류사에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성인의 책장이라 면 응당 꽂혀 있을(읽었다고는 안 했다) 『총, 균, 쇠』 나 『사피엔스』만 봐도 그렇다. 두 책의 저자인 재레 드 다이아몬드와 유발 하라리는 벽돌처럼 두툼한 책의 상당 부분을 농업에 할애했다. '농업이 인간의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게 요지다. 농업 은 생활양식뿐 아니라 인간이 지구를 대하는 방식 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인간은 농업을 통해 지 구 생태계 정복에 나선다. 또한 기후변화 측면에서 도 농업은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전까지 인류 먹거 리의 에너지원은 전적으로 태양이었다. 식물은 햇 빛을 받아 에너지를 얻고, 그 식물은 초식동물의 배 를 채웠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먹이가 됐고,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엔 무기를 손에 쥔 인간이 있었다. 인간은 먹고 죽지만 않으면 가리지 않고 위 속에 집어 넣는 먹성 좋은 잡식 동물이었지만, 먹을 것을 찾아 사냥 · 채집해 식량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동물과 비슷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무턱대고 몸으로만 견뎠을리 없다. 쟁기, 낫, 절구, 공이 같은 농기구를 발명한 것은 물론 이 점이 있는(수확하기 쉬운 것, 필요한 시기에 종자가 발아하는 것) 돌연변이 종자를 '선택'해 길렀다. 토 지가 부족하면 숲에 불을 질러 밭을 만드는 일도 서 슴지 않았다. 태양의 힘에 더해 축력, 개간등 추가 적인 일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지구에 탄소발자국이 남기 마련이다. 보통탄소발자국이라고 하면 공장이 나 자동차 연료만 떠올리기 쉽지만, 인간은 훨씬 이 전부터 발자국을 찍고 다녔다.
농업과 기후의 치킨게임 인류는 '인구 폭발→ 지력 고갈/농지 부족→농지 확장→인구 폭발' 과정을 무한반복하며 1800년 대에 이른다. 수시로 기근과 전염병이 휩쓸어도 인구는 꾸준히 늘었다. 1000년대 3억 명 안팎이 던 세계 인구는 1200년대 중반 4억 명에 달했다. 시간이 흘러,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은 땅에 고이 잠자고있던 화석연료를 퍼올리기 시작했다. 농업 에 산업 에너지가 동원되면서 사람이 자연을 다루 는 방식은 더욱 과격해졌다. 트랙터가 농경지로 들어왔고, 공장에서 만든 화학비료가 살포됐다. 비료를 발견한 인류는 더 이상 지력이 다한 땅에 서 끙끙대거나 새 농지를 찾아 전전할 필요가 없 어졌다. 한자리에서 수확량을 배로 늘릴 수 있는 묘약을 손에 쥐었다. 이 묘약이 질소 비료이다. 그런데 이 묘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흙에 뿌려둔 질소가 빗물에 씻겨 강으로 유입되면 부영양화가 일어난다. 몸에 좋다고 영양제를 과다복용하면 간에 무리가 가는 것처럼 질소비료도 과하면 토 양이 되레 허약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인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제 '우리'는 먹고살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했다. 인류는 수천 년간 굶지 않기 위해 투쟁했는데, 승리한 우리는 놀라울 정 도로 투쟁에 무관심해졌다. 우리가 식량 부족을 느끼지 못하는 건 운 좋게 가난과 기근에서 자유 로운, 그럭저럭 살 만한 나라에서 태어난 덕이다. 식량이 남아서가 아니다. 생산이 소비를 겨우겨 우 따라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배불리 먹는다는 건 어딘가에 굶주린 이들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인구를 줄일까, 식 량을 더 늘릴까. 2021년 말 인구는 79억 명에 이른다. 인류는 수 천 년 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렸다. 각종 농기구와 가축의 힘을 빌렸고, 마 침내 화석 연료에 힘입어 해방되는가 싶었다. 착 각이었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뿜어댄 온실가 스가 역습을 시작했다. 양쪽 끝에는 '비거니즘'과 '육식주의자'가 있다. 어디에 서야 할까. 여러분의 판단을 돕기 위해 왜 축산업에서 온실가스가 배출 된다고 하는지 하나씩 훑어보려고 한다. '모두 고 기를 끊자'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살던대 로 살자'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나침' 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소와 닭, 돼지가 소불고기, 치킨, 삼겹살의 모습으로 우리 식탁에 오를 때까지 인간을 제외한 모두, 즉, 지구 와 동물에 얼마나 부담을 안겼는지 말이다. 지구 를 위해 모두가 비건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보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식생활을 아무 생각 없이 이어가도 괜찮은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덜타고, 먼 나라 기아문제를 해결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육식의 탄소발자 국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가축 부문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그 중 41%는 쇠고 기, 19%는 우유 때문이다. 특히 상위 1~3위는 모두 초식동물이다. 반추동물이라 되새김질하면 서 트림을 많이 하기 때문인데, 반추동물의 트림 에는 상당한 양의 메탄이 들어 있다. 반추동물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55%가 트림으로 나온다. 반 추동물의 트림에 메탄이 많은 이유는, 소의 경우 위가 4개이기 때문에 소 복강의 4분의 3은 위가 차지한다. 4개의 위 중에 첫 번째와 두 번째 위에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 미생물들이 음식물을 소화시키며 노폐물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내놓 는다. 소의 트림은 입으로 뀌는 방귀인 셈이다. 아마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한반도의 정반대편에는 거대한 우림, 아마존이 있다. 지구촌 어디를 둘러 봐도 짙푸른 녹음이 이 렇게 넓게 펼쳐진 곳은 없다. 가축 이야기를 하다 말고 웬 아마존이냐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가축 을 뒤룩뒤룩 살찌게 하는 축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이 아마존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 반 대편이라는 거리감 때문일 수도 있고, 아마존이 파괴되어 산소가 부족해 진다고 한들, 지구가 망 하겠느냐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그 이유 가 아마존이라는 존재에 깃든 장엄함을 알기 전에 온갖 수식어와 이미지로 덧칠된 모습을 먼저 만났 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치, 다 안다고 착각한다. 이제 장식물을 들춰내고 아마존의 핵심 을 만나보자. 공룡이 등장하기도 훨씬 전에 지구는 오늘날처럼 5대양 6대륙이 아니라 대륙 하나, 바다 하나 이렇 게 간단한 모습이었다. '판게아'라고 하는 이 거대 한 대륙 덩어리는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며 분열을 시작해 공룡이 지배하던 중생대 쥐라기쯤에 이르 면 남쪽과 북쪽으로 나뉜다. 남쪽에 있는 대륙을 '곤드와나'라고 하는데 나중에 여기서 아프리카, 남미, 인도, 남극, 호주가 떨어져 나오게 된다. 꼭 붙어 있던 남미와 아프리카는 중생대 백악기가 시 작될 무렵 나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우림만이 유명한 게 아니다. 남미 대륙을 서에서 동으로 가 로지르는 거대한 아마존 강도 빠질 수 없다. 아마 존 강에는 콩고강, 갠지스강, 양쯔강 등 세계 2~7 위 방류량을 자랑하는 강물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물이 흘러간다. 풍부한 물과 따뜻한 기후는 온갖 생명을 불러들였다. 아마존의 울창한 나무는 땅속에서 물을 빨아올려 잎으로 내보내고, 작은 물방울은 구름이 되어 아마존에 비를 뿌린다. 아마존은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보다 약 2배 더 많은 비가 내리는데 그 중 절반이 이런 증산과정 때문에 일어난다. 나머지 절반은 대서양에서 불어 오는 고온 다습한 바람 때문이다. 이렇게 비가 많 이 오면 나무가 먹고 자랄 땅속 영양분이 빗물에 쓸려가기 마련이다. 걱정할 건 없다. 우리의 자연 은 사람만 없으면 알아서 균형을 찾는다. 하지만.. 방대한 면적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아 마존을 인간은 불과 50년 만에 사지로 몰아갔다. 196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브라질 군부는 국 립척식농업개혁연구소 INCRA라는 기구를 만들 어 조직적으로 아마존 정복에 나선다. 먼저 아마 존을 동서로 관통하는 4,000km가 넘는 아마존 횡단고속도로 BR-230가 놓였다. 고속도로 중심 으로 생선 가시 모양의 벌목용 도로가 줄지어 생 겼다. 아마존 개척 광고가 전파를 탔고, 나무를 밀 어 농경지를 만드는 이들에겐 각종 혜택을 줬다. 아마존 원시림의 숨통을 끊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존 횡단 고속도로가 놓인지 3년 만에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친 정도의 땅(약 3만km²)에서 나무가 잘려나갔다. 여기서 10년 이 흐르면 파괴 면적은 35만km, 또 10년 뒤엔 50만km㎡로 늘어난다. 2018년까지 브라질의 아마존에 있던 나무의 약 20%가 잘려나갔다. (전체 아마존 우림의 60%가 브라질에 있다) 이렇게 되면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 가 2019년부터 벌어진다. 브라질 대통령 자이루 보우소나루가 취임하면서부터다.'브라질 트럼프' 라 불리는 그는 별명처럼 놀라우리만치 환경에는 관심이 없다. 국제사회 비판에는 '주권 침해'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아마존 파괴를 보여주는 통계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가 취임한 후 아마존 나무 벌목 속도는 2배 빨라졌다. 매년 경기도만큼의 아 마존 밀림이 지워지는 중이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면 이젠 폐암에 걸린 상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벌목의 이유가 당신 밥상에 올라올 한 점의 고기 때문이면? 사실 아마존 벌목의 가장 큰 이유는 소를 키우기 위해서다. 환경단체나 외국 언론의 기사를 보면 아마존 벌목의 60~80%는 소를 키울 방목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실제 브라질은 세계 두 번째 쇠고기 생산국이자 최대 쇠고기 수출국이다. 대부 분 중국, 홍콩, 이집트 등지로 팔려가고 환경 감수 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유럽연합도 생각 외로 브라질 쇠고기의 주요 수입국이다.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문제 석탄, 철강 등 거대한 적을 앞에 둔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농업 분야에서도 생산성 향상, 산업 현 대화가 우선이지 온실가스 감축은 작은 문제다. 필요하긴한데 없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단 얘기다. 이제부터 곡물과 채소, 과일을 기르는데 왜 이리 많은 온실가스가 나오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사실 농업에 대해 잘 모르고, 경종농업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원은 다양하기 때문에 먼저 구분할 필요가 있 다. 우선 에너지 투입 방식에 따라 직접적인 배출 과 간접적인 배출로 나눌 수 있다. 전기요금이나 기름 값으로 직접 지불하는 활동은 직접 배출, 나 머지 숨어 있는 혹은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것들이 간접 배출이다. 경종농업 배출량으로 잡히는 건 거의 간접 배출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먼저 간접 배출에 대해 살펴보겠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 인 구 대부분은 농부였고, 그만큼 수확량을 늘리는 건 개인에게도 국가에도 아주 중요한 과제였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쟁기나 가축의 힘을 빌려 땅을 갈고 논에 물을 댔다. 지력이 쇠하면 산지를 개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물을 번 갈아 심는 돌려짓기로 얼마간은 버틸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산업혁명의 물결은 논밭에도 번 졌다. 농기계가 들어왔고, 화학비료와 농약이 녹 색혁명을 일궜다. 하지만 땅을 갈고(경운), 물을 대는(관개) 일도 온실가스를 발생 시킨다. 펌프 같은 기계를 이용해서가 아니다. 그냥 갈아엎어 진 땅, 고여 있는 물 자체가 배출원이다. 원인은 토양 속 유기물과 미생물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 에서는 논농사 탄소 배출량이 소 트림과 똥에서 나오는 배출량보다 더 많다. 이산화탄소를 돈이라고 가정하면 땅 입장에서 볼 때 식물이 광합성으로 땅에 보내는 이산화탄소는 월급, 땅속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대기로 되 돌려 보내는 건 소비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으 면 수중의 돈이 점점 없어지듯 땅속 탄소 비축량 이 줄어든다. 반대가 되면 탄소 비축량이 는다. 덥고 건조한, 이를테면 사막 같은 곳은 식물이 귀해 월급(광합성) 자체가 얼마 없다 보니 쌓일 탄소도 별로 없다. 열대 지역은 많이 벌고 많이 쓴다. 광합성도 많고, 미생물 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고위도 추운 곳에서는 미생물 분해가 천천히 진행되면서 탄소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래서 지구에서 탄소가 가장 많이 저장된 땅은 툰드라 같은 동토다. 어떤 땅은 탄소가 유독 많고, 어떤 땅은 별로 없어서 (사람의 간섭만 없으면) 지구 전체적으로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기후변화에 앞서 땅속의 탄소를 흔들어 깨운 건 인간의 쟁기질이다. 인류는 1만 년 전 농업이 시작되면서부터 땅을 갈았다. 이 때 유기물(탄소) 가득한 부식토가 지표로 올라오며 온실가스가 하늘로 날아갔을 것이다. 땅을 갈면 땅을 갈지 않을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20%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물을 댄 논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 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기본적으로 흙에는 유기 물이 있다. 그런데 논에는 벼도 자라고, 곤충도 산다. 여기에 물을 댄다는 건 혐기성 미생물에 무제한 밥상을 차려주는 격이다. 흙, 식물, 동물 에 붙어 있던 유기물은 혐기성 미생물의 먹이다. 앞서 소 트림 이야기에서 언급했듯 혐기성 미생 물은 소화 끝에 메탄을 내놓는다. 한국의 경우 메탄 양만 따지면 논에서 배출되는 양이 소에서 배출되는 양보다 40% 더 많다. 이제 '녹색혁명' 이후의 간접 배출, 그러니까 화학 비료와 농약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조상들이 끊임 없이 새 농토를 갈구했고, 여의치 않으면 산을 밀 어서라도 새 땅을 마련했던 건 재배 면적을 늘리 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같은 땅에 계속 같은 작물 을 기르면 땅속 영양분이 금방 소진되는, 흔히들 '지력이 쇠했다'고 말하는 현상 때문에 새 땅이 필요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인류는 답을 찾았다. 독일 화학회사 연구원이었던 카를 보슈와 무명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질소 분자와 수소를 반응 시켜 암모니아 합성에 성공했다. 드디어 인류는 화학의 힘을 빌려 지력을 끌어올릴 마법을 손에 쥐게 됐다. 문제는 이 암모니아를 하나 만드는 데 전 세계 에너지의 2%가 쓰이고,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가 나오게 된다. 비료는 우리나라 농업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 는 요소다. 비료는 제조할 때도 다량의 에너지를 잡아먹지만, 뿌리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발 생시킨다. 안타깝게도 작물은 사람들이 뿌리는 비료의 절반 정도만 받아먹기 때문이다. 비료만 큼은 아니지만 농약도 제조할 때 당연히 에너지 가 들어간다. 매년 300만의 농약이 논밭에 살포 되는데 무려 1600가지 화학물질이 동원된다. 화학물질 조성에 따라 농약 제조 시 온실가스 배 출량은 수십 배 차이난다. 농약을 생태계가 아닌 에너지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는 찾아보기 힘든데 2002년 미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농약을 제 조할 때는 비료 제조에 비해 약 4분의 1에서 5분 의 1 정도의 에너지가 투입된다. 비료와 농약은 용도는 달라도 서로 영향을 준다. 통계의 농업 배출량 비중 3%는 통계 착시이다.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 중에도 상당 부분은 농업 배출량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경종 농업에 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경우로 ① 땅을 갈아엎 을 때 ② 논에 물을 댔을 때 ③ 비료를 만들 때 ④ 비료를 뿌릴 때 ⑤ 농약을 만들 때를 언급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국가 인벤토리에서 '농업'에 잡히는 건 ②와 ④뿐이다. 경종 농업 부문 온실가 스를 직접배출과 간접배출로 나누고, 이 가운데 절반, 그러니까 간접배출만 이야기했는데도 그 렇다. ③과는 에너지나 산업공정에 들어가 있다. 이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서 누구를 탓 할 일은 아니고, 알고 넘어가자는 취지에서 하는 말이다. 문제는 ①이다. 땅을 갈아 엎을 때 온실 가스가 나온다는 얘기는 반대로 땅을 내버려두면 온실가스를 가둬둘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농업과 농지의 불편한 진실 농부에게 농사는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농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막연히 유기농을 외칠 게 아니라 농사가 안정적인 생계 수단이 되 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여유가 있고, 믿는 구석이 있어야 농사를 '돈벌이' 이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농산물 시장의 유통 구조는 '지구를 지키는 농업이나 생명을 살리는 농사'와 같은 고민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이란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온다. 하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법은 농민이 아닌데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은 경우 1만km 까지는 소유할 수 있도록 약간의 틈을 열어뒀다. 그런데 여러 차례 개정을 하면서 이 틈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다. 2021년 상반기를 뒤흔든 LH 사태에서 보듯 농업 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나무 몇 그루 심는 방식으로 '꼼수' 취득할 수 있는 길은 활짝 열려 있다. 살짝 열어둔 틈새가 거의 대문이 됐다. 농사 안 짓는 땅 주인이 많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남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임차농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경자유전의 원칙이 흐트러지 면 자연스럽게 지주와 농민의 이해가 충돌 할 수 밖에 없다. 농민은 그 땅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농 사짓기를 원할 테지만, 지주는 임대료만 더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농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 이다.
바다로부터 듣는 지구 이야기 나는 지구가 이렇게 망가진 건 인간의 무심함 때문 이며, 그 무심함은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깊이 알면 감히 이토록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낼 수 없다. 바다는 그저 우리가 물고기를 퍼올리고, 크루 즈를 타고 유랑하며, 윈드서핑을 즐기는 곳이 아니 다. 바다 먹거리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주 먼 옛날, 46억 년 전쯤 지구가 갓 태어난 신생아였을 때 가장 먼저 등 장한 바다는 마그마의 바다였다. 지구는 젊은 태양 주위를 도는 암석의 충돌을 견디며 무럭무럭 자랐 다. 지구가 지금의 90% 크기로 자랐을 때(시간으 로 치면 대략 지구 탄생 후 몇천만 년밖에 안됐을 무렵에..) 화성처럼 커다란 천체 테이아가 지구에 부딪쳤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지름이 10~20km 라는 데, 지름 6000~7000km 짜리가 충돌했으니 무슨 일이 벌어졌겠는가. 엄청난 열이 발생하면서 지구 암석이 모두 녹아 바다는 마그마로 뒤덮였다. 이때 발생한 열은 암석을 물컹하게 녹인것도 모자 라 기체 상태로 증발시켰다. 마그마 바다와 암석 증기는 불덩어리 비를 내렸다. 시간이 흘러 핵폭탄 급 운석이 충돌하는 횟수가 점차 줄자 지구 온도는 서서히 내려갔고, 암석 증기도 모두 제거됐다. 암석 증기와 섞여 있던 수증기도 응결해 비(이번엔 진짜 비)가 되어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바다가 만들어 졌지만, 대형 천체가 지구를 때릴 때면 다시 증발해 사라지곤 했다. 39억 년 전쯤에는 바닷물을 날릴 충돌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바다 밑에는 무거운 광 물이 가라앉아 해양지각을, 이보다 가벼운 광물은 둥둥 떠다니는 대륙지각을 만들었다. 대륙은 한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조금씩 움직인다. 대륙은 이동할 뿐 아니라 크기도 변한다. 지구가 아기였을 때는 대륙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대륙은 지금 크기에 이르렀고, 매년 650~1300km씩 늘어나고 있다. 지구에서 탄생한 최초의 생명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다. 머나먼 옛날 원시 생명체 가 등장했다가 바닷물이 소행성에 맞아 증발할 때 같이 사라졌을지 모른다. 나름의 증거(화석 같은)를 갖고 최대한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리는 남세균이 라는 조상을 만날 수 있다. 약 35억 년 전(정확한 시점은 의견이 분분) 바다에서 등장한, 시아노박테 리아라고도 하는 이 생명체는 당시 지구에 가득했 던 이산화탄소를 먹고 산소를 내뱉 었으며(혐기성), 무시무시한 우주 방사선을 막아낼 오존층도 만들었 다. 남세균은 오늘날에도 먹이사슬 가장 밑바닥에 서 부지런히 산소를 만들고 있다. 허나, 남세균의 등장과 함께 생명체가 눈부신 진화의 고속열차를 탄 건 아니다. 지구 역사에는 지질학자들이 '지루한 10억년' 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있다. 18억 년 전부 터 8억 년 전까지 10억 년 동안 생물 진화에서도, 기후에서도, 지질학적으로도 놀랄 만한 이벤트 없 이 흘러간 시기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지루한 10억 년이 지나자 생명체는 갈수록 구조적 복잡성을 띠었고, 5억 4000만 년 전에 이 르면 해양 동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바로 캄브 리아기 폭발이다. 고생대의 대표 얼굴인 삼엽충과 사슴벌레와 새우를 합쳐놓은 것 같은 아노말로카 리스 등 지금 우리 눈에는 약간 괴기스럽지만 드디 어 동물다운 동물이 등장했다. 4억 년 전에는 동식물이 육지로 진출했고, 적응과 진화. 그리고 우연이 합쳐져 오늘날에 이른다. 생명 이 발원한 곳이라는 이유로도 바다는 귀한 대접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온실가스 측면에서 봐도 찬탄 할 만한 업적을 쌓았다. 사십 몇억 년 전 바다가 지 금처럼 지구에 자리 잡지 못했을 때 바닷물의 온도 는 150도에 달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도 바다 가 '물'일 수 있었던 건 원시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워낙 많아 대기압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압이 높으면 기체도 액체가 된다. 콜라병 안에 녹아든 탄산가스가 그 예다). 오늘날 바다는 적도 의 해수면도 거의 30도를 넘지 않는다. 40억 년 전에는 태양도 지금처럼 강렬하지 않았는데 바닷 물이 150도였다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어마어마 하게 많았다는 뜻이다. 그 많던 이산화탄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지구는 이산화탄소를 가둘 탄소 창고가 많았다. 지구가 온통 바다였을 때는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끌어들 였다.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에 잘 녹았고, 그러면서 지구 기온이 내려갔다. 대기의 온도가 떨어지자 수 증기는 더 쉽게 응결됐고, 비가 되어 바다로 떨어 졌다. 바닷물이 늘어난 만큼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녹았다. 딱딱한 육지가 지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부터 땅도 힘을 보탰다. 땅은 풍화 작용에 따라 깎 이면서 석회암을 만들었다. 빗물은 약산성이라 바 위를 녹인다. 물론 비가 온다고 바위가 죽처럼 흐 르지 않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처럼 암 석은 빗물에 조금씩 깎인다. 바위에 있던 칼슘, 마 그네슘 같은 이온은 빗물을 타고 강으로, 바다로 흘러갔다. 칼슘은 바닷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 (정확히는 중탄산염)와 결합해 탄산칼슘이 됐고, 이로써 탄소가 쉽게 공기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들었다. 바다 속 탄산칼슘은 산호나 딱딱한 껍 데기를 가진 플랑크톤의 골격을 만드는 재료가 되 기도 한다. 이런 생물이 죽으면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오랜 세월 동안 그 위에 유기물이 쌓인 다. 물론 대륙판이 이동하면서 깊이 묻혀 있던 탄 소도 언젠가 떠오르겠지만 100년도 못 사는 우리 에겐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야 벌어질 일이다. 그래서 바다에 묻힌 탄소가 얼마나 될까. 2021년 8월 발간 된 IPCC 보고서를 보면, 공기 중에는 약 8700억t(그중 3분의 1이 인간이 내뿜은 것이다) 의 탄소가 있다. 그런데 그 2배만큼 흙 속에 묻혀 있고, 46배만큼 바다에 있다. 200m 이하 증층수 와 심해에 저장된 탄소 양만 37조가 넘는다. 바다 가 이만큼 탄소를 붙들지 않았다면 지구는 아마도 에어 프라이어가 됐을 것이다. 바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배출하는 엄청 난 양의 온실가스를 묵묵히 받아주고 있다. 정말 바다와 같은 성정인 걸까? 그렇지 않다. 태초에 바다는 공기를 가득 채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지구의 열을 식혀줬다. 바다는 처음으로 생명을 품었고, 그 생명이 오늘날 우리를 있게 했다. 그렇 지만 우리는 바다가 지구를 지구답게 만들어줬단 사실을, 바꿔 말하면 바다가 달라지면 지구도 달라 질 거란 사실을 자꾸만 잊는다. 인류는 산업혁명이 준 풍요로움에 취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수십 만 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이는 논에서도 밭 에서도 축사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출발점, 바다에 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증기기관이 밀어 주는 배를 타고 열심히 바다로 나가 정신없이 물고 기를 퍼담았다. 100년도 못 가 물고기 씨가 마를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이제는 '나가서 잡기' 대신 '가둬서 잡기'로 눈을 돌렸다. 다시 화석연료 에 기댄 채 말이다. 인간은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 재하는 것처럼 착각 할 때가 많다. '만물의 영장' 이란 표현만 봐도 그렇다. 인간은 모든 존재의 위에 있으며, 욕심이 지나쳐 지구를 아프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고 말한다. 착각이다.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는 건 지구가 아니라 우리다. 지구는 불구덩이 처럼 뜨거울 때도, 얼음처럼 차가울 때도 끄떡없었 다.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나무가 산소를 공급하는 건 바다와 나무 입장에선 인간과 아무 상 관없는 일이다. 그저 그렇게 생겨서 그렇게 할 뿐 이다. 그러니 지구를 죽이고 살린다는 거만한 표현 은 넣어두고 이렇게 말하자. 우리는 자살골을 넣고 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어떻게 먹을 것인가..) 이 책은 '밥상 위 먹거리가 어떤 과정 속에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가'가 주된 줄거리다. 그렇다고 는 해도 글을 쓰는 내내 스스로 계속 되물을 수밖 에 없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쨌든 먹고살아야 하는데, 밥상에 올라온 고기 도, 과일도, 채소도, 생선도 다 잘못됐다고 하면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환경 기사를 쓸 때 유 의해야 할 점 중에 '공포에 질리게 하지 마라'는 것이 있다. 정보를 제공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건 독자들의 유의미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공포에 질리게 하면 '어차피 망한거, 될 대로 되라' 식으로 역효과를 부른다. 그래서 이번엔 '그래서 어쩌라고?'에 대한 이야 기를 해볼까한다. 어떻게 길러야 '탄소로운 식탁' 을 물릴 수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는 축산업에서 경종농업, 어업에 이르기까지 탄소발자국을 늘리는 시스템 은 있어도, 줄이는 시스템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개별적인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여기 등장하는 이들의 출발점과 현재 서 있는 자 리는 각각 다르다. 처음부터 기후 문제 해결이라 는 목표와 함께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초에 나 좋자고 시작한 일인데 어쩌다 보니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사람도 있다. 어떤 면에선 '이게 바로 미래 농업'이라고 하는 데 안을 들여다보면 방향성에 고개를 갸웃거리 게 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모두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이야기들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채식을 하자는 주장이 들 린다. 이 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밝혔지만, 나 는 이런 주장에 공감하지만 전적인 동의는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고기를 끊고 채식하 며 살아가는 상황은 상상이 안 되고, 그게 정말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먹 거리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면, 고기냐 채소냐를 선택할 게 아니라 고기든 생선이든 과일이든 곡 식이든 모두 '어떻게 시스템 자체를 탄소 중립으 로 바꿔나갈까'를 고민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망의 마지막 장에서는 읽는 중간 중간에 소름 이 돋아서 더 많은 내용을 담고자 하는 욕심과 더불어 되도록 많은 정보를 다뤄볼까 합니다..) 첫째, 홍성 결성면 원천마을의 성우농장은 이른바 '패시브 하우스'다. 단열을 잘해서 여름에 에어컨 없이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돈사다. (쉽게 요약하자면 알고리즘을 동반한 고효율의 IT기반 시스템입니다.) 주목할 점은 가축분뇨는 메탄과 아산화질소 같은 온실가스 를 만들고 악취로 사람을 힘들게 하는데, 이곳 에서 찾은 방법은 '분뇨로 바이오가스 만들기' 였다. 그렇게 탄생한 바이오플랜트 시스템은 바이오 가스를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고, 효율 을 높혀 축사에서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한전 에 판매하는 계획까지도 가지고 있다. 둘째, 충남 청양군에 있는 한우농장에서는 커피 가루를 이용하여 나름 소소하게 경축순환에 일 조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소똥은 묵혔다가 논밭에 뿌려 경축순환 농업을 해왔으니 특별할까도 싶겠지만 이 농장에서는 서울에서 커피찌꺼기(커피박)를 받아 이곳 농장에 뿌린다. 그렇게 축사에서 사용 된 분뇨 섞인 커피찌꺼기는 퇴비로서 기능한다. 이 퇴비는 퇴비공장이나 인근 농가가 가져간다고 한다. 커피찌꺼기를 쓰레기로 버릴 땐 톤당 8만~ 10만 원을 들여 소각하거나 매립해야 한다. 이에 준하는 처리비를 받을 수도 있지만, 찌꺼기를 수 거하는 것도 퇴비를 나눠주는 것도 모두 공짜다. 서울시 협조를 통해 커피찌꺼기를 직접 회수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에 부탁한 게 하나 있는데, 해당 퇴비로 기른 작물을 서울시에서 홍보해달라고 한 것이다. 상생의 의미도 있고, 커피전문점은 쓰레기 처리해서 좋고, 농민은 퇴비 무상으로 얻 어서 좋고. 쓰레기냐, 자원이냐는 의지에 달렸다. 셋째, 벼농사에서는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듯, 논에 물을 찰방찰방 채워 열맞춰 모내기를 하는 농법을 표준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땅에 물을 대 지 않고 볍씨를 직접 뿌려 쌀농사를 짓는 사람이 한국에 존재한다. 건답직파, 혹은 태평농이라고 하는 이 농법을 40년간 이어온 사람이 있다. 그는 농기계 회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농업에 관심을 뒀는데,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그 과정에 서 땅을 덜 가는 곳에서 오히려 작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자 1980년 대 말 아예 벼 전업농이 된다. 2019년 발표된 IPCC의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 보고서'라든가 1~5차 보고서를 보면, 무경운이나 최소경운은 대체로 온실가스를 감축시켰고, 실제 그가 하는 방식인 무경운+건답직파는 기존 방식과 비교 시 23% 수준으로 메탄을 적게 발생시켰다. 넷째, 팜에이트의 플랜티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장 회사다. 본사의 2층짜리 농장에는 판매용으로 채소들이 흡사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 처럼 모든 걸 사람에게 맡긴 채 보랏빛 조명을 받 으며 열심히 자라는 중이었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도 농장이 설치됐는데 이 회사의 것이다. 팜에이트는 2004년 샐러드 채소를 키워 유통시 키는 회사로 설립됐다. 그러다 보니 채소를 안정 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었고, 스마트팜으로 사 업 영역을 확장했다. 연중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위적인 생육 환경 덕에 해당 농법인 수직농장은 남극부터 사막 까지 어디서든 작물 재배를 가능하게 한다. 다섯째, 이노마드의 대표는 전기배에 큰 매력을 느꼈다. 연안에서 조업하는 5t 미만의 소형 어선 을 기름이 아닌 전기로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제원도 테슬라 모델3과 비슷하다. 차와 마 찬가지로 디젤엔진의 배보다 승선감이 뛰어나고, 센서와 IT기술을 융합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스마 트 선박'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과정을 겪은 뒤에 그는 공개를 석 달 정도 남겨두고 사업을 중단했 다. 면세유와의 경쟁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기차 와 달리 전기배는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보급 계 획이 없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쏘나타 가솔린 보다 연비가 50% 좋고,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면제, 공영주차장 할인 혜택도 받지만 가솔린이 8배 더 잘 팔린다. 어지간한 혜택으로 어민들에 게 배를 바꿀 마음을 심어주기란 역부족이다. 결국 그는 어선에서 요트로 방향을 틀었다. 대체육이 정말 답일까?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빠졌다. 먹거리 탄소 배출 과 관련해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대체육'이다. 소, 닭, 돼지의 희생을 줄인다는 점에서 놓고 보면 대체육이 착한 고기인 것은 맞지만, 과연 지구의 입장에서도 그럴까, 확신이 없었다. 자본력을 등 에 업고 무럭무럭 성장하는 시장에서 '대체육이 미래다'라는 메시지는 계속 나오지만 이를 뒷받 침할 학술 근거는 많지 않고, 여기에 고기 아닌 고기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낯설음에 더해져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대체육에 관한 부분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아무리 신의 손을 가졌다 한들 진짜 신이 아닌 이상 콩만으로 고기 를 만들 수는 없다. '식물성 고기가 더 몸에 좋다 는 근거는 뭐냐'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나의 질문은 에너지 사용에 관한 쪽이다.
끝!! 입니다. 이 책 너무 좋은데.. 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다소 도배스럽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올려봤습니다. 혹시 내용을 어느 정도라도 읽으셨다면.. 느낌이 어땠는지 남겨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ㅎㅎ
우와! 그믐을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군요, 너무 좋네요 ^^ 감사히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닿늘 님!
저야말로 너무 감사합니다. 지난 번에는 기간이 끝날때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기에 ..;;; 씁쓸함을 느꼈었는데요. 최근에 보니, 혼자읽기도 했길래 .. 블로그에 흩어져 있던 내용들을 한 곳에 모아봤습니다. 괜찮았다면 다른 책들도 올려볼게요. ^^; 기후관련 책들부터 시리즈로 올려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습니다. 기억하기로는 두 권 정도 더 다뤘었거든요.ㅎㅎ;;
@바닿늘 님, 그믐에서 하고 싶은 거, 전부 다 하세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기록으로 남긴것이 기적처럼 누군가에게 가닿는 일이 세상을 살다보면 생기기도 하니까요. "탄소로운 식탁" 이라는 책이 있는지, 바닿늘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몰랐을거예요.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서, 바닿늘님께 정말 감사하답니다. 저의 우주가 덕분에 조금더 넓어졌어요 ^^
열렬한 응원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기대에 적극 호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남들보다 책을 기이이일게 다루다 보니..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게시물이 여러개로 쪼개서 다뤘거든요. 이 곳이라면 모아놓기고 좋고, 누군가 봐주고 피드백 보내주시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헌데.. 기존에 다뤘던 <계속 가보겠습니다>는.. 불편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그랬는지, 그믐 초기여서 그랬는지 아무도 참여를 안하더군요. ^^;; 위에서도 언급 했었습니다만.. 해당 책 내용이 너무 좋은데 그에 비해 너무 알려지지 않아서 조금이나마 더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좋게 봐주시고 극찬을 아끼지 않고 보내주셔서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오히려 너무 감사합니다. ^^ 그리고 바닿늘은 제 실명의 한자와 관련되어 있어요. 바다하늘, 즉 해천 이죠. ㅎㅎ 처음에는 바다하늘을 쓰다가, 너무 흔하게 느껴져서 변화를 줘봤습니다. 세 글자로 하고 싶기도 했고.. 기존 이름을 살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한결같음을 추구하고 싶어서 의미부여를 추가로 해봤습니다. 즉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죠. 바다하늘 , 바다하늘은 늘.. 이렇게요. 닉네임 괜찮죠? ^^;;
@바닿늘 아 그러고보니, 바닿늘님 아이디 뜻이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바닿늘, 사전에 있는 단어인가? 저는 처음보거든요 +.+
아,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네요, "바닿늘" 연관검색어로 '바다 하늘' 이 나왔어요.
@바닿늘 "계속 가보겠습니다" 이거 무슨 책인지 찾아보려구요 (궁금궁금) / 와.. 바닿늘, 좋네요! 왠지 어딘가 저런 이름으로 이쁜 브랜드 네임이 있을것도 같구요. 바닿늘님, 진짜로 그믐에서 하고 싶은거 다~ 하세요 ^^
"계속 가보겠습니다" - 이 책은 내부 고발 검사 임은정의 첫 번째 단독 저서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검찰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내 온 10년의 기록과 다짐이 담겨 있다. / 오, 이런책이 있었고, 그믐에 이 책의 모임이 있었어요? 저는 지금 알았어요 +.+ @바닿늘
여러모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가보겠습니다>는 제 프로필 타고 들어가서도 보실 수 있을거예요. 그믐에 이 책 모임이 있었다기 보단..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야겠네요. ^^;; 시간 될 때마다 추가로 조금씩 공유해볼게요. 감사합니다!!
@바닿늘 아, 프로필을 타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군요! 그믐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흐흐~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는 거죠. ^^ 저도 모르는 거 많으니까, 우리.. 서로 공유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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