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5.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D-29
니나님의 글을 읽다보니, "고독사 워크숍" 이라는 민음사 책이 떠오릅니다. 혹시 읽어보셨나요?
@진공상태5 혼자 맞이하는 모든 죽음을 고독사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건 제 생각입니다. <고독사 워크숍>은 읽지 못했습니다. 제목으로 추측한다면.... 외로운 사람들을 응원하는 내용일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까치 설날이군요! 어릴 적에 '설날'이라는 동요를 부르며 '도대체 까치가 뭐가 잘 나서 사람 설날보다 먼저 설을 지낸담'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까치가 우리가 아는 까치가 아니더군요. ^^
어머!!그 까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까치가 아니라고요? 그럼 뭘까요?^^;;
<명절 전야> 그녀의 동생은 어쩌다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사는 걸까. 제목 그대로 명절 전야에 읽었습니다. @책읽는나랭이 '까치'는 사실 '아치'라는 순우리말의 와전이라고 합니다. '아치'는 '작다'는 뜻이라네요. 설 전날을 '작은 설 = 아치 설'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까치 설'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아치.... 이젠 사라진 우리말일까요. 저는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까치까치 설날이 그렇게 된거를 @Nina 님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저도 '아치'를 들어본적 없는데 이제는 동요를 들을적마다 여기서 나눈 글이 생각날거에요. 감사합니다 :)
<진강이의 엑센트> 진강이의 별명 '딕맨'은 진강이를 지켜주는 보호대였을까 또는 진강이를 짓누르는 기계였을까. 많은 사람들은 매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라도 갓 출시된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어합니다. 그에 비해 이어폰 단자가 있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소설 속 주인공과 동시에 충전과 음악 내보내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엑센트의 주인 진강이는 닮아 있습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엑센트와 진강이와 주인공 그리고 친구 L. 우리가 흔히 내뱉는 '정상Normal'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기준Standard'의 뜻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은 기준보다 모자른 것과 기준보다 넘치는 것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동물학 연구에 의하면, 기린에게서 발견되는 교미의 94%가 수컷 간의 교미라고 합니다. 기린의 수컷간의 교미를 우리는 '정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간 중 이성애자를 '정상'이라고 인식하게 된 이유는 무성애자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존재보다 이성애자가 숫자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정상'과 '기준'은 인간 고유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단어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학교 친구들과 사투리를 쓰는 진강이와 전화를 걸어 조잔조잔 누군가의 욕을 하며 엉킨 마음을 푸는 진강이, 두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진강이의 엑센트와 진강이의 엑센트처럼.
@Nina @책읽는나랭이 "까치설을 조선 시대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 이때 ‘아찬설’이란 ‘작은’이란 뜻이다. 그래서 ‘아찬아들’이라고 하면 작은 아들, 즉 조카를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아찬’이 차츰 ‘작은’이란 뜻을 잃어버림에 따라 ‘아찬’이 ‘아치’로 변하여 ‘아치설’이 되었다. 이 ‘아치’가 ‘까치’와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까치설’로 바뀐 것이다." -> https://www.goodwriter.or.kr/bbs/board.php?bo_table=s0403&wr_id=182 우리글진흥원, 여기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와.. 국어사전에 '아치'라고 치면 까치 관련 단어로는 없더라구요.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삼십 분 속성 플라멩코> 삶의 애환과 무게를 담은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코의 절정 부분인 사랑과 기쁨만을 보여주는 공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축하 케잌에서 체리만을 골라 먹듯 현대인의 필요는 전통 예술조차 원하는 부분만을 남겨 두는 건 아닌지 주제 넘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오늘'만을 살아가는 송지현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은 제게 긍정적 허무주의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마 남은 세 개의 소설에서도 그(녀)는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해야할 일을 하면서도 잠깐씩이나마 책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짐작해 보는 시간은 제게 남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한 묶음의 행복을 또다시 선물해 주신 [그믐]에 고맙습니다.
@Nina "긍정적 허무주의 뜻" 이렇게 넣어서 구글검색을 해봤어요. 결과가 이렇습니다. -> 종교, 윤리, 도덕과 같은 기존의 가치들로부터 해방되어, 내가 지고 있는 짐을 인지하고, 그를 극복하는 삶. 삶의 가치를 하늘로부터 찾는것이 아닌 나의 몸으로부터 찾는 삶.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허무주의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 군상, 위버멘쉬의 모습이다. 위버멘쉬 또는 위버멘슈(독일어: Übermensch)는 니체 철학의 용어이다. 한국어로는 흔히 '초인'으로 번역되지만, 아예 인간을 벗어난 초능력자 등과 오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어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도 있다.
@진공상태5 아, 제가 말하려던 단어는 능동적 허무주의였습니다. 예전에 수동적 허무주의와 능동적 허무주의에 대한 책을 읽으며 '능동적 허무주의는 그나마 조금은 긍정적으로 사는 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능동적과 긍정적이 제 머릿속에서 언제 자리바꿈을 했는지.... 오류 죄송합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온라인 상에서나마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꾸벅)
@Nina 아, 이런 뜻인가봐요. "즉, 근대 허무주의는 절대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간의 삶은 인간 바깥의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삶과 가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 것이다('능동적 허무주의')" / 니나님 덕분에 새로운걸 알게되어 감사하고 참 좋습니다 ^^
첫단편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을 읽었습니다. 이모가 뜨개방을 하시네요? 언젠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은 더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것 같아요. 힘빼고 떠야하는 사슬뜨기, 1500원에 팔리는 수세미, 뚝딱 며칠만에 떠주는 루즈핏 스웨터들의 소재가 반가웠습니다. 뜨개질에 인생을 비유하는건 좀 식상하지만 (그런데 얼마나 찰떡같은 비유들인지 이건 해본 사람만이 알수 있어요) 아무리 남이 가르쳐줘도 잘 안되고, 각자 알아서 터득해야 하는 힘빼기의 기술은 빡빡하지 않게 잘 살기위한 노하우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뜨개질에 인생을 비유할 수 있군요. 엄마는 뜨개질을 좋아하셨는데, 저는 아직 모르는 세계입니다. 북한산 밑에 살아서, 산을 갈때 인생같다 라고 생각하는데 이것 역시 식상한 비유지요? ^^;; 그렇지만 산을 가면 정말로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뜨개질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올해였나, 작년이었나. '책걸상' 방송에서 장강명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 작가의 단편을 읽다 보면 아쉬운 구석이 많다, 이런 얘기를 했었잖아요. 그때 둘 다 아쉬워했던 부분이, 이런 소재와 설정이면 단편으로 끝낼 게 아니라 장편 아니 경장편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하는 것이었죠. 방송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에 실린 단편 역시 그런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아요.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은 드라마 작가가 보면 정말 한 시즌 분량의 드라마로 확대해도 될 만한 설정이고,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가족을 소재로 한 여러 단편도 연작 소설로 확장할 만하다 생각했거든요. 작가님께서 힘 내셔서 좋은 경장편이나 장편으로 이 책에 실린 단편을 확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송지현 작가의 단편소설들은 내용이 잔잔하면서도 생각할 여유를 많이 주는 작품들입니다. 단편이 가진 장점이며 특징에 충실하다고 할까요. 장편은 장편 나름의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만 단편이 주는 간결하지만 뚜렷한 매력을 갖진 못하지요.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건 드라마 작가나 연출, 제작하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 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는 소리나 화면이 아닌 글을 사용해 하고픈 이야기를 속삭이며 독자를 깨우는 직업입니다. 단편소설은 원래 아쉽다 싶게 절약된 시공간과 인물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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