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5.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D-29
맞아요 가늘고 길게 갑시다^^ 방 하나가 끝나고 새로 여는 건 어떨지요..여러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고 가서 좋은데 후반으로 가면 기운이 조금 떨어지니까 기간도 2주정도면 좋을 듯 싶어요. 방송 일주일 전부터 방송하는 주까지.
그나저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에세이인가 했는데, 온라인서점에서 미리보기 읽어보니까 소설이네요. 문장이 슬슬 흘러가는 게 재밌어요. 1인칭 화자 성격때문인지 문장 끝에 약간 군더더기 같은 말들이 붙긴 하는데, 성격과 현재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거 같아요. 이건 1월 마지막 주 방송이겠죠? 일찍 퇴근하는 날 도서관 들러야겠어요.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 이 소설의 제목을 달리하면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촌동생의 아이조차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주인공의 가족 구성원 중에는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원망스러운 존재가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백만원을 준다는 말에 삼촌과 불편할 게 뻔한 동행을 하고 삼촌이 지르는 돈으로 야외 바비큐를 기대합니다. 비로자나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동생은 '나는 앞으로 나를 괴롭하는 모든 것을 비로자나불이라고 생각할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촌은 비로자나불이다'라고 외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비로자나불상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바닥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더군요. 마음에 거슬려 손가락질하려는 검지를 슬그머니 손바닥으로 감싸며 마음에 참을 인을 새기는 상황일까요. 물론 부처는 애초에 마음에 그런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으시겠지요. 가족 구성원 중에 대놓고 질책하지도 손가락질 하지도 못하는 존재는 참 불편합니다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라도 어쩔 수 없이 에두르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저는 과거에.. 내 스스로가 가족에게 수치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여, 가족을 떠났던 적이 있는데요.. 음..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 비로자나불: 구글 뜻 - 비로자나불(산스크리트어: वैरोचन 바이로차나)는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라는 뜻을 지닌 부처이다.
@진공상태5 1. 신간을 바로 확인하거나 구매하기에는 환경이 조금 쉽지 않은데 장강명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그믐]을 알게 된 건 제게 행운입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는 책은 전자책으로 구입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고 대충 줄거리나 작품에 대한 평을 살펴 봅니다. 송지현 작가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작가의 나이에 걸맞는 소재와 주제로 무덤덤하게 잘 표현을 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2. 방황과 여행은 목적지(목표)와 돌아올 의사의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구석 문어 성향이라 방황은 커녕 짧은 여행도 꿈조차 꾸지 않습니다. 다만 꼭 떠나야할 상황을 맞닥뜨리면 다시 안 돌아올 생각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데..... 늘 돌아오더군요. 제게 '돌아올 곳'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3. 비로자나불의 뜻을 검색하고 나니 작가가 그 불상을 굳이 소재로 쓴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이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이 비로자나불의 속뜻보다 불상의 형태를 보고 작가가 느낀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가족> 오래 잊고 지내던 선배를 꿈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해맑게 웃고 있던 선배가 작업 중 추락 사고로 이승을 떠났다는 소식을 사흘 후에 들었습니다. 꼭 가족이 아니어도 이승의 연이 끊길 때는 이런 스침이 있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미주와 사촌동생 재은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저 '사물' 같고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가구가 사라진 것 같'을 뿐입니다. 남루한 가족사는 '알고 있어도 딱히 쓸모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미주와 재은, 그들의 세대는 더이상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지 않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아는 친족들과의 자리가 불편합니다. 평생 '먹고 사는 일'외에는 '관심을 둘 수 없었'던 할아버지가 바라시던 바대로 장례식은 최고급으로 치러집니다. 장례라도 풍족하기를 바라며 살던, 여섯 자식을 거두며 버티던 빠듯한 삶이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내내 가족의 감정 흐름에 섞이지 못하지만 '휴대폰 안에 내리는 눈이 실제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미주는 할아버지를 닮았습니다. 파묘가 되고 암투병을 하게 된다는 걸 행여 미리 알았대도 어쩌면 우리는 가족 장례식은 힘 닿는 대로 화려하고 근사하게 치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오늘을 삽니다. 내일은 말 그대로 '來日'이니까요.
문득, 나의 장례식..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지금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될 것 같아요.
@Nina 어, 저도 검색해보고 전자책 있으면 사는 편이에요. / 방구석 문어 성향, 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군요. 니나님께 '돌아올 곳'은 사람. / 아마도 불상을 보고 작가님이 받으신 느낌과 관련이 있을것 같아요.
@Nina 아, 니나님은 혹시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으신가요? 궁금해져서.. 여쭤봅니다 +.+
<여름에 우리가 먹는것> 읽었습니다. 오랫만의 동창 모임에서 '나만 좀 다른길로 가려고 하는구나' 하며 소외감을 느꼈던 제 20대 후반~30대 초반이 생각났습니다. 이모가 혼자 어떤 여행을 꾸려갈까, 신선한 경험 많이 하고 타지에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드는걸보니, 제가 어느새 이모 세대에 진입했구나 깨달았습니다.
@진공상태5 죽음을 맞는 상황이라든지 순간은 몇 번 상상해 봤습니다만 장례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장례식은..... 저의 부재로 만들어진, 저 없이 진행되는 모임이니까요. 그건 남은 자들이 할 일이지요. 밥을 함께 먹거나 술을 마시며 제가 가볍게 지껄인 내용을 가족이나 지인 중에 한두 명이라도 기억을 해낸다면 아마 사람들이 모이는 장례식 같은 건 없을 겁니다. 만약 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는다면 장기가 망가지기 전에 기증될 것이고 그럴 사정이 아니라면 재조차 어딘가에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요. 죽은 날이 기억되는 대신 제 생일에 눈 날리고 바람 불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네요. 음.... 글을 쓰면서도 제 장례식은 역시나 저와 아무 상관 없는 일 같아서 별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 군요. ^^
니나님의 글을 읽다보니, "고독사 워크숍" 이라는 민음사 책이 떠오릅니다. 혹시 읽어보셨나요?
@진공상태5 혼자 맞이하는 모든 죽음을 고독사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건 제 생각입니다. <고독사 워크숍>은 읽지 못했습니다. 제목으로 추측한다면.... 외로운 사람들을 응원하는 내용일까요. 그러고 보니 오늘은 까치 설날이군요! 어릴 적에 '설날'이라는 동요를 부르며 '도대체 까치가 뭐가 잘 나서 사람 설날보다 먼저 설을 지낸담'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까치가 우리가 아는 까치가 아니더군요. ^^
어머!!그 까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까치가 아니라고요? 그럼 뭘까요?^^;;
<명절 전야> 그녀의 동생은 어쩌다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사는 걸까. 제목 그대로 명절 전야에 읽었습니다. @책읽는나랭이 '까치'는 사실 '아치'라는 순우리말의 와전이라고 합니다. '아치'는 '작다'는 뜻이라네요. 설 전날을 '작은 설 = 아치 설'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까치 설'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아치.... 이젠 사라진 우리말일까요. 저는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까치까치 설날이 그렇게 된거를 @Nina 님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저도 '아치'를 들어본적 없는데 이제는 동요를 들을적마다 여기서 나눈 글이 생각날거에요. 감사합니다 :)
<진강이의 엑센트> 진강이의 별명 '딕맨'은 진강이를 지켜주는 보호대였을까 또는 진강이를 짓누르는 기계였을까. 많은 사람들은 매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라도 갓 출시된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어합니다. 그에 비해 이어폰 단자가 있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소설 속 주인공과 동시에 충전과 음악 내보내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엑센트의 주인 진강이는 닮아 있습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엑센트와 진강이와 주인공 그리고 친구 L. 우리가 흔히 내뱉는 '정상Normal'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기준Standard'의 뜻을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은 기준보다 모자른 것과 기준보다 넘치는 것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동물학 연구에 의하면, 기린에게서 발견되는 교미의 94%가 수컷 간의 교미라고 합니다. 기린의 수컷간의 교미를 우리는 '정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간 중 이성애자를 '정상'이라고 인식하게 된 이유는 무성애자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존재보다 이성애자가 숫자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정상'과 '기준'은 인간 고유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단어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학교 친구들과 사투리를 쓰는 진강이와 전화를 걸어 조잔조잔 누군가의 욕을 하며 엉킨 마음을 푸는 진강이, 두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진강이의 엑센트와 진강이의 엑센트처럼.
@Nina @책읽는나랭이 "까치설을 조선 시대에는 ‘아찬설’이라고 했다. 이때 ‘아찬설’이란 ‘작은’이란 뜻이다. 그래서 ‘아찬아들’이라고 하면 작은 아들, 즉 조카를 의미했다. 그러던 것이 ‘아찬’이 차츰 ‘작은’이란 뜻을 잃어버림에 따라 ‘아찬’이 ‘아치’로 변하여 ‘아치설’이 되었다. 이 ‘아치’가 ‘까치’와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까치설’로 바뀐 것이다." -> https://www.goodwriter.or.kr/bbs/board.php?bo_table=s0403&wr_id=182 우리글진흥원, 여기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네요. 와.. 국어사전에 '아치'라고 치면 까치 관련 단어로는 없더라구요.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삼십 분 속성 플라멩코> 삶의 애환과 무게를 담은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코의 절정 부분인 사랑과 기쁨만을 보여주는 공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축하 케잌에서 체리만을 골라 먹듯 현대인의 필요는 전통 예술조차 원하는 부분만을 남겨 두는 건 아닌지 주제 넘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오늘'만을 살아가는 송지현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은 제게 긍정적 허무주의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마 남은 세 개의 소설에서도 그(녀)는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해야할 일을 하면서도 잠깐씩이나마 책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짐작해 보는 시간은 제게 남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한 묶음의 행복을 또다시 선물해 주신 [그믐]에 고맙습니다.
@Nina "긍정적 허무주의 뜻" 이렇게 넣어서 구글검색을 해봤어요. 결과가 이렇습니다. -> 종교, 윤리, 도덕과 같은 기존의 가치들로부터 해방되어, 내가 지고 있는 짐을 인지하고, 그를 극복하는 삶. 삶의 가치를 하늘로부터 찾는것이 아닌 나의 몸으로부터 찾는 삶. 그것이 니체가 말하는 허무주의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 군상, 위버멘쉬의 모습이다. 위버멘쉬 또는 위버멘슈(독일어: Übermensch)는 니체 철학의 용어이다. 한국어로는 흔히 '초인'으로 번역되지만, 아예 인간을 벗어난 초능력자 등과 오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단어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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