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5.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D-29
@진공상태5 사실 책걸상 크루들도 정신 없어요. 일단 첫 방이 끝나서 안도의 한숨. 계속 하루에 한 번씩은 들락거려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과 글이 안 올라오면 뭔가 해야 한다는 긴장감. :)
YG님, 절대 부담감 가지지 마시고 편하게 하시면 좋겠어요. 엄청 바쁘신거 다들 잘 아니까요. 기간도 꼭 29일 아니라 더 짧게 해도 되니까, 진짜로 편하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실것 같아요. 저희도 이방저방 들락거리면서 글만 읽어도 정신이 없는데, 크루들은 오죽하실가 싶어요. 지속가능한 로딩어야 할텐데 무리하시다 퍼지시면 안됩니다~
무리하시지 마세요. ~ 방송되는 모든 책을 그믐 방에 만드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근데 저 내일 <우리가 여름에 먹는것> 찾으러 도서관 갑니다.^^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이라는 제목에 흥미를 느껴서 읽었는데 잔잔한 일상에 담담히 말하는 주인공이 매력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더라고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누구나 둥지 안에서 눈을 뜹니다. 어미새가 아기새 목구멍에 먹이를 밀어넣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사는 피할 수 있도록 세상은 우리에게 뭐라도 던져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원통한 이십대 삼십대를 거치는 시대입니다. 세상은 늘 그 모양입니다. 우리의 할머니 세대도 이모 세대도 그 따위였습니다. 부드러운 알 속에서 깨어나 삐죽삐죽한 지푸라기와 딱딱한 나뭇가지에 부딪히면서 이리 저리 입을 한껏 벌려도 스스로 날기 전에는 모든 게 참 어렵습니다. 주인공은 떠나온 것 같다고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필요 조건은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멈추지 않고 견디다 보면 이리 채이고 저리 밀려 뒷걸음질 치다가 몰린 구석이 문득 편안하기도 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빈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월은 우연처럼 인연처럼, 나에게 '돌아올 곳'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돌아갈 곳'도 '갈 곳'도 없는 젊은 세대를 '어쩌다 보니 자리를 잡은' 이모 세대가 응원합니다.
늘 그 모양인 세상.. 이모 세대의 응원.. 저는 시간의 힘으로 '돌아올 곳'을 찾았는데, 니나님은 어떠신가요?
@YG 가늘고 길게 가주세요, YG님! YG님은 소중하니까요.. ^^ (오래오래~ / 이거 왠지 책걸상의 모토가 된듯요. 건강 + 오래오래)
어, 이건 제 삶의 방식이자 모토인데요,, 책걸상도 같이 하면 더할나위없이 좋지요. 굵기 너무 키우지 마시고...
맞아요 가늘고 길게 갑시다^^ 방 하나가 끝나고 새로 여는 건 어떨지요..여러 이야기가 활발하게 오고 가서 좋은데 후반으로 가면 기운이 조금 떨어지니까 기간도 2주정도면 좋을 듯 싶어요. 방송 일주일 전부터 방송하는 주까지.
그나저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에세이인가 했는데, 온라인서점에서 미리보기 읽어보니까 소설이네요. 문장이 슬슬 흘러가는 게 재밌어요. 1인칭 화자 성격때문인지 문장 끝에 약간 군더더기 같은 말들이 붙긴 하는데, 성격과 현재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거 같아요. 이건 1월 마지막 주 방송이겠죠? 일찍 퇴근하는 날 도서관 들러야겠어요.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 이 소설의 제목을 달리하면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촌동생의 아이조차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주인공의 가족 구성원 중에는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원망스러운 존재가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입니다. 백만원을 준다는 말에 삼촌과 불편할 게 뻔한 동행을 하고 삼촌이 지르는 돈으로 야외 바비큐를 기대합니다. 비로자나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동생은 '나는 앞으로 나를 괴롭하는 모든 것을 비로자나불이라고 생각할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촌은 비로자나불이다'라고 외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비로자나불상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바닥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더군요. 마음에 거슬려 손가락질하려는 검지를 슬그머니 손바닥으로 감싸며 마음에 참을 인을 새기는 상황일까요. 물론 부처는 애초에 마음에 그런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으시겠지요. 가족 구성원 중에 대놓고 질책하지도 손가락질 하지도 못하는 존재는 참 불편합니다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라도 어쩔 수 없이 에두르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저는 과거에.. 내 스스로가 가족에게 수치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여, 가족을 떠났던 적이 있는데요.. 음..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 비로자나불: 구글 뜻 - 비로자나불(산스크리트어: वैरोचन 바이로차나)는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존재라는 뜻을 지닌 부처이다.
@진공상태5 1. 신간을 바로 확인하거나 구매하기에는 환경이 조금 쉽지 않은데 장강명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그믐]을 알게 된 건 제게 행운입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는 책은 전자책으로 구입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하고 대충 줄거리나 작품에 대한 평을 살펴 봅니다. 송지현 작가의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작가의 나이에 걸맞는 소재와 주제로 무덤덤하게 잘 표현을 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2. 방황과 여행은 목적지(목표)와 돌아올 의사의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구석 문어 성향이라 방황은 커녕 짧은 여행도 꿈조차 꾸지 않습니다. 다만 꼭 떠나야할 상황을 맞닥뜨리면 다시 안 돌아올 생각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데..... 늘 돌아오더군요. 제게 '돌아올 곳'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3. 비로자나불의 뜻을 검색하고 나니 작가가 그 불상을 굳이 소재로 쓴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이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이 비로자나불의 속뜻보다 불상의 형태를 보고 작가가 느낀 것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가족> 오래 잊고 지내던 선배를 꿈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해맑게 웃고 있던 선배가 작업 중 추락 사고로 이승을 떠났다는 소식을 사흘 후에 들었습니다. 꼭 가족이 아니어도 이승의 연이 끊길 때는 이런 스침이 있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미주와 사촌동생 재은에게 할아버지의 죽음은 그저 '사물' 같고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가구가 사라진 것 같'을 뿐입니다. 남루한 가족사는 '알고 있어도 딱히 쓸모없는 이야기들'입니다. 미주와 재은, 그들의 세대는 더이상 가족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지 않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아는 친족들과의 자리가 불편합니다. 평생 '먹고 사는 일'외에는 '관심을 둘 수 없었'던 할아버지가 바라시던 바대로 장례식은 최고급으로 치러집니다. 장례라도 풍족하기를 바라며 살던, 여섯 자식을 거두며 버티던 빠듯한 삶이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내내 가족의 감정 흐름에 섞이지 못하지만 '휴대폰 안에 내리는 눈이 실제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미주는 할아버지를 닮았습니다. 파묘가 되고 암투병을 하게 된다는 걸 행여 미리 알았대도 어쩌면 우리는 가족 장례식은 힘 닿는 대로 화려하고 근사하게 치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오늘을 삽니다. 내일은 말 그대로 '來日'이니까요.
문득, 나의 장례식..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지금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될 것 같아요.
@Nina 어, 저도 검색해보고 전자책 있으면 사는 편이에요. / 방구석 문어 성향, 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군요. 니나님께 '돌아올 곳'은 사람. / 아마도 불상을 보고 작가님이 받으신 느낌과 관련이 있을것 같아요.
@Nina 아, 니나님은 혹시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으신가요? 궁금해져서.. 여쭤봅니다 +.+
<여름에 우리가 먹는것> 읽었습니다. 오랫만의 동창 모임에서 '나만 좀 다른길로 가려고 하는구나' 하며 소외감을 느꼈던 제 20대 후반~30대 초반이 생각났습니다. 이모가 혼자 어떤 여행을 꾸려갈까, 신선한 경험 많이 하고 타지에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드는걸보니, 제가 어느새 이모 세대에 진입했구나 깨달았습니다.
@진공상태5 죽음을 맞는 상황이라든지 순간은 몇 번 상상해 봤습니다만 장례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장례식은..... 저의 부재로 만들어진, 저 없이 진행되는 모임이니까요. 그건 남은 자들이 할 일이지요. 밥을 함께 먹거나 술을 마시며 제가 가볍게 지껄인 내용을 가족이나 지인 중에 한두 명이라도 기억을 해낸다면 아마 사람들이 모이는 장례식 같은 건 없을 겁니다. 만약 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는다면 장기가 망가지기 전에 기증될 것이고 그럴 사정이 아니라면 재조차 어딘가에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요. 죽은 날이 기억되는 대신 제 생일에 눈 날리고 바람 불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네요. 음.... 글을 쓰면서도 제 장례식은 역시나 저와 아무 상관 없는 일 같아서 별다른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 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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