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소유정 평론가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함께 읽기

D-29
같은 내용이 연달아 첨부되었네요.죄송합니다.한번 게시한 글은 어떻게 삭제하지요? 모르겠어서 민폐 중이요~
코요테를 읽고 제일 먼저 떠올렸던 건,코요테의 추락(로드러너)였어요.절벽 전에 깨닫는 게 아니라 허공을 한참 달린 후 자신의 처지를 알게된다는 의미로 쓰인다는. 암수는 일생동안 같은 개체로서 지내고 가족군으로 무리를 만들지만,수컷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가정을 떠난다는 코요테의 특징도 은유로 다가왔습니다. @소유정 님이 말씀 하신, 한 지붕 아래,여러 공간.특히 나와 아버지의 공간 설정은 저도 읽을 때 흥미있게 본 부분이라 반가웠어요. - 나는 내 유년의 모든 때를 그 지붕에서 보냈을 것이다. 바다를 내다보면서 충분히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뭔가 의미심장한 발견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었다.(29p) - 내가 꾸는 꿈속에 아버지가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는 게 틀림없지 싶었다 .아니면 내가 꾸는 꿈속에 내가 들어가 돌아다니고 있거나(32p) - 아버지는 내게, 내가 마치 다 자란 성인인 것처럼 내가 당신 아버지인 것처럼 말을 했다. 당신이 알아내고자 애쓰고 있는 뭔가에 대한 대답을 내가 주었으면 하는 듯이 말했다.(42p)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일까요? 내가 아닌 아버지가 주인공일까요? 코요테를 읽는 동안 악동뮤지션의 <다이너소어>를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구멍>과 비슷한 나이의 서술자인 그때의 "나"도 <다이너소어> 속 주인공들처럼 크게 소리 지르고 싶지않았을까 생각해봤네요.
'구멍'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 구멍 안은 잘 보이지 않지요. 일부러 깊이 들여다 보거나, 직접 들어가보지 않으면 그 안은 알 수가 없습니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두려워하며 상상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 상상을 사실로 믿게 되기도 합니다. 구멍을 들여다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데, 용기를 내는 것 보다는 그냥 상상하는 것이 쉬웠을 겁니다. 소설의 내용만으로는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구멍 안으로 들어가도록 부추겼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찌되었든 소설의 화자에게 그 기억은 일종의 '구멍'이 된 듯 합니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혹시라도 자신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기억 자체를 알 수 없는 구멍으로 남겨두고 계속 두려워하며 상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의 형의 편지에 결국 답하지 못한 것은, 구멍을 들여다 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거북바위 님처럼 편혜영 작가님의 <홀>이 생각났습니다. 구멍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불안과 상상으로 엮어 나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어 보입니다.
한편, <코요테> 속 코요테와 마찬가지로 <코요테>에서 유의미한 인물은 ‘나’의 친구 차우 응우옌으로 보입니다. 차우는 허세가 많고 자랑이 심합니다. 자기 집중적이죠. 하지만 차우는 소변 실수를 저지릅니다. 나이에 맞지 않아요. 그래서 나의 하나뿐인 친구인 차우는 마치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 같습니다. 어머니는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차우에게 약속 같은, 일종의 믿음 대신에 비닐 포장이라는 다소 굴욕적일 수 있는 선택지를 내놓는데, 이를 통해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을 다른 차원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차우가 그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나 역시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고요. <코요테>는 마지막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아 마음을 촉촉하게 합니다. “그들은, 그 둘은,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몸을 살짝 숙이고, 자신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무언가에 맞서, 서로를 감싸안은 모습으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 사진은 성인이 된 나의 거실에 있습니다.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함께하지 못한 그 관계를 자꾸 기억하는 방식으로요.
아직 책이 도착을 안해서^^; 구멍,코요테가 빛과물질 책 속에있는 챕터인거지요~?^^;;
단편집이구요. 구멍과 코요테가 첫번째, 두번째 단편입니다.
"코요테"에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어머니와 아버지)이 현실적인 삶에서 간극을 느끼고, 그 간극이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결국 한 쪽이 무너지는 결과를 참 가슴 아프게 읽었습니다. 나는 두 분이 진정한 사랑을 나누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두 분이 서로 끝까지 이해하고 관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지요. 아주 담담하게 아들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어 읽어 가게 되지만, 중간 중간에 특히 아버지가 느끼는 그 깊은 아픔에 가슴이 저리더군요... 사랑하면서도 상대를 배신하는, 어머니도 아프게 느껴져요.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요... 비극으로 몰고 가는 모습이 정말 슬프게 느껴집니다.
"구멍"은 어릴 적에 겪은 외상적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르메뜨르의 "사흘 그리고 한 인생"과 일맥상통합니다. 물론 후자가 훨씬 더 강도 높은 이야기이지만...
"코요테"에서 "어머니가 원한 것은 다만 아버지의 질투심이었을 수도 있다"와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속에다 담아두었다"에서 두 사람이 비극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만들어지더군요...
@소유정 <구멍>에 관한 또다른 감상들 1. <구멍>을 읽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생각이 많이 났어요.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설정이나 사건 전개 방식, 문체 같은 것들이 하루키랑 비슷한 것 같다고 느꼈어요. 2. 제가 <구멍>을 읽으면서 태그를 붙인 문장은 ‘탈의 부모님은 다시는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였어요. 그래도 어른인데 아이한테 너무 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 입장에서는 혼자 살아 돌아온 ‘나’를 볼 때마다 ‘쟤가 아니라 내 아들이 살았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를 보는 게 괴롭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나‘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더라면 좋았겠지만 너무나 거대한 슬픔과 자책감(10살밖에 안 된 애가 잔디를 깎도록 내버려두고, 아이들만 남겨두고 부부만 낚시를 가는 등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견디느라 ’나‘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을 것 같아요.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들의 희생자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무게를 견디며 생을 살아내고 있을 생존자들이 생각나 마음이 먹먹했어요.
앤드루 포터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공간을 드리우는 나무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구멍 속 <비술나무> 코요테 속<반얀나무> 그중 반얀나무에 얽힌 안도현님의 글이 있어 첨부해봅니다 ~ <안도현 아포리즘 中​ '반얀나무의 슬픈 이야기'> 뿌리가 약한 반얀나무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제 팔뚝에서 다시 땅으로 뿌리를 내리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수백, 수천 갈래의 뿌리들이 가지에서 땅으로 내려와 흙을 움켜쥐어야만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중략> 지금도 반얀나무를 생각하면 허공에 늘어져 있는 그 쓸쓸하고 슬픈 뿌리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의 뿌리를 어디에 내리고 있는가, 내가 나에게 슬쩍 물어보고 싶어진다.
반얀나무 이야기..너무 슬퍼요ㅜㅜ.. 튼튼한 뿌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무 이야기 정말 재밌네요! 외국소설이라 그런지 한국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환경을 상상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거북바위님 덕분에 저도 남은 소설 속에서 나무에 좀 더 집중해 볼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늘 <아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요, 내일 모레(1/29)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과 함께 두 편을 한 번에 다루는 게 어떨까 싶어요. 앞으로의 읽기 일정도 두 편을 한 번에 이야기하는 게 모두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따라서 변경된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1/29(일):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2/2(목): <강가의 개>, <외출> - 2/6(월): <머킨>, <폭풍> - 2/10(금): <피부>, <코네티컷> - ~2/17(금): 남아 있는 물음들 * 지난 읽기에 대한 답글은 제가 바로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변경사항 확인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어제 책이 도착해서 구멍을 읽었습니다. 영화 '그것'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하수구 구멍 속으로 날아간 풍선을 잡으려다 결국 잡아주지 못한 동생의 죽음이 실수가 아닌 🤡 삐에로란 악의 존재로 인한 사건임을 알게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해서 시간이 순삭했었는데요. 구멍도 비슷하게 훅~몰입하는 사이 끝났네요^^; 외상후유증처럼 오히려 탈의 형과 나에게 큰 트라우마가된 사건의 진실여부.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안타깝고 속상함 이면에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공존하는 모순적 진실을 담고있는 것 같았습니다. 짧은호흡의 단편소설 매력이 듬뿍 느껴지네요~♡♡
<코요테>에서 아버지가 무너지고 망가지는 건 영화에 대한 사랑, 더 근본적으로는 ’당신이 결혼한 열아홉 살의 아가씨, 버클리대 미대 학생, 학생 시절 찍은 자신의 모든 영화에 등장했던 주인공, 몇 년에 걸친 그의 유일무이한 팀원‘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는 영화를 사랑했지만 딱 한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조금의 재능은 단지 좌절의 원천으로만 작용‘했고, 아버지 인생의 화양연화였던 영화 프리미어 시사회 날 밤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때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이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과 실패를 거듭합니다. 어느 정도 해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인생의 다른 방향을 찾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영화 감독,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어쩌면 아버지 자신보다도 훨씬 더 아버지의 성공을 바랐는데, 지금까지도 나는 이것이 어머니의 최대 결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17쪽)’는 구절을 보면 실제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잘 안 되는 영화(movie가 아닌 film으로서의 영화)에 집착하고, 계속 실패하면서 인생을 허송세월하게 되었죠.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런 아버지를 언제까지고 계속 기다리며 참아줄 순 없었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외도(정신적, 육체적 측면에서 모두)를 직접적으로 목격하는 순간 무너지고 맙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코요테>에서의 지하실, 지붕의 공간적 의미나 아버지의 상징으로서의 ’코요테’의 의미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셔서 저는 한때 ‘젊은 천재’라 불렸던 한 예술가의 애매한 재능과 예술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삶을 망가뜨리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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