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성현아 평론가와 [이방인] 함께 읽기

D-29
다음으로는 엄마의 장례식까지 읽고 댓글을 달았을 때도 언급했던 부분인데, 뫼르소의 대화 방식도 여전히 눈에 들어오던 부분이었습니다. ‘엄마가 죽고 나서 마음 아프지 않느냐고 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내가 남자답고 세상 물정도 잘 아는 것 같으니 자기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며 충고를 해 주길 바랐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레몽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편지를 쓸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나한테 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말이 없자 그는 지금 당장 그 편지를 쓰는 일이 귀찮으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자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레몽이 때리는 소리도 계속해서 들렸다. 마리는 끔찍하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달라지는 상황과 인물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대답하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는 부분에 시선이 갔습니다. 이런 뫼르소는 레몽이 다쳐 마송과 함께 의사에게 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자들에게 다친 사실을 언급하다 설명하는 게 귀찮아져서 이야기를 그만두고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웁니다. 또한 레몽이 자신의 이야기가 어땠냐고 묻자 ‘나는 특별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웠다고 했다. 자기가 속고 있는 것 같냐고 묻기에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 여자를 응징하는 게 맞을지, 나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벌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고 대답했다.’라는 문장에서도 대화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보다는 상대방이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답변하며, 마리가 “무슨 볼일인지 궁금하지 않아요?”라고 하자 ‘나도 궁금했지만 그걸 굳이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처럼 질문을 하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day 님 정말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주목했던 부분들이라 흥미롭고 신납니다!!ㅎㅎ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는 뫼르소. 독특하면서도, "사실 이러나저라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고백하는 부분과 잘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것을 묻든 묻지 않든, 누군가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삶이란 결코 달라지는 게 아니"(57쪽)라는 점에 몰두하고 있는 듯 보여요. 그렇지만 그런 점에서 반대로 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뫼르소는 일관성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알베르 카뮈의 사상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서요.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기는 하나, 작가를 배반하고 어디론가, 작가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탈주해버릴 때, 그럴 때 소설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 배반?이랄까, 저항을 기대했는데 그런 점들이 없어서, 작가의 분신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생겼죠. ㅎㅎ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랬습니다. 자신의 일임에도 무신경해 보인다는 판단도 정확해 보여요! 저도 공감합니다.
캐릭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부분들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ㅎㅎ 만약 캐릭터가 작가의 분신이 아닌 다른 모습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네요.
그리고 뫼르소가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는 의미나 이유가 없음을 언급하는데, 이것이 평론가님께서 위에 설명해 주신 부분과 닿아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사장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 생활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라는 문장과 함께 마리와 관련해서는 ‘그건 내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사장에게 이미 그런 소리를 했던 게 기억나 그만두었다. 그런 말을 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조금 뒤에 그녀는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건 별 의미 없지만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레몽과 관련해서는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편지를 써 내려갔다. 되는 대로 쓰기는 했지만 레몽의 마음에 들게끔 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 않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와 같은 문장들 속에서 그럴 이유/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음과 의미 없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저녁에 마리가 와서 자기와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싫어했다. 그렇지만 그가 가끔 내게 말을 걸기도 하고, 내가 그의 말을 들어주기도 해서 그가 내 방에 들어와 앉는 일도 있었다.’, ‘그의 친구가 된다고 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는 정말로 내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나는 동네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몰랐으며 엄마를 잘 모실 만큼 충분한 돈이 없었기에 양로원에 보낸 게 최선이었다는 대답을 했다.’라는 문장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일임에도 무신경하거나 사람들의 시선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다르게 느껴진 인물들의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살라미노 영감이 개를 잃어버린 것과 엄마의 장례를 치른 뫼르소의 모습에서도 그러했고, 뫼르소와 마리의 모습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마리가 뫼르소에게 ‘내가 아주 이상한 사람이고, 그 때문에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내가 싫어질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라는 말을 하는데, 뫼르소는 셀레스트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자를 관찰하고 따라가다가 놓쳐 되돌아오며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금세 잊어버렸다.’라는 문장에서 각 인물이 한 인물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후에 따르는 감정들에 대한 대비가 느껴졌습니다. 덧붙여 ‘영감은 자기 방문을 닫았고, 이윽고 방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영감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벽 너머로 조그맣고 괴상한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생각이 났다.’라는 문장이나 ‘엄마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같은 태양이었다. 그때와 똑같이 이마가 아팠다.’라는 문장에서 개인적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뫼르소만의 방식으로 엄마 또는 엄마의 죽음, 장례식을 계속 떠올렸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상황들이 기묘하거나 낯선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을 따라가다, 1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전개되었던 뫼르소의 총격도 말 그대로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곱씹어 보게 됩니다.
1부까지 읽으며 ‘어차피 사람들은 조금씩 잘못이 있기 마련이었다.’라는 문장과 1부 끝의 ‘바로 그때 모든 게 흔들렸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온 하늘이 활짝 열려 불의 비를 쏟아 내는 것 같았다. 내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손으로 권총을 힘 있게 잡았다. 방아쇠는 당겨졌고, 매끈한 권총 자루의 배가 만져졌다. 바로 그 순간 짤막하면서도 귀를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게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 버렸다. 그리고 한낮의 균형, 행복을 느끼던 바닷가의 침묵도 깨뜨려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움직이지 않는 아랍인의 몸에 다시 네 발을 쏘았다. 총알은 보이지도 않게 깊숙이 박혔다.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 같았다.’라는 문장과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 그냥 지나쳐버린 문장이네요. "어차피 사람들은 조금씩 잘못이 있기 마련이었다"라는 문장이 있었군요. 정말 좋은 문장이네요.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 문장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 특유의 심드렁함과 잘 어우러지기도 하네요. 저도 1부의 마지막 부분, 그 긴장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로 총성을 치환해낸 것도 참 좋고요. 책 위에 가만히 드러누운 활자인데 어쩜 저렇게 청각까지 잘 구현해낼까 싶기도 했어요!
이런 흐름에 더해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서술들은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부분이기도 해요. 1942년에 발표된 소설이기 때문에 시대적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고요. 그러한 간극은 감안해야겠지만, 여전히 그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도 하죠. 우선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혼내주는' 행위 정도로 인식된다는 점은 젠더 권력의 위계를 보여주죠. 더불어서 개를 학대하는 주인, 살라마노 영감을 제지하는 인물이 없어요. 그저 방관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웃기까지 하고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없죠. 셋째로, 2부에서도 나오겠지만, 뫼르소가 살해한 이가 아랍인이죠. 당시에는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유색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는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뫼르소는 프랑스인이나 프랑스의 식민지인 알제리에 사는 인물이죠. 카뮈가 알제리 '원주민'들의 법적 지위를 유럽인들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장하는 반식민주의 노선에 있었다고 하고요. 여러 위계들이 얽혀 있다는 점을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또한 <이방인>에는 2020년대인 현시점에서 비판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비판적으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독해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평론가님 덕분에 책을 다시 제대로 읽어보게 돼서 괜찮습니다!!ㅎㅎ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서 읽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느낌들이 있어서 최대한 이해하며 읽으려 했는데, 설명해 주신 부분들 덕분에 더 생각해 보고 관점도 달리해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하나뿐인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은 배우자를 잃어버린 것처럼 아주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현실에서 당사자가 겪는 경험은 실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로 인해 내 존재가 사라지는 그런 느낌을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갑자기 사고로 사라진다면 그 슬픔과 운명에 대한 회한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철학과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죽음은 항상 어떤 우연함과 겹친다는 것이 약간 운명적인 삶의 장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판사와 검사도 피고인에 대한 진정성은 없고 어떤 형식적인 절차와 외적인 사건들에 대한 자기들만의 고집으로 살인자로 몰아가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네요. 여전히 우리 삶에 있어서 법과 판결은 많은 의문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라는 문장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예수의 삶을 추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앞 뒤가 맞지 않는 문장속에서 삶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십년 뒤에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페이지101 나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심각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고, 그것은 내게 있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 감옥의 모든 층으로부터 저녁의 소음들이 침묵의 행렬을 이루어 올라오는 이름 없는 시간이었다. 페이지104 내가 남아도는 존재라는, 좀 불청객 같다는 기묘한 느낌 또한 납득이 되었다. 페이지123 사실상 나에게는 영혼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고, 인간다운 점도, 인간들의 마음을 지켜 주는 그 어떤 도덕적 원리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페이지 145~146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셈이지. 나를 보면 맨주먹뿐인 것 같겠지. 그러나 내겐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 신부 이상의 확신이 있어. 나의 삶에 대한, 닥쳐올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래, 내겐 이것밖에 없어.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굳세게 붙들고 있어. 그 진리가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만큼이나,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또 언제나 옳아.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았고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어. 나는 이건 했고 저건 하지 않았어. 나는 어떤 일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은 했어. 그러니 어떻다는거야?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나의 정당성이 증명될 저 신새벽을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난 그 까닭을 알아. 신부인 그 역시 그 까닭을 알아.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 불어 올라오고 있었어.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 나달 것도 없는 세월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다. 그 바람이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거야? 그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들,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들,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거야?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나와 더불어 그처럼 나의 형제라고 자처하는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이해하겠어? 이해하겠느냐고?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 가진 존재야. 세상엔 특권 가진 사람들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도 역시 장차 사형선고를 받을거야. 신부인 그 역시 사형을 선고 받을 거야.
판사와 검사가 살인 사건과 무관한 일들에만 고집스레 집착한다고 얘기해주신 부분에 공감해요. '법과 판결'이 대중의 정서와 판이할 때가 정말 많죠. 여전히 의문을 품게 만든다는 점에도 동감합니다. 어떤 점에서 예수의 삶을 추종하는 것 같아보인다고 얘기해 주셨는지 알 것 같아요. 죽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해 보이고요. 다만, 타인의 죄를 대속한다거나 하는 대의가 전혀 없고, 죽음 이후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것 같고요. 사형당하기를 자처하는 부분은 좀 더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얘기할 거리들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십 년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니, 최고의 찬사네요^^! 단숨에 읽고 이해가 가는 소설보다 언제 읽느냐, 몇 번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소설이 좋더라고요.
모두들, 안녕하세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인상 깊게 읽은 한 독자입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다들 『이방인』을 어떤 번역본으로 읽으셨나요? 그 번역본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참고로, 저는 문학동네의 『이인』 번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책의 앞부분을 펼쳐서 읽어보니 가장 문장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목을 『이방인』이 아닌 『이인』으로 한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습니다^^
저는 제일 처음엔 소담출판사 책으로 읽었어요 ㅎㅎ 이후엔 민음사 책으로 읽었는데, 문학동네 책은 읽어보지 못했네요! 제목이 [이인]인 점이 더 마음에 드셨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방인'이라는 말보다 '이인'이라는 표현이 더 잘 쓰이지 않는 생소한 단어인 것 같긴해서 더욱 궁금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2부에 관해서도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1부를 읽으면서도 각 장면마다 생생함을 느꼈지만, 2부에서도 재판과 감방에서의 모습, 마지막 장면까지 모든 게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2부를 읽으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단어는 ‘배제’였습니다. 뫼르소가 변호사, 재판장, 배심원 등의 인물들에게서 배제되었고, 뫼르소를 알고 지냈던 증인들 또한 함께 배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아는 얼굴을 찾아 말을 건네고 대화를 나누는 게 마치 같은 세계에 속한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즐거워하는, 무슨 클럽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속에 나는 쓸데없는, 마치 침입자 같다는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개입하지도 않았건만 모든 일은 진행되었다. 내 운명은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가끔씩 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싶었다.’, ‘나는 그런 단어의 선택이 또다시 나를 사건으로부터 떼어 놓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며, 어떤 의미로는 그가 나를 대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나는 그 법정에서 아득히 멀어진 느낌이었다.’ 뫼르소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있으나 없는 존재와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증인들의 경우에도 셀레스트가 말을 하는 것을 끊고 물러나게 했고, 레몽 또한 변명하고 싶어 했으나 재판장은 검사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번에 부조리에 관해서 짧게나마 설명했었는데요. 인간은 명확한 것을 (논리와 이성 정도로 생각해주셔도 좋고요) 열망하지만, 세계는 침묵하죠. 결코 인간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인데, 이 둘의 관계가 '부조리'였고요. 우리가 [이방인]을 읽으면서 그것이 어떤 주제 의식으로 귀결되는지, 어떻게 논리적으로 전개되는지,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만, 결코 문학작품은 통일성 있게,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이랑도 같은 이치겠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좀 더 설명을 보태보자면, 이러한 부조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희망을 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적인 자살입니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카뮈는 두 방식을 다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우선 그는 희망은 도피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라든가, 어떤 거창한 대의를 부여하여 그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은 기만이라는 입장입니다. 자살에 관해서도 회의적인데요. 자살은 부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반인 삶을 없애기 때문에 문제 자체를 끝내버리는 것이므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때, 자살과 달리 긍정하는 것이 사형수입니다.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거부라는 점에서 자살에서 벗어난다. 부조리는 사형수의 마지막 생각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현기증 나는 추락의 막다른 벼랑 끝에서 어쩔 수 없이 바라보게 되는 저 한 가닥의 구두끈이다. 자살자의 반대, 그것은 다름 아닌 사형수다."([시지프 신화], 민음사, 2016, 85쪽) 그는 이러한 자세를 '반항'으로 여깁니다.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삶의 위대함을 회복시킨다고 긍정합니다. 세계가 합리적이지 않은 것을 인지하되, 이 비합리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으로 그것과 맞대면하는 것이 반항입니다. 그가 보기에 유일한 자명함은 부조리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조리에 명철한 의식과 넘치는 열망을 갖고 매달리는 것, 그 부조리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치열하게 그것과 대면하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돌파구인 거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정도로 설명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러나!!! 카뮈의 사상과 그가 소설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점들을 알려드린 것일 뿐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그러하다고 해서 소설이 반드시 그대로 구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은 언제나 잉여를 품고 있고, 그 부분들을 파고드는 독자들을 통해 더 많은 의미들을 파생시킬 수 있죠. 저는 그러한 사상적 배경을 알고 이 소설을 좋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뫼르소와 작가의 치기 어린(?) 면모라고 할까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미숙해 보이면서도 도리어 성숙한, 반항적이면서도 의외로 고분고분한 그 모습들이 웃겼고, 또 냉소적이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 모순적인 면모들이 좋았어요. 여러분도 좋은 포인트가 있었다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도 궁금하고요. 아니면 정말 못 견디게 싫은? 포인트들도 좋습니다.ㅎㅎ 또 이 소설을 읽으시면서 떠오른 다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초반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얘기했었어요. ㅎㅎ 영화나 음악, 웹툰도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말해주셔도 좋고요.
더불어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란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판사가 뫼르소에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이렇게 평한다고 하고, 뫼르소는 “나는 별로 할 말이 없거든요. 그래서 말을 안 합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법정에서도 셀레스트에게 뫼르소가 내성적인 사람인 줄은 알고 있는지 묻는데, 그는 뫼르소가 그저 평소에 무의미한 말을 뱉지 않았다고만 대답하는 것에서 뫼르소를 향한 서로 다른 평가가 두드러지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재판은 뫼르소의 살인죄를 묻기 위함인지, 한 인간의 전 생애를 파헤쳐 단죄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변호사의 “이 재판은 모두 이런 식입니다. 모든 게 사실이라지만,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도대체 피고는 어머니 장례를 치른 것으로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죄로 기소된 것입니까?”라는 말이나 ‘검사와 변호사 사이에 변론이 계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실 범죄에 대한 것보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라는 문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말 이후에 방청객들이 웃는 모습은 뭔가 기괴하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런 것들은 모두 소용이 없는 일이었고 귀찮기도 해서 단념하고 말았다.’라는 문장과 앞서 언급한 뫼르소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떠올리며 제가 했던 평소의 말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뫼르소가 몇몇 불편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불행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재판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는 것, 사형 선고를 받고 재판장이 더 말할 것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깊이 생각하고 없다고 답한 것, 부속사제에게 쏟아붓듯 외친 말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의 문단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그때 내게 시간관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가 얼마나 길고 동시에 얼마나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지내기에는 물론 길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길게 늘어지는 바람에 하루가 다른 하루로 흘러넘쳐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하루’는 그렇게 이름이 사라졌고, 어제나 내일이란 단어만이 내게 의미가 있었다. 이번에 이방인을 두 번째로 읽었는데 처음에 지나쳤던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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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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