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성현아 평론가와 [이방인] 함께 읽기

D-29
힘든 시간을 보내셨겠네요. 마음이 아프고요. 저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참이라 더욱 공감이 갑니다. 패륜아처럼 보인다는 게 어찌 보면 정확한 평가인 것 같아요. 이게 이후 사건들에 영향을 주긴 합니다! 타고난 성격 때문일지도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서 기행님께서 써주신 글들을 보니, 우리가 특히 자신과 좀 더 먼,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공감하는 일이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뫼르소에게 몰입하기보다는, 뫼르소의 생각들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 같고요. 좀 더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기도 했어요. 더불어서 뫼르소를 움직이는 카뮈의 그림자가 얼핏 비칠 때마다 이 소설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ㅎㅎ
“그러나 그것은 습관 때문이었다.” 습관이라는 단어가 인상깊었습니다. 감정이 습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봤는데, 평상시에 영혼 없는 대답을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 저로서는 습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감정과 관계를 습관적으로 만드는 것 만큼 해이해지는 것은 없겠다 싶습니다. 제 mbti도 T라서ㅎㅎ 감정과 습관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첫 구절에 대해 설명해주신 것 덕분에, 읽는 내내 성숙한 관계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성숙한 관계의 시작은 이해인 것 같습니다. 이해만큼 상대를 위하는 것도 없으니까요. 저는 이 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위 문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뫼르소가 성장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마리, 살라마노 영감을 대하는 것을 보니 그건 아닌 가 봅니다.
앗 ㅎㅎ 장난처럼 이야기한 것이긴 합니다! MBTI로 사람을 다 알 수는 없겠죠!ㅎㅎ 그래도 습관처럼 어떤 감정을 느끼긴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공감이 가요! 또 성숙한 관계에 천착하신 점도 인상적이네요. '이해할 수 있었다'라는 부분에 관해서는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얘기해주신 점도 저도 동의가 돼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감정적 공감보다는 인지적 공감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서요. 머리로 누군가의 입장이나 처지를 헤아리는 것과, 정말 어떤 사람의 감정에 몰입하는 건 다른 일이기도 하잖아요. 약간만 더 덧붙이자면,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건 어쨌든 한 연구자의 평가이고요! 다른 의견들도 많습니다. 더불어서 성숙의 반대말이 꼭 미성숙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부모와의 관계가 꼭 성숙하는 과정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친밀하면 좋은 타인이기는 하지만, 결국엔 타인이기 때문에, 다른 관점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한국사회는 좀 더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를 강요하는 사회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것도 저의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고요! 재미있는 이야기들 많이 나눠주셔서 말이 길어졌네요!!
지난 주까지 해설만 읽다가 이제서야 30페이지를 읽었네요. 나는 뫼르소가 왜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했는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해설을 읽고 나니 뫼르소의 말들이 이해가 되더군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감정을 거짓없이 드러내기를 꺼려하죠. 나 조차도 어머니가 죽었는데 뫼르소의 모든 생각과 행동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작가는 뫼르소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생각을 통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page22."저 분은 모친과 매우 가깝게 지냈답니다. 여기서는 모친이 하나뿐인 친구였는데, 이제 자기는 친구 하나 없는 신세가 되었다고 하네요." [작품해설] page183.나는 처음 시작 때부터 내 작품세계의 정확한 계획을 세워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우선 부조리(부정)을 표현하고자 했다. 세 가지 형식으로 그것이 소설로는 이방인, 극으로는 칼리굴라와 오해, 사상적으로는 시지프 신화였다. 나는 또 세가지 형식으로 반항(긍정)을 표현하기로 예정하고 있었다. 소설로는 페스트 극으로는 계엄령, 정의의 사람들,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반항하는 인간이 그것이었다. page186. 사실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마찬가지며, 삶이란 결코 달라지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대학생 시절에는 그런 종류의 야심도 많았다. 그러나 학업을 포기해야 했을 때, 나는 곧 그런 모든 것이 사실상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우리는 결혼,출세 등 세상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삶과 무관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 1937년의 인물에게서 장차 이방인이 보여 줄 인생관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page 189. 예술가와 예술 작품. 진정한 예술 작품은 가장 말이 적은 작품이다. 한 예술가의 총체적 경험, 그의 생각+삶(어느 의미에서 체계-이 낱말이 내포하는 조직적인 면은 빼고)과 그의 경험을 반영하는 작품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다. 예술 작품이 경험을 문학적 장식으로 포장하여 모조리 다 보여 준다면 그 관계는 좋지 못한 것이다. 예술 작품이 경험 속에서 다듬어 낸 어떤 부분, 내적인 광채가 제한되지 않은 채 요약되는 다이아몬드의 면같은 것 일때 그 관계는 좋은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과잉 장식과 수다스러운 문학이 있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그저 그 풍부함만이 짐작만 될 뿐인 온갖 경험의 암시로 인하여 풍요로운 작품이 있게 되는 것이다. page191. 겉보기에는 아무 의식이 없는 한 인간 특유의 무심한 모습을 가장 적게 말하면서 암시적으로 그려 보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page 193. 묘사하는 작품과 설명하는 작품을 서로 조화시킨다. 묘사에 그 진정한 의미를 부여한다. 묘사는 그 자체만으로는 멋진 것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가져다 주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한계가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임을 느끼게 해 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한계는 사라지고 작품은 울림을 갖게 된다. page195. 이 어두운 방에서 - 갑자기 낯설어진 한 도시의 소음을 들여며- 이 돌연한 잠 깨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리하여 모든 것이 낯설다. 모든 것이, 내게 낯익은 존재 하나 없이, 이 상처를 아물게 해 줄 곳 하나 없이, 내가 여기서 무얼하고 있는 것인가? 이 몸짓, 이 미소는 무엇과 어울리는 것인가? 나는 이곳 사람이 아니다. - 다른 곳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세계는 내 마음이 기댈 곳을 찾지 못하는 알지 못할 풍경에 불과하다. 이방인 그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이방인, 내게 모든 것이 낯설다는 것을 고백할 것 모든 것이 분명해진 지금, 기다릴 것, 그리고 아무것도 빠뜨리지 말 것, 적어도 침묵과 창조를 동시에 완전하게 하는 방식으로 일할 것, 그 밖의 것은 모두, 그 밖의 것은 모두, 어떤 일이 생기건 상관없다. page200-201 우리들 각자는 최대한의 삶과 경험을 쌓아 가지만 결국 그 경험의 무용함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끼고 만다. 무용함의 감정이야말로 그 경험의 가장 심오한 표현인 것이다. 삶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삶의 절망적이고부조리한 면을 의식할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소설이란 어떤 철학을 여러가지 이미지들로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 좋은 소설에는 철학이 송두리째 이미지들로 변해있다." 샤르트르의 구토에 대한 서평
해설이 잘 되어 있어서! 해설을 다 읽고 작품 읽어보셨다니 그 방식도 참 좋네요! "진정한 예술 작품은 가장 말이 적은 작품이다" 부분을 잘 대변해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알베르 카뮈는 무용함을 사유하는 일에 몰두했던 것 같고요. 해설의 좋은 부분들을 많이 나눠주셔서 다른 분들이 독서하시는 데도 아주아주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2쪽의 문장은 어떤 의미에서 골라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주인공이 어머니의 나이를 모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대목을 읽으며 나도 부모님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런게 중요해?라고 여겨왔던 것들이 남들의 눈에는 어떤 평가 척도로 꽤나 요긴하게 쓰인다는 걸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체득하고는 있지만 제 본성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여전히 많기는 합니다. 부모의 나이를 모른다고 패륜인가? 그런 그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나는 아니오“라고 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하는 세상이란 걸 알고는 있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제 주변분들 중 부모님이나 가족 나이를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시던데 좋으신 분들이거든요 저도 소설 읽으며 과연 그 사실이 패륜아라고 부를 정도인가?? 싶네요~ 뫼르소 주변 공동체 사회에서는 이는 중대한 범죄인가봐요~ 음~ 가끔 나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 다른이들에게는 나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게 놀랍고 신경 써야 하나 싶네요~
그러게요ㅎㅎㅎ 중대한 범죄처럼 취급한다는 말씀이 찰떡 비유네요ㅎㅎ
@허우적 님의 말씀을 듣고 저도ㅠㅠ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네요. 부모님 생신이 되어서야 초 몇 개 꽂을까 하면서 여쭤보는 것 같아요. 굉장히 충격적이네요!! 더불어서 나이라는 게 중요한가?하는 의문을 가지신 점도 재미있어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평가 척도로 잘 쓰이는 것 같네요. '본성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어떤 본성을 얘기하시는 것일까요? 어떤 성격이신지? 궁금하네요! 이건 정말 단순히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ㅎㅎ 저도 나이를 많이 따지는 문화가 달갑지는 않아요. 항상 나이를 묻고 답하게 되고요. 제 자신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우선 작년에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느라 인상 깊은 문장과 함께 독후감 내용을 생각하며 하이라이트를 해뒀는데, 이번에는 온전히 느낌대로 하이라이트를 하다 보니 어떤 이유로 책을 읽는지,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해서 읽는 재미도 있네요. (전자책으로 읽고 있어 페이지는 제외하고 적어보겠습니다!)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들이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근조’ 이것만으로는 알 도리가 없으니,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죽음이 오늘이 맞는지, 어제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추측을 담담히 하는 모습에 덩달아 차분히 뫼르소의 감정이나 행동을 따라가게 만들었습니다. 뫼르소의 모습 중 제가 눈여겨봤던 것은 ‘말’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사장에게 휴가를 신청하고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라고 말한 후 “난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던 부분 또는 버스를 타고 가다 어깨에 기댔던 군인에게 “그가 웃으며 멀리서 오는 거냐고 물었는데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네“라고만 대답했다.” 이런 부분들에서 뫼르소는 솔직하게 말을 하고 괜히 말했다는 후회를 하거나 대체로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인 것이 보였습니다. 뒤이어 입관한 엄마의 모습을 보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 “괜한 말을 했구나 싶었다.”라는 내용이 나올 때도 다시 한번 그 성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모든 게 빠르고 확실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다만 한 가지, 마을 어귀에서 담당 간호사가 내게 했던 말은 생각이 난다.”라는 문장이 나온 다음에 이후에 나온 “아직도 그날 본 몇몇 광경이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라는 문장을 읽고, 흘러가듯 진행된 일들로 인해 기억에 남는 게 없는 상태이지만 간호사가 했던 말이나 몇몇 광경들은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 남았다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전체적으로 시각, 후각, 청각 등 감각에 대한 묘사가 계속 시선을 끌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휘발유 냄새, 하늘과 도로에서 번쩍이는 햇빛”, “바다와 마랭고 사이를 막고 서 있는 언덕들 위로 하늘빛이 불그스름했다.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소금기가 실려 있었다.”, “안뜰에 있는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기다렸다. 신선한 흙냄새를 들이마셨더니 더 이상 졸리지 않았다.”, “푸르고 흰 하늘과 갈라진 아스팔트의 끈적이는 검은색, 사람들이 입은 상복의 음울한 검은색, 니스 칠한 영구차의 검은색 등 단조롭기만 한 색깔들 사이에서 나는 머리가 좀 어지러웠다. 햇빛, 가죽 냄새, 니스 냄새, 영구차에서 풍기는 말똥 냄새, 향냄새”, “그리고 성당과 거리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 묘지 위의 붉은 제라늄들과 마치 관절이 해체된 인형처럼 페레가 실신한 일, 어머니 관 위로 굴러떨어지던 붉은 흙덩이, 그 속에 섞여 있던 하얀 나무뿌리들, 사람들, 목소리들, 마을, 어느 카페 앞에서의 기다림, 쉬지 않고 붕붕대던 엔진 소리” 등의 묘사들을 통해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생생함과 강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day 님! 이전에는 독후감 내용을 생각하며 하이라이트 했었고 이제는 다른 부분들을 "온전히 느낌대로" 하이라이트 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정말 공감이 가요. 저도 비평을 쓰기 위해서 읽을 때는, 좀 더 큰 주제로 이어질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전개하기 좋을만한 부분들을 주의깊게 살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이방인 읽을 때! 군인과 대화하는 부분! 그 부분에 줄을 긋고 웃었었는데! 같은 부분을 이야기해주셔서 너무 반갑네요!! 그리고 '말'에 뫼르소가 천착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셔서 감탄했네요! 말을 아끼기도 하고, 오히려 말을 했다는 것에, 대화를 나눌 구실을 줘버렸다는 것에 후회를 많이 하는 인물인데 잘 포착해주셨어요! 덕분에 저도 배워갑니다^^! "어느 카페 앞에서의 기다림"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네요. 서정적이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또 숱한 카페들, 기다림들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좋은 문장들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한번 쓱 읽고 나서 왠지 카뮈의 <이방인>을 완독한 듯한 뿌듯함에 빠졌는데 다시 읽으니 또 새롭네요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다시 읽는게 참 소중하다 싶습니다^^ 새움출판사의 <이방인> 24쪽 그제야 나는 그들이 전부 맞은편으로 수위 주위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나는 그들이 나를 심판하기 위해 거기에 모여 있는게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전 이 상황이 뫼르소의 과잉망상이 아닌거 같아요 ) 26쪽 잠시 후 노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깨어나서 몹시 심하게 기침을 했다 그는 큰 체크무늬 손수건에다 가래침을 밷어 냈는데 뿌리째 뽑히는 듯한 소리가 났다(가래침 뱉는 소리를 이렇게 묘사하다니 신선했어요) 27쪽 교외에 나와 본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나는 만약 엄마 일만 아니었더라면 산책을 하면서 얼마나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까 싶었다 28쪽 "장의사 인부들이 좀 전에 도착했어요 나는 그들에게 관을 봉하라고 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전에 마지막으로 귀하의 어머니를 보시겠습니까?"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32쪽 조금 뒤에 그가 물었다 "저분이 댁의 어머니이신가요? "나는 또 "네"하고 대답했다 "연세가 많으셨습니까?"나는 정확힐 나이를 몰라서 "그렇죠 뭐"하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말이 없었다 34쪽 이제는 드러누워 열두 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의 나의 기쁨 (어머니의 장례식장의 뫼르소의 메마른 낙엽같은 감정을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 상황들은 이후 사건들의 복선같다 )
여러 사람들과 읽는 경험이 소중하다고 얘기해주셔서 감동입니다^^!ㅎㅎ "그들이 나를 심판하기 위해 거기에 모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이 부분 참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짚어주시니까 더 와닿네요. 과잉망상이 아닌 것 같다는 점에 저도 동의하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 엄청 궁금해요! 이 부분에서 뫼르소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주인공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주인공이 사람과 대화하거나,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에 어색함을 넘어서 공포를 느끼잖아요.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타인 민감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타인 민감성이 높은 이들은 타인의 상태를 잘 캐치하다 보니, 좀 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그런 일이 습관이 되다보니 낯섦을 두려움으로까지 감각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더불어서 좀 더 방어적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메마른 낙엽"에 빗대어 주신 부분도 참 좋네요! 동의하고요!
'그들이 나를 심판하기 위해 거기에 모여있는 게 아닌가 하는'문장은 앞으로 전개될 사건에 대한 복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뫼르소는 우발적 아랍인의 살해이후 감형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사형을 선고받는데 그 근거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의 뫼르소의 태도였습니다 언젠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에 고통받는 유명인들에 대해 누군가가 기사에서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발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사회에서 여러사람들이 자신들은 진실을 추구한다고 외치지만 생각해보면 무엇이 진실일까하는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한 지인들의 증언과 평판때문에 결국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이르는데요 그 점에서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이미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말이 참 슬프게 들리네요. 각자가 원하는 진실이 다른 것 같아요. 진실이라는 것도 상대적이고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이미 사람들에게 심판을 받은" 것 같네요. 참 씁쓸하지만 와닿는 말입니다. 이미 심판을 받았다니, 서글프기도 하고요. 감상 나누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많이 배워가요ㅠㅠ! 만나서 정말 반갑고 기뻤고요!
저는 다른 분들이 언급하지 않으신 부분에서 어떤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부분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장례식장의 밤 풍경) 무언가가 스치는 통에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감고 있었던 탓인지 실내가 전보다 한층 더 하얗게 작열하는 것 같았다. 내 앞에 그림자라곤 없었다. 물건들이, 모서리들이, 그리고 모든 곡선들이 눈을 찌를 듯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 뫼르소가 인식하는 세계는 늘 이런 식이지요. 자신의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서 그 감정을 언어로 포착하여 종이 위에 옮겨 놓습니다. 이런 서술 방식이 뫼르소에게 완전히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들이(세상의 관습, 인습, 도덕, 규범, 가치 따위로 이름 붙여진) 말하는 뫼르소의 '죄'는 정말 '죄'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때로는 '나도 그런데...'하기도 하고요. (노인에 대하여) 노인들의 얼굴이나 옷차림의 세부적인 특징들은 낱낱이 시선에 포착되는 데 반해 기척은 전혀 들리지 않아, 나는 그들에게서 거의 현실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내 주의를 끈 점은, 눈은 간 데없고 대신 주름이 자글자글한 구멍 한 가운데에 흐릿한 빛만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 오, 노화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곳에 있던 노인들은 각자 자신의 역사를 지니고 있겠지만, 결국 노화는 '자글자글한 구멍 한 가운데에 흐릿한 빛'으로 모아지네요. 장례식 전등빛과 대조된 흐릿한 빛(눈빛)이 인상적입니다. 마흔이 넘고 나니 저 역시, 노화란 내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게 '빛'(생기, 생명력)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아, 이제 뫼르소가 참석한 장례식은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 노인'의 것이라고 인식한다고 이해했어요. 자연의 생명체 중 인간만이 '효'에 대한 가치를 정해두고 이를 어겼을 경우 '불경한 것'이라 비난하지요. 생명 전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미가 새끼를 키우는 일은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있지만, 새끼가 자립한 이후에 어미를 거두는 일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도 있겠어요. (자본주의 시스템에 한 부속품으로 살아가는 개인의 사소한 사고) 그 대신 나는 뒤뜰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신선한 흙냄새가 풍겨 왔고, 더 이상 졸리지도 않았다. 사무실 동료들 생각이 났다. 지금쯤 그들은 출근 준비를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이 무렵이 내게는 언제나 가장 힘든 시간대였다. : 어쩌면 사소한 일이 가장 큰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소한 차이가 중대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나비효과'처럼요. 자본주의 시스템에 종속되어 하루 혹은 한달을 살아가는(일급과 월급을 기준으로) '평범한 직장인'에게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고' 중 직장과 관련된 생각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효자로 정평이 나신 시아버지께서 시할머니 장례 절차를 진행하다가 일어난 작은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교장 선생님이셨던 시아버지는 관을 이끌고 장지로 가던 중 '아이고, 아이고'하며 곡을 하다가, "**아, 누구 누구 차비 챙겨주게 봉투에 얼마씩 돈 넣어놔라. 아이고, 아이고, 미리 스무개 만들어 놔라." 하셨지요. 그제야 곡소리는 하늘을 찌르는데 눈이 말라있다는 걸 알았어요. 누구나 죽음을 통한 이별의 슬픈 감정이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지속되기만 한다면 그게 더 문제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법) 나는 주변의 시골 풍경을 둘러보았다. 하늘 언저리 언덕에까지 줄지어 심긴 실편백들, 적갈색과 녹색을 띤 대지, 드문드문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내는 집들을 통해 나는 엄마를 이해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이란 마치 애수 어린 휴식 시간과도 같았을 게다. 오늘, 끓어넘칠 듯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인해 일렁이는 풍경은 비인간적이고도 위압적이었다. : 엄마와 나는 서로 다른 개체(존재)인데 그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직접 그와 대면하여 그의 얘기(감정, 주장)를 듣는다 하더라도, 그 순간의 언어를 통해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다만, 그가 생전에 바라보았던 객체(세상)을 통해 그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려 노력할 뿐이지요.
오 정말 말씀해주신 것처럼 감각을 빠르게 언어로 표현하는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감정들이 탈각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네요! 잘 분석해주셔서 재미있고요. 더불어서 노인에 관한 묘사가 정말 실감났어요. '빛'이 생기이자 생명력이라는 이야기에도 완전히 동의합니다! 그 빛이 빠져나가는 일에 관해서도 짚어주셨네요! '엄마'의 장례식을 '한 노인'의 장례식으로 인식한다는 말씀에 감탄했습니다! 진짜 그렇게 느껴져요. 또 알베르 카뮈가 형 뤼시엥의 장모가 사망했을 때, "양로원에서 노파가 죽는다."라는 메모를 남겼는데, 이후에 집필한 <이방인>의 에피소드와 맞아떨어지죠. 소설 속에서도 말씀해주신 것처럼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을 어떤 노인의 죽음으로 인식하고 있고, 창작 단계에서도 작가는 친밀하지 않은 한 노인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아요.
저도 이 부분이 제 마음에 머물러 있어요 "저 멀리 하늘 닿는 언덕까지 줄지어 늘어선 편백나무들, 그 적갈색과 초록의 대지, 드문드문 흩어져 있지만 그린 듯 뚜렷한 집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은 우수에 젖은 휴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오늘은, 풍경을 전율케 하면서 천지에 넘쳐나는 태양때문에 이 고장은 비인간적이고 기를 꺾어 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라는 문장에서 주인공이 처음으로 엄마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이 문장에서 뫼로소에게 느꼈던 벽같은 답답함이 조금 해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엄마의 무엇을 이해했다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엄마에게는 '이 고장의 저녁이 우수에 젖은 휴식' 으로 주인공에게는 ' 넘쳐나는 태양때문에 이 고장은 비인간적이고 기를 꺾어놓은 듯한 느낌' 이라고 표현했는데 묘한 대조를 느꼈습니다. 죽음과 너무도 젊은 삶과의 대조라고 보이기도 했구요.
죽음과 너무도 젊은 삶의 대조라는 점은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의 입장에서 이 고장에서의 저녁을 상상해 본 부분이네요. 뫼르소 본인에게는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그 고통을 온전히 견뎌야 하는 다소 끔찍한 공간이지만요. 엄마의 무엇을 이해했다는 것일까도 좋은 질문이 될 것 같아요! 엄마의 시선에 관한 이해일 수도 있겠고요.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이방인“이라는 제목이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원문의 단어를 이방인”이라고 해석하는게 맞냐는 논의도 있던데...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생경함과 주인공을 바라보는 그 당시 사람들의 느낌이 서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살인과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일련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엮으려는 검사와 이를 못본척하는 판사를 보면서 이들 직업에 대한 불신은 동서양을 따지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도 읽었고 다시 오디오북으로도 들어보았습니다. 오디오북의 경우 성우분이 주인공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뭐랄까 꽤나 미니멀한 톤으로 읽어 주셔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방인은 가끔씩 생각 날 때마다 읽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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