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오늘 30쪽까지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지요! 다른 판본으로 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는 대목까지 입니다. 다양한 감상을 나누어도 되지만, 이 부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문학사적으로는 어떤 의의가 있는지보다 이 책의 문장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어떤 문장인지(우선은 30쪽까지요!ㅎㅎ), 어떤 대목이 가장 공감이 갔는지 혹은 가장 생경했는지를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책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독해되는지보다 우선 나 자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를 충분히 음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과정 속에서는 늘 문학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식, 즉 정답이 있다고 배우잖아요. 그러다 보니 책을 읽을 때 내가 이 책을 올바 르게 읽고 있는지를 많이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오독이야말로 문학을 부수고 해체하며 확장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요. 작가인 알베르 카뮈도 수많은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듯이 우리도 힘껏! 벗어나 봅시다. 좋아하는 문장, 이유 없이 좋은 단어, 혹은 이해되지 않고 싫은 대목, 마음에 들지 않는 연결 부분,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구절들을 마구마구 자유롭게 얘기해봐요!
<평론가의 인생책> 성현아 평론가와 [이방인]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성현아
성현아
저는 15쪽의 "그러나 그것은 습관 때문이었다."라는 문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양로원으로 들어간 처음 며칠 동안 엄마는 자주 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습관 때문이었다. 몇 달 후에는,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더라도 엄마는 울었을 것이다"라는 대목이고요. 우선 가볍게 얘기해보자면, 저는 이 대목에서 깔깔 웃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누군가가 우는데, 그것이 단지 습관 때문이며, 그 사람이 양로원에서 나오게 되면, 그때도 울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요. 통찰력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뫼르소가 너무 무심하고 무감해서 실소가 나왔습니다. 그 환멸 섞인 시선이 웃겼어요. MBTI 유형으로 따지자면 뫼르소는 극강의 T일 것 같다는 추측도 해봅니다. ㅎㅎ T는 '감정형인 F'와 달리 객관적인 정보를 우선시하며 논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사고형'입니다. ㅎㅎㅎ 더 나아가보자면, '습관'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인데요.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사회 분위기를 학습하고,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답습하게 된 것이겠지요. 집을 떠나 '양로원'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가게 됐을 때, 그곳은 맡겨지는 공간이며, 버려진다는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으레 '슬픔을 느껴야 한다'고 사람들은 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그 공간으로부터 나와 사람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별할 때도 마찬가지겠죠. 저도 습관적으로 슬픔을 느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슬퍼서라기보다, 이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맞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슬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 시선, 통념, 관습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거죠.
성현아
"그것이 내게 하는 인사인지 아니면 그들의 버릇인지 알 수 없었다"(21쪽)라는 대목도 '습관'이나 '버릇' 어떤 반복되는 행동양식에 관해 뫼르소가 깊이 생각한다는 인상을 줘서 밑줄 그었습니다.
거북별85
이 부분을 다시보니 그렇네요~ 어머니의 죽음에도 무감각한 뫼르소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는 깊이 생각하나봐요~ 계속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뫼르소란 인물 퍼즐이 맞춰질까요~^^
흥하리라
계속 읽어가다보면 자신 주변 인물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무관심하지만 자연에대해선 서정적인 사유를 하는 대목이 반복되는것 같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가끔은 '내가 안해줄 이유가 뭔가?'하는 태도로 의외로 친절하게, 아니 쿨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같습니다.
거북별85
읽으면서 저도 느끼긴했는데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어렴풋하던 것이 또렷이 보이는 거 같네요 저도 어머니의 죽음이나 마리의 사랑 고백에는 시큰둥한 뫼르소가 왜 레몽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지 신기했어요~
그래서 뫼르소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적당히 친절한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이런분들은 주위에서도 꽤 보이던데^^ 뫼르소를 패륜아 느낌나게 묘사한게 신선했어요~
성현아
@흥하리라 의외로 친절하다는 말씀에 동의해요.ㅎㅎ 뫼르소가 참 입체적이고 묘한 인물이네요. 사람들에게는 다소 심드렁하지만, 자연이나 풍경에 깊은 관심을 가져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성현아
@거북별85 님과 이야기 나누다보니까 몰랐던 뫼르소의 성격들을 더 많이 알아가네요!
성현아
"지금 당장은 마치 엄마가 죽지 않은 것이나 거의 마찬가지다."(14쪽)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
성현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은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28쪽) 견디기 힘들 정도로 내리쬐는 햇빛에 관한 묘사들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재밌죠!
성현아
"그다음에는 모든 것이 어찌나 신속하고 확실하고 또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는지 더 이상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29쪽) 이 대목도 좋았어요. 신속하고 확실하고 빠르고 자연스러운 그런 흐름. 우리도 너무 많이 알잖아요. 참 익숙하죠.
성현아
어떤 문장이 여러분들에게 와닿았을지 아주 궁금해요! 단어도 좋고요. 많이 알려주세요! 그리고 이유도 설명해주시면 참 좋고요.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셔도 되고요!
성현아
서로서로 얘기 많이 나눠주세요! 꼭 저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까요!! ^_^!!
미뇽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슬픔을 느끼는 것 보다 잠에 대한 욕구를 참지 않는 모습들, 어머니 장례식에 가기 위해 탄 버스에서의 졸음과 어머니 시신 앞에서,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후 열두 시간을 내리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의 기쁨이 생경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분명 장례식이 진행되는 장면임에도 밝고 찬란한 햇살이 내리쬐는 장면묘사가 많아서 책 뒤의 내용이 더 궁금해지네요. 뫼르소에게 어머니의 죽음이 슬프고 어둡기보다 그저 쏟아내리는 햇살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궁금해요.
성현아
햇살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미뇽 님께서 나눠주신 감상이 참 좋아요. '엄마 일만 아니었다면 산책을 할 수 있었을 텐데'가 아니라 '엄마와 산책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니.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요ㅠㅠ! 대비되어서 뫼르소가 얼마나 비정하고 무심하고, 또 많은 것을 포기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네요. 그 덤덤함이 어디서 오는지 좀 더 지켜보도록 하죠!
미뇽
저는 새움출판사 판본으로 읽고 있는데 27p에 나오는 "나는 만약 엄마 일만 아니었더라면 산책을 하면서 얼마나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까 싶었다"라는 문장이 굉장히 낯설었어요, 나의 경우라면 '엄마와 함께 이곳을 산책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생각했을텐데 뫼르소에게는 엄마가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었던 것일까 하고 상상하게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나무향
"저 멀리 하늘 닿는 언덕까지 줄지어 늘어선 실편백나무들, 그 적갈색과 초록색의 대지, 드문드문 흩어져 있지만 그린 듯 뚜렷한 집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은 우수에 젖은 휴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저는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고인이 된 엄마를 볼 수 없지만 그의 마음에는 엄마가 있어요.
거북별85
저도 이부분 문장들이 참 예쁘고 슬펐어요 요양원에서 외롭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냈을 뫼르소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성현아
그러네요. 계속 엄마를 생각하고 있군요! 그의 마음에는 엄마가 있다는 말씀이 굉장히 시적이네요! 스페인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가벼운 연애 소설이나 모험 소설은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서 읽으며 현대 소설은(오늘날 우리가 순문학 소설이라고 부르는) 분위기 때문에 읽는다고 했다네요. (이 내용은 오르한 파묵의 책, <소설과 소설가>에 실려있습니다.^^) 아주 적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소설이 오히려 ‘풍경화’와 같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다는 판단인데요! 묘사들을 옮겨주시니 그런 부분들도 생각나고요.
기행
@성현아
인상적인 문장들(민음사 ~32쪽)
1. 쾌청한 하루가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야외에 나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 일만 없었다면 산책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와서 관을 닫으라고 할 생각인데, 그 전에 마지막으로 어머님을 보겠는가?“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3. ”연세가 많으셨나요?“ 나는 정확한 나이를 몰라서 ”그렇죠, 뭐.“하고 대답했다.
4. 그리고 마침내 버스가 알제라는 빛의 둥지 속으로 돌아오고 그리하여 이제는 잠자리에 들어 열두 시간 동안 실컷 잘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내가 느꼈던 기쁨이었다.
* ‘오늘 엄마가 죽었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첫 장을 보고 최근에 모시고 있던 외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고 마음 아파하는 엄마와 그 일이 언젠가는 엄마와 나의 일이 될까봐 걱정하고 슬퍼하는 지금의 제 상황에 맞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맞게 될 미래의 상황을 미리 연습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위의 문장들을 보고 ‘<이방인>의 ‘나‘는 패륜아인가?‘하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의 죽음에 이토록 덤덤하고 무감할 수 있다니요. 이것이 ‘나’의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나’와 엄마 사이에 있었던 어떤 사연 때문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이것이 그냥 주인공의 성격 때문이라면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겠지요. 부디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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