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의 인생책> 성현아 평론가와 [이방인]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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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2/3까지였는데 2/8로 착각하여ㅠ_ㅠ 1부를 좀 늦게 다루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1부를 다 읽어주시면 되고요^^! 1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이방인>에 관해 전혀 모르셔도 되고, 배경지식 없어도 되고, 어떤 것이든 느끼고 얘기해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감상에 방해가 될까 싶어 <이방인>에 관해 많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서 제가 아는 선에서 이야기 드려볼게요. 댓글에도 틈틈이^^ 깨알 배경지식들을 적어두었으니 참고하셔도 좋고요. 그리고 꼭 그런 배경들이 있다고 해서 독해가 그런 방향으로만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유롭게 읽어주시면 좋고요. 독자가 해석하는 대로 이리저리 휘고 달라지는 <이방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기의 효과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 점 염두에 두시면 좋겠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선 해설에 실려있듯, <이방인>은 1942년 5월 말, 독일군에 점령된 파리에서 세상에 나왔다고 합니다. 카뮈는 작품을 집필해나갈 명확한 계획을 세워 갖고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세 단계, '1) 부정(부조리), 2) 긍정(반항), 3) 사랑'의 단계로 나아가는 청사진을 그렸다고 해요. 우선 부정을 표현하려 했는데, 이 부정을 소설, 극, 사상으로 나타내려 했고요. 그 계획에 따라 구현된 것이 소설은 <이방인>, 극은 <칼리굴라>, 사상은 <시지프 신화>였어요. <시지프 신화> 도 책으로 나와있는데 함께 읽으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긍정의 경우는 소설 <페스트>, 극 <계엄령>, <정의의 사람들>, 사상 <반항하는 인간>으로 형상화됩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단계는 작가의 죽음으로 실현되지 못했고요. 그래서 <이방인>을 부조리의 삼부작 중 하나로 꼽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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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조리'라는 개념이 좀 복잡합니다. 저도 어렵지만, 열심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ㅎㅎ <시지프 신화>에서 카뮈는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라고 말해요. 이것은 달리 말하면, '삶의 의미'를 의문시하는 것이겠죠. 그가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고, 그것은 자살이다라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자살이라는 것은 삶이 "살 만한 것이 못 된다"라는 걸 고백하는 일인 것이죠. 살아가기 위해 하는 모든 습관적인 행동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카뮈는 '죽음'을 삶의 끝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렇다면, 사후세계도 부재한다고 보는 입장인 셈입니다.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신 또한 부정하는 것이 되는데, 신이 존재하지 않으니, 삶은 필연적이거나 합리적일 수 없습니다. 어떤 진리나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우연에 의해 작동할 뿐인 거죠. 우연이 지배하는 세계는 하나의 논리로 환원해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명확함, 자명함에 이르려하고, 이러한 열망과 반대로 하나의 합리적인 원리로 환원해낼 수 없는, 설명해낼 수 없다는 불가능성이 대치됩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해보자면, 인간은 논리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인과관계가 있고, 어떤 필연성이 있는 삶의 의미를 원하지만, 삶은 우연의 지배를 받는다는 겁니다. 결코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명쾌하고 자명한 진리를 인간은 갈구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기에 언제나 두 부분이 대립하는 것입니다. 이 두 극단을 서로 타협시킬 수 없는 상태를 그는 '부조리'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그 부조리를 추론해내기 위해서 여러가지 감정들을 탐색하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그 또한 그 부조리를 남김없이 다 해명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제가 드리는 설명도 카뮈가 이야기하는 '부조리'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점! 설명드립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카뮈는 그런 부조리의 징후를 읽어내려고 노력하는데요. <이방인>에서 우리가 발견했던(?) 구절들, 대화들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옮겨봅니다. >>> 몇몇 상황에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냥 "아무것도."라고 대답하는 것이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거짓된 꾸밈일 수 있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잘 안다. 그러나 만약 그 대답이 솔직한 것이라면, 그리고 그 대답이 저 기이한 영혼의 상태, 즉 공허가 웅변적이 되고, 일상의 판에 박힌 행동을 이어 주던 끈이 툭 끊어지면서 마음이 그 끈을 다시 이어 줄 매듭을 찾으려 해도 헛일이 되는 그 기이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라면, 그때 그 대답은 바로 부조리의 첫 징후인 것이다.(<시지프 신화>, 29쪽) "아무것도."하는 무의미해 보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대화에서 생활의 연쇄를 끊어내고 부조리를 직면해보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귀한 순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또한 '낯섦'도 부조리로 꼽는데요. 낯설다는 감각에서 부조리의 징후를 발견하는 겁니다. 이때, "어떤 순간 거울 속에서 우리와 마주치는 그 이방인, 우리 자신의 사진들 속에서 다시 만나는 친근하면서도 음산한 형제, 이것 또한 부조리다."라고 덧붙여요. 좀 더 선명해지지요? 습관적인 행동으로 지속하는 삶에서 약간 벗어날 때의 그 감각. 살아낸다기보다는 '살아지는' 삶 속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낯섦에도 부조리가 서려있다는 말로 들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낯설다'는 감각을 충분히 음미하시면서 <이방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그럼 더 길어지면 읽기 싫으실까 물러나며, 여러 감상들 나눠주시면 좋습니다. 1부의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 이해 안 되는 부분들 비판해 주셔도 좋고요!!
(생각했던 부분을 정리해서 적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나 이해 안 되는 부분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1부 끝까지 읽으면서 레몽과 여자 그리고 레몽과 그 여자의 오빠의 관계와 그 속에 나타나는 물리적이거나 언어적으로 폭력적인 부분들은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나오는 부분들이었으나 읽기 조금 힘들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우선 뫼르소의 감정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뫼르소가 방 안에서 바라보았던 일요일의 바깥 풍경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뫼르소의 방 안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이동하는 바깥의 모습, 그 속에서 창문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안과 밖이라는 공간적인 차이도 느껴지고 분위기의 차이도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요일은 다 지나갔고, 엄마의 장례식도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해야 하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문장에서 뫼르소에게 있어 어머니의 죽음 이후에도 시공간이든, 감정이든 어떠한 변화도 없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또한 “자넨 젊으니 그런 생활이 마음에 들 거라 생각하네.”라고 말하며 파리로 가지 않겠냐는 사장의 제안에 ‘나는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장은 생활이 변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사람이란 대개 생활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어떤 생활이든 비슷비슷하며, 또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그렇게 불만이 있지도 않다고 대답했다.’, ‘영감은 자기 방문을 닫았고, 이윽고 방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영감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벽 너머로 조그맣고 괴상한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살라미노 영감에게 다른 개를 기르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그는 그 개와 정이 듬뿍 들었다는 걸 강조했다.’와 같은 문장들에서 뫼르소와 살라미노 영감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완전히 같은 경험은 아니나 두 인물 모두 ‘상실’을 경험했으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런 감정이나 태도의 차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도 @day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시대적 간극이 있다 보니 여성을 동등한 인간 주체로 대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혼내준다느니 하는 레몽의 말들은 굉장히 거북했습니다. 오래된 소설을 읽다 보니 이런 표현들을 견뎌야 한다는 문제가 있네요ㅠㅠ. 이 책을 선정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엄마의 장례식까지 읽고 댓글을 달았을 때도 언급했던 부분인데, 뫼르소의 대화 방식도 여전히 눈에 들어오던 부분이었습니다. ‘엄마가 죽고 나서 마음 아프지 않느냐고 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내가 남자답고 세상 물정도 잘 아는 것 같으니 자기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며 충고를 해 주길 바랐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레몽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편지를 쓸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나한테 편지를 대신 써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말이 없자 그는 지금 당장 그 편지를 쓰는 일이 귀찮으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자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고 레몽이 때리는 소리도 계속해서 들렸다. 마리는 끔찍하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달라지는 상황과 인물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대답하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는 부분에 시선이 갔습니다. 이런 뫼르소는 레몽이 다쳐 마송과 함께 의사에게 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자들에게 다친 사실을 언급하다 설명하는 게 귀찮아져서 이야기를 그만두고 바다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웁니다. 또한 레몽이 자신의 이야기가 어땠냐고 묻자 ‘나는 특별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웠다고 했다. 자기가 속고 있는 것 같냐고 묻기에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 여자를 응징하는 게 맞을지, 나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나는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벌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고 대답했다.’라는 문장에서도 대화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보다는 상대방이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답변하며, 마리가 “무슨 볼일인지 궁금하지 않아요?”라고 하자 ‘나도 궁금했지만 그걸 굳이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처럼 질문을 하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day 님 정말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주목했던 부분들이라 흥미롭고 신납니다!!ㅎㅎ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는 뫼르소. 독특하면서도, "사실 이러나저라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고백하는 부분과 잘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것을 묻든 묻지 않든, 누군가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삶이란 결코 달라지는 게 아니"(57쪽)라는 점에 몰두하고 있는 듯 보여요. 그렇지만 그런 점에서 반대로 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뫼르소는 일관성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알베르 카뮈의 사상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서요.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기는 하나, 작가를 배반하고 어디론가, 작가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탈주해버릴 때, 그럴 때 소설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 배반?이랄까, 저항을 기대했는데 그런 점들이 없어서, 작가의 분신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생겼죠. ㅎㅎ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그랬습니다. 자신의 일임에도 무신경해 보인다는 판단도 정확해 보여요! 저도 공감합니다.
캐릭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부분들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습니다ㅎㅎ 만약 캐릭터가 작가의 분신이 아닌 다른 모습이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네요.
그리고 뫼르소가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는 의미나 이유가 없음을 언급하는데, 이것이 평론가님께서 위에 설명해 주신 부분과 닿아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사장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 생활을 바꿔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라는 문장과 함께 마리와 관련해서는 ‘그건 내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사장에게 이미 그런 소리를 했던 게 기억나 그만두었다. 그런 말을 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조금 뒤에 그녀는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건 별 의미 없지만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레몽과 관련해서는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게다가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편지를 써 내려갔다. 되는 대로 쓰기는 했지만 레몽의 마음에 들게끔 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 않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와 같은 문장들 속에서 그럴 이유/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음과 의미 없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저녁에 마리가 와서 자기와 결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결혼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싫어했다. 그렇지만 그가 가끔 내게 말을 걸기도 하고, 내가 그의 말을 들어주기도 해서 그가 내 방에 들어와 앉는 일도 있었다.’, ‘그의 친구가 된다고 해도 별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는 정말로 내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나는 동네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몰랐으며 엄마를 잘 모실 만큼 충분한 돈이 없었기에 양로원에 보낸 게 최선이었다는 대답을 했다.’라는 문장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일임에도 무신경하거나 사람들의 시선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다르게 느껴진 인물들의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살라미노 영감이 개를 잃어버린 것과 엄마의 장례를 치른 뫼르소의 모습에서도 그러했고, 뫼르소와 마리의 모습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마리가 뫼르소에게 ‘내가 아주 이상한 사람이고, 그 때문에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내가 싫어질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라는 말을 하는데, 뫼르소는 셀레스트 식당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자를 관찰하고 따라가다가 놓쳐 되돌아오며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금세 잊어버렸다.’라는 문장에서 각 인물이 한 인물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후에 따르는 감정들에 대한 대비가 느껴졌습니다. 덧붙여 ‘영감은 자기 방문을 닫았고, 이윽고 방 안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영감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벽 너머로 조그맣고 괴상한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 생각이 났다.’라는 문장이나 ‘엄마 장례식을 치르던 그날과 같은 태양이었다. 그때와 똑같이 이마가 아팠다.’라는 문장에서 개인적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를 수 있으나 뫼르소만의 방식으로 엄마 또는 엄마의 죽음, 장례식을 계속 떠올렸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상황들이 기묘하거나 낯선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흐름을 따라가다, 1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전개되었던 뫼르소의 총격도 말 그대로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곱씹어 보게 됩니다.
1부까지 읽으며 ‘어차피 사람들은 조금씩 잘못이 있기 마련이었다.’라는 문장과 1부 끝의 ‘바로 그때 모든 게 흔들렸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온 하늘이 활짝 열려 불의 비를 쏟아 내는 것 같았다. 내 온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손으로 권총을 힘 있게 잡았다. 방아쇠는 당겨졌고, 매끈한 권총 자루의 배가 만져졌다. 바로 그 순간 짤막하면서도 귀를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게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 버렸다. 그리고 한낮의 균형, 행복을 느끼던 바닷가의 침묵도 깨뜨려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나는 움직이지 않는 아랍인의 몸에 다시 네 발을 쏘았다. 총알은 보이지도 않게 깊숙이 박혔다.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 같았다.’라는 문장과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 그냥 지나쳐버린 문장이네요. "어차피 사람들은 조금씩 잘못이 있기 마련이었다"라는 문장이 있었군요. 정말 좋은 문장이네요.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 문장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 특유의 심드렁함과 잘 어우러지기도 하네요. 저도 1부의 마지막 부분, 그 긴장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로 총성을 치환해낸 것도 참 좋고요. 책 위에 가만히 드러누운 활자인데 어쩜 저렇게 청각까지 잘 구현해낼까 싶기도 했어요!
이런 흐름에 더해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서술들은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부분이기도 해요. 1942년에 발표된 소설이기 때문에 시대적 분위기가 다르기도 하고요. 그러한 간극은 감안해야겠지만, 여전히 그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도 하죠. 우선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혼내주는' 행위 정도로 인식된다는 점은 젠더 권력의 위계를 보여주죠. 더불어서 개를 학대하는 주인, 살라마노 영감을 제지하는 인물이 없어요. 그저 방관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웃기까지 하고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없죠. 셋째로, 2부에서도 나오겠지만, 뫼르소가 살해한 이가 아랍인이죠. 당시에는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에, 유색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는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뫼르소는 프랑스인이나 프랑스의 식민지인 알제리에 사는 인물이죠. 카뮈가 알제리 '원주민'들의 법적 지위를 유럽인들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주장하는 반식민주의 노선에 있었다고 하고요. 여러 위계들이 얽혀 있다는 점을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또한 <이방인>에는 2020년대인 현시점에서 비판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비판적으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독해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평론가님 덕분에 책을 다시 제대로 읽어보게 돼서 괜찮습니다!!ㅎㅎ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서 읽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느낌들이 있어서 최대한 이해하며 읽으려 했는데, 설명해 주신 부분들 덕분에 더 생각해 보고 관점도 달리해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하나뿐인 친구를 잃어버리는 것은 배우자를 잃어버린 것처럼 아주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현실에서 당사자가 겪는 경험은 실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로 인해 내 존재가 사라지는 그런 느낌을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갑자기 사고로 사라진다면 그 슬픔과 운명에 대한 회한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철학과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죽음은 항상 어떤 우연함과 겹친다는 것이 약간 운명적인 삶의 장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판사와 검사도 피고인에 대한 진정성은 없고 어떤 형식적인 절차와 외적인 사건들에 대한 자기들만의 고집으로 살인자로 몰아가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네요. 여전히 우리 삶에 있어서 법과 판결은 많은 의문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라는 문장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예수의 삶을 추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앞 뒤가 맞지 않는 문장속에서 삶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십년 뒤에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페이지101 나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심각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날이 저물고 있었고, 그것은 내게 있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시간, 감옥의 모든 층으로부터 저녁의 소음들이 침묵의 행렬을 이루어 올라오는 이름 없는 시간이었다. 페이지104 내가 남아도는 존재라는, 좀 불청객 같다는 기묘한 느낌 또한 납득이 되었다. 페이지123 사실상 나에게는 영혼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고, 인간다운 점도, 인간들의 마음을 지켜 주는 그 어떤 도덕적 원리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페이지 145~146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셈이지. 나를 보면 맨주먹뿐인 것 같겠지. 그러나 내겐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있어. 신부 이상의 확신이 있어. 나의 삶에 대한, 닥쳐올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래, 내겐 이것밖에 없어.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굳세게 붙들고 있어. 그 진리가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만큼이나,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또 언제나 옳아.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았고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어. 나는 이건 했고 저건 하지 않았어. 나는 어떤 일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은 했어. 그러니 어떻다는거야?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나의 정당성이 증명될 저 신새벽을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난 그 까닭을 알아. 신부인 그 역시 그 까닭을 알아.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 불어 올라오고 있었어.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 나달 것도 없는 세월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다. 그 바람이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거야? 그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들,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들,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거야? 오직 하나의 운명만이 나 자신을 택하도록 되어 있고, 나와 더불어 그처럼 나의 형제라고 자처하는 수십억의 특권 가진 사람들을 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이해하겠어? 이해하겠느냐고?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 가진 존재야. 세상엔 특권 가진 사람들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도 역시 장차 사형선고를 받을거야. 신부인 그 역시 사형을 선고 받을 거야.
판사와 검사가 살인 사건과 무관한 일들에만 고집스레 집착한다고 얘기해주신 부분에 공감해요. '법과 판결'이 대중의 정서와 판이할 때가 정말 많죠. 여전히 의문을 품게 만든다는 점에도 동감합니다. 어떤 점에서 예수의 삶을 추종하는 것 같아보인다고 얘기해 주셨는지 알 것 같아요. 죽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해 보이고요. 다만, 타인의 죄를 대속한다거나 하는 대의가 전혀 없고, 죽음 이후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것 같고요. 사형당하기를 자처하는 부분은 좀 더 얘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얘기할 거리들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십 년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라니, 최고의 찬사네요^^! 단숨에 읽고 이해가 가는 소설보다 언제 읽느냐, 몇 번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소설이 좋더라고요.
모두들, 안녕하세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인상 깊게 읽은 한 독자입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다들 『이방인』을 어떤 번역본으로 읽으셨나요? 그 번역본을 선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참고로, 저는 문학동네의 『이인』 번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책의 앞부분을 펼쳐서 읽어보니 가장 문장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목을 『이방인』이 아닌 『이인』으로 한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습니다^^
저는 제일 처음엔 소담출판사 책으로 읽었어요 ㅎㅎ 이후엔 민음사 책으로 읽었는데, 문학동네 책은 읽어보지 못했네요! 제목이 [이인]인 점이 더 마음에 드셨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방인'이라는 말보다 '이인'이라는 표현이 더 잘 쓰이지 않는 생소한 단어인 것 같긴해서 더욱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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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우리 옆 동물 이야기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됩니다_글쓰기를 돕는 책 3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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