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축구공만 한 크기에 주둥이를 단단히 조여서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별 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 께름칙한. 보기보다 묵직했고 물기가 있는 듯 아래가 살짝 출렁거리는. 사마귀가 놓고 간 저게 무엇일지 계속 상상해보게 되었어요. 유골함일까? 아내가 좋아했던 둥그런 수박? 메론 같은 과일 일까? 문어? 신혼여행의 추억을 찾아온 사마귀라서 아내랑 관련된 어떤 것을 거기 두고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무슨 물건이 들었을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주인공 '그'를 보니 앞 소설 <긴하루>의 병철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은혜가 갑자기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혹시 스타렉스를 몰고 책을 팔러다니고 싶다던 병철의 둘째처럼 덜컥 주인공의 게스트하우스를 맡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습니다. 그동안 감지 않던 오른쪽 태엽을 감아서 종소리를 울리겠다고 하기도 하고, 서핑을 배워보자고 생각하는 걸보니 주인공 '그'의 이후는 이전과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시간 : 모두에게 24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그 뻔한 말을 최근에 다시 자각했다. 요즘의 나는 내게 주어진 24시간을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고 있구나. 되는 대로 살고 있구나. 목적 없이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런가 내 나이를 자꾸 까먹는다. 하지만 시간은 정해진대로 흘러가고 착실하게 한살씩 늘어난다.
@또쓰 | 은혜가 왜 오는지는 정해두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생각해보긴 했었는데요. 「긴 하루」의 둘째처럼 덜컥 게스트하우스를 맡겠다는 건 제가 못했던 상상이라서 재미있네요.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는 반길 것 같아요. 일단 딸과 함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건 어쩌면 '그'가 '주인'에서 '게스트'로 밀려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라면 아무도 없는 집의 주인이 되느니 딸 집의 게스트가 되는 편을 택할 것 같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상상의 실마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계 명품백 신상구두 구별하기도힘든색의립스틱 같은것에 별관심이없다 운전을 좋아하고 내차안의공간을 좋아한다 창문을연채 왼팔을 밖으로 내민채 운전하는게 버릇이다 해가지고있는초여름 팔차선의 도로 신호등에 멈췄다 핸들위오른손가락을 음악에맞춰 까딱거릴때 앞차 창문밖으로 하얀셔츠팔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목시계가 지고있는 태양빛을 받아 눈부실만큼빛이났다 분명 빛이났다 그때부터였을것이다 사랑하는사람에게 손목시계를 선물하는 나만의방식이생긴게. 당신의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메시지에 당신의시간이 나의시간이 되고싶다는 욕망을 숨긴채.
@다별윤서 | '시계'를 선물하는 일에 멋진 의미를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계는 혼인 예물로도 많이 선택되지요. 범상한 관습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조금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선물이란 먹고 마셔서 없애든지 발라서 없애든지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수 있는 게 좋다'고 여기는 편인데요. 소멸되지 않는, 팔거나 버리기 전에는 반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물건들을 상대의 삶에 불쑥 던져도 될까? 그런 불안이 있거든요. 즉 검은 비닐봉지 같은 걸 주는 꼴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지요.
전 사마귀가 자신의 과거를 만회하기 위해 굳이 20년 전에 왔던 이 곳, 그 때 묵었던 204호를 원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고가는 봉지는 그 상징일 거라고 생각했고요. 희미해지는 사마귀의 구부정한 등을 보며 '그'가 하는 생각들에서 '그'가 어느 누구보다 후회에 사무쳐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 나는 파도를 탈 수도 있어하고 마침표가 찍힌 것을 보고 그에게 1/2만큼 시간이 주어진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은 '그'에게 어떤 후회를 지울 기회 또는 이후의 여유를 주고 싶었던 건가요?
@개츠비 | '그'는 정말 파도를 탈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것 같지 않은 기분으로 썼습니다. 오른쪽 태엽을 감으리라, 서핑을 배우리라, 은혜와 좋은 시간을 보내리라 생각하지만 그건 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요. 지금 그는 검은 봉지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사마귀처럼 언젠가 그도 엉뚱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봉지를 떠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장에서 근육질과 곱슬머리가 차 지붕위에 올려둔 알감자를 생각하니 빵터졌어요. 알감자는 무사할까? . 어느순간 장면이 또 바뀌면서 긴장감을 주더니 의문만 가득 남기고 다시 장면이 바뀌고 마지막에도 근육질과 곱슬머리가 나왔네요. 검은 비닐봉지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그는 어떻게 했을까, 은혜는 무슨소식을 가지고 오고 있을까, 검은봉투의 내용물을 보고 은혜는 뭐라고 말했을까.. 궁금증만 가득합니다. P.199 그는 봉지를 든채 현관을 뛰어나갔다. 밤사이 쌓인 눈으로 온통 하얬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구들을 덮는, 혹은 죽은 사람의 표정을 감추는 하얀 천..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이번에 유난히 눈이 많이 왔거든요. 아무도 밟지않은 하얀눈이 펼쳐진 들판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한 동안은 이 글귀가 쌓인 눈을 보면 생각날 것 같아요. 괘종시계는 오랫동안 같은 곳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시계를 기억하는 이들의 삶은 많이 달라져있는 것을 보면서 세월과 시간의 흐름이 내게도 그렇게 가까운듯 멀어지겠구나 싶기도해요 시간은 흐르고 나는 또 같은 시간을 살 수없을 테니까요. 작가님께서 대나무숲이 되어주신다길게 주절주절 두서없이 써봤습니다. 사실 이번 두번째원고 읽기와 글쓰기는 제게 도전이었어요. 책읽기를 매일 하려고 노력하지만 좀더 한 단계 발전된 독서를 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도전한 셈인데 역쉬 쉽지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꾸준히 노력해 봐야겠어요. 파도 : 해안가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서핑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됩니다. 밀려오는 파도를 거슬러 가는 다양한 모습, 파도를 놓치지 않기위해 빠르게 보드위로 올라타지만 순식간에 물속으로 빠지는 모습들도 다양합니다. 힘들지만 보드위에서 파도를 타고 맞는 바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신날것 같아요. 나이를 한살 더 먹으니 내 마음의 파도도 오락가락 합니다. 그래도 파도에 파묻혀 허우적 거리지 않고 파도에 올라타 내 인생의 파도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맡고 싶습니다.
@외계인 | 저는 소설에 '알 수 없는 무엇'을 넣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끼는데요. 감자의 운명부터 봉지의 내용까지, 이번에도 악-취향을 잔뜩 발휘해 버렸네 싶습니다. 외계인 님이 사시는 곳은 바다가 가깝고 눈이 많이 오는 곳일까요? 저도 그런 풍경을 참 좋아하는데요. 외계인님의 기분을 좋게 했던 눈밭에 죽음(?)의 이미지를 덧대어 버렸군요. 죄송하기도 하지만 뿌듯하기도 합니다. 사물이나 상황, 풍경을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보게 만드는 건 대개의 작가분들에게 굉장히 욕심 나는 목표일 듯합니다. 쉽지 않은 일임에도 읽기와 쓰기에 도전해주신 것에 대해 무척 감사드려요. 마음의 파도와 인생의 파도, 모두 올라타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활동을 마치며. 소설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얻는 것도 생각보다 굉장히 드문 일인데요. 그래서 혼잣말을 하는 듯한 기분에 빠질 때도 많습니다. 독자분들께서 이런저런 감상을 남겨주셔서 무척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다른 작가님들의 소설을 읽은 독자로서 흥미롭게 대화를 따라가보기도 했고요. 귀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참가자 여러분, 그리고 모임지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모두 오래오래 소설을 읽고 쓰다가 어디서든 마주치면 동창생처럼 손을 흔드는 것으로...! 감사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두 번째 원고> 그믐 독서모임 참여자 여러분? :) 사계절출판사 담당자입니다. 다섯 작가님과 10일 동안 함께 한 이번 모임,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김기태 작가님이 얘기해 주셨듯, 아쉽지만 이번 만남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신 소중한 생각에 힘입어 <두 번째 원고>가 더 풍성하고 넓은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들의 세 번째, 그리고 이후의 원고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 더불어 사계절출판사의 책들도 살펴봐주시고요. 그럼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만나세요~ (Ps. 참여해 주신 다섯 작가님께 깊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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