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이런 유머감각 진짜 좋아해요 ㅎㅎㅎ 전기톱의 불가피성과 그것의 부작용을 동시에 인식한다는 건 아름다운 태도라는 생각듭니다. 그러나 속지 않는 자만이 방황하기에 또 슬프기도 하고... 권력엔 여러 속성이 있지만 자유와는 자기모순된 비효율성이라는 측면도 있죠! 재밌습니다. 미움 키워드로 정리해주신 건 '미워도 생자필멸'로 요약해도 될까요? 가훈으로 삼고 싶어지네요 ㅎㅎ
처음에는 오승태가 정말 억울해보였는데 읽다보니 책속에 말들이 오승태의 변명처럼 읽혀졌어요. 체제에 순응하는 사람, 그래서 권력을 승계받고 싶은 사람, 그래서 교수에게 관심받는 후배를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어 보였습니다. 또 오승태의 말들을 교수는 그렇게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밝고 즐거운 미래만 이야기하자 처럼 긍정적인 표현인듯하나 마음을 달래는 정도의 용어들로 오승태의 마음을 조정하는 기분도 들었구요. 오승태는 문단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체제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세계관이나 자신만의 신념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그 세계의 권력이 또한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테지요 처해 있는 상황은 다르지만 저도 그냥 그렇게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에세이에서 ‘그냥’, 이라는 뭔가 의미없이 던지는 말같은 이 한마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말씀 하신 부분도 좀더 생각하봐야할 것같아요. 미움 : 처음은 좋은 마음이었지만 점점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니 한두번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지나갔던 것들도 그냥 못넘어가고 끝까지 내 주장을 펼치게된다. 미움마음이 생기니 생각의 범위도 좁아지고 타인의 기분마져 배려하지 못하게 된다. 내 자신이 이런 에너지 소모로 몸살을 앓게 되면서 못할짓인 걸 알게된다. 이런 경우는 가까운 사이에서 미움에 대한 생각이고 좀더 대의를 위해서 미움을 받더라도 용기내서 해야할 말을 또 할때가 있을 것이겠다.
반가워요, 외계인님!! 탐나는 닉넴예요. 하루하루 이 세상을 탐사하시는 기분이실까요? 동류 의식을 느낍니다 ㅎㅎ ' 그 세계의 권력이 또한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중략)' 이 말씀을 오래 생각해보게 됩니다. 권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감각 속엔, 벗어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걸 넘어서 이 세계의 논리와 권력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힘을 잃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을 듯해요. 자신만의 신념과 세계관이라고 믿어왔던 것도 어쩌면 세계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내면화한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신념의 종류나 내용 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신념조차도 때때로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회의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교수의 말에서 폭력성을 살피는 외계인님의 감각과도 같은 것이겠죠.
참 어려워요. 우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늘리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어떤 경우엔 타인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자주 겪게 되죠. 실제 생활에선 대의만으로도 대화가 성립하지 않고, 기분만 공유하는 것은 또 공허하죠. 외계인님의 200자 글쓰기에선 '생각의 범위'와 '배려'라는 키워드가 눈에 확 들어와요. 우리 모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네요.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 정말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대학원생이 많고 이런 비슷한 이야기도 듣곤 해서 익숙한 일 같은데도, 전 한번도 이런 주변 일들이 하소연은 돼도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거든요. 대학의 권력과 컴플렉스를 파고들어갈 때 '오!'하고 빠져들어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조금씩안 안타깝고 동시에 지긋지긋했어요. 교수도 진영도 승택도 다 어딘가에서 줄이 툭 끊어진 거 같아요. 승택이 권력 안에서 묘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좋게 보기만은 어려운데, 동시에 불쌍하고 공감하게 되는 구석도 있고요. 진영도 자기 세계를 잘 꾸려가니까 공감도 하게 되다가 어쩌면 정말 또 다른 권력이 되려고 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더라고요. 이 소설의 독특한 매력예요.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이 계속 바뀌다가 저도 마지막엔 환멸을 느꼈습니다 ㅎㅎ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는 식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을 병들게 하는 체제를 느끼게끔 해줘서 정말 좋았어요. 병적인 한 개인이 문제인 것처럼 보여도 일방적인 개인 잘못으로 몰아갈 순 없겠죠. 체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이 제겐 그랬어요.
쿠로 님 반갑습니다! 지긋지긋하다는 표현 새롭네요, 근데 이게 뭔지 알 거 같은. 말씀 듣고보니 대학 빌런 유니버스 같기도 하네요. 작중 인물 모두 실은 자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실행하는 사람들이죠. 한정된 인정 자원을 가지고 투쟁하는 세계에선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충돌 같기도 해요. 문학이 한국에서 어떻게 제도화돼 있는지 보여주는 여러 작업물 살펴보시면 좋아하실 거 같아요. 조영일 평론가의 장편 비평 3부작부터 장강명 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 등등.
이제 막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되는 현대문학강의 를 읽고 글을 남깁니다. 작가님의 지난 삶을 안다면 이 편지가 전하고자 하는게 조금은 더 이해가 되지않을까 아쉬운마음이들었습니다. 시에무지한 독자로 진영씨가 쓴 시가 궁금합니다. 편지에 쓴 승택씨의 문학에대한 견해에 따르면 우리모두는 문학자인것이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 견해에 동감해주고 싶었어요
다별윤서님, 반갑습니다! 편지 형식의 글이어서 더욱이나 개인의 경험과 맞물려 있을 거라 생각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글 뒷부분 에세이에도 제 이야기가 아주 일부 담겨 있긴 한데, 저도 문학 관련 대학원 진학을 고민(근데 그땐 창작자가 아니라 연구자로서 길을 걷고자 했습니다)했고 오래 문학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필드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있었던 편예요. 그때는 관심 수준이니 아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요. 진영 씨가 쓸 법한 시는, 서정시가 아닌 시들인데 최근 시 트렌드와도 크게 다르진 않긴 합니다. 책 추천도 해주는 작은 서점에서 주인에게 요즘 잘 나가는 시집 무엇인지 슬쩍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 문학을 성역처럼 여기곤 싶지 않고, 문학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감합니다.
키워드가 그래서 그랬을까요? 짧은 글이지만 써놓고보니 어딘가 호전적이라 민망하네요. 작가님의 다정한 코멘트 고맙습니다! 벌써 둘째날이네요~! 메모해두었던 질문 살포시 올려봅니다◕‿◕ 에세이에서 제도와는 무관하게 늘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쓰기를 멈추지 않으신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쓰는 사람이 이런 마음으로 쓰는 글이라면 나도 진지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은 나의 세계관을 이해받고 싶다, 동조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다거나 하는 욕심은 느낀 적이 없으신가요?
에세이에서 그런 느낌 받으셨다니! 저희 이미 대화를 나누고 있었네요. 저 역시 이해받고 싶어서 이해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다만 저는 제 글이 가진 논점이나 호소력을 통해 타인의 공감이 이뤄졌으면 하고 바라죠. 그건 엄청난 일일 테고요. 그런 종류의 공감은 이쪽 저쪽 편들기를 넘어서는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문학에서도 그렇지만 저널리즘 윤리 측면에서 더 고민스러운 지점이기도 해요.)
회고 형식의 서간문이라니! 입을 틀어막아가면서 읽다 끝으로 갈수록 씁쓸해지더라구요. 일개 독자가 문단에 부여하는 권위는 대체 무엇일까, 하고요. 읽는 내내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시인 혹은 작가에는 자격이 필요할까요? 순문학과 웹-장르문학을 가르는 경계가 존재할까요? 창작이론과 역사를 정식 교육기관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학습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작가님의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등단이라는 제도를 경유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였어요. 시인 혹은 작가에 자격이 필요하느냐는 ESC님 질문은 책 기획 의도와도 좀 맞물리는데요. 신춘문예 작가들의 서포모어 작품 앤솔로지라는 책 기획에서도 그런 의미가 일부 드러나지만... 흔히 자격이라고 생각되어온 등단은 출판 시장에 작가로서 진입하는 경로 중 하나 정도로 의미로 축소됐죠. 현실적으로 출판시장에서 신입 작가로서 어필하는 포트폴리오 역할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이번 책 기획 의도를 받아들고선 작가로서 계속 써내려가고 싶은 주제가 있느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가 등단을 거쳐왔는지 여부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원고를 계속 써내려가야 작가라는 거겠죠. 자격에 선행하는 작가로서의 본질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약간 별개로 저는 등단까지도 포함해서 출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형식은 다양할 수록 좋다는 생각하는데요. 최근 들어 출판 시장에 진입하는 다양한 경로가 보이는 거 같아요. 좋은 작가와 시인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등단과 같은 문턱 기준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가 현 시점에 유효한 관점과 시각을 제시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게 맞는다면... 이런 관점에선 좋은 작품을 선별하고 호명하는 역할을 누가 하느냐가 사실 중요해요. 한국 문학 시장은 그걸 아카데미즘이 맡아왔기 때문에 교육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긴 한데, 그걸 독자 중심의 커뮤니티로 옮겨갈 수 있느냐가 최근 화두인 거 같더라고요. 출판 시장이 보다 편집자 우위로 조정되고, 책과 작품을 평가하는 플랫폼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과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점에서 그믐도 꽤 야심찬 기획으로 느껴져요. 함께 참여해보니 즐겁네요. 냉소하기 보다 저도 작가이기 이전에 일차적으론 독자로서 희망을 품어보고 싶어요 ㅎㅎ
아주아주 먼 옛날. 완장이라는 제목의 MBC베스트셀러 극장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납니다. 보잘 것 없는 동네 백수가 저수지 관리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극화 한 것인데요.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완장도 권력이랍시고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하나의 우화로 잘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국가 권력, 사법 권력 처럼 엄청난 그 무엇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두 사람만 모이면 그 안에서 권력관계가 생긴다'는 말처럼 일상 속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권력이란 단어는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내용을 들어보니 윤흥길 작가의 『완장』을 극화한 거 같네요.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이 말씀에서 저는 방금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완장을 찰 수 있죠. 우리는 누군가에겐 약자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강자이고.. 그 상대성 속에서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에 대해서도 둔감해지기도 할 거예요.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걸 거꾸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도 무시무시함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흥미롭습니다.
체제가 제대로 서지 않은 곳에서는 권력은 미움의 대상일뿐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을 가졌다면 체제를 바로 세우고 그 체제에 맞게 권력을 이용해야 작가님의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체제가 있으되 권력으로 체제를 무너뜨리고 본인의 편의와 아집으로 개편을 강행한 분과 함께 일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봅니다. 권력을 마구 휘두르지 않아도 정비된 체제를 본인만의 입맛대로 바꾸려하니 그것또한 구성원들의 미움의 대상이 되네요.
이누마 님 말씀 들으면서 권력과 권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서 수행된 권력은 권위를 지니죠. 과정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 권위도 함께 사라지고요. 그러니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도 공감과 설득이 중요하죠. 한국 사회 곳곳에서 권력 행사가 대체로 서툴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러 곳에서 다 문제가 있군요.
그렇겠네요.. 편들기를 넘어선 공감...은 타인에게 깨달음을 주는 작업이 동반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편향적이지 않으면서 양쪽을 오가는 글, 생각해보니 제가 딱 알성도현(!)을 읽으면서 느꼈던 오락가락 알듯 모를듯한 감각 같아요! 작가님의 답변을 읽다보니 작가님은 어떤 형태로든 소통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믐에서의 이런 소통이 작가님에겐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지네요🙂 주최하시는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즐거웠는지 많이 신경쓰이실텐데, 사실 독자입장에서도 작가님들이 독자(나)와의 대화가 어땠는지 꽤나 신경쓰인다는거~~~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ㅎㅎㅎ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북토크~~ 꼭 해주세요~~~ㅎㅎ
제 작품에 대한 소통도 그렇지만, 책을 매개로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대화하면서 책 추천을 엄청 하고 싶어하는 절 발견하네요. 즐거워하는 게 느껴지시나 봅니다. 실제로 매우 그렇습니다 ㅎㅎ 대화 속에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북토크 할 기회도 또 꼭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전엔 그믐을 통해서 제가 좋아하는 책 소개도 틈틈이 해볼까 해요 ㅎㅎ
안녕하세요. '밝고 즐거운 미래만 이야기하자'는 교수님은 기존 체제를 따르라는 암묵적인 메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체제'는 자신을 거기에 맞게 바꾸는 과정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변화(변질?)될 수 밖에 없다고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체제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네요. 주인공은 환멸을 느낄때마다 애써 교수님의 말을 통해 어두운 감정을 수면 아래로 묻어버렸다(p.82)고 했는데, 혜성처럼 등장한 후배 진영은 얼마나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 질투에 휩싸여있는 주인공을 나쁘게만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랑 같지 않음 에서 느끼는 어색함. 불쾌함. 그리고 부러운 마음이 복잡하게 얽힌 게 미움이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좋은밤되세요. ^^
또쓰님, 말씀 감사합니다. 체제가 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그 과정에 주목하셨군요. 주인공을 나쁘게만 볼 수 없었다는 또쓰 님 말에서, 결과에 바로 눈 흘기기 보다는 동기나 사정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게 곧 어둠에 침식되지 않는 힘이라는 생각과 함께.. 주인공도 그런 마음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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