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 님이 쓰신 글 읽으면서 놀라울 정도로 낭만적인 규칙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로 정말 친밀한 사람들끼리 하는 놀이들에는 어쩐지 의례 같은 느낌이 있어요. '거짓말'로 다뤄지는 게 상대가 원하는 바라는 부분이 유난히 좋네요. 역질문이 최근 나타난 전략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도 어떻게 이 놀이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재밌는 규칙을 공유해주셔서 고마워요.
[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함윤이
아이보리
「규칙의 세계」 잘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미신을 맹신하는데 한국 법에는 무지한? 외국인들의 성격이 재밌었어요. 소설을 읽는 동안 왜 이들이 이렇게까지 한국 미신을 맹신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았는데요. 어쩌면 한국어보다 한국 명소보다 미신 같은 게 정말 한국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그런 건가 싶었어요. 한국인들만 공유하는 미신을 자기들끼리 알려주고 실천함으로써 외국인의 위치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는 느낌이 좋았던 게 아닐까요? 내밀한 부분까지 알고 있다는 도취감? 같은 걸로 상상되었어요. 사실 외국어는 욕을 먼저 배운다는 말처럼 어디서 주워들은 미신들이 더 기억에 꽂히기도 하니까. 이에 대해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또한 도입이 시작하기 전에 극본처럼? 등장인물을 나열하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이는 소설 속 상황이 독자에게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기를 염두에 두셔서 배치한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소설의 시점이 인물들의 등 뒤에 있는 카메라로 느껴졌는데 중간에 성준이 등장하게 되면서 성준의 시점 그러니까 화자 ‘나’로 이야기를 전개되게 되는데 이런 시점 변화가 왜 필요했던 걸까요? 재밌던 소설인 만큼 궁금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함윤이
질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요. 저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이 규칙(미신)들이 정말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토록 조심하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아이보리 님의 평을 보니 오로지 맹목적인 신뢰로만 그런 미신을 지키는 상황도 무척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돌이켜보면, 저도 해외여행을 나갈 때 마치 미신 같은(어느 골목에서는 이러이러한 부류를 조심하라거나, 어느 도시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자리를 피하라는 등) 생활 수칙들을 듣곤 하는데요. 사실 그처럼 일상 속에서 지켜져야 할 규칙들은 멀게 느껴지는 법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때가 많죠. 즉 「규칙 의 세계」 속 인물들에게는 이 규칙이 정말로 힘이 있기 때문에, 또 일상과 맞닿은 룰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준의 시점에 대해 '카메라'라고 말해주셨는데 잘 어울리는 비유 같아요. 특정한 시점 전까지 성준은 이 모든 상황을 (옛날 이야기꾼처럼) 조망하다가, 산에 오르는 사건을 계기로 소설 속 상황에 함께 빨려 들어가지요. 외국인들의 경계 너머에 있는 '한국인'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클라이막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자1
안녕하세요 그믐 초심자입니다^^
작가님 편집자님의 독자님들의 글 읽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규칙이란 주제어가 눈에 콕 들어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소소한 규칙들을 잘 지켜보기'
의식의 흐름 대로ㅎㅎ 하루를 보내다보면 제가 세운 결심과 매일의 규칙들을 생각도 못하고, 아니 까맣게 잊고 지내게 되더라고요
나의 하루를 챙기는 작은 결심들을 잊지 않으려는 규칙을 잘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믐을 욜심히 좋아해보고 친해지는 규칙도요.
함윤이 작가님 규칙의 세계도 잘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