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계절의 독자님들. 이틀 동안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놀다가는 기분이에요. 독자님들과 작품으로 인해 벌어진 틈에서 만나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성의껏 써주신 글들을 읽으며 역시 소설은 멋지구나. 열심히 써야지. 이런 각오를 다졌답니다. 감사합니다. 모쪼록 재미있는 일을 오래 하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남기며, 마지막 작가님이신 김기태 작가님께 바통을 넘깁니다. 저는 염탐꾼으로 슬쩍 남아 있을 테니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민경

승환
운전이라는 소재가 남자들에게 많이 공감이 가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정년이나 은퇴 같은, 관심사에 없던 리스트들이 추가되고 쪼그라드는 자존감이나 허망함들도 생기다 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운전하는 남자들이 중년이상 남자들이 자주 먹던 싸구려 캔커피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더군여 저도 젊은시절엔 많이 먹었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싸다고 아직도 차에서 많이 드시는 듯 해여 깨알같은 디테일들을 보면서 소설가들의 머리는 한시도 이런저런 데이타를 차곡차곡 수집하고 쌓고 머리아프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좋은 감사합니다.

박민경
안녕하세요, @환환 님!
캔커피를 보고 돌아가신 아버님을 떠올리셨군요. 저희 아버지는 캔커피보다는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시는데, 아버지를 떠올리면 저도 어쩐지 운전과 커피가 지배적인 이미지로 떠오릅니다. 어떤 전형들은 디테일을 살려주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전형을 깨는 혹은 전형을 무시하는 글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답니다. 환환님,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환
태엽은 12와 1/2바퀴를 어제 늦은 밤 비몽사몽 다 읽었습니다. 한 곳에 계속 정주하고 있지만 시간은 나 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고 데려가고 데려오고 그렇게 흘러 갑니다. 양양의 어느 해변의 모텔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잔잔하다 조금씩 목 뒤를 송곳처럼 콕 찌르는 따갑고 아린 감정을 주곤 하네요
시간이라는 것은 각자의 시계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때론 오래 전 30,40년전의 시각으로 멈추어 있다고 하여도 그 시간에서의 우리는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고 바라볼수도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오늘에만 또는 미래에 대한 서툰 기대감 뿐 아니라 과거의 어느 순간에서도 살아갈 수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감명을 받은 책을 일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까만 비닐봉지의 내용물을 나만 모르는건가 뭘가? 뭘가? 물기가 베어있는... 오늘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기태
@환환 | '시간은 나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고-'라고 쓰신 걸 보니 거꾸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가사가 생각납니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ㅡ 달라지는 것은 세상일까요 나일까요. 어쩌면 둘 다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고, 아주 잠깐만 서로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지도요.
까만 비닐봉지의 내용물은 환환님뿐 아니라 어떤 독자분도 모르실 거예요. 저도 모릅니다. 정해두지 않고 썼습니다.
편집자
독자님들!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한 주 잘 보내셨을까요? <두 번째 원고>로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해주시고 계신데요. 독자님들과 작가님들의 대화를 함께 살피면서 저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뜻깊은 시간입니다. 일상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함께 소설을 읽어나가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데 소중한 시간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해가 되었다는 생각도 잠시 어느새 1월이 지나고, 2월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2월, 두 번째, 언제나 그다음이 있다는 것은 귀한 희망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틀 전 삼일문고에서 '전국 서점인이 읽고 추천하는 책'에 <두 번째 원고>가 소개되었습니다. 삼일문고 권주은 서점인께서 긴 추천글 끝에 아래와 같이 따뜻한 말씀주셨습니다.
"신예 작가를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해도, 책이 재미가 없다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방금 마지막 단편을 읽었고, 이 책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대망의 마지막! 김기태 작가님의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남은 이틀도 작가님과 다정한 시간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사계절출판사
+ 안녕하세요, 사계절출판사입니다. 이번 모임 중 나온 글을 발췌해 홍보에 활용하려고 합니다. 책에 관한 독자님들의 소중한 생각을 옮기려고 하는데요. 혹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 드립니다 : ) 그럼 마지막 모임도 즐겁게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사계절출판사
PS. 발췌 내용은 전문이 아닌 짧은 문장이며 사용처는 사계절출판사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입니다. 출처는 닉네임으로 일괄 표기하겠습니다. : )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기태
『두 번째 원고』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태엽은 12와 1/2바퀴」를 수록한 김기태입니다. 한 주의 피로가 쌓였지만 설렘도 움트는 금요일인데요. 마지막 순서인 만큼 그동안 관망만 하셨던 분들도 아무 말이나 편안하게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꺼이 대나무숲의 숲지기가 되어 아무 말 메아리로 돌려드리겠습니다 :-)
개츠비
반갑습니다 김기태 작가님😀 에세이를 읽고 휴대폰 알람으로는 부족해서, 진짜로 필요해서 알람시계를 쓰시는 것을 보고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왠지 휴대폰 알람은5분? 10분? 간격으로 여러개 해놓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멋대로 해보았어요 ㅎㅎ
별거 아닌걸 별거처럼 느끼게 하시는 솜씨가 있으신지, 소설을 읽으면서 어찌나 맘 졸였는지 몰라요. 의외로 다정한 은혜와 예상밖에 별 일 없이 퇴실한 남자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네요🤣 이제 은혜가 사고 없이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건 확인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어떤 키워드를 주실지~~ 궁금합니다~~😎

김기태
@개츠비 | 개츠비님 안녕하세요. 들켰네요. 휴대전화 알람은 실제로 여러 개를 해놓습니다. 가장 마지막 알람쯤에 가서야 겨우 일어나는 날이 많습니다. 은혜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무사히 도착한다면, '그'와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요.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기태
짧은 글쓰기 시간이 왔는데요. 제게 주어진 키워드는 '시간', '시계', '파도'입니다.
「태엽은 12와 1/2바퀴」에도 드러나 있지만, 저는 '시간'이야말로 소설의 중요한 등장인물이자 사건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시간을 선형으로 전제하고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는 게 가장 손쉬운 인식일 텐데요. '현재에 충실하라', 'Seize the moment' 같은 명령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현재가 과거나 미래에 대하여 더 귀하게 여겨질 당위가 있을까요. 그건 불가역적인 과거(후회)와 불확실한 미래(불안) 사이에서 제정신으로 버티기 위하여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믿음 아닐까요. 제가 뭘 믿든, 과거는 잠복해있다가 미래의 어떤 때에 제게 책임을 묻겠죠. 참 무서워지는데요. 결국 현재가 최우선이라는 허 약한 믿음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네요. 누군가의 이런 믿음을 기만이 아니라 기도로 읽어주는 것, 그게 제 소설의 먼 과제 같기도 합니다.
개츠비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시계의 바늘이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것 처럼 시간도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향한 후회 같지만 내 손에 들려있고, 미래를 향한 갈망 같지만 과거와 긴 끈으로 연결되어있거든요. 지나온 자리를 지나고 또 지나면서 지나간 흔적을 보고 또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을 지나갈 때에는 다른 기억으로 덧칠하고, 좋아하는 부분을 지나갈 때에는 살을 보태어 더 크고 풍성하게 덧칠합니다. 저는 그렇게 의도적으로 기억을 왜곡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게 덜 아쉽습니다. 어차피 이 시계는 저만 쓰는 시계니까요.

김기태
@개츠비 | 지나간 기억 중에서 아쉬운 부분은 다른 기억으로 덮어쓰고, 좋아하는 부분은 더 풍성하게 칠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그게 잘 안되는 사람 같아요. 오히려 아쉬운 부분을 자꾸 집요하게 보게 되는, '대체 왜 그랬을까'라거나 '어떻게든 만회할 수 없을까' 같은 감정에 함몰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도 개츠비님의 방법론을 훈련해봐야겠습니다 :)
편집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독자님들 금요일 오후 잘 보내고 계실까요? 김기태 작가님 이름 옆에 있는 눈 내리는 풍경은 <두 번째 원고> 작가님 에세이 앞에 실려 있는 이미지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님 에세이에서 아래 문장을 참 좋아합니다. 저는 그 문장을 읽고 떠오른 생각으로 짧은 글쓰기를 해 보았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고, 약속된 시간이 없어진다."
이 문장을 읽으면 자꾸만 죽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이 돌아온다면, 죽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걸까? 지금은 있지만, 어쩌면 언젠가 없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부터 걱정한다. 그래서일까, 저 문장을 읽으면 괜히 마음이 쓸쓸해진다. 아직 죽지 않은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지나간 시간이 돌아온다면, 그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걸까. 아직 죽지 않는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되살리고 싶다. 모두에게 언제가 다가올 약속된 시간이 죽음이라면, 그것이 영영 없어지기를 바라본다.

김기태
@편집자 |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셨군요. 저는 문득 '나이 계산'을 수정하겠다는 논의도 떠오르는데요. 시계가 표시하는 시각도, 종이에 적힌 나이도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이지만, 인간의 감각이라는 게 그런 장치들에 결속되어 있는 듯도 합니다. 주말 밤에는 '한 것도 없는데 왜 벌써 자정이야?'할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어떨까- 기분이 나아질까-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네요.

사계절출판사
안녕하세요, 사계절출판사입니다 : )
얘기 중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두 번째 원고』 작가님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영상이 막 완성이 됐습니다. 오는 주에 본격적으로 홍보를 하기에 앞서, 이번에 열심히 참여해주신 그믐 독자님들에게 먼저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ㅎㅎ
일부공개라 지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영상입니다. 모쪼록 즐겁게(?)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https://youtu.be/pECz95SBTeE
편집자
꺄 (♥) 그믐 독자님들께 가장 먼저 작가님들 인터뷰 영상을 선보입니다! 두근두근!
개츠비
잘 보았습니다😆 다른분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거의 이주째 매일 생각을 하다보니~~~ 작가님들의 이름과 두번째 작품 제목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ㅎㅎ
김기태 작가님의 첫 부분과 끝 부분에 곱슬머리와 근육질이 등장하는 이유를 듣고나니 소설을 읽고 난 후의 생각들이 뭔가 쫀쫀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요ㅋ
(유주현작가님 인터뷰 중 9분34초쯤 수현이 아니라 수연이예요)

글샘
김기태 작가님 유튜브 영상 보면서 '파도'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역시 작가님들의 사유의 깊이는 남다르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작가님이 말씀하신 파도가 꼭 운명같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파도'를 이기려 했던 것은 그녀의 오만이었다. 파도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파도에 순응하면 역풍도 순풍이 된다. '시간'은 순풍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10시 28분을 가리키는 시계가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의 파도를 따라 보드에 올라서는 것만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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