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등단이라는 제도를 경유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였어요. 시인 혹은 작가에 자격이 필요하느냐는 ESC님 질문은 책 기획 의도와도 좀 맞물리는데요. 신춘문예 작가들의 서포모어 작품 앤솔로지라는 책 기획에서도 그런 의미가 일부 드러나지만... 흔히 자격이라고 생각되어온 등단은 출판 시장에 작가로서 진입하는 경로 중 하나 정도로 의미로 축소됐죠. 현실적으로 출판시장에서 신입 작가로서 어필하는 포트폴리오 역할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이번 책 기획 의도를 받아들고선 작가로서 계속 써내려가고 싶은 주제가 있느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가 등단을 거쳐왔는지 여부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원고를 계속 써내려가야 작가라는 거겠죠. 자격에 선행하는 작가로서의 본질은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약간 별개로 저는 등단까지도 포함해서 출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형식은 다양할 수록 좋다는 생각하는데요. 최근 들어 출판 시장에 진입하는 다양한 경로가 보이는 거 같아요. 좋은 작가와 시인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등단과 같은 문턱 기준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이야기가 현 시점에 유효한 관점과 시각을 제시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게 맞는다면... 이런 관점에선 좋은 작품을 선별하고 호명하는 역할을 누가 하느냐가 사실 중요해요. 한국 문학 시장은 그걸 아카데미즘이 맡아왔기 때문에 교육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긴 한데, 그걸 독자 중심의 커뮤니티로 옮겨갈 수 있느냐가 최근 화두인 거 같더라고요. 출판 시장이 보다 편집자 우위로 조정되고, 책과 작품을 평가하는 플랫폼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과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점에서 그믐도 꽤 야심찬 기획으로 느껴져요. 함께 참여해보니 즐겁네요. 냉소하기 보다 저도 작가이기 이전에 일차적으론 독자로서 희망을 품어보고 싶어요 ㅎㅎ
아주아주 먼 옛날. 완장이라는 제목의 MBC베스트셀러 극장 드라마를 본 기억이 납니다. 보잘 것 없는 동네 백수가 저수지 관리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극화 한 것인데요.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완장도 권력이랍시고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하나의 우화로 잘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국가 권력, 사법 권력 처럼 엄청난 그 무엇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두 사람만 모이면 그 안에서 권력관계가 생긴다'는 말처럼 일상 속 쉽게 내뱉을 수 있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권력이란 단어는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내용을 들어보니 윤흥길 작가의 『완장』을 극화한 거 같네요.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이 말씀에서 저는 방금 서늘함을 느꼈습니다.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완장을 찰 수 있죠. 우리는 누군가에겐 약자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강자이고.. 그 상대성 속에서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에 대해서도 둔감해지기도 할 거예요.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걸 거꾸로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도 무시무시함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흥미롭습니다.
체제가 제대로 서지 않은 곳에서는 권력은 미움의 대상일뿐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을 가졌다면 체제를 바로 세우고 그 체제에 맞게 권력을 이용해야 작가님의 소설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체제가 있으되 권력으로 체제를 무너뜨리고 본인의 편의와 아집으로 개편을 강행한 분과 함께 일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봅니다. 권력을 마구 휘두르지 않아도 정비된 체제를 본인만의 입맛대로 바꾸려하니 그것또한 구성원들의 미움의 대상이 되네요.
이누마 님 말씀 들으면서 권력과 권위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서 수행된 권력은 권위를 지니죠. 과정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 권위도 함께 사라지고요. 그러니 권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도 공감과 설득이 중요하죠. 한국 사회 곳곳에서 권력 행사가 대체로 서툴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러 곳에서 다 문제가 있군요.
그렇겠네요.. 편들기를 넘어선 공감...은 타인에게 깨달음을 주는 작업이 동반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편향적이지 않으면서 양쪽을 오가는 글, 생각해보니 제가 딱 알성도현(!)을 읽으면서 느꼈던 오락가락 알듯 모를듯한 감각 같아요! 작가님의 답변을 읽다보니 작가님은 어떤 형태로든 소통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믐에서의 이런 소통이 작가님에겐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지네요🙂 주최하시는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즐거웠는지 많이 신경쓰이실텐데, 사실 독자입장에서도 작가님들이 독자(나)와의 대화가 어땠는지 꽤나 신경쓰인다는거~~~ 아실랑가 모르겠네요 ㅎㅎㅎ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북토크~~ 꼭 해주세요~~~ㅎㅎ
제 작품에 대한 소통도 그렇지만, 책을 매개로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대화하면서 책 추천을 엄청 하고 싶어하는 절 발견하네요. 즐거워하는 게 느껴지시나 봅니다. 실제로 매우 그렇습니다 ㅎㅎ 대화 속에서 배워가고 있습니다. 북토크 할 기회도 또 꼭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전엔 그믐을 통해서 제가 좋아하는 책 소개도 틈틈이 해볼까 해요 ㅎㅎ
안녕하세요. '밝고 즐거운 미래만 이야기하자'는 교수님은 기존 체제를 따르라는 암묵적인 메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체제'는 자신을 거기에 맞게 바꾸는 과정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변화(변질?)될 수 밖에 없다고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체제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네요. 주인공은 환멸을 느낄때마다 애써 교수님의 말을 통해 어두운 감정을 수면 아래로 묻어버렸다(p.82)고 했는데, 혜성처럼 등장한 후배 진영은 얼마나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지... 질투에 휩싸여있는 주인공을 나쁘게만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랑 같지 않음 에서 느끼는 어색함. 불쾌함. 그리고 부러운 마음이 복잡하게 얽힌 게 미움이라고 생각해봤습니다. 좋은밤되세요. ^^
또쓰님, 말씀 감사합니다. 체제가 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그 과정에 주목하셨군요. 주인공을 나쁘게만 볼 수 없었다는 또쓰 님 말에서, 결과에 바로 눈 흘기기 보다는 동기나 사정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게 곧 어둠에 침식되지 않는 힘이라는 생각과 함께.. 주인공도 그런 마음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게 되네요.
너무 늦었네요 긴 호흡의 글들이 지루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서 일가요? 기존에 것에 많이 기대며 생각하고 살고 있나 싶었습니다. 임현석님이 어떤 입장이 더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강단과 문단에 두루두루 새겨 들을 만한 이야기들 또 민감한 이야기들을 에둘러 잘 표현해주신 듯 합니다. 임현석작가님의 좋은 글 감사드리고 항상 찾아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사계절출판사입니다. 즐거운 일요일 잘 시작하셨나요? 아직 임현석 작가님 세션이 끝나지 않았지만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 안내 드립니다. : ) 📍 그믐 일정 가이드 : 작가 1인에 2일의 세션입니다. - 1월 25일~26일(수,목) 함윤이 작가님, 「규칙의 세계」 - 1월 27일~28일(금,토) 임현석 작가님,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 - 1월 30일~31일(월,화) 유주현 작가님, 「꿈과 광기의 왕국」 - 2월 1일~2일(수,목) 박민경 작가님, 「긴 하루」 - 2월 3일~4일(금,토) 김기태 작가님, 「태엽은 12와 1/2바퀴」 그럼 남은 시간에도 즐거운 활동 부탁 드립니다 : )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 토 이틀간 귀한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제 세션은 이렇게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틀 동안 대화 나누면서 많이 배워갑니다. 또 무척 즐거웠습니다 :) 캐릭터와 설정에 대한 독자님들의 세심한 해석 덕분에 글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생각 또한 들었구요.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어봐주셨다니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어디서든 또 뵐 기회 있음 좋겠습니다. 조만간 다음 글로도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받은 바통은 유주현 작가님께 넘깁니다. 공지된 대로 유주현 작가님 「꿈과 광기의 왕국」은 30일(월)부터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시게 될 텐데요. 월 화 같이 읽으셔도 좋고, 오늘부터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장담컨대 페이지가 다 넘어가는 동안 푹 빠져서 읽게 되실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즐거운 모임 되시길요! 감사합니다!
앗. 제가 너무 늦게 왔네요. 작가님은 이미 마무리하셨지만 소감 간단하게 남겨 봅니다. ‘진영’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이 소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영의 언행은 모두 오승택의 눈과 해석을 거친 것이니 과연 그때 진영이 그런 마음이었는지,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오승택의 자격지심과 과대망상의 산물인지 알쏭달쏭해, 진영이라는 캐릭터를 자꾸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자신과, 저와 관계를 맺었던 주변인들이 계속 떠올랐고요. 이와 달리 교수님은 오승택의 관점이 개입되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알 만한 인물이었고요. 연민을 자아내는 오승택과 말이 없는 진영의 마음을 더듬느라 왔다갔다 하며 재미있게(아프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주현 작가님의 등장을 기다리다가! 오후님 글 보게 됐어요 ㅎㅎ 소중한 말씀 감사해요. 진영은 한 사람의 내면을 거쳐서 그려지는 인물이죠.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진실과 바람직성이 충돌했을 때, 개인의 내면에선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그려보고 싶었어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누군가에게 대한 평가가 굳어질 때, 상대는 없고 나의 내면만이 남는다는 점과 함께요. 재미있게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지만 누군가에겐 전부일 수 있는 커뮤니티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유주현 작가님의 글 역시 참 생각할 거리가 많죠. 우리 계속 함께 해요 :)
두근두근 유주현 작가님 등장(!)하시기 20여분 전....!!!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30일이군요. 차가운 바람에 허둥지둥거렸던 기억뿐인데 벌써 1월이 끝나갑니다. 독자님들의 1월은 어땠을지 여쭙고 싶어요. 독자님들의 1월에 두 번째 원고가 속해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이렇게 빙빙 돌려서 하고 있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두 번째 원고⟫에서 ⟨꿈과 광기의 왕국⟩을 쓴 유주현입니다. 개인적으로 독자님들과의 만남은 처음인데, 소통의 방법이 무려 글이라니, 낯설면서도 무척이나 흥미롭네요. 앞선 함윤이 작가님과 임현석 작가님과 여러분들과의 대화도 기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저 또한 두 번째 원고의 독자이고, 네 분 작가님들의 소설에 푹 빠져 있거든요. 설레는 무언가를 만나면 그걸 아는 누군가와 마구 수다를 떨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곤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틀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이야기와 이야기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보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막상 오늘 오전이 되니 떨림이 초조함으로 번져가네요. 임현석 작가님의 멋진 소개 감사드려요. 다들 상쾌한 오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늘은 알람이 빨리와서 바로 들어왔어요. ^^ 이실직고!!! 아직 작가님 소설을 아직 못읽었습니다.(무릎꿇...) 오늘 정독하고 내일 글쓰기 잘 참여하겠습니다. 초조해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요 ㅎㅎ
이누마 님 안녕하세요. 천천히 읽어주시고, 무릎은 꿇지 마셔요:)) 해가 저물고 있네요. 편안한 저녁 맞으시길 바랍니다.
유주현 작가님 안녕하세요~~ <꿈과 광기의 왕국>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 그런데 언덕의 집으로 새로 이사온 그 '여자'는 왜 그렇게 심하게 화내는 인물 설정이예요? 모든 캐릭터가 다 마음에들고 좋은데..그렇게 윽박지르는게 좀 의아했어요😅 그리고..뒷 이야기 더 더 듣고싶은데 이렇게 끝내셔서 얼마나 아쉬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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