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긴 소회 대신 무심코 했을 ’그냥‘이라는 대답이 허를 찌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말이 단순해도 여운이 길고 공감이 가더라고요. 제겐 그 무엇보다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처럼 보였습니다. 편집자님께 받은 '작가의 말' 글감 후보 중에 하나가 왜 쓰느냐는 것이었는데요. 문득 떠오른 그냥이라는 대답이 예전에 읽은 인터뷰와 포개졌어요. 그냥이라는 대답은 다른 사람들 눈엔 엉뚱한 대답이었을 수 있지만, 저는 매우 깊이 공감했습니다. :)
임현석 작가님! 반갑습니다. 소설 재미있게 읽었어요~^^ 문장이 깔끔하고 몰입력이 높은 느낌이었어요. 65쪽 무엇보다 전 제 연구와 관점이 지닌 중요성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시란 자고로 소박한 정서, 이해하기 쉽고 편안한 시어로 감동을 줘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시에 깃든 공동체 정신을 상기시켜야 한다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예의를 지키고, 술 한잔 나누고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정화하는 일,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 일, 그 모든 것이 문학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고전 문학이나 올드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위에서 작가님이 말씀해 주신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소박한 것이 좋고요. 개인주의가 익숙한 지금, 공동체를 그리워하는 촌스러운 사람입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글샘님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유연한 원칙주의자(좀 모순되는 말 같긴 하지만 분명 있죠)에 항상 마음이 갑니다. 소설 속 인물은 여기서 너무 완고해져서 유연성을 잃은 케이스일 텐데, 문학에서 소박한 감정들을 발견하고 다른 문학관과도 소통하는 분들은 늘 존경하게 됩니다. 결말은 열어두고 싶었는데, 단 하나 주인공을 환멸에 가까운 감정으로 끌고 가고 싶었어요. 그는 막바지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저도 지금까지 종종 생각해보게 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 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저희 함께 책 이야기도 나누면서, 같이 글 쓰는 모임이라는 거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제가 드릴 키워드는 △체제 △권력 △미움입니다. 제 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키워드이기도 해요. *** 체제와 권력이라는 단어엔 음험한 느낌이 있죠. 전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사람을 도취시키는지 설명한 『승자의 뇌』 『권력의 원리』 두 책을 좋아하는데요. 두 책에선 권력에 도취된 뇌의 특징으로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아요. 또한 권력은 일부 소수에게만 부여된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특성도 있다는군요. 우리 역시 상황에 따라 언제든 권력에 도취되고 공감 능력이 마비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공감 능력을 지키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정말 중요할 듯해요. *** 제가 키워드를 받았을 때 든 생각예요. 문학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면, 그건 공감의 가치를 일깨워준다는 점 때문이겠죠. 권력이라는 키워드와 문학의 관계도 함께 생각해보게 되네요. 독자 여러분들의 글도 궁금합니다. 200자 정도의 짧은 글 부담없이 여기 남겨주세요. 제 글에 대한 질문도 언제든지 환영(사실은 대환영)입니다.
작가님,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무탈한 금요일 오후 보내고 계실까요?(저는 막 운동을 마치고, 벤치프레스에 앉아서 짧은 글쓰기를 하려 합니다. 강백호 근육 따라가기 중입니다. 푸하핫) 저는 운동하면서 느낀 점에 체제와 미움을 담아 보겠습니다. 운동은 참 신기하다. 몸을 움직이는 건데, 마음이 따라간다. 내 몸이면서도, 운동을 하면서야 몰랐던 근육과 세포들을 느낀다. 숨겨진 등 근육 찾기 대작전. 사실 느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본다. 저곳에 근육이 있고, 내 움직임에 따라 그곳이 찢어진다, 움직인다 생각하면 실제로 더 잘 느껴진다. 몸의 체제를 가다듬는 일인데, 마음이 따라가고 정돈된다. 신체를 바르게 하는 동안 구부러졌던 마음도 재정렬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가졌던 미운 마음, 잡념들도 툭툭 털어진다. 때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생각들을 없애려 소리내 말해보거나, 가슴팍을 손으로 쓰려내려본다. 그렇게 진짜 그 마음을 없애는 시늉을 하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움직임과 마음의 상관관계, 오늘도 미운 마음은 툭툭 털어내고 집으로 간다. 이번주도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백호 편집자님! 몸의 체제를 가다듬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지죠. 으쌰으쌰!! (슬램덩크 명작 인정!)
그는 언제나 '체제'에 충성한다.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한다.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그에게 '권력'이 점점 이양된다. 불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가 휘두르는 권력에 숨이 막힌다. 내 안에는 '미움'이 가득하다. 그는 더 강해지고 싶어하고, 그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편집자님을 보니 하루빨리 슬램덩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상양고 감독 김수겸 팬인데,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서태웅이라도 열심히 봐야겠어요!^^
글샘님! 잘 읽었습니다. 저는 권력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나쁜 거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권력을 쟁취하려는 이유, 권력으로 무엇을 하는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자기애에 집중된,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밖에 없는 사람이 쟁취한 권력이란 얼마나 공허할지. 남겨주신 글을 보면서 권력과 권위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가해보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임현석 작가님! 이번 작품 '알성도현 :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를 읽으면서 마치 바로 저와 가까운 누군가의 사연을 듣는 기분으로 완전 몰입해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얄미운 진영 씨같은 사람이 분명 우리 주변에 있고, 무책임해보이는 교수님 같은 사람도 있으며, 화자인 오승택 씨와 같이 억울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답답함의 폭풍에 휘말려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완전히 공감하기에 더욱 나의 이야기나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만큼 순식간에 읽고, 저도 화자의 감정선에 밀착해서 따라가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는 함께 분노하고, 맞장구도 쳐 주고 그랬던 것 같아서 너무나 신기했어요!! 작가님도 마지막에 주인공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고 하셨죠? 제가 느낀 건 허탈함이 아닐까 합니다.. 견딜 수없을 정도의 억울한 사건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분노, 해명, 슬픔 그리고 마지막엔 허탈함에 빠지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화자 역시 교수님에게 하소연도 해보고, 진영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독자 포함)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애쓰고 그럼에도 사람들의 소문과 시선때문에 속상해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또 같이 분노해주고 싶어지더라구요... 작가님도 이런 허탈함을 떠올리셨을까요..? 궁금해지네요 ^^
앗! 제 글 제목 '알성도현'으로도 줄일 수 있군요 ㅎㅎ 오늘의 발견예요 ㅎ 오승택 씨가 자신의 신념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진영 씨를 보면서 어러 감정 속으로 휘말려들어가는 이야기죠. 여기 나온 사람들은 모두 얼마간 비틀려 있는데, 그 비틀림의 구조를 생각하기 위해선 개개인들의 마음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주신 말씀 정말 좋은 착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전 오승택 씨의 감정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볼 것이냐와는 별개로 각자가 이런 신념을 가지게 된 경로에 대해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화 나누다 보니 아리사 님께 『스토너』를 추천 드려보고 싶어졌어요. 개인의 진실과 세상의 시선이 충돌할 때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우아한 선택(저도 정말 이런 글 쓰고 싶어요!!)을 다루고 있거든요. 허탈함 속에서도 결국 더 나은 대답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
우와 영광입니다! 추천해주신 스토너 당장 구입진행합니다! 잘 읽고 생각도 다듬어보겠습니다!
체제 : 어느 사회집단이나 조직에서 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희노애락이 나타난다. 구성원들의 합의로 만들어지기보다는 리더나 권력자들이 정한대로 운영되는 체제가 아직은 더 많다보니 적응하기 힘든 갈등이 생길 때 조직이 아닌 소수의 개인이 그 체제를 떠나는 다소 소극적인 방법으로 항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슬프다. 그러나 내가 속한 곳의 체제가 진정 구성원들을 위할 줄 아는지 예리하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레이더 망 안에서 굴러간다면 시작에서 생긴 잡음들도 하나씩 제 음색을 찾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바뀔 수 있으리란 희망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력 : 권력에 도취된 뇌의 특징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너무나 동의한다. 권력이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아마 대부분의 인간들은 권력 앞에서 그동안 눌러왔던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나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 인문학적인 성찰의 중요성에는 시선조차 두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타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라고 하면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우쭐해하는 자세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 줄 알고, 자신의 권력을 내세우거나 사익으로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나의 체제 속에서 권력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비극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미움 : 미움은 결국 나 자신도 갉아먹어버리고 만다는 걸 체감한다. 나름대로의 도덕적 기준과 정의로운 삶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이 작품에서 화자가 경험한 것처럼 근거없는 추측성 발언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미움을 낳을 수밖에 없고,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상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악감정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는 걸 절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 그렇구나!' 하는 반응으로 내 안에 싹트는 혹은 싹트게 하는 미움이란 감정을 무미건조하게 날려버리려고 한다. 미움이 내 사고를 장악하고,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타인을 구렁텅이로 밀어내지 않도록 말이다.
권력과 체제, 미움 키워드를 다 활용해서 글을 써주셨군요. 각각의 통찰마다 오래 머물면서 생각해볼 거리들이 있네요. 세 화두로 던져주신 이야기가 절묘하게 이어지는 게 신기해요. 우리네 삶의 조건을 예리하게 살피는 가운데 타인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지 말아야 한다는 마지막 다짐과 결론이 반짝하고 빛납니다. 대화 속에서 배워갑니다.
당신은 체제가 주는 권력을 누리는 중이라고 얘기하면 모두들 손사래 치며 코웃음 칩니다. 그러나 당신은 체제의 권력에 부림을 당하고 있다고 하면 너도 나도 할 말을 쏟아냅니다. 사람은 세상의 기준이 자신의 처지더라고요. 신기하게도 내 앞에 있는 것들은 보이지만 뒤에 있는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르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기득권에게 어떤 권력이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보다 비기득권에게 어떤 권리가 누락되었는지 알게 하고, 직접 나설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비기득권을 위해 기득권이 앞장서겠다고 하는 것도 일종의 오만 아닐까요.
권력추가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시스템적인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도 읽혔습니다. 세상의 기준이 절대적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처지마다 달리 느낄 수 있다는 점, 음미해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전혀 알림이 오지 않아서 몰랐네요… 늦게나마 열심히 하겠습니다
들러주셔서 반갑습니다, ESC님~!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저희 모든 작품 함께 찬찬히 같이 읽어보기로 해요~
안녕하세요, 임현석 작가님? 소설 잘 읽었습니다. 캠퍼스란, 그리고 문단이란 참으로 무서운 곳이더군요. (거기에 있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단지 사견일 뿐이지만 사람은 남에게 인정을 못 받으면 남을 평가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런 경우가 대부분 그렇듯 누구의 탓도 아닌데 어쩐지 힘들어 하는 사람은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 한 사람뿐인 듯합니다. 피해자가 있어야 피의자가 있는데, 모두에게 혐의가 있다면 누구도 기소될 수 없는... 그런 꼴일까요. 스스로 괴롭히거나 타인을 힘들게 하거나, 어쨌든 인생이 어려워지는 모양새입니다. 정신병원에는 정신병자 주변 사람들이 모인다는 쉽게 웃을 수 없는 농담처럼, 질식할 것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지난 기억들을 복기했습니다. 그래, 환기를 합시다. (물론 추울 땐 가스비 폭탄, 따뜻할 땐 미세먼지... 겨울에 창문 열기란 쉽지 않은 일...)
환기 중요합니다!! 지나가는나그네님, 반가워요. '모두에게 혐의가 있다면 누구도 기소될 수 없는' 그 말씀 듣고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인정욕구가 중요한 필드에선 평가와 인정 시스템이 건강하게 구축되는 게 중요하죠. 확실히 덜 대중적인 예술 필드나 인문학 계열에선 지나치게 전문가 집단인 동료(교수 등을 포함한)간 리뷰나 평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듯해요. 질식할 곳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표현해주셨는데, 그런 환경이 쉽게 만들어진달까. 전반적인 한국 지식 생태계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가 여기서 만난 게 흥미로워요. 작가와 독자가 직접 접촉면을 늘려가다니. 우리가 그믐에서 만나서 나누는 대화가 환기가 아닐지? :) 자주 뵙고 싶네요.
체제: 체제는 형이상학적 기계 같은 게 아닐까. 적어도 인공지능 기계는 아니라서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없는, 그래서 사전에 입력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오직 사후 대처만이 가능한 그런 기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이 기계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으려면, 이 기계가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모든 경우가 실제로 발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체제는 마치 전기톱 같아서 아무리 안전장치를 고안해도 누군가의 손가락은 계속해서 잘려 나간다. 언플러그드(?) 톱을 쓰면 될 일이지만 편리함을 포기할 수는 없다. 권력: 권력자가 자유를 외칠 때 살림은 힘들다. 미움: 미워도 다시... 아니 미우면 다시 안 보는 마음으로 살고 싶으나 쉬운 일은 아니다. 평행에서 0.0000000001도로 궤도를 벗어나 서로의 시야에서 멀어지기까지 거의 평생이 걸리는 그런 관계가 있더라도 어쨌든 생자필멸이다. 미워도 언젠가 끝난다... 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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