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원고] 출간 기념 독서 모임

D-29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직접 작가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소설이 더욱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답장을 주시는 것이 가능하다니.. 감사합니다! 몇 년 전에 라디오에서 우연히 <우리집에만 있는 특별한 규칙>이라는 사연발표회를 했었는데, 혹시 작가님도 그 라디오를 들으셨는지 궁금했어요! (200자 에세이 참여) 있잖아,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베고 자는 베개도 뛰어넘어가지 말라고 그랬어. 주무시는 어른이 계시면 방에 들어가지도 말라고 했지. 사실 누가 자는 어른 위로 넘어가겠어. 근데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 있었거든. 한 마리는 엄마 말을 잘 들어서 빙 둘러 돌아갔지. 한 마리는 당당히 자는 엄마 배 위로 걸어가고.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깡총 뛰어서 자는 엄마를 넘어가더라. 근데 우리엄마는 있잖아, 세 마리 고양이를 모두 똑같이 사랑했단다.
피터 님, 안녕하세요. 저도 이렇게 독자 분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벅차고 기쁩니다. 아쉽게도 저는 그 라디오를 듣진 못했네요. 그렇지만 피터 님이 적어주신 200자 에세이를 보니, 새삼 각 집에 각자의 규칙이 있다는 것이 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무척 귀여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 동물들이 사람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게 좋아요. 저희 본가의 개도 매번 남의 베개에 앉아서 졸곤 합니다. 가족 모두 그 모습을 좋아하고요.
안녕하세요. 설 지나고 참여한다고 연휴에 서점에가서 책도 샀는데 막상 그믐에 출석하는걸 까먹고 있었네요 ㅠㅠ. '규칙의 세계' 는 첫 느낌이 ㄴㅇㄱ 이거였어요. 상상도 못한 존재!!! 처음 읽으면서 "아니 이 소설 뭐지? 왜 외국인이 나보다 미신을 더 맹신해? ㅋㅋㅋㅋ" 신선하고 좋았어요. 미신에 관한 에세이를 써야하는데 출석이 너무 늦어 제대로 참석못해 죄송합니다. 저에게 미신은.. 특히 버려진 물건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마라는 사실 귀신이나 다른 영혼이 깃들어서이기보다 바퀴같은 벌레가 보이지 않는 곳에 서식할 수 있어서죠 ㅠㅠ 미신은 동화와 같다고 생각해요. 조심해야 할것 피해야 살아남기에 유리한 것들을 약간의 공포심을 유발시켜 구전으로 전하는 거요. 영혼이나 귀신을 믿지 않는 메마른 감정이라 그런가봐요 ㅠㅠ 작가님과 실시간 소통을 하지 못해 매우 아쉽지만 다음 작품 고대할게요.
이누마 님, 반갑습니다 ! 시간이 얼마 없어 촉박하게 댓글 달지만, 신선하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저도 현재의 미신들이 과거에는 상당히 유용한 규칙이었으리라 생각해요. 어쩌면 지금 저희가 안전을 위해 지키는 규칙들이 훗날 미신이 될 수도 있겠네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댓글 달아주신 것도 고마워요. 한파 조심하시고, 또 글로 만나뵈어요!
규칙 : 규칙은 혼란을 잠재우는 수단이기도 하다. 질서를 갖게 하고, 무턱대고 행동하지 않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숨막히는 사슬로 변신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상황에 맞는 규칙인지에 따라 그것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달라진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많은 규칙은 오히려 우리 자신을 옭아맬 수 있고, 너무 느슨한 규칙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다. 어쩌면 규칙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이 가장 혼란스러울 것이고, 규칙이 숨막히는 순간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울 : 온전히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거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의 외양만을 비추고, 거울과 반대되는 뒷모습은 철저히 가려져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존에서의 거울로 자신을 보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내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지 제대로 보여줄 마음의 거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타인일수도 있고,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상황이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제대로 관찰하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보여줄 거울을 만나는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미신 : 어릴 적 일상적으로 들어온 미신이 있다. 이 소설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문지방을 밟고 서지 말라는 것도 들어봤고, 집 안에서 우산을 펴지 말라는 말도 들어봤다. 어릴 땐 그저 아버지께서 하지 말라고 하시니 그런가보다 하고 따랐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미신은 그냥 무시하기엔 께름칙했다. 누군가에게 강요하거나 지적하진 않지만, 조용히 기억나는 것을 지키며 지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다만 미신에 얽매여서 정신을 흐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실수로 썼다가 아차 하며 다시 다른 색으로 썼다면 더이상 미신에 얽힌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며 굳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것처럼 미신 역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따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되는 것으로 자리잡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작가님 소설 잘 읽었어요!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미신을 따르는 모습들이 각자의 삶인 듯 하면서도 서로의 미신을 존중해주려는 노력이 보여서 좋았습니다. 따로 또 같이 라는 표현이 떠오르면서 어쩌면 믿는 것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조화로운 삶도 가능하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에게 소설 흐름이나 내용이 살짝 생소해서 제대로 느끼고 이해한 건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번 읽은 소감입니다 ^^ 다시 또 찬찬히 읽어보력요~! ^^)
아리사 님, 안녕하세요. 세 편의 단어와 함께 찾아와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규칙이 우리를 옭아매는 동시에 보호할 수도 있다는 말에 무척 공감했어요. 집 안에서 우산을 펴지 말란 미신은 저도 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가끔은 미신 그 자체보다, 그것이 금지하는 특정한 행위(보통 집에서 우산을 펴진 않으니까요..)가 더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행위를 '미션'이라고 말씀해주신 점도 재미있었어요. 생소하면 생소하신 대로,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토스에 행운 복권이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날의 행운을 알려주고, 행운의 정도에 따라 포인트를 준답니다. 세 가지 운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 저는 오른손잡이라 늘 맨 오른쪽에 있는 애정운을 선택합니다. 모태신앙인지라 운세도 미신과 다르지 않다고 여겨서 토스의 행운 복권 서비스는 제게는 그저 포인트를 받는 용도일 뿐이거든요. 그런데 몇 달 전 행운을 주는 귀인의 초성이 제 이름 초성과 같았습니다. 그걸 보고 나에게 사랑을 주고 행운과 같은 일을 줄 수 있는 적격자는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전히 저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그날의 행운 복권만큼은 마음속에 잘 간직했답니다.
해란 님, 저도 토스 어플이 있는데,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네요. 앱으로 운세를 확인하는 일이(온라인 화면으로 깨트리는 포춘 쿠키 같은 거요) 굉장히 묘한 농담 같다고 생각한 적 있었는데요. 행운을 주는 귀인의 초성과 스스로 이름의 초성이 겹치는 순간은 정말이지 더 색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적격자'라는 단어가 잘 쓰이지 않는 만큼 인상적이네요. 오늘 종종 곱씹게 될 단어일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추위 속에서도 일상을 잘 챙기고 계신가요? 지난 이틀 내내 이렇게 댓글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소설을 읽은 분들께 직접 감상을 들을 수 있다는 점, 또 제 소설과 연결되는 주제로 여러 글을 만날 있다는 점에 특히 무척 감사했어요. 좋은 기회를 주신 강백호 편집자님께 감사드리며 .... 다음 작가님께 바통을 넘기고 물러나겠습니다 ㅎㅎ 다음에 또 글로 만날 수 있는 사이란 정말 귀한 것 같아요. 가끔은 독자로 때로는 작가로 서로 계속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틀 간 제 대답이 충분히 만족스러우셨을지 염려되지만, 다른 소설로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바통을 물려 받은 나... 함 작가님, 소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작가님의 글 무척 잘 읽었습니다. 그믐의 남은 대화도 열심히 구독할게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두 번째 원고』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를 쓴 임현석입니다. 그믐은 지난해 베타서비스 때 '호돌이'라는 닉네임으로 가입해두고, 어떤 책으로 모임을 개설할지 고민했었는데요. 신인 작품 모은 기획으로 제가 쓴 글 소개하면서 인사드리게 됐네요. 새해 복도 많이많이 받으세요~!! 글을 쓸 때나 읽을 때나 작가 내지는 독자와 대화하는 기분을 느끼곤 해요. 세상 즐길거리가 워낙 많아도, 독서가 주는 즐거움은 고유하고 특별하다는 생각하게 됩니다. "독서를 통해서 타인과 나의 세계관을 맞대보는 독자들을 존경한다" 제 글 마지막에 붙인 에세이 통해서도 이렇게 말씀드렸는데요. 서로의 세계관을 직접 마주해볼 수 있는 기회 매우 설레고 좋습니다 ㅎㅎ 이틀간 많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이번에도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 )
안녕하세요, 임현석 작가님! 반갑습니다◕‿◕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을 재밌게 읽은 독자입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뒤로 갈 수록 그런가, 아닌데, 잠깐만, 맞나, 아니 그래도, 뭔 소리야! 같은 추임새를 붙이며 읽었습니다. 마지막장을 넘길 땐 스릴러영화의 도입부에서 딱 끊긴 것 마냥 아쉬움에 짧은 탄식의 소리를 냈습니다. 현직 기자이셔서 그런지 르포소설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제 취향이었습니다.ㅎㅎ 작가란 글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세계관을 보존하고 드러내는 사람들이라고 하셨죠, 제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나가셨나 싶을 정도로 공감되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의 활동이 기대가 됩니다!🤗
개츠비 님 반갑습니다! 말씀 듣고보니 생각하지 못한 포인트인데, 르포와 스릴러를 섞어서 써보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습니다. 알렝 로브리그예 『엿보는 자』 같은 느낌일까.. 에세이도 공감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소근소근) (두 작가님께서 배턴터치하시는 모습을 보니... 서태웅과 강백호의 하이파이브 장면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알리바이 성립에 도움이 되는 현대문학 강의> 뒤에는 작가님의 에세이도 실려 있는데요. 요 에세이에 아주 명언(!!!)들이 많아서 알라딘 펀딩으로 독자님들께 <두 번째 원고>를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작가님의 문장을 인용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바로! "좋은 작가가 되는 건 등단 제도 그 자체와는 명백하게 무관하다고, (중략) 제도와는 무관하게 늘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켜가고 싶었다. 그건 내 안의 세계를 존중하는 방식이므로." 독자님들 마음에 와 닿은 임현석 작가님의 문장은 무엇이 있을까요? 궁금해요!
p.92 마음이 고스란히 옮겨지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소설 쓰기는 나의 세계관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그무렵 깨달았다. 나만의 고유성을 지켜내는게 때로는 어렵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잠깐만 방심하면 나는 누구인가 하는 밑도 끝도 없는 한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기인듯 일기 아닌 일기 같은 것을 가-끔 쓰는데, 소설은 아니어도 쓰기가 나의 세계관을 지켜준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글쓰기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글로 무언가를 써내려갈 땐 자신과 대면하게 되니까요. 나의 세계관을 지켜나간다는 관점에선 꼭 쓰기가 소설로 국한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쓰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고유성을 찾아가는 경험. 저도 공감합니다 :)
오선생의 콤플렉스가 무섭고 안타깝고 지리멸렬하게 느껴 진 것 보다는 작중 교수가 말하는 [밝고 즐거운 미래만 이야기하자]가 전혀 밝고 즐겁게 여겨지지 않고 계속 머리에 멤도네요. 그리고 에세이에 써 주신 [그냥]에 담긴 의미, 박지리 작가에 대한 소회, 제도와는 무관하게 늘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반갑습니다 허우적님, 작중 교수의 말(밝고 즐거운 미래만 이야기하자)은 글 마지막에도 한 번 더 반복되죠. 제 글에선 매우 중요한 테마입니다. 권력에 의한 폭력은 일상성 속에서 더 폭압적으로 드러난다고 보는 편이어서 그점을 꼭 담아보고 싶었어요. 무엇을 응시하자는 말이 곧 무엇을 망각하자는 말처럼 들릴 때가 더러 있죠. 밝고 즐거운 분위기가 감추려는 것들. 그것을 들춰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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