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장강명을 읽으려다가 '정우성독서클럽'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모임이고, 우리 회원들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정우성독서클럽) 장강명을 읽다
D-29
구씨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돌쇠공주
댓글부대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작가 몰입해 읽는 경험을 정우성 독서클럽 덕분에 하게 되다니. (우리 그냥 책보단 사람 읽는 미식 모임인데) 책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인 정투쟁'이란 표현이 나와요. 누가 맨 처음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사회를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 한다면, 높은 순위로 저 문장을 꼽으리라 생각합니다. 장작가님 소설 재밌네요. 통찰에 공감하는 재미+깨알같은 취재가 깔린 리얼리티+유머.
구씨
통찰에 저도 한표. 이부분이 장강명작가님의 특별함인듯.
프로즌
저는 장강명 작가님 팬인데요. 산자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책 이게 뭐라고, 책 한 번 써 봅시다, 6년만의 신혼여행 .. 다 좋았어요. 일단 5년만의 신혼여행 완전 좋은데 거기서 이런 말이 나와요. "솔직히 내 부모님과 HJ가 왜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하는지 잘모르겠다. 명절에 싫다는 아내를 자기 부모님 댁으로 굳이 데리고 가는 남자들은 왜 그러는 걸까. 보기 싫은 친지들을 만나러큰집에 가는 사람들의 심리는 필까.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상담이 급증하고 형제간 폭행으로 누군가 사망했다는 기사가 꼭나오는데, 다들 그런 위험을 각오하고 친지들을 만나는 걸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 모를 것이다. 그냥 막연히 명절에는 가족이 다 모여야 한다. 고 하니까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일 뿐이다." 저는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이런 선명함이 좋아요. 그냥 남들이 그러니까 다 그래야 하는 획일적인 대한민국에서 자신만의 생각이 나타나는 문장들이요~!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가 뭔지 가장 정확하게 집어 낼 수 있는 안목도 좋아요~!
삼겹살요정
저는 '책 한번 써봅시다'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 글 올리신 분들 글 보니 '5년 만에 신혼여행'이 궁금해져서 사야겠네요. :)
구씨
디데이를 며칠 앞두고, 앞부분 몇장 읽다가 접어둔 그믐, 또는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동네 카페에서 읽을까 하고 아메라카노를 시키고 읽기 시작했는데, 교회 청년회 같은 모임을 하는지 카페가 시끄러워 맥주 사서 집에 와서 이어 읽는 중인데, 이 책 엄청 재밌네. 사인은 이 책에 받아야겠어요.
마담벤틀리
<한국의 싫어서> <댓글부대>는 정말 첫장을 열자마자 훅 읽어버린 책입니다. ^^ 특히 댓글부대에 등장하는 진보 매체 부분은 더 눈여겨보게 되더군요.
마담벤틀리
여기 사진은 어떻게 올리나요. 출간 책마다 다른 장작가님 사진 올리려고 하는데..
구씨
사진은 못올리지 싶습니다. 책마다 다른 작가님 사진은 결국 글로 푸셔야할듯요. 근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마담벤틀리
ㅋㅋ 넹 ... <표백> 장 작가님의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자, 지금의 작가님을 있게 만든 작품. 일단 얼굴을 반쯤 가렸어요. 물컵으로. 사진 배경과 컵의 모양을 보니 을밀대가 아닌가 하는 추측. 모자를 눌러썼고... 그래서 사실 어떤 얼굴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마담벤틀리
2015년 5월 출간한 <한국이 싫어서> 에선 얼굴을 드러내심. 백다흠 작가가 찍은 사진이고요. 흑백. 벽에 기댄 사진. 살짝 미소. 꽤 지적으로 보이는 사진. ^^ 모자는 쓰지 않음. 하지만 같은 해 11월에 출간한 <댓글부대>에선 다시 모자를 쓰셨고, 미소의 크기는 더 커진 듯. 역시 벽에 기대고 계시네요. 벽돌벽. 하지만, 2016년 출간한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선 아예 얼굴 사진이 빠져있습니다.
구씨
어떤 의도가 숨겨 있을까요? ㅎㅎㅎ 15년에는 샵을 다녀오시고, 그 이후는 아닐 수도. ㅎㅎㅎ
구씨
"그럼 보통 사람들의 인생은 어떤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으로 보는 거랑 비슷한건가? 여자가 다시 물었ㄲ다. 앞으로 어떤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고, 중간에 멈출 수도 없는? "
유튜브로 영상을 1.5나 2배속으로 보는 요즘에는 영화도 '순행'적인지 모르겠지만, 시간 예술은 음악뿐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전 독서에 집중하고자,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듣고 있어요. (뭔가 호흡이 빨라져서 집중이 되는건지 모르겠지만요)
"책을 읽기는 읽는건데, 이런 식으로 읽는다고 생각해봐. 책을 읽기 전에 작두같은 걸로 제본된 부분을 잘라내는거야. 그러면 책이 종이 수백장으로 흩어지겠지? 그 종이를 화투 섞듯이 섞은 다음에, 아무렇게나 다시 제본을 해서 읽는 거야. 막 남녀 주인공이 책 시작할 때에는 서로 사귀는 것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뚝 끊기고..,.. 그렇게 책을 읽을때마다 매번 페이지를 뒤섞고 다시 제본을 해서 읽는거야.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순서로는 못 읽는건가? 맨 처음에도? 여자가 말했다.. '제대로 된 순서'라는 거 자체가 없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 사실 페이지는 늘 섞이고 있어. 책의 분량이 무한한건 아니지만, 그 책 안에서 언제나 새로운 독서를 할 수 있는거지"
장작가님의 글 속에 책과 시간이 종종 등장하는 것 같아요. 책과 인생. '그믐...'에서 이 페이지를 읽었을때, 좋다.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구씨
그믐에는 달과 지구 사이의 시공간 연속체가 뒤틀려. 내가 우주 알일 때에는 그 뒤틀림을 이용해서 지구에 왔어. 뒤틀린 시공간터널을 타고 내리는 달빛에는 이상한 힘이 생겨. 잘라진 걸 붙이고, 끊어진 걸 잇게 되지.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고통을 멈추게 해줘.
그 빛을 보고 싶어? 남자가 물었다.
응. 여자가 말했다.
그러면 눈을 감아. 태양에서 온 광자가 남긴 자국을 망막에서 씻어내야 해.
-- 재미있는 책이 아니었구나.
구씨
'장강명 작가와의 대화는 내게 조금 기묘한 인상을 줬는데,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부담스러울 정도로 깍듯한 존댓말을 써서 내가 대학원생 제자와 저녁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최대한의 예의바른 겉모습과 달리 그 내용은 곱씹어볼수록 자신감이 넘치고 단호한 것이어서 약간은 거만해 보일 지경이었다. 어느 분야에 대해서라도 할말이 많고, 그 말들을 차분히 정리해놓았으며, 그것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고, 거기서 논쟁이 시작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만함이어서, 그게 다 내게는 매력적으로 보였다. "
구씨
하루종일 빈둥거렸는데, 이 책을 다 읽은 것만으로 충분히 오늘 할일을 다 한 느낌. 이제 집에 가서 유튜브를 1.5배속으로 봐야겠다.
구씨
그믐을 읽고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5년전에 읽었다면, 10년전에 읽었다면, 그 이전에 읽었으면 읽었을수록 난 이 책을 엄청 좋아했겠구나. 이 책에는 매우 드라마틱한 페이지가 있어요.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운 페이지가 있어요. 이 책장을 넘기면, 심장이 뚝 떨어질 것 같은 그런 지점을 책에서 만나는 경험은 조금 신기했습니다. 책에서 시점과 공간을 느끼다니요. 그믐이라는 책은 '책'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것 같아요. 그간의 책이라는 매체를 제가 너무 뻔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범생이인줄 알았던 지루한 앞자리 아이를 나이트클럽에서 만난듯한 . 그것도 아이라인 세게 그린 애를.
구씨
그믐은 '이성'과 '감성' 두 측면 모두가 만족스럽다는 점에서 장작가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중간 중간 문장들이 그 페이지에 있는 이유가 있어요. 그걸 읽으면서 짐작하고, 다 읽고 알아챈 독자는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그러나, 뇌가 안심하는 사이, 후려치는 한방이 있어요.
브라운필드
오 아직 살아있네요. 어제 좋았습니다.
구씨
스펙타클한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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