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제국』 혼자 읽기

D-29
[ 밀레니얼의 신자유주의는 지금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분열적인 우익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외곽 지대의 자유주의자들을 소외시키고 있지만, 북부 캘리포니아의 고상한 영지 안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특권층 아이비리그 졸업자들의 신념 체계 역시 모든 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진보주의 자체는 다소 엘리트적인 개념이다. 아니면 어쩌면 정부 역시 소비자 심리를 끊임없이 읽음으로써 그에 영향을 받아 알고리즘에 의해 주도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소비자 브랜드가 되는 게 궁극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동시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탈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 기술인 블록체인은 우리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버즈피드 설문조사를 하는 식으로 간단히 투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 정부와 실리콘밸리 기업들—특히 대형 브랜드들—사이의 힘의 역학은 계속 그 기어가 바뀌고 있다. 이 대형 기술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정치적 발언에 더 관심이 있으며, 이는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선을 위한 힘으로 브랜딩하고자 하는 자의식에서 나온 필연적 부산물이다. 애플과 구글은 디즈니와 코카콜라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예전의 산업 조류와는 달리, 그들이 하는 일 뒤에는 권력을 넘어선 경탄이 뒤따른다. 이제 그들은 정치를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한다. 최강의 10대 글로벌 브랜드 중 몇 군데는 브렉시트, 개인정보 보호, 2016년 대선과 같은 사안들에 정치적 입장을 표명했다. 역사적으로는 대부분 중립적 입장을 드러냈지만, 이제는 정부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강력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업적 브랜드가 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표명을 할 만큼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난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미국 정부가 국립공원 보호를 축소한 데 대해 고소에 나섰다. 미국 대통령이 아닌데도 저커버그는 DACA 드리머들을 만나고 다닌다. 이런 활동은 소비자 브랜드로서 그들이 가지는 역할과 연관이 있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대중의 사조 및 의견에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로 인해, 그들은 제약회사나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는 달리 면밀한 조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수의 브랜드가 2017년 슈퍼볼 시기에 버젓이 정치 캠페인을 벌였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에 대해 입국 금지령을 내리자 #우리는받아들인다#WeAccept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포용 정책의 지지를 시작했다. (비록 그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도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서 그들이 지닌 한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
[ 무인 자동차, 센서, 자동화가 주차 딱지나 과속 벌금을 엄청나게 줄이면 세수를 늘릴 방도가 절실해질 것이다.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은 주택 가격과 임대 가격을 왜곡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내몰고 있다. 신기술들은 그것들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수많은 윤리적 딜레마를 일으키면서, 정부 자원에 큰 압박을 가하면서 제한하게 된다. 널리 확산된 드론의 사용만 해도 사생활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추세는 정부의 느린 행정과 관료주의에 맞서 1,000번의 칼질에 의한 죽음을 불러오는, 즉 서서히 진행되는—아니 서서히 진행되는 것도 아닌—소모전이다. 그리고 기술 라이벌들은 비록 계획적이고 의도적일지라도, 정부의 느린 행정을 발전의 걸림돌로 공개적으로 확정 짓고 있다. 누가 이길 것인가? ]
[ 물론 ‘정부’와 ‘정치’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다양한 것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에서 ‘정부’는 민간, 군사, 연방, 주, 지역, 법 집행과 모두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정부는 NASA, 보건, 메디케어를 뜻한다. 국립공원도 뜻한다. 우리의 운전면허증부터 배가 바다에 가라앉을 때 지원받는 세금까지 모든 것을 뜻한다. 매우 많은 종류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므로 사람들은 각각의 경우에 대해 아주 다르게 느낀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라는 총체적인 개념 자체가 철저한 검토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역시 다양한 입장으로 인해 그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포착하기 힘들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투표가 국가 거버넌스를 거스르는 결과를 낳았다면, 이에 반해—EU와 힐러리 클린턴에 투표한—청년들은 ‘찬贊’ 국가적이었다. 그런데도 이 동일한 청년 집단은 정치와 투표 시스템에 무관심하고 정치인들도 믿지 않는다. ]
[ 훤칠한 키에 모범생 스타일의 필립스가 듀퐁 서클의 카페에 앉아 이 주제에 관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필립스는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디지털 전략 직무를 맡아 일했다. 그때 공직에 있으면서 구식 조직들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했다. “구식 조직들은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 음반 산업이 무너져서 죽고 붕괴되었고, 신문 산업이 무너져져 죽고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며 자란 세대가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해답을 내야 할 거시적 질문은, 국가 기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부의 어떤 부분이 무너져야 하고, 정부의 어떤 부분이 구제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매우 까다로운 난제입니다.” ]
[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아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이다. 그들은 과학 연구에 호의적이고, 신재생 에너지가 미래라고 믿으며, 자동화를 원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선거운동 동안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되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공포마저 과장되었다고 여기는 입장을 보였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라인스 프리버스는 2016년 말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기후 변화 담론을 “헛소리”로 생각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를 국경이 허물어진 세계화된 곳으로 여기지만, 트럼프는 벽을 세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둘이 향하는 목적지는 같아 보인다. 마지막에 정부의 많은 측면이 민영화되고 나면, 어떤 산업보다 실리콘밸리가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이다. ]
[ ‘영웅’ 대 ‘덩치 큰 나쁜 정부’의 구도는 실리콘밸리가 마케팅과 메시징에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기법이다. 적절한 사례로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2015년 12월 테러 사건 때 일어난 애플 대 FBI의 대립을 들 수 있다. 당시 애플은 정부에 맞서 개인정보 보호 권리를 중재하고 정부를 불신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는 존재로 자신들을 부각시켰다. 집단 총격 사건으로 14명의 사망자와 22명의 중상자가 발생하자, FBI는 총격을 가한 범인의 집에서 아이폰을 발견하고서 중요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해제해달라고 애플에 요청했다. 하지만 애플은 모든 시민의 개인정보가 악용당할 부정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총격 범인의 비밀번호를 해제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제작해줄 것을 거부했다. 그때 애플의 CEO 팀 쿡은 “정부의 요구는 끔찍한 상황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영장법’을 사용하여, 정부가 아이폰의 잠금을 쉽게 해제할 수 있다면, 데이터 수집을 위해 다른 이의 기기에도 손을 댈 권한을 얻게 됩니다”라고 애플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부는 이런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확장하여, 차후에는 애플에게 귀하의 메시지를 가로채고, 귀하의 건강 기록이나 금융 데이터에 접근하고, 위치를 추적하고, 심지어 사용자 몰래 휴대전화의 마이크나 카메라에 액세스하도록 감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팀 쿡은 애플이 정부의 명령에 거스르는 결정을 쉽게 내린 게 아니라면서, 다만 “우리는 미국 정부의 지나친 행동에 직면하여 우리의 소신을 당당히 밝혔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
[ 영국의 암호화된 왓츠앱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에도 같은 수사법이 사용되었다. 2017년 4월에 한 테러리스트가 왓츠앱을 사용해 메시지를 보낸 다음 2017년 의회 테러를 일으킨 것이 발각된 후, 앰버 러드 내무부 장관은 메시지를 중간에 염탐하게 해달라고 왓츠앱에 요청했다. 러드는 BBC TV 쇼에 나와서 “우리는 왓츠앱 같은 조직이나 다른 곳들이 테러리스트들이 내통할 비밀 장소를 제공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기술의 활용과 관련하여 시민 불복종 사례가 매일 늘어나고 있다. 혁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혁신가와 그 조직들이 전통적인 규제 절차를 사실상 종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적 규제의 전통적 형식마저 종식하고 있습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메르카투스 센터 기술 정책 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인 애덤 시어러는 말했다. 시어러는 오늘날 우리의 세상은 민주화된 혁신으로 인해 매우 분권화되고 자유화된 나머지 혁신가들이 자기들 입장에서만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우리가 미래에 살게 될 세상의 법을 제정할 사람들에 대한 어려운 선택이 남아 있습니다. 법이란 무엇일까요? 통치란 무엇일까요?” ]
[ 소셜미디어는 몇 가지 방식으로 정치를 변화시켰다. 지금은 우리의 모든 미디어 소비가 디지털화되어서 소셜미디어가 홍보의 주요 채널이 되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측정하거나 심지어 예측까지 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의 감정과 그들이 받는 메시지를 깊이 파악하여 미묘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팀과 프로그램 광고는 이제 선거의 필수 부분이 되어서, 실리콘밸리는 다시 한 번 전문가로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유권자들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때 공식적 의사소통 채널이자 프로세스였던 것이 분권화되자 우리가 정치인이나 정부와 교류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채널과 프로세스가 접근하기 쉽고, 현대적이며, 인간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주요 채널과 프로세스가 지녔던 위엄이 훼손되는 결과가 벌어졌다. 메이컨 필립스는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을 사용한 이력을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 추적했다. “페이스북은 2008년 대선 선거운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그는 말했다. “당시 선거운동은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조직화하는 데 주력했어요. …… 초기에는 소셜미디어가 정치와 선거운동에 영향을 준다는 정도로만 여겼지, 거버넌스 측면에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소셜미디어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리더들을 거치면서 여러 번 변화를 겪었는데, 특히 오바마 대통령 때에 큰 변화를 겪었어요.” ]
[ 아마존은 이미 자체적인 전 지구적 정부 체제가 되었다. 자체적인 법률, 가격 정책, 조건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 항상 소비자 우선주의를 깔고 있다. 학교, 우편, 엔터테인먼트도 기초부터 구축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 인도 등의 여러 국가로 확장된 진정한 글로벌 상거래 기업이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인터넷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방법을 섭렵해서 매우 지능적이고, 매우 개인화된 쇼핑 기제가 되었다. 아마존의 에코룩은 새로 샀거나 오래 입었던 옷의 사진을 찍어두고 매일 입는 옷을 기록하여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옷을 추천받는 서비스다. (감광성 기술을 이용하여 체중도 체크해준다.) 아마존 에코는 소비자의 쇼핑을 돕고 대통령의 생일까지 정확하게 말해준다. (구글의 검색 기능보다 나아진 세계다.) 아마존 대시 버튼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이 필요할 때 누르게 되어 있어서 탄산수나 세제의 소비에 대한 정보를 아마존에 보낸다. 현재 아마존이 이런 제품 수요들을 타이드세제 회사, 코카콜라, 콜게이트치약 회사에 넘기는 대신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다. (아마존은 천리안이자 전지전능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에 대한 신뢰도는 정부보다 높다.) 거침없는 의견을 내는 워싱턴대학 법학 교수 제인 K. 윈은 2016년에 <성공자들의 탈퇴: 민간 글로벌 소비자 보호 규제 기관으로 부상한 아마존>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아마존 같은 기업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 중심 접근법과 규모의 강력한 결합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윈 교수는 사이버, 디지털, 개인정보보호, 전자상거래법 분야의 전문가다.) ]
[ 그녀는 궁극의 글로벌 소비자 중심 기업이 된 아마존은 사실상 자기 ‘국민들’의 요구에 봉사하는 독자적인 민족국가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공급자, 브랜드, 그리고 이제는 점점 더 정부에게도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윈은 아마존이 ‘민간 규제 기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글로벌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동시에 자신들의 일차적인 규제 기관으로 행동하고 있는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은 1991년에 로버트 라이히가—부유하고 힘 있는 자들의 시민 사회가 사사로운 공동체로 분리 독립하는—‘성공자들의 탈퇴’라고 했던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과 규제 기관이 이처럼 융합된 형태는 현재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이익이 되지만, 아마존의 규모 때문에 가격이나 거래 조건에 대해 통제력을 상실한 공급자들에게는 이롭지 않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시장의 사실상의 주요 규제 기관인 아마존의 지위와 오로지 고객 만족만 생각하는 태도는 직원과 공급자들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 결국 종종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라고 윈은 썼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자가 동시에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시장의 주요 규제자이기도 하면,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모든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직원과 공급자들을 압박하면, 플랫폼 생태계의 한쪽 갈등을 다른 쪽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종국에 가서는 온라인 상거래가 전반적으로 불공정한 양상을 띨 거라고 그녀는 내다봤다. 이는 어쩌면 예언이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여전히 소비자 우선주의를 표방한다. 그래야 우리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독점 기업이 되면, 우리 역시 지금 아마존의 공급자들이 처한 신세가 될 것이다. 바나나 공화국이나 독재국가를 장악한 사악한 지배 기업에게 종속돼 사는 것처럼 그들의 규칙, 제도, 관례에 순종해야 할 것이다. ]
[ 윈은 이런 기업들은 그 디지털적 성격으로 인해 시민 시스템인 정부보다 훨씬 반응적인 성격을 띤다고 본다. 과다한 서류 업무와 인력으로 인해 아직도 많은 측면이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인 정부와 달리 디지털 시대의 기업들은—특히 우리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기업들은—살아 있고, 호흡하며, 측정할 수 있고, 즉각적으로 읽을 수 있는 유기체로서 기민성을 보인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런 능력을 거버넌스와 정부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효과적인 소비자 보호 규제 기관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일이 어항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윈은 어느 날 오후 워싱턴에서 전화 너머로 의견을 말했다. “그들은 모든 행동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 마치 옛날 로마 가톨릭 교회법이나 런던의 상관습법과 같아요. 구글은 구글 플랫폼의 규제 기관이고, 애플은 애플 플랫폼의 규제 기관이고, 아마존은 아마존 플랫폼의 규제 기관입니다. 더구나 모든 일이 클라우드에서 일어나고 있기에, 모든 일이 100% 투명해서 실질적으로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가장 강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요. 그렇기에 정부보다 (통치 면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 결국 우버는 사용자, 운전자 회원, 날씨, 수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여타 요인 등의 전체 규모를 토대로 수수료를 중재할 수 있다. 우버는 운전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될 때도, 고용주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노동자 복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대충 빠져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운전자들이 우버의 ‘파트너’라는 논리만 내세운다. 하지만 우버는 운전자들의 소득과 권한에 막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우버가 소비자의 승인과 규모라는 지지에 힘입어 법을 무시한 경우는 허다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그리고 우리가 이 플랫폼들 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의 행동, 욕망, 오점, 긍정적 행동을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실시간으로 그리고 예측을 통해 우리에게 반응하면서, 정부는 불가능한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행동을 다양하게 이끌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정권 아래에서 끊임없이 측정되고 감시받는 존재로 전락했다. 이 모든 일이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옆으로 밀어놓고 우리의 소비 생활을 돕고 있다. 그들은 맞춤화된 추천 목록을 우리에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샴푸를 사야 할 때를 알려주면서, 우리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를 예측해준다. 하지만 그들의 힘이 모든 것을 장악하면 우리는 그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 무역 협정을 맺는 작업을 통해, 이 집단의 초국경적 운영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러자—특정 국가에서는 특정 영화를 볼 수 없는 식의—지리적 기반으로 중개되고 판매되던 도서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지역적 권리 행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 정부 측에서 포괄적이고 선견적인 방안을 시급히 내놓아 모든 새로운 제품, 혁신, 서비스가 빚어내는 심각한 문제들을 수정하고 활용하고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살펴보면, 신기술에 적용되는 조세와 세금은 항상 새로 생겨났다.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는, 주차 및 운전 규제로 인해 조세가 발생했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 및 서비스에 대해서도 새로운 조세 체계가 도입될 수 있다. 정부가 혁신의 장기적 영향을 철저히 탐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혁신을 계속 추진해갈 것이다. 대부분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혜택도 주고 돈도 절약해준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를 알면 무작정 좋아만 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 대해 사람들이 깊이 사고하게 만들려고, 드론들은 도미노피자 상자를 들고 하늘 가득히 날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일이 자주 떠들썩한 사건들로 바뀌어야, 즉 티핑포인트를 맞아야 상황이 명확해지는 걸까? 2017년 영국에서 일어난 그렌펠 타워 화재 참사는 707명의 저소득층 거주자를 죽음으로 내몬 뒤에야 국가를 대체한 민영화와 그 허점을 조명할 계기를 갖는다. 이 사건은 영국의 국가적 가치와 사회적 양심의 부활에 관해 집단적인 토론을 촉발했다. 아마도 유사한 사건이 아주 크게 터진 뒤에야 비로소 기술로 인해 일어나는 권력 이동을 조명할지도 모르겠다. ]
[ 국가가 자신의 지배권을 잠식하는 빅 테크의 실질적이고 이념적인 영향력에 맞서 싸울 것인가? 이 싸움에서 테크들이 우세한 이유는 돈과 혁신이 아닌 문화적인 영향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 국가, 민주주의조차 이미지의 재정립이 필요할까?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혁신과 발명에 관한 서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아닌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브랜드와 리더들이 혁신의 선봉에 서왔다는 기술친화적 언론 보도에 공세를 당해왔다. 하지만 원래 실리콘밸리는 정부가 스탠퍼드대학교와 협업해 출발시킨 것이다. 초기 자금 역시 정부에서 지원했다. 그러나 이 진실은 스스로 힘을 키운 실리콘밸리의 신들이 유니콘을 타고 다니며 세계를 구했다는 신화를 이길 수 없다. 스티브 블랭크는 저서 《실리콘밸리의 비밀 역사》에서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미 육군이 우리 연구 대학들이 진행하던 모든 기술 연구 중 3분의 1에 자금을 지원했다. 가령 1966년에 스탠퍼드대는 전자기기 개발에 지원된 전체 자금의 35%를 국가 기밀 프로그램에서 받았다. 스탠퍼드만 특별하게 지원받은 게 아니다. MIT, 미시건대학, 조지아 공과대학,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등 얼마든지 많다. 모두 연방정부의 냉전 군사 프로그램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
[ 아히라는 구글이 ‘수십억 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문샷 연구소로서 X 커뮤니티를 위해 진행했던 솔브Solve 프로그램의 디렉터였다. 구글에 들어오기 전에는 골드만삭스의 포트폴리오 분석가였고, 콜린 파월의 아메리카스 프라미스라는 비영리 단체의 이사로도 일했다. 프리덤스 앤서라는 NGO를 공동 창립했고, 시민운동에 관해 동일 제목의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그러다 실리콘밸리에 채용돼 오바마 대통령의 엘리트 테크팀에 합류했던 것이다. 아히라는 기술 교육을 위한 대체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대상을 지리적으로 넓히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했다. “전형적인 기술기업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전통적인 기술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교육 대상들이 많습니다. 유서 깊은 엔지니어 가문 출신도 아니고, 학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아히라는 ‘걸스 후 코드’ 같은 후원 단체에 의존하기보다는 STEM 교육이 모든 교육 시스템에 완벽히 통합되어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 리터러시 교육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영국에서는 컴퓨터 과학 교육이 교육 과정에 성공적으로 통합되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공간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창의적으로, 비판적으로, 기술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현재 기술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그것들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해 시민으로서 잘 대처하고자 한다면, 관련 있는 기술적 스킬과 기술적 마인드를 선결적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내다봤다. “결국 이 상황은 대부분 급속하게 정치적 성격을 띨 것입니다.” 사실 기술혁명의 여러 단계마다 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게 틀림없다. 더군다나 정부의 임기는 4년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는 더더욱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
[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편집자.” 이처럼 거창한 명칭은 마크 저커버그가 몹시 떨쳐내고 싶어 하는 그의 별칭이다.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아펜포스텐>의 편집장 에스펜 에질 한센이 페이스북 창립자에 관한 1면 기사에서 그에게 붙여준 것이다. 페이스북이 베트남전의 역사적 이미지를 담은 노르웨이 작가 톰 에겔란드의 게시물을 삭제했을 때, 한센은 신문에 공개 항의 서한을 게재했다. 에겔란드가 페이스북의 규칙을 위반한 사항은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 ‘네이팜 소녀’를 포스팅한 것이었다. 이 사진은 사진작가 닉 우트가 네이팜탄을 피해 도망가며 공포에 절규하는 판티 킴 푹을 찍은 것으로, 전쟁의 공포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의 삭제 이유는 사진 속의 벌거벗은 소녀의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분명한 것은 사진에 찍힌 소녀와 아이들이 미군이 떨어뜨린 액체 화약에 고통당한 사실이 제대로 취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센이 저커버그를 비난한 근거는 그가 사진을 검열했고 문화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센은 전 세계에 뉴스를 전달하는 핵심 미디어 배포자가 된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미디어 위에서 저커버그가 무분별하게 권력을 남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우리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에 당신이 하려는 일에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아니, 사실은 두렵기까지 하다.” 여러 측면에서 이 사건은 우리가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잘 짚어준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이상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런던의 플리트 스트리트와 뉴욕의 언론사들 안에서 일하는 편집자들이 권력을 견제하는 ‘제4계급’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실리콘밸리가 그들을 대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제 새로운 미디어 거물이 되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현재 <워싱턴 포스트>의 소유주다.) ]
[ 실리콘밸리 제국은 이렇게 언론을 침해하면서, 역사적으로 언론이 수행해온 가장 크고 중대한 기능인 권력 견제 기능을 저지시키고 있다. 언론이 지닌 기능은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실리콘밸리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실 확인을 기반으로 한 전문적 기사들이 사용자가 제작한 미검증 콘텐츠와 함께 나란히 소개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뉴스의 중재자이자 큐레이터(선별자)이면서 뉴스의 주요 채널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뉴스의 생산자가 될 것이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이 소셜미디어에서 뉴스를 얻으며(62%) 그중 18%는 ‘자주’ 얻는다. 한편 소비자들은 기성 매체와 맺었던 관계를 끝내고 있다. 40%의 밀레니얼 세대가 스트리밍 서비스나 인터넷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한다. 이는 민주화된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긴 하지만, 정보를 검색할 때 검색어 순위에 따라—얼마나 많이 조회되었는지, 얼마나 자주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했는지, 아니면 단지 홍보의 결과로서 조회수가 올라가는—뉴스를 보게 만드는 우선순위 알고리즘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뉴스는 포퓰리즘이나 충격 효과에 의존하게 된다. ]
[ 2017년 1월에 제이월터톰슨이 1,000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응답자가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저널리즘의 가치가 저하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53%는 대선 이후에 텔레비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답했고, 48%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45%는 온라인 사이트에 대해 인식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뉴스 정보원에 대해 의견이 바뀐 사람 중 대부분은 더 나쁜 쪽으로 인식이 변했다는 의견이었다. 구체적으로 69%는 TV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69%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나빠졌으며, 66%는 온라인 사이트에 대해 나빠졌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갤럽의 설문조사와 일치하며, 언론에 대한 신뢰가 항상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7년에는 약간의 반등이 있어서 신문을 신뢰한다고 답한 이들이 20%에서 27%로 올라갔지만, 37%의 응답자들을 보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신문 전성기와는 큰 차이가 났다. 분명한 것은 기성 언론이 외부 공격자들에 의해 상징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도전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성 언론의 신뢰도와 적절성이 떨어지고 있는 사이, 그 독자들은 기술 대기업들과 직접 거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수익도 그들에게 직접 창출해주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우리가 익히 아는 언론을—잃는 것은 중요한 소비자 보호막을 잃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대화, 논쟁, 질문, 조사라는 활동들을 잃게 되어, 견제받지 않는 영향력과 행동에서 나온 브랜디드 컨텐츠의 가상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런 사태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빨리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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