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제국』 혼자 읽기

D-29
[ 실리콘밸리를 볼 때 저지르는 가장 큰 과오 중 하나는 그것을 하나의 균질한 인프라, 즉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빅 테크의 거대한 단일체로 가정하는 것이라고 보이드는 말했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부족 같은 성격이 강하며, 진화를 거치면서 여러 층위가 겹친 현재의 상태가 되었다. “그 집단은 정말 흥미롭고 독특한 단계들을 밟아왔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진화해오는 동안 분야나 산업 이상의 것을 보여왔고, 전체적 개념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하나의 콘셉트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실리콘밸리는 문화, 정신, 기풍, 언어, 미학이다. 실리콘밸리를 말하는 공통적인 비유와 가치 체계가 있다. 시애틀에 소재한 아마존도 직관적으로는 ‘실리콘밸리 브랜드’로 느껴진다는 뜻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스냅챗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실리콘 라운드어바웃, 실리콘 비치 같은 모방 집단도 대거 등장했다. 모두 자신들에게서 실리콘밸리의 신비감이 연상되기를 바란다. 실리콘밸리라는 용어는 1971년에 만들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남부의 산타클라라밸리에 있는 일단의 실리콘칩 제조업체들을 지칭했다. 지리적으로 보면 원래의 실리콘밸리 지역이 있었고, 이후 샌프란시스코 일대와 옆 동네인—우버가 이전할 것이라고 2015년에 발표한—오클랜드로 퍼졌다. <포춘> 지 선정 1000대 기업 중 53개 기업이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의 별칭)에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GDP가 2조 4,600억 달러로, 그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6번째이며 프랑스보다 크다. 이곳보다 GDP가 높은 나라는 미국 전체, 중국, 일본, 독일, 영국뿐이다. ]
[ 우리는 판매되는 기기가 아닌데도, 우리의 행동 데이터는 누군가에게 판매되는 상품이 되었다. 인터넷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세계의 관문이던 순진한 시절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인터넷은 상업적 엔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인터넷 하면 특별하고, 자유롭고, 탈중앙화된 것을 연상하던 초창기의 습성이 남아 있다. 그래서 아직도 기술 브랜드와 인터넷 제공업체들은 이런 시각을 인터넷에 대한 비판을—특히 개인정보보호나 반경쟁적 행동에 대한 우려를—회피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우리는 물, 전력, 도로, 텔레비전은 규제하면서, 인터넷은 여전히 다소 ‘특별한’ 것으로 옹호한다. 우리는 인터넷을 다른 서비스나 상품과는 매우 다르게 본다. 역사적으로 기술 리더들은 망중립성을 공개적으로 옹호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논쟁 후 그들은 현저히 조용해졌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거물들이 이제는 너무 비대해져서 망중립성이 필요 없게 된 측면도 있다. 망중립성이란 상업적 편향에 상관없이 소스, 페이지, 웹사이트에 동등하게 액세스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다. 이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는 뜻이며, 대형 웹사이트나 대형 기업들을 바로 검색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 웹사이트나 중소기업도 그렇게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가장 큰 거물 기업들은 기존의 ISP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의 인터넷 사용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 ]
[ “페이팔 마피아는 매우 중요한 인물 집단입니다. 기술사업을 재무적 관점에서 시작한 1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보이드가 말했다. “그들은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등장한 게 아닙니다. 그저 기술적인 일을 하다가 붕괴 도착증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술이 기존의 시스템을 재편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일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리콘벨리가 부상한 핵심이다. ‘붕괴’의 탄생. 변화를 무섭고 불길한 것이 아닌 멋지고 바람직하며 진보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한 것이다. 오늘날에 이 ‘붕괴’라는 용어가 그런 총괄적인 의미로 채택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다. 다른 사업과 사업 모델의 붕괴를 유발하여, 돈을 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계속 선전하고 있는 기술 결정론의 탄생이자 다윈주의적 주제였다. 혁신은 마땅히 진보하고 진화해서 우리 세계를 제약하는 요인과 정부 등 어떤 것에도 제약받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비록 우버처럼 수익성 있는 업종을 붕괴시키고 저렴한 비노조 노동에 의존해 아직은 수익을 못 내고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실제로는 손실을 보고 있지만 앞으로 성장하리라는 확신이 있다면 계속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 이르자 기존의 낙후된 산업을 해체하기 위한 기회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기업들은 새로운 목표를 위해 기업의 사명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하버드대 교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의 1997년 문제작 《혁신기업의 딜레마》도 붕괴를 끌어내는 혁신의 개념을 전파하며 이러한 흐름에 불을 지폈다. (혁신을 통해 개발한 저렴한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과 가치 체계를 창출함으로써 기존 시장의 지배자를 밀어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은 이제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구호가 되었다. ]
[ 이 후반기의 조류는 마르기트 벤마허 같은 혁신 커뮤니케이터들이 지지하는 새로운 서사에 의해 날개를 달았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관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은 기술을 뛰어넘어 더 특별한 존재로 거듭나게 했다. 인터넷은 단순한 접속이 아닌 정보 검색의 의미를 띠었다. 기술이 세계를 만들기도 하고 바꿀 수도 있다는 이 이상적 개념은 틸이 좋아하는 붕괴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다 그들은 역사상 최고의 소비재 브랜드였던 코카콜라, 나이키, 아디다스, 맥도날드를 따라잡았고, 자신들에 관한 과대 홍보를 스스로도 믿기 시작했다. “2000~2001년에 (닷컴 버블과 함께) 모든 것이 폭발했을 때 MBA들은 떠났지만, 여전히 기술을 신뢰하는 사람들은 모습을 바꾸어 사실상 잔존했던 것입니다.” 보이드는 말했다. ]
[ 2008년에는 피터 디아만디스와 레이 커즈와일이 싱귤래리티대학 창업 보육 센터를 캘리포니아의 NASA 리서치 파크에 설립했다. 싱귤래리티대학은 “우리는 우리의 세계에 인류의 가장 시급하고 지속적인 과제들을 해결할 인력과 기술과 자원이 있다고 믿는다”라고 선언했다. 2009년에는 구글 벤처스가 출범하여 생명과학, 보건, 인공지능, 로봇공학, 운송, 사이버 보안, 농업 분야에서 ‘가능한 일의 한계를 늘리는’ 기업들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의 기업들은 삶을 개선하고 산업을 변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을 변화시켜라’가 비즈니스 철학이자 마케팅 구호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실리콘밸리의 역사에서 이후의 중요한 변화로 연결된다. 포괄적이며 이타적인 구호를 내세우고 거시적인 문제들을 다루게 되자, 실리콘밸리는 세계의 건설자, 도덕의 나침반, 사상의 리더로서 국가의 역할을 넘보기 시작했다. 게이츠가 기술업계에서 자선사업에 진출한 첫 번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인물들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힘과 영향력을 사용하여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 때, 그는 지속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시적인 자선사업의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 게이츠로부터 자선사업과 상업을 결합한 실리콘밸리의 트렌드가 시작된 것이다. “그 시기에 우리는 흥미로운 전환점을 보았습니다.” 보이드가 말했다. 자본주의자들이 자선이 아닌 시장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실리콘밸리가 견본이 된 신자유주의-자유주의-자본주의의 긴밀한 연대를 얻었습니다.” 이때는 소셜네트워킹과 블로깅 사이트가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
[ “실리콘밸리에 대한 평판의 논리적 시작점을 들여다보죠.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립했을 때인데, 그들의 야심은 세계의 정보를 유용하고도 보편적인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그들이 개발해낸 결과물은 제대로 된 직관적인 솔루션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했습니다. 그런 대단한 규모의 사명을 설정하여 실제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강력한 영향력으로 작용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히라가 말했다. “구글의 초기 비전이 만족스럽게 해결되었다는 사실은 그다음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테크 공동체 전반에 서로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담론이 퍼졌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재능, 지식, 자원을 활용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을까? 무엇에 우리의 시간, 에너지, 노력을 기울여야 진정한 가치가 있을까?’ 이런 정서에는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큰 문제를 해결하면 돈이 뒤따라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거창한 비전을 품고 있다 보니 위험한 수준의 오만과 자만심도 품게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대중적, 경제적 힘은 자신들의 조직 내부에서도 문화적 변화를 일으켰다. 이 거물 기업들의 직원들과 대화해보면 진정성의 정서도 보여주지만 가끔은 창립자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믿음과 자신들의 숭고한 의지도 내비친다. 그런데 그런 숭고한 의지는 기업이 상장되고 나서 더욱 진화한 결과다. ]
[ 기술적 위업이 중요하긴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중요한 수준에서만 멈추어 있지는 않다. 그 야심은 점점 더 미지의 세계와 우리 삶의 아주 전통적인 생활 영역까지—포장도로에서 교실에 이르기까지—진입하면서, 모든 분야를 혁신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리더들은 거버넌스(통치)와 정치도 붕괴시키고 말 또 하나의 케이블 네트워크나 교외 쇼핑몰 정도로 보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구축한 부드러운 시민적 영향력의 기반 위에 서 있고, 그 영향력은 국경 규제, 선거, 국가 통제 같은 힘을 초월한다. 자, 그렇다면 실리콘밸리가 정부에도 눈독을 들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 저커버그의 공개적인 선언들은 계속 더 당당한 수사의 형태를 띠어갔다. 여기에서 그의 2017년 하버드 졸업 축사는 시민을 향한 제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밀레니얼들에게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공동의 목적과 공동체의 의식을 수용하고 혁신, 기업가정신, 용기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최대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서히 전진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보편적 기본소득이나,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성인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개념들을 통해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계약”도 요구했다. 그날 하버드의 교정에서 비를 맞으며 졸업식에 참석한 많은 졸업생과 부모, 학자에게 피력한 내용 중에는 “우리 세대의 과제는 모든 이가 목적의식을 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는 우주 경쟁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힘을 합해 전진하면서 위대한 일을 성취했던 시절의 증거로 JFK와 허버트 후버 같은 인물들을 거론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구체적인 과제들을 언급하면서 말했다. “우리 부모님들이 졸업할 때는 목적이 자신의 직업, 자신의 교회, 자신의 공동체로부터 확실하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기술과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단절과 좌절을 느끼며 빈자리를 채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 곳을 다니던 중에 청소년 구금 시설에 수용돼 있거나 약물 중독에 빠진 아이들과 만나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제게 자신에게 할 일이 있다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정의한 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전 세계 아동의 소아마비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후버댐을 건설하고 다른 위대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한 적도 있습니다.” ]
[ 비주얼 테크놀로지 벤처 펀드인 LDV 캐피털의 파트너 에반 니셀슨은 최근 제이월터톰슨에서 “시각 인터넷은 컴퓨터 시각 분석을 이용하여 모든 사물에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라고 말했다. “카메라가 달린 무생물 객체들 덕분에 기업은 컴퓨터 시각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분석에는 객체 인식, 정서 분석, 몸짓 인식 등 많은 인간 행동들이 포함될 것이고, 이는 모든 사업 분야와 인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LDV 캐피털은 향후 5년 뒤에는 내장 카메라 장착률이 적어도 220% 이상 될 것으로 예측한다. 조만간 아마존 에코가—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의 시리 같은 동류의 제품들이—우리 가정의 귀가 된다면 빅 테크 기업들은 우리의 독서 습관, 대화, 정치적 담론을—스크린 주도의 상호작용에 의한 새로운 단계에서—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이월터톰슨 데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밀레니얼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방문하는 쇼핑 검색엔진 중 89%를 차지한다. 아마존의 새로운 AI 사진 인식 쇼핑 비서 아마존 에코 룩은 한층 강력한 소비자 조사가 되었다. 즉 에코 룩은 사진을 찍은 뒤 소비자의 의상에 대해 크라우드소싱을 수행하고, 시각적 내용을 보관 및 분석하여 맞춤형 추천을 제공한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이 수집한 정보는 소비자 보호 문제를 넘어서, 우리의 시민 참여를 침해하고 결국 선거 운동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추수감사절에 식탁에 모여 나누는 정치적 토론이 고도로 맞춤화된 타기팅 광고와 메시지를 만드는 일에 쓰이지 않을까? 커넥티드 TV의 사진 인식을 통해 정치 광고에 대한 정서적 감정이 읽혀 전달되지는 않을까? 이런 일이 이미 일어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
[ 소비자들, 특히 청년들은 실리콘밸리라는 개념을 정치적 리더로서 우호적으로 보는 것 같다. 이 책을 위해 2017년에 제이월터톰슨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소비자 84%가 시장에서 대통령에 이르는 공직자 자리에 실리콘밸리 리더가 출마하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원(91%), 도시 거주자(89%), 소수민족(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 89%, 히스패닉계: 89%)이 테크계 인사들을 공직자로 선출할 가능성이 평균보다 높았다. 젊은 응답자가 기술 리더들을 공직자로 선출할 가능성은 당연히 더 높았다. 15~20세는 90%, 21~34세는 88%, 35~54세는 85%, 55세 이상은 79%였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88%가 실리콘밸리에서 공직자를 선출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다. 저커버그가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도 페이스북은 유망한 후보자를 선정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여 매수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개인 데이터를 AI에 접목하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라. 아니면 수백만 가지 맞춤식 타기팅 환경을 창출한—현재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하고 있는—규모를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개별적인 디지털 환경에 있지만 모두에게 적합한 특별한 후보자를 설계해내는 일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수 있다. 넷플릭스의 홈페이지는 이미 고객 맞춤 설정이 돼 있다. 미래의 페이스북 기술이 3D 아바타, 증강현실, 가상현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옮겨간다면 이런 일이 현실 속에서 일어나리라는 것을 흥미롭게 고려해볼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중요 주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저커버그는 곧, 사실상, 모든 곳에 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디지털 플랫폼, 소셜미디어, 기술이 정치와 선거에서 일반적으로 미칠 수 있는 지대한 역할과 밀접하다. ]
[ 밀레니얼의 신자유주의는 지금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분열적인 우익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외곽 지대의 자유주의자들을 소외시키고 있지만, 북부 캘리포니아의 고상한 영지 안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특권층 아이비리그 졸업자들의 신념 체계 역시 모든 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진보주의 자체는 다소 엘리트적인 개념이다. 아니면 어쩌면 정부 역시 소비자 심리를 끊임없이 읽음으로써 그에 영향을 받아 알고리즘에 의해 주도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소비자 브랜드가 되는 게 궁극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동시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탈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 기술인 블록체인은 우리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아니면 우리는 버즈피드 설문조사를 하는 식으로 간단히 투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 정부와 실리콘밸리 기업들—특히 대형 브랜드들—사이의 힘의 역학은 계속 그 기어가 바뀌고 있다. 이 대형 기술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정치적 발언에 더 관심이 있으며, 이는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선을 위한 힘으로 브랜딩하고자 하는 자의식에서 나온 필연적 부산물이다. 애플과 구글은 디즈니와 코카콜라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예전의 산업 조류와는 달리, 그들이 하는 일 뒤에는 권력을 넘어선 경탄이 뒤따른다. 이제 그들은 정치를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한다. 최강의 10대 글로벌 브랜드 중 몇 군데는 브렉시트, 개인정보 보호, 2016년 대선과 같은 사안들에 정치적 입장을 표명했다. 역사적으로는 대부분 중립적 입장을 드러냈지만, 이제는 정부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강력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업적 브랜드가 정부를 상대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표명을 할 만큼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리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난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도 미국 정부가 국립공원 보호를 축소한 데 대해 고소에 나섰다. 미국 대통령이 아닌데도 저커버그는 DACA 드리머들을 만나고 다닌다. 이런 활동은 소비자 브랜드로서 그들이 가지는 역할과 연관이 있다.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대중의 사조 및 의견에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로 인해, 그들은 제약회사나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는 달리 면밀한 조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수의 브랜드가 2017년 슈퍼볼 시기에 버젓이 정치 캠페인을 벌였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에 대해 입국 금지령을 내리자 #우리는받아들인다#WeAccept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포용 정책의 지지를 시작했다. (비록 그 캠페인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도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서 그들이 지닌 한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
[ 무인 자동차, 센서, 자동화가 주차 딱지나 과속 벌금을 엄청나게 줄이면 세수를 늘릴 방도가 절실해질 것이다.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은 주택 가격과 임대 가격을 왜곡해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내몰고 있다. 신기술들은 그것들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수많은 윤리적 딜레마를 일으키면서, 정부 자원에 큰 압박을 가하면서 제한하게 된다. 널리 확산된 드론의 사용만 해도 사생활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추세는 정부의 느린 행정과 관료주의에 맞서 1,000번의 칼질에 의한 죽음을 불러오는, 즉 서서히 진행되는—아니 서서히 진행되는 것도 아닌—소모전이다. 그리고 기술 라이벌들은 비록 계획적이고 의도적일지라도, 정부의 느린 행정을 발전의 걸림돌로 공개적으로 확정 짓고 있다. 누가 이길 것인가? ]
[ 물론 ‘정부’와 ‘정치’는 많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많은 다양한 것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에서 ‘정부’는 민간, 군사, 연방, 주, 지역, 법 집행과 모두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정부는 NASA, 보건, 메디케어를 뜻한다. 국립공원도 뜻한다. 우리의 운전면허증부터 배가 바다에 가라앉을 때 지원받는 세금까지 모든 것을 뜻한다. 매우 많은 종류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므로 사람들은 각각의 경우에 대해 아주 다르게 느낀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라는 총체적인 개념 자체가 철저한 검토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 역시 다양한 입장으로 인해 그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포착하기 힘들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투표가 국가 거버넌스를 거스르는 결과를 낳았다면, 이에 반해—EU와 힐러리 클린턴에 투표한—청년들은 ‘찬贊’ 국가적이었다. 그런데도 이 동일한 청년 집단은 정치와 투표 시스템에 무관심하고 정치인들도 믿지 않는다. ]
[ 훤칠한 키에 모범생 스타일의 필립스가 듀퐁 서클의 카페에 앉아 이 주제에 관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필립스는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디지털 전략 직무를 맡아 일했다. 그때 공직에 있으면서 구식 조직들을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했다. “구식 조직들은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 음반 산업이 무너져서 죽고 붕괴되었고, 신문 산업이 무너져져 죽고 붕괴되는 것을 목격하며 자란 세대가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해답을 내야 할 거시적 질문은, 국가 기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부의 어떤 부분이 무너져야 하고, 정부의 어떤 부분이 구제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매우 까다로운 난제입니다.” ]
[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아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는 것이다. 그들은 과학 연구에 호의적이고, 신재생 에너지가 미래라고 믿으며, 자동화를 원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선거운동 동안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되돌려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공포마저 과장되었다고 여기는 입장을 보였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라인스 프리버스는 2016년 말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기후 변화 담론을 “헛소리”로 생각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는 세계를 국경이 허물어진 세계화된 곳으로 여기지만, 트럼프는 벽을 세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둘이 향하는 목적지는 같아 보인다. 마지막에 정부의 많은 측면이 민영화되고 나면, 어떤 산업보다 실리콘밸리가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이다. ]
[ ‘영웅’ 대 ‘덩치 큰 나쁜 정부’의 구도는 실리콘밸리가 마케팅과 메시징에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기법이다. 적절한 사례로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2015년 12월 테러 사건 때 일어난 애플 대 FBI의 대립을 들 수 있다. 당시 애플은 정부에 맞서 개인정보 보호 권리를 중재하고 정부를 불신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는 존재로 자신들을 부각시켰다. 집단 총격 사건으로 14명의 사망자와 22명의 중상자가 발생하자, FBI는 총격을 가한 범인의 집에서 아이폰을 발견하고서 중요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해제해달라고 애플에 요청했다. 하지만 애플은 모든 시민의 개인정보가 악용당할 부정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어, 총격 범인의 비밀번호를 해제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제작해줄 것을 거부했다. 그때 애플의 CEO 팀 쿡은 “정부의 요구는 끔찍한 상황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영장법’을 사용하여, 정부가 아이폰의 잠금을 쉽게 해제할 수 있다면, 데이터 수집을 위해 다른 이의 기기에도 손을 댈 권한을 얻게 됩니다”라고 애플 고객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부는 이런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확장하여, 차후에는 애플에게 귀하의 메시지를 가로채고, 귀하의 건강 기록이나 금융 데이터에 접근하고, 위치를 추적하고, 심지어 사용자 몰래 휴대전화의 마이크나 카메라에 액세스하도록 감시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팀 쿡은 애플이 정부의 명령에 거스르는 결정을 쉽게 내린 게 아니라면서, 다만 “우리는 미국 정부의 지나친 행동에 직면하여 우리의 소신을 당당히 밝혔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
[ 영국의 암호화된 왓츠앱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에도 같은 수사법이 사용되었다. 2017년 4월에 한 테러리스트가 왓츠앱을 사용해 메시지를 보낸 다음 2017년 의회 테러를 일으킨 것이 발각된 후, 앰버 러드 내무부 장관은 메시지를 중간에 염탐하게 해달라고 왓츠앱에 요청했다. 러드는 BBC TV 쇼에 나와서 “우리는 왓츠앱 같은 조직이나 다른 곳들이 테러리스트들이 내통할 비밀 장소를 제공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기술의 활용과 관련하여 시민 불복종 사례가 매일 늘어나고 있다. 혁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혁신가와 그 조직들이 전통적인 규제 절차를 사실상 종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주적 규제의 전통적 형식마저 종식하고 있습니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메르카투스 센터 기술 정책 프로그램의 선임 연구원인 애덤 시어러는 말했다. 시어러는 오늘날 우리의 세상은 민주화된 혁신으로 인해 매우 분권화되고 자유화된 나머지 혁신가들이 자기들 입장에서만 일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 우리 앞에는 우리가 미래에 살게 될 세상의 법을 제정할 사람들에 대한 어려운 선택이 남아 있습니다. 법이란 무엇일까요? 통치란 무엇일까요?” ]
[ 소셜미디어는 몇 가지 방식으로 정치를 변화시켰다. 지금은 우리의 모든 미디어 소비가 디지털화되어서 소셜미디어가 홍보의 주요 채널이 되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측정하거나 심지어 예측까지 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의 감정과 그들이 받는 메시지를 깊이 파악하여 미묘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 분석팀과 프로그램 광고는 이제 선거의 필수 부분이 되어서, 실리콘밸리는 다시 한 번 전문가로서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소셜미디어는 유권자들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때 공식적 의사소통 채널이자 프로세스였던 것이 분권화되자 우리가 정치인이나 정부와 교류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채널과 프로세스가 접근하기 쉽고, 현대적이며, 인간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주요 채널과 프로세스가 지녔던 위엄이 훼손되는 결과가 벌어졌다. 메이컨 필립스는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을 사용한 이력을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 추적했다. “페이스북은 2008년 대선 선거운동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그는 말했다. “당시 선거운동은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조직화하는 데 주력했어요. …… 초기에는 소셜미디어가 정치와 선거운동에 영향을 준다는 정도로만 여겼지, 거버넌스 측면에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소셜미디어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리더들을 거치면서 여러 번 변화를 겪었는데, 특히 오바마 대통령 때에 큰 변화를 겪었어요.” ]
[ 아마존은 이미 자체적인 전 지구적 정부 체제가 되었다. 자체적인 법률, 가격 정책, 조건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아래에 항상 소비자 우선주의를 깔고 있다. 학교, 우편, 엔터테인먼트도 기초부터 구축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 인도 등의 여러 국가로 확장된 진정한 글로벌 상거래 기업이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인터넷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방법을 섭렵해서 매우 지능적이고, 매우 개인화된 쇼핑 기제가 되었다. 아마존의 에코룩은 새로 샀거나 오래 입었던 옷의 사진을 찍어두고 매일 입는 옷을 기록하여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옷을 추천받는 서비스다. (감광성 기술을 이용하여 체중도 체크해준다.) 아마존 에코는 소비자의 쇼핑을 돕고 대통령의 생일까지 정확하게 말해준다. (구글의 검색 기능보다 나아진 세계다.) 아마존 대시 버튼은 소비자가 해당 상품이 필요할 때 누르게 되어 있어서 탄산수나 세제의 소비에 대한 정보를 아마존에 보낸다. 현재 아마존이 이런 제품 수요들을 타이드세제 회사, 코카콜라, 콜게이트치약 회사에 넘기는 대신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다. (아마존은 천리안이자 전지전능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에 대한 신뢰도는 정부보다 높다.) 거침없는 의견을 내는 워싱턴대학 법학 교수 제인 K. 윈은 2016년에 <성공자들의 탈퇴: 민간 글로벌 소비자 보호 규제 기관으로 부상한 아마존>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아마존 같은 기업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 중심 접근법과 규모의 강력한 결합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윈 교수는 사이버, 디지털, 개인정보보호, 전자상거래법 분야의 전문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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