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발견> 함께 읽으실래요?

D-29
프롤로그 언급하셔서 다시 읽어보니까 이 책의 서술방식을 좀 이해하게 되네요 ㅎㅎㅎ
멜빌은 이 책을 호손에게 헌정했는데, 제목이 적힌 책장을 넘기면 곧바로 “그 재능을 존경하는 마음의 증거로, 이 책을 너새니얼 호손에게 바친다(이 헌정사에서 멜빌은 호손의 이름을 Nathanial로 잘못 표기했다 — 옮긴이)”라는 헌정사가 실려 있다. - <진리의 발견> 중에서 호손과 멜빌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
챕터 5장은 계속 누구였더라?하며 앞으로 넘겨보다보니 챕터 1만 계속 읽었어요.ㅎㅎ노트에 한명한명 적으면서 읽어야겠어요. 기억나는 건 여자들이 모여 있는 모임을 파란 양말으로 빗대어 이야기 했다는 것! 아마도 그들은 여성들이 지닌 찬란한 무지개빛 양말 중에 일부분만 본 것이 아닐까? 오늘의 문구 허영심이 하나도 없는 여자가 있을까요? 남자는 있습니까? 단지 이런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신사분들 사이에서는 이 허영심이라는 필수품이 흔히 야심으로 포장되기 마련이지요.“ - <진리의 발견> 중에서
책을 다 읽고 다시 읽으면 이름이 덜 헷갈릴 것 같아요. ㅎ 브라우닝 이야기도 멋지지만 오늘은 서머빌의 이야기가 정말 인상적이네요. scientist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뛰어났던 사람. 무엇보다 그녀의 미덕이 정말 부럽습니다. "서머빌은 위대한 과학자와 위대한 사람만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의견을 확고하면서도 느슨하게 쥐고 있는 능력, 기발한 가설에도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증거에 비추어 자신의 의견을 기꺼이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 능력이다." 전 아직 두 번째 능력을 발휘할 나이도 위치도 아니어서인지 첫 번째 능력이 더 부러워요. 잘 생각해보면 정말 갖기 힘든 능력이라고 생각되거든요. "확고하면서도 느슨하게"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능력!
허먼 멜빌 4. 유한에서 무한을 추구하다. 책을 읽다 보니 각 인물들의 위인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른의 위인전이라고 할 만큼 그들의 문학을 탐구할 수 있도록 많은 자극을 주었다. 올해 나의 목표이기도 한 민음사 책들의 배경과 작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이 책에서 건진 문장들은 내게 벌써 많은 수확을 가져다 주었고 이 책을 다 읽었을 때가 되면 풍년을 암시하고 있을 것 같다. 아직 책의 초입 밖에 읽지 않았는데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그들의 삶과 글에 대한 이야기가 올 해 나의 인생 책이 될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으레 편지를 좋아한다. 그 대상의 성별을 떠나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일종의 플라토닉 러브가 가득한 글귀를 쓰고 아름다운 문장과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쓰여진 문장을 상대가 읽고 있다고 상상만 해도 행복할 것 같다. 편지의 당사자도 아닌 내가 읽고 있어도 그들의 서신 내용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를 알았고 그를 사랑했지 오래 이어진 외로움의 끝이었지 그다음 서로의 삶에서 멀어졌네 (멜빌의 시 Monody 중 일부) 문학가들의 편지라는 것은 누가 읽어도 참 감동스럽다. 그들의 필체를 느껴보고 싶을 정도로 편지를 직접 보고 싶었다. 작년에 영인문학관에서 작가들의 편지를 모아 기획전시를 했던 기록을 아래의 웹페이지에서 보았다. 그때도 역시. 그들의 손글씨와 필체는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 왔었다. 웹페이지 내용의 일부를 가져왔다. 최인호 소설가가 이어령 선생에게 보낸 편지는 두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최 작가는 "선생님이 제가 사는 시대에 계신다는 것은 제겐 큰 용기요, 기쁨입니다. 선생님의 앞서간 발자국은 제게 좋은 교훈이 되곤 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일찍 죽지 말기로 해요"라고 썼다. 최 작가는 2013년, 이어령 선생은 2022년 별세했다. https://naver.me/5Ywkz7cf 그들의 문장이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만약 책만 읽어 온 사람이라면 아직도 고전문학의 문턱에도 못가고 입구에서 기웃거리고 있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난 책만 읽는 간서치가 아니라 세상이 내게 주어진 일을 하라고 바쁘게 살아온 일상이 쌓여 이젠 일상이 글이 되고 예전 보다는 다르게 고전 문학이 잘 읽힌다. page110. 진실을 이야기하는 예술 ps.이렇게 두꺼운 책을 쓰면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각주가 없어서 솔직히 좀 의심스러웠지만 페이지 맨끝에 저자가 각주를 달지 않은 이유와 참고문헌을 남겨 두어 괜한 의심은 접어두었다. 읽는 내내 저자의 문장과 사실적인 문장이 뒤섞여 혼란스러웠지만 그냥 내게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읽어나가기로 했다.
3장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what is lost and what is gained) 미첼에게 아이더가 어떤 의미의 존재였는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풀러의 ‘대화’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 아름다움은 지적인 정신이 이 세계를 연구하길 선호하는 형식이다<83>(beauty is the form under which the intellect prefers to study the world) 아름다움을 지적 호기심을 한데 모으는 렌즈로 여기는 관점은 바로 미첼 자신이 우주를 보는 방식이었고, 어쩌면 모든 재능 있는 이들이 우주를 보는 방식일 것이다.<83>(This notion of beauty as a focal lens for intellectual curiosity was how Michell herself saw the universe, and perhaps how every person of genius does.) 정신의 완벽학 독립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여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사상과 판단을 흡수할 수밖에 없다.<94>(Absolute independence of spirit is an illusion. We are porous to the ideas and judgements of those we elect into our inner circle)
제4장 멜빌-유한에서 무한을 추구하다. ( Of the infinite in the finite) 미첼과 멜빌이 자신을 타자로 인식하는 경험을 하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본성을 깊게 들여다 보고 그것을 따르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저자가 인간이 혼돈 안에 질서를 세우고 이름을 붙이고 구분하고 분류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름으로도 사랑의 종류를 구분하고 꼬리표를 붙일 수 없다는 부분은 작년에 읽은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일부분을 생각하게 했다. ---------- 미첼이 풀러를 그토록 존경한 이유는 그녀가 마음과 정신을 대담하게 서로 교차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성별의 “완전히 극단적인 이원성”이라 부른 것을 선구적으로 비판하면서 “완전히 남성적인 남자도 순수하게 여성적인 여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117> (Michell so admired Margaret Fuller not only for her bold interleaving of heart and mind, but for her pioneering condemnation of what she called “the great radical dualism” of gender and her insistence that “there is no wholly masculine man, no purely feminine woman.”) 두 사람은 모두 상대의 우라니아적 반쪽을 만난 적이 있지만 그 만남은 말하지 않는 것,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의 장막을 덮어쓰고 있었다. 그 결과 좌절된 운명의 이중적 교차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 나오지 못했다. 고립과 소외, 자기 자신을 ‘타자’로 인식하는 경험은 바로 이 가시성의 장막에서 비롯된다. 이 장막은 동류의 슬픔으로 슬퍼하고 동류의 갈등으로 갈등하는 다른 수많은 이를 보이지 않게 감추며 자기 자신의 본성마저도 외면하게 만든다. 이 장막을 걷어내야만 우리는 타자화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멜빌과 미첼의 시대에서 한 세기가 지난 후 미국의 시인인 오드리 로드는 “우리가 가장 상처 입기 쉬운 상태를 드러내어 보여주는 일은 또한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을 부여하는 원천이기도 하다”라고 쓴다. <118> (They had each met the other’s Uranian counterpart, but under the veil of the unspoken and the unspeakable, this dual intersection of their frustrated fates would have remained invisible to both. The isolation and alienation of experiencing oneself as “other” stems from precisely these veils of visibility, eclipsing from view the many others who are also sorrowing with kindred sorrows and conflicted with kindred conflicts, also refugees from their own nature. Such otherness unclenches its hold only when the veils are lifted. “The visibility which makes us most vulnerable is that which also is the source of our greatest strength,”Audre Lorde would write a century after Mitchell and Melville.) 인간의 마음이란 하나의 고대 괴물에서 나온 것이라 어떤 꼬리표를 달고 있든 모두 같은 열정으로 포효하고 으르렁거린다. 우리 인간은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구분하고 분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충동은 우리가 유한한 것 안에 무한한 것을 담고, 혼돈 안에 질서를 세우고, 발판을 만들어 좀더 높은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추진력이 될 수 있다. 한편 이 충동은 또한 우리는 제한하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는 그 이름을 본질 자체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의 종류에 붙이는 그 어떤 꼬리표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이 모습에서 저 모습으로, 다시 이 모습으로 끊임없이 활기차게 형태를 바꾸는 사랑을 절대 정의할 수 없다. 어떤 이름으로도 두 마음과 그 마음을 품은 두 육체 간에 흐르는 복잡한 감정을 감히 포용할 수 없다.<119> (The human heart is an ancient beast that roars and purrs with the same passions, whatever labels we may give them. We are so anxious to classify and categorize, both nature and human nature. It is a beautiful impulse - to contain the infinite in the finite, to wrest order from the chaos, to construct a foothold so we may climb toward higher truth. It is also a limiting one, for in naming things we often come to mistake the names for the things themselves. The labels we give to the loves of which we are capable-varied and vigorously transfigured from one kind into another and back again- can’t begin to contain the complexity of feeling that can flow between two hearts and the bodies that contain them.) -------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 과학은 늘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하는 것을 깨닫는다. “질서”라는 단어도 생각해보자..1700년대에 와서야 이 단어가 자연에 적용되었는데, 그것은 자연에 질서정연한 계급구조가 존재한다는 추정-인간이 지어낸 것, 겹쳐놓기, 추측-에 따른 것이었다.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p.267>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68>
5장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리처드 파인만의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디서 봤지?어디서 들었는데..라는 기시감이 들어서 리차드 파인만을 네이버에 찾아 보게 되었는데, 역시나 얼마전 알쓸인잡 김상욱 교수님이 말한 괴짜 물리학자였다. 김상욱 교수님은 그가 세상에 존재 하지 않은 것을 믿지 않고 탐구하는 물리학자 였지만 정작 본인은 부인이 죽은 지 2년후에 죽은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니 얼마나 로맨티스트 라고 극찬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 책에 나오는 파인만이었다니….그래서 기시감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나도 모르게 파인만씨 농담 참 잘하시네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책 한권이 얼마나 많은 책을 몰고 올지 가늠할 수 없어졌다.
저도 알쓸인잡에서 리처드 파인만 얘기 나왔을 때 반가웠어요. 농담도 잘 하시네~ 이 책 예전에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나 기억이 전혀 안 나서 재미있기도 했고요. 파인만이 노벨상 수상자답지 않게(?) 뭔가 좀 특이한 행동도 많이 하고 유독 더 괴짜로 살아간 것이 혹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던 사람이라 작은 소중한 순간들을 즐겁게 누리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고요.
작가들 학자들 끼리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이런 부분들이 신기하게 와 닿네요. 과학자라는 단어가 man of science 였는데 여성 과학자가 나와서 scientist라는 단어로 썼다고 나와서 좀 놀랬구요.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그 무엇도 아닌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난 그녀의 미소 때문에, 외모 때문에,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나와 잘 맞는, 그리고 힘든 날에도 확실히 기분 좋은 편안함을 주는 사고방식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녀를 사랑해.' 라고 말하지 마세요. 이런 것들은 그 자체가 변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여, 당신 탓에 변하기도 해, 그렇게 이룬 사랑은 그렇게 깨질 수도 있어요. 내 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는 연민의 정으로도 날 사랑하지 마세요. 당신의 위로를 오래 받으면 우는 것도 잊고 당신의 사랑마저 잃게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이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 있도 록. _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이런 시를 썼더라구요. ‘오로라 리’는 그당시에는 진짜 충격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구요.
와, 시 아름답네요. 다만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낭만의 끝 같은 느낌이에요.
"어떤 자연 현상도 그 자체만으로는 적절하게 연구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해하려면 모든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 베이컨.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5장 감각 너머의 진실을 향한 열정 서머빌의 이야기보다는 수학적인 이야기에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page126 “번역이 번역으로 존재하길 그만두고 ... 제 2의 창작물이 되는 보기 드문 기적” ...단순히 수학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 개념을 확장하여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특히 천계의 구조를 읽고 싶어졌다. page 125 시인이란 실은 그 타고난 재능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뉴턴은 자신의 능력이란 결국 전부 “끈기 있는 사고”라고 말했습니다. 공허하게 맴돌던 단어들이 연결되는 느낌들이었다. 책 표지 뒤에 남겨진 몇몇 사람들의 후기를 다시 읽으면서 다시 단단하게 연결된 생각들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들이 시간의 축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라고 있었다. page 128 그녀는 별 사이에 머리를 두고 있지만 발은 지구의 땅을 단단히 딛고 있다.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앞선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글로 후세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계단이 되어주고 그 진리를 향한 발걸음이 무겁지 않도록 또 다른 계단을 만들고 있었다. 또 한 계단 오르고 또 한 계단 올라 만든 지식의 향연은 끝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의 웹페이지를 검색했더니 브레인 픽킹스에서 마지널리언으로 바뀌어 있었다. 남에게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은 것에서 주변인으로 왜 바뀌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그녀가 쓴 글들과 사진을 훑어 보았다. 수많은 정보들이 이 책 만큼이나 가득했다. 1,516 페이지나 되는 글과 그림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에밀리 디킨스의 사진과 그녀의 집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고 작가의 수많은 다른 글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굳이 영문으로 읽지 않아도 요즘은 알아서 웹페이지를 번역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page137 모든 것은 자연적으로 서로 이어져 있으며 서로 연결된다 ...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재능의 주요 특징으로 “사실의 연결고리를 사고의 연결고리와 통합시키는 대담한 연계”능력을 꼽는다. 주요 키워드 : 오로라 리, 블루스타킹, 밀턴에 대한 시, 사랑과 예술, 매리언
제5장 감각너머의 진실을 향한 열정(To figure and transfigure) 윌리엄 휴얼은 정말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오로라 리’를 좋아한다는 미첼을 비웃었을까?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보았을때 오로라 리는 진정 놀라운 작품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지적하듯이 후세 사람들은 이 시를 읽지도 않고 토론도 하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비슷한 상황과 유사한 심리를 묘사한 작품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실제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것 같다. 오로라 리 작품 속 매리언이 자신은 살아있지 않다고 거듭 말하며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지 말라고 하는 부분이 특히 마음이 아프다. ------- 예술을 부인하면 사랑이 빈곤해지듯이 사랑을 부인하면 예술이 빈곤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로라는 시인을 “고결한 거짓말쟁이, 어둠을 좇는 몽상가, 태양과 달을 과장하여 표현하는 이들”이라며 거들떠보지 않는 비평가들을 상대로 시인을 옹호한다. 오로라는 시인을 “상대적이며 비교적이며 일시적인 진실이라는 형태로 진정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화자”라고 표현한다.<141> (Only to discover that art is no less impoverished by the denial of love than love by the denial of art-defends poets from the cynics who may dismiss them as “virtuous liars, dreamers after dark, exaggerators of the sun and moon.” Aurora paints them , rather, as “the only truth-tellers”-“the only speaker of essential truth, posed to relative, comparative, and temporal truths.”) 여성이 지적, 예술적 자주권을 지키고, 건조하고 의존적인 가정의 삶 대신 창조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삶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는 이 책은 인상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146> (It stunned, it shocked, it unsettled the status quo with more than its central claim of women’s intellectual and artistic autonomy, of the right to choose the public sphere and the life of creative work over the domestic sphere and the life of deadening dependence.) 생각해 봐, 예술이 진실로 드높은 삶이라 한다면 발을 딛고 일어설 한층 낮은 삶도 필요한 법이야 그토록 높이 손을 뻗기 위해서는 말이지 누구라도 발끝으로 설 수는 없는 법이야 안정적으로 두 발을 딛고 설 수 없는 곳에서는 그러니 기억해! 예술을 위해서 네 삶을 꼭 잡아 둬<148> (Reflect, if Art be, in truth, the higher life, You need the lower life to stand upon, In order to reach up into that higher: And none can stand a-tiptoe in the place He cannot stand in with two stable feet. Remember then!-for art’s sake, hold your life.) 오로라는 자신의 미성숙한 이상에 의문을 제기한 롬니의 의견이 결국 옳았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예술은 삶보다 높은 곳에 매달린 고아한 샹들리에가 될 수 없으며 삶과 같은 높이에서 빛을 비추어야 한다. 두 사람은 공평하게 잘못을 했으며 지금 자신의 반쪽짜리 옳음을 하나로 합치려 한다.<155> (But she also perceives that he had been right to question her immature ideals-art cannot be some lofty chandelier dangling above life but must draw its light from the plane of living. Their wrongness had been evenly divided, and now they were to join their half-rightnesses into a whole.)
각기 알고 있던 인물들이 한 데 모아져 이야기되는 것이 흥미로워요. 챕터의 제목과 그 챕터의 내용이 담고 있는 내용이 긴밀히 통합되고 있진 않지만, 이젠 이걸 받아들이고, 주욱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챕터는 편의상 나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챕터는 첫 문장부터 너무 매력적이지 않았나요. "나는 탁월해지기로 했습니다." 탁월해지고자 엄청난 끈기를 발휘해 최고가 된 여성, 하지만 명성보단 '존재의 충만함'을 얻길 원하고, 그래서 사랑을 찾아나서지만 그 사랑을 찾긴 쉽지 않고...너무 똑똑한 여성에겐 사랑도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는 듯해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에머슨이 등장한 것도 흥미로워요. 전 소로를 통해 에머슨의 존재를 알았고, 최근엔 에머슨의 짧은 평전을 책장에 꽂아두었는데요(아직 읽지 않았고요), 이 책에서 자주 접하다보니 얇은 그 책을 빨리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에머슨도 그렇고 풀러도 그렇고 결혼에 대해 매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네요.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내일즈음 알 수 있을 것같고요. 그리고 전 이 문장도 좋았어요. "괴테는 내가 지금까지 느낀 감정을 전부 이해하고 이를 아주 아름답게 표현해." 책을 읽다가 나도 예전에 느낀 적 있는, 그런데 그 느낌을 왠지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같아서 혼자 품고 있던, 그런 느낌을 이해하고 있는 문장을 만나면 저도 그 책을 쓴 저자를 좋아하게 되는데요. 괴테는 무려 "지금까지 느낀 감정을 전부 이해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으니 풀러가 괴테를 좋아하게 된 건 너무 당연해보여요.
메리가 밤새 유클리드를 읽느라 집에 초가 모자라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부모님은 당장 양초를 압수했다. ... 이미 유클리드의 저작 여섯권을 전부 암기했기 때문에 ... ... p.123 p.125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그 여성은 인류를 움직이는 것이며 그것은 성장입니다. 이 책에서 서머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녀의 책과 수학지식은 당대의 지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체계적이고 완벽했다. 범접할 수 없는 천재들의 삶은 내게는 그들이 너무 두려운 존재로 느껴집니다.
제6장 많은 것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The much that calls for more) 마거릿 풀러가 어렸을때부터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공부하고 생활했는지 그리고 망원경과 현미경을 모두 사용할 것이라는 말에 끝없는 진리에 대한 탐구의지가 느껴진다. 리처드 파인먼과 알라인의 연애이야기는 달콤하고 파인만이 와이프 사후에 쓴 편지는 애잔하다.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와 마거릿 풀러 사이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느낌이었을까. 마거릿 풀러가 대부분 남자로 구성된 초월주의자 모임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나눴을지 그리고 풀러와 에머슨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다음 장이 기대된다. ---------- “의지력만큼 사람의 차이를 확실하게 구별해주는 것은 없다.” 마거릿은 여섯 쪽짜리 논평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는 상상력과 끈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열정적인 자신감”을 규정된다고 단정한다. <162> (“Nothing more widely distinguishes man from man than energy of will,” she writes in a six-page essay, posting that a conquering will is composed of imagination, perseverance, and “enthusiastic confidence in the future.”) 문학은 풀러가 선택한 무기이다. “문학은 모든 일간성을 조명하는 매개체이다. 모든 지식과 경험, 과학, 이상, 그리고 우리 본성의 모든 실재가 모일 수 있는 중심이다.” <163> (Literature would be her weapon of choice- “ a medium for viewing all humanity, a core around which all knowledge, all experience, all science, all the ideal as well as all the practical in our nature could gather.”) 하지만 어떤 사랑도 풀러가 가장 열망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바로 “존재의 충만함”, 감정과 지성, 육체의 지고한 통합이다. .. “나만의 특별한 별 없이는 살 수 없다.”풀러는 마리아 미첼이 혜성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나이에 이렇게 썼다. “하지만 내 발은 땅 위를 딛고 있고 날개가 돋아날 때까지 그 위를 걷고 싶다. 나는 망원경뿐 아니라 현미경도 사용할 것이다.”<163,164> ( “fullness of being”-the sublime integration of emotion, the intellect, and, as she would come to realize only at the end of her short life, the body. .. " I cannot live without mine own particular star,” Fuller wrote at the age Maria Michell was when she discovered her comet, “but my foot is on the earth and I wish to walk over it until my wings be grown. I will use my microscope as well as my telescope.”) 내 머리로는 당신이 죽은 다음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을 편하게 해주고 싶고 당신을 보살펴주고 싶어. 그리고 당신도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당신하고 어떤 문제를 두고 토론을 나누고 싶어. 작은 일이라도 함께해보고 싶어. 지금까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뭘 하면 좋을까? 우리는 같이 옷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잖아. 중국어를 배우기도 했고, 같이 영사기를 구하려고도 했지. 지금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안 돼. 나는 당신 없이 혼자고 당신이 바로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여자”였으니까. 당신이 우리 무모한 모험을 이끄는 지도자였잖아. <174, 175> ( I find it hard to understand in my mind what it means to love you after you are dead-but I still want to comfort and take care of you- and I want you to love me and care for me. I want to have problems to discuss with you-I want to do little projects with you. I never thought until just now that we can do that. What should we do. We started to learn to make clothes together-or learn Chinese- or getting a movie projector. Can’t I do something now? No. I am alone without you and you were the “idea-woman” and general instigator of all our wild adventures.) 과학분야에서 괴테의 위대학 업적은 독창적인 발견에 있다기보다 과학을 통합하고 대중화했다는 점, 과학에서 강렬한 은유를 뽑아내어 대중에게 전달하고 이를 몇 세기 동안 대중의 상상력 안에 각인시켰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지각 작용인 공감각, 착시, 색채의 심리적 효과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181> (His greatest contribution lies not in original scientific discoveries but in synthesizing and popularizing science, in wresting from it powerful metaphors that would lodge themselves in the popular imagination for centuries. .. But it brimmed with prescient insight into aspects of perception that wouldn’t be studied until long after his death: synesthesia, optical illusions, and the psychological effects of color.)
아는 친구가 예전에, 왜 살지? 라는 저의 질문에, "진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는데, 보름삘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 함께 읽어요~
마거릿 풀러에 대해서는 무려 7개 챕터를 할애했네요. 일단 6장 부터 또 주변 여러 인물들이 나오구요 ㅎㅎ 풀러를 읽으면서 괴테도 디킨슨도 알게되는 책.
2~3장 마리아 미첼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의 순수한 설렘, 미지의 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석에서 지식의 작은 조각을 직접 깎아낼 때 느껴지는 희열이었다. 이는 모든 참된 과학자를 이끄는 근본적인 동기이다. 우리가 희망이나 두려움이라 부르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우주 안에 살아가면서 어떤 일은 불행이라 부르고 어떤 일은 행운이라 부르다니 인간이란 얼마나 교만한가. 지난 주에 1장은 읽은 다음날부터 독감, 장염과 위염으로 일주일 넘게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를 못했어요. 덕분에 이제서야 주말에 밀린 독서중입니다. 일단 3장까지 읽으면서 마리아 미첼의 삶을 살펴봤는데, 그녀가 가졌던 무수한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그녀의 부모가 있었기에 마리아 미첼이 그런 업적들을 쌓을 수 있었겠구나 싶어서 저는 그녀의 부모의 롤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좋은 문장들도 너무 많아서 많은 밑줄을 그었고, 그 중에 두어개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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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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