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의 새로운 얼굴들] 유령의 마음으로

D-29
늦었지만 하루에 한 편씩 곶감처럼 빼먹는다는 표현이 다시 읽어도 재미있어서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29일을 채우고 싶어서 간만에 들어왔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고쿠라님!!
‘집에 가서 자야지’ 에서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화자가 되는 나, 나의 친구 조, 그리고 조의 윗 집 사람 정우. 어느 날 조가 키우던 게코 도마뱀이 집을 탈출합니다. 그리고 윗 집 사람 정우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 도마뱀을 봤다고 합니다. 정우는 원룸 빌라 집주인에게 방역을 신청하고 싶어합니다. 집 안에 도마뱀이 나오다니 뭔가 위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요. 독한 약을 치면 어딘가에 숨어있던 도마뱀이 죽을지도 몰라 조는 나를 데리고 이를 말리기 위해 정우의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다가 저의 선입견 하나를 알았습니다. 이야기의 1인칭 화자 (즉, 소설에서 '나'로 나오는 사람)의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 저는 그냥 작가와 같은 성별일 거라고 무의식중에 추측한다는 점이죠. (닫힌 마음) 그런데 분명히 글 앞 쪽에서 아파트 보안 업체에서 일하느라 밤에 야간 근무를 한다는 등의 묘사가 나왔는데도, 뭐 여자가 보안 업무 할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어요. (열린 마음?) 나중에 정우가 화자인 나를 보고 ‘형’이라고 불러서 깜짝 놀랐다는.
저도 작품은 금방 읽었는데 29일이라는 시간이 꽤 기네요. 역시 벽돌책(?)같은 것을 읽어야 29일 동안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걸까요. 저 역시도 성별의 단서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 작가와 같은 성별일거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대화들이 큰 따옴표를 표기하지도 않고, 엔터를 쳐서 다음 문장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라 어떤 인물이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주인공의 속마음인지 발화한 이야기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작품은 금방 읽었는데 29일이라는 시간이 꽤 기네요. 역시 벽돌책(?)같은 것을 읽어야 29일 동안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걸까요. 저 역시도 성별의 단서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 작가와 같은 성별일거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대화들이 큰 따옴표를 표기하지도 않고, 엔터를 쳐서 다음 문장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라 어떤 인물이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주인공의 속마음인지 발화한 이야기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중 인물들 대화에 큰 따옴표가 없네요. 말씀하신 그런 아리송한 상황들은 가끔 작가가 일부러 의도한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어떤 모호함 속에서 느껴지는 비일상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건지...그게 아니라면 그냥 명확한 대사 전달에 실패한 건지도..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ㅠㅠ 고쿠라님 열심히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다 읽었는데 아직 옮기지를 못해서, 한 번 다시 읽으면서 찬찬히 좋은 문장과 드는 생각들을 저도 기록해놓아야겠습니다.
오! 벌써 다 읽으셨군요. 저 같은 경우는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라 (집중력 없는 스타일이에요. 이 책 읽다 보면 저 책 생각나고, 저 거 읽는 중에 괜히 다른 책 뒤적거리고 그래요) 암튼 책을 엄청 빨리 읽는 편은 아닌데 저도 '유령의 마음으로'는 거의 다 읽어 갑니다. 일단 분량 면에서 부담이 없네요. 요즘 한국 소설 읽을 만한 거 없나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할게요.
203쪽, [우리는 겨울 내내 춥고 감기 걸리고 월세 내고 난방비 내고 겨울 옷 사고 일해야 하는데, 그 남자는 자고 있잖아. 일하다 보면 그 남자 얼굴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는데 어떡해. ]
위 문장은 6번째 수록작 '동면하는 남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겨울 내내 잠을 자도 죽지 않는 남자가 있습니다. 주인공과 그의 구남친이 이 남자를 보다 하는 말입니다. 살다가 동면하고 싶은 날들이 있죠. 그럴 때 나는 안 되는데, 되는 사람이 있다면 질투심이 생길 거 같아요. 세상을 아둥바둥 살지 않고 그저 돌맹이가 되고 싶은 그런 날들이 있습죠.
7번째 수록작, '알래스카는 아니지만'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수록작,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로서 약 17일에 걸쳐 완독했네요. 읽는데 오래 걸릴 책은 아닙니다. 비일상적인 사건들이 등장하는 반면에 대사나 상황 묘사들은 어렵지 않고 일상적이라 책장은 술술 넘어갑니다. 작가님이 뭉근한 유머감각도 있어 피식피식 웃음 나오는 구절들도 꽤 있어요. 첫 단편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 완성도가 꽤 높다는 생각이 들고 아마 몇 년 내에 한국 문학계에 제법 이름이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드네요.
남궁필명님 덕분에 새로운 책과 작가님을 알아갔네요. 감사합니다!
다이어리에 적었던걸 텍스트로 보존하기 위해 옮겨적습니다.
집에 가서 자야지_150쪽, [제가요, 사실은 한 달 전에 여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원래는 청소도 잘하는 편인데, 그날 이후로 청소는 커녕 꼼짝도 하기 싫더라고요. 종일 굶다가 새벽에 배달 음식 한번 시켜 먹고. 그러다 혼자 술 마시고. 아, 얼마전에 왓챠에 가입했거든요. 거기에서 일주일마다 제 취향에 맞는 영화 다섯 편을 추천해 줘서 다 챙겨 봤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추천 영화들이 제 취향이랑 멀어져요.] 추천 영화만 보게 된 이상한 현대사회. 어떤 플랫폼이든 자꾸만 내게 추천을 해줘서 점점 더 취향이 좁아질 수 밖에.
169쪽, [정우는 벌떡 일어나더니 잠시만요, 하고는 서랍을 뒤적거렸다. 저 중국집 도장 모아 둔 게 있거든요. 잘하면 탕수육 공짜로 시킬 수 있어요. 정우는 한참 만에 명함만 한 쿠폰을 찾아냈다. 자금성이라고 적힌 새빨간 종이 위로는 도장 칸이 열 개였는데, 도장은 다섯 개밖에 없었다. 많을 줄 알았는데 턱도 없네요. 그런데 조가 쿠폰을 보더니 자기 집에도 쿠폰이 있다며 갖고 오겠다고 했다. 잘하면 합칠 수도 있잖아. 정작 조가 들고 온 쿠폰에는 도장이 두 개밖에 안 찍혀 있었다. 우리는 포기하고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도장은 이제 여덟 개가 되었다.]
171쪽, [오늘은 퇴근하고 정우 자취방에 가기로 했다. 어젯밤에 정우는 단체 메시지 방에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보름 전 조가 “지금 당장 갈게.”라고 보낸 문자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던 메시지 방이었다. 사진에는 자금성 쿠폰 두 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확대해 보니 정우의 쿠폰에는 도장 여덟 개, 조의 쿠폰에는 두 개 해서 총 열 개의 도장이 모여 있었다. 형들 없는 사이에 두 번 더 시켜 먹었어요. 정우가 이어서 문자를 보냈다. 나와 조도 기여한 바가 있으니 내일 저녁에 같이 탕수육을 먹자는 것이었다.] 탕수육을 먹기 위해서는 참 많은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172쪽, [이상한데요. 정우가 우리를 보며 말했다. 전화를 안 받아요. 우리는 스피커폰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계속 가다가 음성메시지로 넘어갔다. 여기 쿠폰에도 연중무휴라고 적혀 있잖아요. 정우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망한 거 아니야? 조가 말했다. 저 어제도 여기서 시켜 먹었어요. 정우가 대답했다. 10분 뒤에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그냥 짜파게티 끓여 먹자.]
<동면하는 남자>를 읽으며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가 떠올랐습니다. 혹시 이 댓글을 보고 계신분이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194쪽, [감독님, 하고 부르자 감독이 드디어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봤다. 불러 놓고 왜 말을 안 해. 나는 가만있다가 물었다. 어머님 식당에 박하사탕은 먹으라고 둔 거 맞아요? 감독은 멋쩍게 웃더니 걔네 먹지 마라, 식당 창업 멤버들이야, 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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