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의 새로운 얼굴들] 유령의 마음으로

D-29
근데 작품들이 참 잘 읽히네요. 29일짜리 모임인데 이 기세대로라면 거의 일주일 안에 다 읽을 거 같습니다.
세 번째로 실린 '여름은 물빛처럼' 도 다 읽었어요. 아직까지 저의 베스트는 두 번째 작품 '빛이 나지 않아요' 입니다. 여기쯤 읽으니 작가의 개성과 스타일을 알 것 같네요.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마주치는 환상 같은 사건들.... 그런데 세 번째 작품은 조카에게 읽어주었던 동화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옆 집에 기린이 이사왔어요. 라는 내용이었던 듯.
118쪽,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하고 조용했던 금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마침내 알게 된 거야. 나에게는 원죄가 있었다는 거. 희애야, 믿음이 오면 힘든 건 힘든 게 아니게 돼.]
이야기 뒷 부분에 시아버지가 달력에 친 동그라미가 뭔가요? 제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 듯.
4번째 작품 '낯선 밤에 우리는' 도 잘 읽었습니다. 환상과 비현실의 세계로 초대하는 분이신가 했는데, 그냥 그런 것 없이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만으로도 잘 쓰시네요. 읽다 보니 김애란 작가님이 조금 생각나기도 합니다.
5번째 작품 '집에 가서 자야지' 도 다 읽었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 곶감처럼 빼 먹으면서 읽는 맛이 있네요. 작품들이 다들 가독성이 좋아요. 일단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막히는 부분 없이 끝까지 술술 넘어가는...
늦었지만 하루에 한 편씩 곶감처럼 빼먹는다는 표현이 다시 읽어도 재미있어서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29일을 채우고 싶어서 간만에 들어왔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고쿠라님!!
‘집에 가서 자야지’ 에서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화자가 되는 나, 나의 친구 조, 그리고 조의 윗 집 사람 정우. 어느 날 조가 키우던 게코 도마뱀이 집을 탈출합니다. 그리고 윗 집 사람 정우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 도마뱀을 봤다고 합니다. 정우는 원룸 빌라 집주인에게 방역을 신청하고 싶어합니다. 집 안에 도마뱀이 나오다니 뭔가 위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요. 독한 약을 치면 어딘가에 숨어있던 도마뱀이 죽을지도 몰라 조는 나를 데리고 이를 말리기 위해 정우의 집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다가 저의 선입견 하나를 알았습니다. 이야기의 1인칭 화자 (즉, 소설에서 '나'로 나오는 사람)의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 저는 그냥 작가와 같은 성별일 거라고 무의식중에 추측한다는 점이죠. (닫힌 마음) 그런데 분명히 글 앞 쪽에서 아파트 보안 업체에서 일하느라 밤에 야간 근무를 한다는 등의 묘사가 나왔는데도, 뭐 여자가 보안 업무 할 수도 있지 라고 생각했어요. (열린 마음?) 나중에 정우가 화자인 나를 보고 ‘형’이라고 불러서 깜짝 놀랐다는.
저도 작품은 금방 읽었는데 29일이라는 시간이 꽤 기네요. 역시 벽돌책(?)같은 것을 읽어야 29일 동안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걸까요. 저 역시도 성별의 단서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 작가와 같은 성별일거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대화들이 큰 따옴표를 표기하지도 않고, 엔터를 쳐서 다음 문장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라 어떤 인물이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주인공의 속마음인지 발화한 이야기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도 작품은 금방 읽었는데 29일이라는 시간이 꽤 기네요. 역시 벽돌책(?)같은 것을 읽어야 29일 동안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걸까요. 저 역시도 성별의 단서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성별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으면 작가와 같은 성별일거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대화들이 큰 따옴표를 표기하지도 않고, 엔터를 쳐서 다음 문장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라 어떤 인물이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주인공의 속마음인지 발화한 이야기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중 인물들 대화에 큰 따옴표가 없네요. 말씀하신 그런 아리송한 상황들은 가끔 작가가 일부러 의도한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어떤 모호함 속에서 느껴지는 비일상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건지...그게 아니라면 그냥 명확한 대사 전달에 실패한 건지도..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ㅠㅠ 고쿠라님 열심히 읽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다 읽었는데 아직 옮기지를 못해서, 한 번 다시 읽으면서 찬찬히 좋은 문장과 드는 생각들을 저도 기록해놓아야겠습니다.
오! 벌써 다 읽으셨군요. 저 같은 경우는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라 (집중력 없는 스타일이에요. 이 책 읽다 보면 저 책 생각나고, 저 거 읽는 중에 괜히 다른 책 뒤적거리고 그래요) 암튼 책을 엄청 빨리 읽는 편은 아닌데 저도 '유령의 마음으로'는 거의 다 읽어 갑니다. 일단 분량 면에서 부담이 없네요. 요즘 한국 소설 읽을 만한 거 없나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할게요.
203쪽, [우리는 겨울 내내 춥고 감기 걸리고 월세 내고 난방비 내고 겨울 옷 사고 일해야 하는데, 그 남자는 자고 있잖아. 일하다 보면 그 남자 얼굴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는데 어떡해. ]
위 문장은 6번째 수록작 '동면하는 남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겨울 내내 잠을 자도 죽지 않는 남자가 있습니다. 주인공과 그의 구남친이 이 남자를 보다 하는 말입니다. 살다가 동면하고 싶은 날들이 있죠. 그럴 때 나는 안 되는데, 되는 사람이 있다면 질투심이 생길 거 같아요. 세상을 아둥바둥 살지 않고 그저 돌맹이가 되고 싶은 그런 날들이 있습죠.
7번째 수록작, '알래스카는 아니지만'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수록작,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로서 약 17일에 걸쳐 완독했네요. 읽는데 오래 걸릴 책은 아닙니다. 비일상적인 사건들이 등장하는 반면에 대사나 상황 묘사들은 어렵지 않고 일상적이라 책장은 술술 넘어갑니다. 작가님이 뭉근한 유머감각도 있어 피식피식 웃음 나오는 구절들도 꽤 있어요. 첫 단편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 완성도가 꽤 높다는 생각이 들고 아마 몇 년 내에 한국 문학계에 제법 이름이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드네요.
남궁필명님 덕분에 새로운 책과 작가님을 알아갔네요. 감사합니다!
다이어리에 적었던걸 텍스트로 보존하기 위해 옮겨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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