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뒤늦게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장석주->박연준 순서로 읽고 있는데 다른 분들도 그렇군요!
첫 시작으로 존 버거에게 쓴 두 편지를 읽었습니다
장석주 시인이 차례에 쓴 ‘삶이 고독한 1인극이 아니냐고 말하는 당신에게’ 라는 글귀에 꽂혔거든요. 제 방이 무슨서점이다 생각하고, 문장을 꼭꼭 씹으며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장석주]
✎44p 그 우주 어디에선가 이 초록별에 당도한 우리의 슬픔을 채집하고 돈으로 만든 지옥에서 그것을 흩뿌리며 살아갑니다.
✎45p 당신은 ‘경험이 언어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실천했는데, 내가 상상과 언어의 거푸집에 갇혀 살았다면 당신은 그 거푸집을 깨고 현실로 나아갔어요.
✎46p 주름이 깊어진 당신 얼굴은 시간이 존재하는 방식이 새겨진 흔적이겠지요.
[박연준]
✎45p “죽은 이들이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공 여러분도 나만큼ㅡ아니 어쩌면 더ㅡ잘 알고 계십니다. ~ 당신이 제게 그렇듯 죽은 사람은 영영 사라진 사람이 아니죠.
[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
D-29
요니
요니
덧붙여 주인공에 대해 찾아보느라 읽는 속도가 더디다는 말에 뒤늦은 격한 공감!!! 을 하고 갑니다. 존 버거에 대해 알아보다 <A가 X에게>라는 책과 닿게 되었는데, 제목 밑에 편지로 씌어진 소설이라는 글귀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밀린 책들을 처리하면 바로 구매 해야겠어요 ㅎㅎ
김새섬
주인공에 대해 찾아보는 걸 넘어서 주변인물까 지 찾아보고 있어요. 권진규 조각가와 그의 작품을 찾아보다 조카 손자인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까지 찾아보고, 그러다 보니 또 필즈상이 궁금해지고 ㅎㅎ 예술가뿐 아니라 저의 궁금증도 계속 태어나네요.
진공상태5
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권진규 작가님의 '지원의얼굴' 이 작품은 알고 있어요. 언젠가 미술관에 갔다가 아 이거구나 하고 알아본 적이 있거든요. 한참을 보고 있어도 참 좋길래.. 너무 신기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필즈상(영어: Fields Medal) 또는 필즈 메달은 국제 수학 연맹(IMU)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수학자 대회(ICM)에서 수상 당시 40세 미만의 수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2명 이상 4명 이하에게 수여되며 필즈상 수상은 수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예로 여겨진다. / 고쿠라29님 글을 읽고 궁금해서 구글에서 찾아봤어요. 오,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떠오르네요.
승환
읽다보니 들어본 이름이라싶었는데 진짜 잘 모르는 사람들이네요 소월아저씨가 사채업자셨다니 ㅠ
두분 작가님이 부부지만 각자 글에 개성이 확연하네요 편지인지 시인지 넘좋음
겨울매미
@고쿠라29 @진공상태5 권진규 작가의 삶은 너무나 가슴 아프죠. 그분 작품들도 가슴 저릿하게 아름답고요. 두 분 덕분에 권진규 작가의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알게 됐네요.
겨울매미
저는 개인전을 위해 어제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개인전은 18일에 시작이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요. 그 시간 동안 파리의 거리들을 마음껏 산책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책에 산책에 대한 아름다운 글이 있지요.
[버지니아 울프] 장석주 / 56-57쪽
산책이란 무엇일까요? 그 도시에서 들이마시는 공기, 계절과 날씨들, 빛과 분위기, 혹은 소음과 익명의 무리와의 충돌과 불규칙한 리듬에 자기를 맡기는 일이 산책 아닐까요? 그건 생산성 지상주의에 대한 소극적 사보타주, 노동과 속도, 실리주의에 대한 저항. 걷는 이들은 무위의 가장자리를 맴돌며 제 고독을 찾지요. 고독은 걷는 사람에게 느린 사색을 제공하는 하나의 은신처가 될 테니까요. 그 보상은 부피가 없습니다. 바깥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는 리듬 속에서 몸 밖으로 추방했던 자신을 되찾는 것, 기분의 전환, 존재와의 내밀한 교감, 모호한 시적 창조성의 산출 따위가 보상의 내역이지요.
무슨
파리에서 읽는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는 어떤가요? 그 도시에서 들이마시는 공기, 계절과 날씨들, 빛과 분위기 혹은 소음 덕에 또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만^^ 저는 서점과 집을 오가며 읽고 있습니다. 이번주는 찾아주시는 분들이 (어째서인지) 많아져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네요. 비가 오기 시작하니 발걸음이 다소 줄어 소란했던 정신도 조금 안정되었습니다.
@환환 님 말씀대로 책을 읽고 있으면 제가 편지를 읽는 건지 시를 읽는 건지 평론을 읽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ㅎㅎ 그래서 더 좋은 지도요. 그믐밤에서 읽고 싶은 부분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여두고 있는데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의 8할이 박연준 시인이 쓴 페이지고요. 개인적으로 박연준 시인의 문체와 그가 하는 사유를 좋아해 온 덕분인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무슨
추천이 성공한 것 같아 기쁩니다:) 겨울매미님께 딱 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요!ㅎㅎ 감사는 제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은 책을 인생책으로 갖게 되어서!
김새섬
@겨울매미 님의 개인전이 며칠 안 남았네요. 1월의 파리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왠지 추적추적하고 슬플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제 예상이 맞나요? 저도 이 책에서 필사해 주신 부분을 접어 놓았어요. '산책'은 단어조차 예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걷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빨라졌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산책조차도 가성비를 생각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서글플 때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주위에 많은 것도 복인 것 같아요.
겨울매미
@고쿠라29 님이 말씀하신 대로 1월의 파리는 몹시 추적추적합니다만 요즘의 제 마음 상태 때문인지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어제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신나게 걸었습니다.
산책에 대한 고쿠라님의 생각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무슨
[권진규] 박연준 / 103p
기억하려는 자와 잊히려는 자 사이엔 죽음이 들어앉아 있더군요. 흔히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대척 관계에 놓고 보지만 아닌 것 같아요. 삶의 반대가 죽음이 아니라 죽음까지도 삶인 듯 보였습니다. 도처에 이렇게 죽음이 많은데, 어떻게 죽음이 홀로 떨어져 있을 수 있겠어요? 죽음은 삶이라는 집에 있는 어두운 방이구나, 생각합니다.
당신은 그 어두운 방의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간 사람. '아무도'와 '누구도'란 말 사이에서 야윈 채 작품을 만들던 사람이었지요.
- 권진규 선생에게 쓴 편지를 읽으면서는 좀 놀랐습니다. 작품은 워낙 유명하기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생애가 이토록 고독했을 줄은 몰랐거든요. 이를 알고서 그의 작품들을 다시 하나하나 살펴보니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의 어떤 명서도 내 그릇만큼 읽힌다'더니 미술 작품 역시 매한가지군요.
겨울매미
저도 권진규 작가의 삶이 너무나 쓸쓸해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아무도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는 처절한 고독과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묵묵히 작품을 창작하면서 그가 가슴속 깊이 느꼈을 조용한, 아주 조용한 그 기쁨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수북강녕
같은 예술가에 대해 박연준 시인이 쓴 편지를 먼저 읽고, 다시 장석주 시인이 쓴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책을 다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대신해 두 시인이 서로에게 쓴 편지까지도요
매일 조금씩 읽으며 필사와 감상을 적어두었는데, '그믐밤' 오프라인 모임에서 낭독할 부분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살짝 강박을 가지고 필사를 하다 보니, 더 좋은 글귀! 더 마음을 울리는 부분!을 찾아 헤매게 되더라고요 아주 많은 부분을 기록해 두어서 낭독을 위한 선정 작업에 들어가야 할 판입니다 ^^
수북강녕
(버지니아 울프에게 박연준 시인이)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과 자주 불화한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한 여자가 자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갖는 생각은 이렇게 타인에게 평가받는 자기라는 감정으로 대체된다. 모든 여자들은 자신의 모습에서 어떤 것이 허용되고 어떤 것이 허용되지 않는지를 결정하는 규제의 지배를 받는다." p.53
저는 인간의 존엄성은 '스스로 온전할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오만한 온전함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인 상태를 기꺼워하는 온전함 말이지요. 오랫동안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은 온전함입니다. p.55
저는 언젠가부터 부를 가진 남자의 아내로만 머무르는 일, 그것을 부러워하는 시선을 경멸하게 되었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 곁에서 2차적 이익을 얻으려는 자의 속물성에 대한 경멸이 아닙니다. 그보다 그런 인생의 비루함과 위험성 때문입니다. 내 것이 아닌 것, 그것은 내 것이 아닌 거예요. 스스로 온전해지려면 누군가에게 기대면 안 됩니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세우는 것, 그게 어른이 되는 일이고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하고, 노력하고, 돈을 벌려고 애씁니다. 당신이 가르쳐준 거예요. (중략) 등 뒤에 당신이 있기에, 지금을 사는 우리는 큰 용기를 얻습니다. p.56-57
(나혜석에게 박연준 시인이)
'여류'라는 말엔 여성을 세상(남성)의 아류로 전락시키려는 함의가 들어 있다. (중략) 남자는 칼자루를 쥔 셈이요, 여자는 칼날을 쥔 셈이니 남자 하는 데 따라 여자에게만 상처를 줄 뿐이지. 고약한 제도야. p.111-112
이 모든 건 우리에 앞서, 당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 것도 아니요, 오직 취미다"라고 일갈한 당신 덕분입니다. p.113
문득 서늘해집니다. 남성이라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존재 증명, 존재의 평등할 권리를 당신으로부터 작금의 여성들까지, 이토록 오래 주창해야 하다니요. 기억하세요. 당신을 괴롭힌 시대와 남성 중심사회의 사람들은 잊히지만, 당신은 아니예요. 지금 여기서, 우리는 여전히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이란 존재에 감사드립니다. p.115
(로맹 가리에게 박연준 시인이)
그 어둑한 애정, 상심한 책 깊어지는 사랑을요. 바보 같은 일이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상대의 바보 같음까지 사랑하며, 내 바보 같음 또한 견디는 일일 테니까요. 말한들 뭐하겠어요, 정말이지 말한들 뭐하겠어요.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느냐고 어린 '모모'가 물었고, 당신이 죽음으로 대답한 날이네요. p.123
(로맹 가리에게 장석주 시인이)
나는 현실이라는 운석과 충돌한 채 내면으로 추락해버린 자의 절망만이 양식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한여름에 두꺼운 웃을 걸친 채 음악 감상실 따위를 낭인처럼 떠돌거나 밤새워 이마를 벽에 짓찧으며 시 몇 줄을 얻곤 했지요. p.117
(장국영에게 장석주 시인이)
버드나무 잎은 푸르고 길게 뻗은 가지는 낭창낭창한데, 가지를 싸고도는 바람은 부드러운 훈풍입니다. 만개한 흰 꽃은 대낮에 켠 환한 등인 듯 빛나고, 벌들은 꽃 둘레에서 잉잉거리지요. 이 봄날 불행의 총량을 혼자 짊어진 듯 살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요. 감자와 소금과 생강을 파는 장사꾼이건, 어린 쌍둥이를 돌보는 엄마건, 종일 주가 등락을 지켜보는 투자가건 누구라도 봄의 찬란한 빛을 누리기에 적당하겠지요. 우리 운명의 주요 성분이 슬픔이거나 고달픔일지라도 오늘은 흰 꽃 그늘 아래서 봄의 기쁨을 다디단 사탕처럼 입속에서 조금씩 아껴 먹어도 좋겠지요.
4월에는 의례를 치르듯 장국영, 당신의 영화를 봅니다. p.132
(박연준 시인이 장석주 시인에게)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돌연 깊어지는 일이 예술가의 일일까요?
편지를 쓰다 보니 그들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어요. 그림, 노래, 책, 건축물, 영화, 시로 존재하죠.
그들은 아무 곳에서나 새로 태어납니다. 그들을 생각하고, 제2 창작물을 제작하고, 추억하는 사람들 속에서 태어나지요.
'만약 우리가 영원을 시간의 무한한 지속이 아니라 무시간성으로 이해한다면, 현재 속에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에 한계가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는 끝이 없다." -비트겐슈타인-
우리보다 앞서 태어나 존재를 남김없이 사용하고 떠난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p.159-163
(장석주 시인이 박연준 시인에게)
너무 늙은 세상에 너무 젊게 도착한 이들은 그 시차로 내내 시대와 서걱거리며 괴로움을 제 삶의 동력으로 삼습니다. 허무와 순교는 아름답지만 치명적이지요.
이들의 결벽증과 고결한 비애를, 그리고 무용한 아름다움에의 헌신을 사랑했다고 고백합니다. 말과 행위의 사소함, 작은 생활 계획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지하고 순수한 우리는 소규모의 행복을 갈망할 뿐입니다. 우리보다 더 하염없고 제 날개가 꺾이는 것도 모른 채 무용한 아름다움을 좇는 존재들.
대체 편지란 무엇인가요?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내밀한 교감과 사적인 고백이 일어나는 자리가 아닌가요?
우리 생이 나침판과 지도 없이 떠나는 편도 여행이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생의 기획에는 승리가 없고 오직 극복의 덧없음만이 전부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습니다. p.155-159
마구 적어 봅니다 ^^
김새섬
6회 그믐밤이 이번 주 금요일로 바짝 다가왔습니다. 설 명절 전 날이라 이 날 다들 특별한 일이 없으실까 하고 @무슨 책방지기님과 날짜를 보고 고민했었는데 오히려 그믐밤을 시작으로 차분하게 명절을 시작하기 좋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참석이 어려우신 분들은 미리 알려주세요.
낭독할 문구를 저도 이젠 얼른 정해야겠어요. 두 파트가 후보인데요, 이 중에서 무얼 고를까 고민중입니다.
무슨
그믐밤이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벌써 1월도 중반. 다들 일정에 변동이 없으신 것을 보니(맞겠죠ㅎㅎ) 역시 걱정은 기우였던 걸로... 그나저나 고심하셨던 두 파트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김새섬
그믐밤 때 알려드릴게요~~ 참, 무슨서점은 주차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지요? 방문하시는 분들은 대중교통으로 방문해 주시면 편리할 것 같습니다.
무슨
네, 맞습니다ㅜㅜ 건물 앞에 비좁지만 경차 한 대 정도 주차할 수는 있긴 합니다. 사이즈가 큰 차는 저희 서점 앞 골목으로 들어오기도 좀 버겁더라고요. 가능한 대중교통 이용해 방문 부탁드립니다.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