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6.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무슨서점

D-29
한 편의 짧은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겨울 아직은 바깥이 검푸른 이른 새벽, 다갈색의 피아노 책상에 앉아 바이올렛북을 쓰고 계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어요.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아침 이른 시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시간,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감미로울까요? 저도 이른 아침의 그 시간을 너무나 좋아하고, 그 시간을 자양분 삼아 하루를 살기에 더욱 공감이 갑니다.
@무슨 "읽는 속도가 생각보다 잘 안 나는 게 흠이라면 흠" 이라고 이야기하신 게 뭔지 이제 알겠네요. 니진스키를 읽다가 무용가인데 직접 무용을 못 보고 글로만 읽는다는 게 너무 답답해서 이것 저것 찾아보다 보니 시간이 30분 이상 훌쩍 지나가버렸어요. 니진스키 같은 경우는 시대를 앞서간 그의 안무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네요. 이 책에 실린 예술가 중에 지금은 다들 칭송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던 당시에는 대부분의 대중들이 외면하고 욕하고 그랬다는 게 참.... 인간에게는 과연 아름다움과 진리를 구별하는 눈이 있는 걸까요? 진흙 속에 진주가 있으면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요?
전 오늘 서점에서 하루 종일 에릭 사티만 들었습니다. 평소 좋아했고, 즐겨 듣던 곡이었는데도 이들의 편지를 읽고 들으니 새롭습니다. 생전에 외면받았던 이들이라 연민이 더해져서 일까요. 이 음률이 고통 속에서 나왔다 생각하니 안쓰럽고 짠하고. 그러고 보면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는 덕질을 전도하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예술가 덕질을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은....
그믐밤 때 2부에서 편지 쓰는 시간에 에릭 사티와 배호, 장국영으로 BGM 요청해도 되나요? ㅎㅎ 저는 예술가 중에 특히 음악가들은 다른 예술가들과 다른 거 같아요. 다른 예술은 제가 못 해서 그렇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알겠는데 음악은 어떻게 탄생하는 건지 정말 궁금해요. 작곡이라는 건 어떤 기저를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걸까요...어떻게 선율을 떠올릴 수 있는 걸까요?
BGM 매우 가능합니다ㅎㅎ 안 그래도 장국영 음악은 많이 들어본 적이 없어서 애플 뮤직이 추천하는 베스트 리스트를 좀 들어 보았는데요. 추억 어린 곡들이 좀 있더라고요. 영화 '영웅본색' 주제가부터 제가 좋아하는 '월량대표아적심'도 그의 버전이 있고... 해서 며칠 반복 재생하며 들었습니다. 편지 쓸 때 이것저것 섞어서 한번 틀어볼게요! 에릭 사티는 같이 낭독하며 이야기 나눌 때도 은은하게 깔려있으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나저나 작곡의 과정은 저도 항상 궁금하고 신기한 부분입니다. 글 쓰는 이들에게 문장이 떠오르는 것과 비슷한 걸까요?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를 읽으면서 한 예술가에게 접근하는 두 시인의 서로 (미묘하게) 다른 관점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한 예술가의 삶과 존재 전반에서 특히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하는가 하는 점에서,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이 책이 더욱 풍부한 것이겠지요.
저도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입니다. 미묘하게 다르지만 미묘하게 비슷한 구석도 분명 있어서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열여덟 명의 예술가를 두 사람이 동시에 좋아한다는 것도 참 대단하고요. 아무리 친한 사람도 그러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
제가 그래서 처음에 박연준 시인 편지를 쭈욱 읽다가 그런 것 보다 한 사람씩 비교하면서 번갈아 읽는 게 더 재미있겠다 싶어서 지금 장석주 시인님 것 읽고 그 다음 책 뒤로 돌려서 박연준 시인님 것 읽고 그러고 있습니다. ㅎㅎ 그러니까 또 시간이 더 걸리네요. 등장하는 예술가들 중간 중간 찾아보느라고 시간 걸리고 또 두 분 편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어 시간이 걸리네요. 장석주 시인님은 예술가들의 전반적인 생애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먼저 읽으니 좋더라고요. 박 시인님은 편지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와서 좋구요.
맞아요. 저도 그래서 장 -> 박 순으로 읽고 있습니다 ㅎㅎ 그래도 시간이 걸리는 건 매한가지지만요. 1월 1일부터 예술가 한 명씩 읽기 시작해서 오늘은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 두 통을 읽었습니다. 두 시인이 써놓은 아름다운 문장을 취하기도 벅찬데, 몰랐던 예술가들의 생애까지 쫓으려니 쉽지 않군요. 편지를 읽고 고흐의 '슬픔'과 '영원의 문' 두 작품을 찾아보았는데요. 처음 보는 그림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고흐의 꽃과 나무 그림을 좋아한다고 저도 모르게 그런 그림들만 줄곧 봐왔더라고요. 두 시인 덕분에 고흐의 작품까지 새로이 보게 됩니다. 이다음 예술가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는 또 어떤 걸 새로이 알아가게 될지 기대하는 중입니다.
[알바 알토] 박연준 / 72쪽 멋이란 자연스럽고 견고하고 건강한 것이다. 자신이 자신임을 좋아하는 것. 자기다움으로 충만한 것! 타자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때, 멋 내지 않을 때 멋이 난다. * *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달, 2019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진정 멋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 타자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때로는 타자의 시선을 몹시 의식할 때도 있지만, 다행히 저는 제가 저여서 좋거든요. 진짜 '자연스럽고 견고하고 건강한 것', 즉 멋을 흠뻑 지니고서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무슨 서점은 새해 첫 달을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달로 잡았기에 서로에게 편지 쓴 책들을 따로 모아 진열해 두었습니다. 모아 놓고 한 권 한 권 살펴보니, 서로를 알고 쓴 편지와 그렇지 않은 편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따로 세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서간문 형식의 책이 은근 많네요. 이 작은 서점에도...) @수북강녕 님이 언급해 주신 두 권의 책도 다시 전면 진열을 해 놓으니 신간에 다름없습니다. 훑어만 봤던 책들을 다시금 톺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편지라서 그런지 막힘이 없고, 마치 내가 한 대화처럼 읽히는 것이..... 많이들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ㅎㅎ 아참! 그리고 이달을 위해 '무슨 편지 세트'도 만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올려두었어요. 그믐밤에 오시면 그 세트를 여섯 분께 드리려고요! 기대해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키다리 아저씨>를 엄청 좋아했었는데 말이죠 ^^ 교환 편지 형식이라는 조건 없이, 그냥 단순한 서간문 형식의 책이면 정말 많겠는데요! 저희 책방에는 책과 서점에 관한 책, 책을 소개하는 책, 책 속의 책 들도 조금 진열되어 있는데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문득 보니 독서모임과 서점에 대한 책인 동시에 서간문 형식의 책이네요~ 재미있어요 이런 연결감!
2번째 편 편지 보던 중 독감이 심해서 골골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쓰러져서 일어나니 새해가 되어버린... 코로나보다 요즘 독감이 더 무섭네요. 시인들이 쓴 글들은 다 멋있고 재밌는 거 같습니다. 번득이는 영감과 묘사들 ... 남의 일기 훔쳐보는 거 다음으로 재밌는 게 남의 편지 엿보는 거 아니였나여? 프로관음가적 시점으로 열심히 따라 읽어 보겠습니다. 지난 가을엔 편지를 못했으니 올 겨울엔 우체국 앞으로라도 가봐야 될 듯 싶습니다.
아이코 요즘 독감이 엄청 독하던데… 너무 심하지 않게 독감이 지나가길 빕니다. 환환님 말씀 듣고 나니 이 책이 편지 형식이 아닌 에세이 형식이었다면 (그 나름의 또다른 매력이 있겠지만) 꽤 다른 느낌이었겠구나 싶네요. 편지 형식에서 묻어나는 내밀한 정서를 제3자(독자) 입장에서 읽고 포착하는 묘미가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아무쪼록 몸조리 잘하시고 푹 쉬시면서 독감 잘 이겨내시길요!
서간문 형식의 책으로 지난가을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읽었어요. 제목이 신선하고 호기심이 생겨나더라고요. 저는 특히나 니키 리 작가의 글이 인상 깊었습니다. 열 살 꼬마로 돌아가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였는데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바이올렛북 님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으면 바로 다음 순서로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읽어 봐야겠습니다.
저도 장석주 시인부터 읽고 박연준 시인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차례를 보면서 끌리는 순서대로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어느 날엔 저도 두 시인처럼 예술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바 알토] 박연준 / 73쪽 고양이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작고 튼튼한 집처럼 충만하고 싶어요. 말없이 그득해지고 싶어요. 오늘은 이 문장들에 머무릅니다. 크고작은 일들에 안달복달하지 않고, 고양이처럼, 작고 튼튼한 집처럼, 강하고 충만하게, 말없이 그득하게 살고 싶어서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에게서 배우는게 참 많습니다. @겨울매미 님 글에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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