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제발트 읽기] 『현기증・감정들』 같이 읽어요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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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끝 ~⟨귀향⟩] 4부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합니다. 1987년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머물던 '나'는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중간 경유지로 고국의 고향땅 'W'를 잠시 들르기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했듯 '나'의 유년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걸쳐 있었고, 뒤늦게 고향땅을 찾은 '나'는 유년이 모종의 역사적 비극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증거를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30년 전 고향 W를 떠날 당시에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던 위화감의 원인을 비로소 알게 되는 구조로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그것은 "지금 이 뒤늦은 귀향이라는 현실에서 눈앞에 펼쳐진 마을은 세상의 다른 어떤 장소보다 내게 낯설게 다가왔다"는 감상에서도 잘 읽힙니다. 이때 귀향 경험 전반에 깔린 모티프는 결국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입니다. 4부에서 '나'는 카프카의 단편 속 사냥꾼과 비슷한 인물을 자신의 유년 속에서 다시 발견하고 소환해냅니다. 이때 '나'가 기억하는 유년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지 아닌지는 모호해집니다. 과거는 현재의 논리로 재편된 어떤 꿈과 같은 기억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의 과거는 지나간 시간, 고정불변한 지난 날이 아니라 미래만큼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거를 이미 지나간 것, 다 알지는 못해도 잘 아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젠가 어느 철학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기도 하며, 그 말은 제발트의 역사적인 산문을 논할 때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본문에서는 W를 다시 찾은 '나'에게 고향 지인인 루카스는 무슨 이유로 다시 고향을 찾았느냐고 묻는 장면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그는 특히,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일이 내 안에서 저절로 설명되고, 그럼에도 그 일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욱 수수께끼처럼 변해간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과거에서 끌어올린 그림들을 더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그것들이 과연 내가 기억한 대로 흘러갔던 것인지가 더욱 모호해질 뿐이라고, 왜냐하면 과거에 속한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경악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쪽) 그렇다면 이제는 왜 하필 하고 많은 카프카의 단편 중 ⟨사냥꾼 그라쿠스⟩가 작품 전반에서 큰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그 대답은 ⟨사냥꾼 그라쿠스⟩의 한 대목으로 가능할 듯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장은 그라쿠스의 불행한 죽음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고 물었고, 죽은 시체인 그라쿠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무도 제가 여기에 쓰고 있는 것을 읽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도 저를 도우러 오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저를 도우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모든 집의 모든 문이 닫힌 채로 있을 것이며, 창문들도 모조리 닫혀 있을 것입니다. 모두들 침대 속에 누워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쓸 것이고, 이 지구는 온통 캄캄한 한밤중의 숙소일 것입니다. 이것은 좋은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저에 관해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제가 체류하는 곳을 모를 것이고, 설령 체류하는 곳을 안다 하더라도, 저를 그곳에서 붙잡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어떻게 하면 저를 도와줄 수 있는지 그 방도를 모르는 것입니다. 저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은 일종의 병이니, 병상에서 치료받아야만 합니다. 이 사실을 저는 알고 있으므로, 비록 예컨대 바로 지금처럼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아주 강하게 소리 지르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도움을 청하려고 소리를 지르지는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몰아내는 데는, 사방을 둘러보면서 제가 어디에 있으며, 이런 주장을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수 세기 전부터 거주해 온 곳이 어디인가를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카프카, ⟨사냥꾼 그라쿠스⟩(현대문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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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현기증・감정들』이 모두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모임은 30일부터 『캄포 산토』로 이어집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안그래도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가 궁금했는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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