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가 늦었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북스타그램 지혜책장을 운영하고 있고 대학원에서 진화생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보내주신 책은 잘 받아서 어제 첫 장을 넘겼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처음을 그믐의 첫 북클럽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네요. 무엇보다 처음은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감사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라는 책을 최근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직 베일에 쌓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과거의 어느 순간 지구에 살았던 존재들을 가장 최신의 과학으로 연구하는 이야기 입니다. 진화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
아직 첫 장을 다 읽지 않아서, 올려주신 질문은 첫 장을 마무리 짓고 답하려고 합니다. 언듯 책을 둘러보니 하드커버에 칼라인쇄라 오랜만에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완독까지 함께하는 북클럽 분들 모두 정말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믐북클럽] 1. <빅 히스토리> 읽고 답해요
D-29

지혜지

띠에리
진화생태학! 이름부터 멋진 전공이네요. 큰 카테고리로 무슨 전공인지 궁금합니다, 생물학계통이려나요?

지혜지
네, 큰 분류로는 생명과학에 속해 있습니다.

흥하리라
1-1.
고등학교 졸업 후에 과학쪽 지식은 신문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정보만 접하고 살아왔습니다. 그 와중에도 과학팟케스트(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마치 라디오 듣듯이 출퇴근 길에 즐겨들어서 다행히 서문과 1장에 나오는 여러 개념들이 낯설지만은 않았어요. 골디락스, 적색이동(적색편이), 우주팽창 등등... 제가 처음 팟케스트를 들을 때는 이미 수 없이 많은 에피소드들이 누적되어 있던터라 앞에서 설명된 개념을 들어야하나 고민하다 되는대로 들었는데 결론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였습니다. 처음부터 따라잡으려면(한 에피소드가 보통 2~3시간) 부담이 너무 클 수 있어서요. 중간에 끼어들어 아는 말인지 모르는 말인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면 (계속 반복 & 확장되면서) 하나씩 어렴풋하게나마 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빅히스토리를 읽을 때도 빅뱅은 너무나 쉽게 지나갔어요. 과학자들도 빅뱅의 원리에 대해 잘 모르시잖아요. 이유는 모르지만 그냥 빅백이 있었고.. 블라블라.... 좀 세세한 화학원소부분에서 좀 헤매긴 했지만 그런 부분은 더 큰 문에 도달하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되는 길목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갔습니다. ^^
낯선 개념에 휘둘리지 말고 어쨌건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1-2.
여러 곳이 체크하거나 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그려 놨는데 그 중에 가장 간단하면서도 당연한 문장을 골라봤습니다.
"현대의 기원 이야기는 고정되거나 절대적이지 않으며, 완벽하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p.40
이렇게 과학문명이 발달한 시대에도 여전히 교회에 출석하며 신앙인으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책들에 거부감이 있을까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면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어쨌건 과학적인 측면에서 항상 기존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는게 중요한 포인트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차이에 대한 견해가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상대적이기때문에 빅히스토리를 시작하는 시점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우주가 완벽하게 균질하다면, 예컨대 우주의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들과 똑같은 거리에 있었다면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에 똑같은 인력을 가하여 일종의 정체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p.60
지금껏 "안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때문에 "불안정"한 상태보다는 훨씬 선호되는 개념이었지만 1장을 '그렇지, 인간을 예로 들자면 최고의 안정적인 상태는 죽음의 상태지.'란 생각이 들더군요.

Comes
예상보다 교보문고 배송이 이틀 늦어져서 오늘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빅히스토리, 과학사 책 등을 여러권 읽어서 내용은 낯설지 않은데, 뼛속까지 문과인지라 책에 등장하는 과학개념이나 이론의 원리 자체를 100% 이해하는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번엔 몇 가지라도 깊이 파헤쳐보고 싶네요.
(읽기에 앞서)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 통합과학에서 빅히스토리적 관점으로 빅뱅우주론에서부터 물질의 생성, 역학/지구/생명시스템 등에 대해 배웁니다. 물,화,생,지 교과별로 분절된 지식에 익숙한 아이들에겐 낯선 서술방식이지요. 그럴 때 이런 빅히스토리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거에요.
(서문) 17p 이야기 전체를 꿰는 하나의 실이 있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우주가 시작된 이후 138억년동안 점점 더 복잡한 것들이 출현해왔다는 사실이다. 복잡한 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는 새로운 특성을 생성하도록 배열되어 있다. 이 새로운 특성을 창발성이라고 한다.
--> 이 책을 읽을 때 관통하는 키워드로 '창발성'을 꼭 염두해두어야할 것 같아요.
소소일지
손편지 님이 잘 짚어주셨는데요! 빅 히스토리는 총 8가지 문턱으로 138억 년의 기나긴 역사를 분류합니다. 이 문턱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우주가 복잡해지고(복잡성) 새로워지는(창발성) 일종의 전환점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