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추리 소설가와 <계간 미스터리> 2022 겨울호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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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16부작이면 1000분은 나오는데 그 많은 이야기를 계속 하려면 미스테리 요소는 필수죠. '작은아씨들' 드라마도 그런 구조를 잘 차용하고 있죠.
공원국 선생님은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기존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사유를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
저도 참 잘 읽었습니다. 저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매스컴 타셨으면 하네요. 너무 미국 일변도가 아니라.
단편 소설 세 편 모두 재밌게 읽었어요. <8월 손님>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소재가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요. <시골 재수 학원의 살인>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공간으로서 '기숙 재수학원'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이라든가 하는 최근 소재가 쓰인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살인 동기가 좀 약하게 느껴진 건 아쉬웠어요. <아버지는 죽는다>의 주인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노쇠한 몸에 걸걸한 목소리로 젊은 깡패를 때려눕히는... 제목과는 달리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계간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미스터리의 분량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단편은 아마도 수수께끼가 하나? 중편은 하나 혹은 두 개 정도 들어갈 텐데, 작가들은 과연 이 수수께끼를 넣으면서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분량이 길면 길 수록 숲이 많아지니 수수께끼를 넣기 쉽겠지만, 단편은 수수께끼를 넣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 때문에 수수께끼의 깊이가 낮아지고, 독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지는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게 잡지 특성상 장편을 싣기는 힘든 한계가 있지요.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은 분이라면 단편의 경우 대략 의도를 눈치챌 수밖에 없는데, 다 그런 독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름 단편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셜록 홈즈> 단편선이나 만화 명탐정 코난, 김전일 시리즈 같은 걸 떠올려보면 단편에서도 수수께끼들이 쫀쫀하게 잘 감춰져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미스터리란 구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장르이니 일정한 분량이 필요하긴 한 것 같구요. 저 같은 경우, 장편소설에서 기대하는 재미요소와 단편소설에서 기대하는 재미요소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건 장르소설에서도 그렇고, 순문학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장편과 단편의 차이가 ‘스토리의 길이’도 있지만 어떤 작품들은 그보단 ’스토리의 구조‘ 그 자체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수수께끼가 너무 얕게 느껴지는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면 단편이라는 분량의 문제보단 그 작품의 재미 자체가 좀 떨어져서..일수도 있다는 (엄격한)미스터리 독자로서의 의견을 보태봅니다.ㅎㅎ
<검은 눈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과 아버지의 사적 복수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를 보니 드라마 같이 좀 더 대중적인 작품도 잘 쓰실 거 같습니다. 사적 복수 부분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통쾌함 비슷한 걸 느꼈겠죠. 5명이나 되는 가해자가 단편소설치고는 좀 많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나가듯 묘사하는 '손자를 도둑 취급하는 할머니'를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사용한 것이 미스터리 소설 구성으로도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좋은 트릭은 기발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검은 눈물의 진상도 '살리려는 자'가 '복수하려는 자'에게 하는 말이기에 그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8월 손님> 이번 호에 실린 단편 중 제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웬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나올 법한 느낌이었는데 아마 작가님이 그만큼 소설의 사건에 현실성을 잘 부여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다만 마지막이 좀 급발진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특징 때문에 작가가 일부러 어떤 부분은 서술하지 않고 넘어가는데 마지막에 그 부분이 매끄럽게 채워지면 감탄을 하게 되지만, 생략된 부분이 과도한 비약이라면 허무해지는 거 같아요. <시골 재수 학원의 살인> 장소 설정이 주는 신선함과 호기심이 좋았고, 각 등장인물도 개성이 뚜렸해서 누가 죽을지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왜 옆 건물 옥상으로 미끄러내렸는지, 왜 또 시체를 다시 옥상으로 끌고 왔는지 그 복잡함의 이유가 애매했습니다. 범인의 알리바이 역시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아 그러 게 있었구나'여서 조금 맥이 빠졌습니다. 범인의 동기 역시 앞에서 한 번 부정했다가 다시 언급하는 것이어서 독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고요. 동기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장소가 주는 독특한 폐쇄적 느낌이 더 사는 장면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김범석 작가의 (시골 제수 학원의 살인 사건) 아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읽는 느낌이 여서 좋았어요, 사건 현장에 있는 용의자의 한 명이 형사에게 어설프게 본인이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이 저는 제일 재미 있었어요. 사실 이런 사건에서는 가장 범인이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 이잖아요 그런데 시작 무렵 복선에서 제시한 괴롭힘을 당한 대상이 역시.... 그런데 저한테는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하튼 즐거운 독서 였습니다.
<아버지는 죽는다>도 잘 보았습니다. 형사인 아버지를 따라 경찰인 된 아들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설정이 재밌었어요. 범죄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설정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아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인물의 설정과 맞게 진행됐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몸이 불편한 아버지게 전직 복싱 선수였던 조폭과 마주하여 싸움을 벌이는게 쉽지 않은 상황 같아서 몰입이 좀 깨졌어요. 드러난 진실과 숨겨진 진실 사이에서 더욱 쫀쫀하게 스토리와 캐릭터가 녹여졌다면 더 재밌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나의 등을 보고 걷지 말아 했었어야 했다. 나의 등을 보고 걷느니 차라리 자신의 발끝이나 보고 걸으라고. 적어도 자신을 파멸시키지는 않도록. - 209p
사실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고, 궁금증에 함께 참여해서 계간 미스터리를 보고 있는데요. <흑뢰성> 등 역사 미스터리도 궁금해졌고, 장강명 작가의 <재수사>도 읽을 책 목록에 올렸습니다. 이 모임 덕분에 추리 미스터리 소설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네요. 고맙습니다. ^^
아 저도 <흑뢰성>을 아직 못 읽었는데 꼭 읽어보려구요. 이 책에 대한 흥미로운 리뷰가 정말 많더라구요. 독서를 좋아하는 분들이더라도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분야의 책이란 있기 마련인데(예를 들면 과학서라든지 장르소설이라든지) 이렇게 독서모임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장르의 특성상 스포일러가 중요한 이슈라서 미스터리 장르 소설을 읽고 다른 분들과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눠본 경험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를 해보는 경험도 신선하네요. 한편으로 추리 소설 작가라는 게 고난이도의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에게 내러티브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수수께끼에 관한 평가를 동시에 받아야하는 입장이라서요. 오이디푸스를 만났을 때의 스핑크스의 난감함을 매번 겪으셔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제가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일본에서 추리소설이 엄청 흥하잖아요? 이게 판매부수가 어느 정도인 건가요? 가끔 일본만화부수같은 것은 커뮤에서 판매량이 나오던데 추리소설이나 호러소설같은 장르소설의 일본내 판매부수는 본 적이 없어서요. 10만부 이상 팔리는 추리소설이 일년에 몇 권이나 나올까요? 이런 데이터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저도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습니다만, 모리 히로시(<모든 것이 F가 된다> 작가입니다)의 <작가의 수지>란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올해(2015년) 4월로 데뷔 19년차가 된다. 그동안 국내(일본)에서 출간한 책은 278권, 총 판매 부수는 약 1,400만 부, 이 책들로 벌어들인 돈은 약 15억 엔이다. 권 당 약 5만 부가 팔리고 약 540만엔을 번 셈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한 때 한국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판권 선금이 3억 원을 웃돌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미스터리 작가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러워요 ㅜㅠ)
와. 19년 동안 278권? 생산성이 장난이 아니네요. 저게 가능한 건가요? 히가시노 게이고도 엄청 다작한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매달 1권 이상 낸다는 건데 저게 가능한 건가요?
미스터리 소설은 수학과 연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개의 단서가 맞춰지고 조합되어 하나 또는 다양한 귀결로 이어지니까요.
유재이 작가님의 <검은 눈물> 잘 읽었습니다. 부모가 직접 자식의 복수를 하는 작품들은 많았지만 이 작품은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뉴스나 신문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 때문인지 현실적으로 더 와닿았습니다.
<검은 눈물> 보자마자 단숨에 읽었습니다. 작가니메데 문장들 너무 좋았어요. 주제도요~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학교 폭력'이라는 주제는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 또한 학창 시절 내내 본 경험도 있어서요.90년 대후반이요. 막연하게 은영이 아빠에게 빙의 되면서 읽었어요. 당연히 복수해야지. 내 자식이 죽었는데~지구 끝까지 쫓아가서~흥분 상태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목적이 이루어지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결말을 너무 잘 풀어내신 것 같아요. 할머니의 이야기나, 경찰도 공감된 캐릭터였어요. 가족들의 휴대폰 줄이 사라졌을 때, 직감했는데~타살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지문 검사를 했다면 가족들 지문이 나왔으니 자살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자살이다라는 경찰의 결론들이 내용에 있긴 했지만저는 이것도 생각해보았어요^^ 작가님 신인상 축하드리고~신인상은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잖아요~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기대하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야 한국에서도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가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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