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추리 소설가와 <계간 미스터리> 2022 겨울호 함께 읽기

D-29
개인적으로는 시골 재수 학원의 살인이 젤 매력적이였던 거 같습니다. 일단 주제도 신선하고, 보통 추리소설이 어두운 분위기가 일반적인데 조금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신선했습니다.
오늘 드디어 책을 배송 받고 뒤늦게 합류했습니다. 검정 페이지에 인쇄된 한이 편집장 님의 글부터 읽었습니다. '기이한 사건 - 논리적 추리 - 뜻밖의 결말'이라는 장르의 규칙에 관한 언급에서 그간 막연하게 생각했던 해당 장르의 직설적인 정의를 듣고 환기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20주년 마지막 호'라는 내용이 있던데 이건 뭘까요? 2022년 마지막 호란 이야기겠죠?
네, 책 창간일이 2002년이라 2022년 봄호부터 겨울호까지 '출간 20주년 기념호' 별딱지를 붙여서 출간하고 있어요. 메롱이님께서 이해하신 내용이 맞습니다^^
<검은 눈물>을 읽었습니다. 흡인력이 있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수 있었어요. 저는 은영아빠에게 감정이입되어서, 법으로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인 응징에 통쾌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행동도, 그걸 알고 있던 은우의 심정들을 상상하니 먹먹한 마음이 들었어요. 앞으로 이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네. 단편도 여러 편 준비중이고, 장편도 구상하고 있으시다니 기대가 됩니다^^
💌 두 번째 뉴스레터를 보내드렸습니다. 많은 글들이 이 방에 올라오므로 함께 읽었으면 하는 여러분의 나눔 내용 중 일부를 닉네임과 함께 기록해 보내드렸어요. 좋은 저녁 시간 되시길 바라요!
잘 보았습니다. 회원님들의 글을 모아서 보니 좋았어요!
첫번째 뉴스레터는 어쩐지 스팸함으로 간 거 같고 이번에 처음 레터를 받아봤습니다. 뉴스레터 편집하는 것도 일일텐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믐 플랫폼이 쓰레드가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뉴스레터로 정리가 되니까 너무 괜찮은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쓴 댓글이 뉴스레터에 올라가는 경험은 또 새롭네요 ^^ 잘 모아서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독서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인물 창조의 산고 Ⅱ - 웃음의 심장>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앞으로 소위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추리는 부르주아의 놀음이 아니라 모든 문학의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이 대목에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네요. 가즈오 이시구로의 몇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다음 편 글이 무척 기다려지네요.
요즘에 드라마 보면 추리 미스터리 요소는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더군요. 사실 호기심이 이야기를 앞으로 이끌고 나가니까요. 저도 스릴러소설을 쓰고 있는데 추리소설은 제가 머리가 나빠 못쓰겠고 스릴러소설도 결국 추리 요소를 어떻게 적정하게 활용하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사실상 핵심이라고 봐야겠죠.
그런 맥락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되네요. 어디선가 "앞으로 모든 과학은 '빅데이터 OO학'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서사에서나 과학 분야에서도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변화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16부작이면 1000분은 나오는데 그 많은 이야기를 계속 하려면 미스테리 요소는 필수죠. '작은아씨들' 드라마도 그런 구조를 잘 차용하고 있죠.
공원국 선생님은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기존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사유를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
저도 참 잘 읽었습니다. 저런 분들이 적극적으로 매스컴 타셨으면 하네요. 너무 미국 일변도가 아니라.
단편 소설 세 편 모두 재밌게 읽었어요. <8월 손님>은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소재가 너무 아프게 다가왔어요. <시골 재수 학원의 살인>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공간으로서 '기숙 재수학원'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이라든가 하는 최근 소재가 쓰인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살인 동기가 좀 약하게 느껴진 건 아쉬웠어요. <아버지는 죽는다>의 주인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노쇠한 몸에 걸걸한 목소리로 젊은 깡패를 때려눕히는... 제목과는 달리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계간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미스터리의 분량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단편은 아마도 수수께끼가 하나? 중편은 하나 혹은 두 개 정도 들어갈 텐데, 작가들은 과연 이 수수께끼를 넣으면서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분량이 길면 길 수록 숲이 많아지니 수수께끼를 넣기 쉽겠지만, 단편은 수수께끼를 넣는 것 자체가 힘든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 때문에 수수께끼의 깊이가 낮아지고, 독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지는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게 잡지 특성상 장편을 싣기는 힘든 한계가 있지요.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은 분이라면 단편의 경우 대략 의도를 눈치챌 수밖에 없는데, 다 그런 독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름 단편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셜록 홈즈> 단편선이나 만화 명탐정 코난, 김전일 시리즈 같은 걸 떠올려보면 단편에서도 수수께끼들이 쫀쫀하게 잘 감춰져있는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미스터리란 구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장르이니 일정한 분량이 필요하긴 한 것 같구요. 저 같은 경우, 장편소설에서 기대하는 재미요소와 단편소설에서 기대하는 재미요소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이건 장르소설에서도 그렇고, 순문학이라고 불리는 소설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장편과 단편의 차이가 ‘스토리의 길이’도 있지만 어떤 작품들은 그보단 ’스토리의 구조‘ 그 자체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약 수수께끼가 너무 얕게 느껴지는 미스터리 소설이 있다면 단편이라는 분량의 문제보단 그 작품의 재미 자체가 좀 떨어져서..일수도 있다는 (엄격한)미스터리 독자로서의 의견을 보태봅니다.ㅎㅎ
<검은 눈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과 아버지의 사적 복수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를 보니 드라마 같이 좀 더 대중적인 작품도 잘 쓰실 거 같습니다. 사적 복수 부분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통쾌함 비슷한 걸 느꼈겠죠. 5명이나 되는 가해자가 단편소설치고는 좀 많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나가듯 묘사하는 '손자를 도둑 취급하는 할머니'를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사용한 것이 미스터리 소설 구성으로도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좋은 트릭은 기발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검은 눈물의 진상도 '살리려는 자'가 '복수하려는 자'에게 하는 말이기에 그 울림이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8월 손님> 이번 호에 실린 단편 중 제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웬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나올 법한 느낌이었는데 아마 작가님이 그만큼 소설의 사건에 현실성을 잘 부여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다만 마지막이 좀 급발진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특징 때문에 작가가 일부러 어떤 부분은 서술하지 않고 넘어가는데 마지막에 그 부분이 매끄럽게 채워지면 감탄을 하게 되지만, 생략된 부분이 과도한 비약이라면 허무해지는 거 같아요. <시골 재수 학원의 살인> 장소 설정이 주는 신선함과 호기심이 좋았고, 각 등장인물도 개성이 뚜렸해서 누가 죽을지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왜 옆 건물 옥상으로 미끄러내렸는지, 왜 또 시체를 다시 옥상으로 끌고 왔는지 그 복잡함의 이유가 애매했습니다. 범인의 알리바이 역시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아 그러 게 있었구나'여서 조금 맥이 빠졌습니다. 범인의 동기 역시 앞에서 한 번 부정했다가 다시 언급하는 것이어서 독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고요. 동기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장소가 주는 독특한 폐쇄적 느낌이 더 사는 장면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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