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③ 판도라의 희망 (브뤼노 라투르)

D-29
만약 현상학이 과학을 인간의 지향성으로 제한함으로서 그것을 포기해버린다면, 그 반대의 움직임인 인간을 '자연 현상'으로 연구하는 것은 더욱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즉 그것은 풍부하고 논쟁적인 과학의 인간사 human history of science를 포기하는 것이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그런데 과학학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으로 보면 이런 포기가 싫겠지만... 솔직히 과학자들은 별로 인간을 자연현상으로 연구하는 것이나 논쟁적인 과학의 인간사를 포기하는 것이 그렇게 나쁘게 여길 것 같진 않은데요. 제 생각에는 그런 환원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의 나쁜 점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줄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안 그러면 니들이 하는 게 대체 뭘 위한 거야?하고 맨 처음 심리학자처럼 뭔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림 1-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인식론, 도덕, 정치, 그리고 심리학은 서로 협력하고 있으며 같은 협력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주장하는 바다. 또한 이는 과학학의 대상이 되는 실재를 파악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저 바깥 세계의 안정적 특성이라 여겨지는 확실성을 과연 재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냉정한 인식론적 질문 뒤에는 언제나 좀 더 걱정스러운, 우리가 군중을 피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둘째 질문이 숨어 있는 것이다. 반대로 '사회'에 관한 정의 뒤에도 너무도 많은 민중들의 입을 막기 위해 객관적 실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숨어 있는 것이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따라서 우리에게는 사람들에 대항한 '우월한 힘'이나 세계에 대한 '접근'을 상실할까 봐 계속해서 두려워하는 불구의 독재자인 통 속의 뇌 혹은 통 속의 정신이 필요 없다. 우리는 통제 불가능한 민중에 대항한 초월적 힘으로서의 절대적 확실성을 갈구하지도, 세계와의 접촉을 통한 절대적 확실성을 갈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확실성이 결핍되지도 않았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결코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꿈을 꾼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우리에게는 객관적인 실재의 기세를 꺾는 사회적 세계나, 민중들을 침묵시키기 위한 객관적 실재도 필요치 않다. 비록 이 모든 것들이 과학전쟁의 시대인 지금은 놀랍게 들리겠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말이라는 것은 그 정의상 다른 종들 사이에 놓인 커다란 틈을 가로지를 때 생기는 오해를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과학자들이 두 문화 사이에 다리를 완전히 놓고자 한다면, 그들은 수많은 소음들과 약간의 허튼소리 이상의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이것은 과학학이 논쟁적인 두 번째 이유다. 실수로 과학학은 다른 논쟁 중간에 끼어버렸는데, 이 논쟁은 과학 자체 내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한쪽에는 여전히 겉으로는 자율적이며 집합체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과거의 과학Science처럼 보이는, '냉전 분과들'이라고 불릴 만한 분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대문자 S로 시작하는 과학Science이라는 단어로는 쉽게 포착될 수 없는 정치, 과학science, 기술, 시장, 가치, 윤리, 사실의 이상한 소용돌이가 존재한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53-54,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여기서 말하는 대문자 S로 시작하는 Science와 소문자 s의 science는 마치 SF소설에서 하드 SF와 소프트 SF로 구분하는 듯하네요.
과학 분과 내에서도 과학Science이라는 모델과 연구라는 모델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것처럼, 사회과학과 인문학 내에서도 한편은 탈근대postmodern라고 불릴 수 있고 다른 한편은 비근대nonmodern라 불렸던 두 가지 상방되는 모델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탈근대라고 부를 수 있는 첫째 모델이 더욱 결핍되고 더욱 폭로적이고 더욱 부정적이고 더욱 해체적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것들이 비근대라고 불리는 둘째 모델에서는 존재, 배치, 확인, 구성의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56,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합리주의자 프로젝트의 압도적인 실패를 취하려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탈근대주의는 근대주의와 같은 향수병을 느낀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5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과학학은 내가 보기에 이와는 아주 다른 비근대적인 임무를 수행해왔다.우리에게 근대성은 결코 세상의 질서였던 적이 없었다. 실재와 도덕성은 결코 결핍된 적이 없었다.
판도라의 희망 - 과학기술학의 참모습에 관한 에세이 5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장하원.홍성욱 옮김
어쩌다가 2장의 영어 pdf 파일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는데요.. 사진 질이 책보다 조금 더 낫고 번역이 더 이해하기 쉽네요. 예를 들어 111쪽의 '나는 내 설명에서 나 자신이 단 한 순간이라도 사진의 시각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를까 봐 매우 걱정된다.'라는 매우 희한한 문장도 실은 'I am so afraid of making a mistake in my account that I myself do not dare lose sight of the photographs, even for an instant.'인 평범한 문장이고 저라면 '나는 내 설명에서 실수를 할까 봐 워낙 두려워서 나 자신이 단 한 순간이라도 사진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도록 한다.'라고 번역하면 이해가 더 잘 갈텐데..;;; 다른 라투르의 한국어 번역서들도 그렇고 번역들이 참 아쉽습니다.
이쯤 되면 오역이네요. 설명하다 실수할까봐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네요, 하는 귀여운 얘기가 어떤 사람이 인간의 평소 시선과 다른 ‘사진의 시각’이라는 태도를 의지에 따라 취할 수 있다는 문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헉 저만 이해 못 하는 줄 알고 제 문해력에 좌절하고 있었는데 제 비루한 영어실력에도 영어가 훨 명확하네요. 역자 프로필을 보니 프랑스어 번역은 아닌것 같고...어느 나라 말을 한국어로 바꿨는지도 궁금하네요. 영어 잘하는 분들은 영어로도 책을 쓰셔서 쩝
프랑스인이지만 유튜브 강의들을 보니 영어도 잘 하셔요. '우리는 근대..'는 Catherine Porter가 불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것 같은데 이건 따로 translator가 나오지 않은 걸 보니 라투르가 직접 영어로 쓴 것일 것 같네요.
그래도 2장에서 읽은 내용을 통해 여태껏 그냥 기호학이나 언어철학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던 지시체, 그중 순환하는 지시체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이해가 가네요. 저도 그냥 기호나 기입이 아닌 실제 물질적 예시로 번역(또는 접언? 도대체 이 괴기한 신조어는 무슨;;;)해주는 과정이 필요했나 봅니다. 여태까지 읽은 책들 중 이 책이 제일 이해하기 쉽네요.
그나저나 라투르 은근 짖궃고 능글능글한 위트가 있네요.. "주황색 페도필에 엄청나게 의존한다...." (페도필pedofil (pédophile 소아 성애자와 동음이의어)이란 기구 이름에서 웃고 그 다음에 머뭇거리는 듯한 말줄임표에서 또 웃었네요^^;;)
코파일럿에게 물어봤는데 이렇게 답하네요. ^^;;; -페도필이 페도필리아 말고 다른 무슨 뜻이 될 수 있을까? : "페도필"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페도필리아"와 관련된 의미로 사용됩니다. "페도필리아"는 사춘기 이전의 아동에게 성적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 의학적 용어입니다. 그러나 "페도필"이라는 단어 자체가 다른 의미로 사용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접두사 "페도-"(pedo-)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여 "아이"를 의미하고, 접미사 "-필"(-philia)은 "애정"이나 "친밀한 관심"을 뜻하는데, 이러한 조합이 일반적으로 특정한 의학적 또는 심리학적 개념을 형성합니다. 혹시 다른 맥락에서 이 단어가 사용되는 사례를 찾고 계신가요? 특정한 용례가 있다면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혹시 pedofil이라는 단어는 브라질에서 페도필리아 외에 다른 뜻으로 사용되니? : "Pedofil"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페도필리아와 관련된 의미로 사용되며,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단어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브라질에서 이 단어가 특별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된다는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특정한 사례나 맥락을 알고 계신다면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오, 코파일럿은 AI인가요? 저도 혹시 브라질에선 좀 다른가?하고 찾아보니 포르투갈어로도 pedofil은 pedophile과 같은 의미로 많이 쓰이더라구요.. 근데 pedi가 어원이 '발'을 의미하는 pes, pedis의 라틴어 어원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 소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어원 pais(paidos)도 있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소아성애자는 그리스어어원, 그리고 아마 이 기구는 라틴어어원을 쓴 듯 해요.^^;; 그래도 오해 사기 딱 좋은 명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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