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같이 읽으며 '기록'하기

D-29
그 여름의 끝 p. 50/ 쓴 사람도, 읽은 사람도 떠난 시간 동안 혼자 덩그러니 남은 말들은 시간을 가둬좋았다가 펼치는 순각 무섭게 쏟아졌다. p. 51/ 모두 미래형으로 적힌 과거들이다. p. 51/ 다만 청량하게 울리는 미래형 동사들은 어쩐지 훔쳐오고 싶은데... 그러고 보니 이제 나는 미래 시제를 잘 쓰지 않는다. 미래에 대해서라면 별로 할 말이 없다. 궁금하지도 않다. 아주 높은 확률로 나는 그냥 나로 살아갈 테니까. p. 53/ 네 개의 눈으로 부지런히 세상을 당기고 밀어내며 기록했던 그 불온한 편지들은 우리가 성인이 되면서 흐지부지 끝났다. p. 54/ 그런데 밀레니엄이라는 말, 그 미래지향적 단어에서 왜 그렇게 오래된 냄새가 날까. 그 미래는 언제 우리를 비껴갔을까. p. 55/ 문득 지금까지 내가 본 지영이의 얼굴이 과거의 잔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안다고 믿었던 그 얼굴이 이제는 없는 게 아닌지. 마치 내가 아직 지금의 '나'에게 당도하지 못한 것처럼. p. 58/ 현재란 단순히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누군가가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는 연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사이토 마리코
[97쪽] 그러고 보면 나는 내가 본 것을 증명하지 못할 때 외롭다. 이제는 사라진 꽃밭, 뽑기 기계가 있었던 문방구,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집 강아지 록키. 그런 것들을 말할 때, 있었던 것이 없는 것이 될 때, 있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거 아닌가 하는 얼굴을 마주할 때, 나는 문득 외롭다. [99쪽] 데버라 레비(Deborah Levy)가 말했던가, 단어는 마음을 열어젖혀야 한다고. (중략) '당신이 본 것을 내가 봤다. 그것은 분명 거기에 있다. 그러니 아무도 보지 못했다 해도, 어느 날 사라진다 해도, 우리에게는 영원히 있는 것이다'라는 말. 그러니까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무슨 저의 닉네임은 정말 단순하게 제 이름에서 따왔지만 덧붙이자면, 제 이름은 김ㄱ연이고 제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이 김ㄴ연 이거든요. 그래서 둘다 있을 땐 나름 구분하고자 친구들이 ㄱ요니 ㄴ요니 라고 불렀는데, 생활 반경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저희는 앞글자가 빠진 그냥 ‘요니’ 로 불리게 되었어요. 요즘은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해서 닉네임으로 부르는 곳들이 많던데 항상 무슨 이름을 지어야 하나- 고민하다보면 결국 예전에 친구들이 정겹게 불러주던 그 별명이 떠오르더라고요 ㅎㅎ
저도 오래전부터 친구들이 불러주던 별명으로 온갖 아이디며 닉네임을 만들어 왔었는데요. 애플사에서 'Siri'를 쓰면서부터 관뒀습니다.ㅎㅎ 제 이름이 '실' 자로 끝나거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작은 제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만, 따라 한 것처럼 돼버려서 원. 근데 이제 와 좀 아쉬운 거는... 나이 들수록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이 점점 없어져서요. 닉네임에라도 계속 쓸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이미 침대에 누워 가지고 책을 꺼낼 수 없어 밀린 ‘책 속 문장 기록하기’ 대신 ‘나에 대한 기록’을 먼저 해봅니다. 지난 주 무슨 서점을 다녀 오고 친구와도 끝내주는 식사와 밀린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동선과 시간 활용이라니 너무 행복한 날이다, 2022년 중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불행은 다음 날 시작되었어요. 중요한 날이었는데 알람을 듣지 못 해 지각해버렸고, 그로 인해 택시를 타서 돈을 허공에 날렸으며 (ㅠㅠ), 그날따라 지갑을 얕은 코트 주머니에 넣어서 흘리고 말았죠 ...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던 저라 크게 상심했는데 택시에 흘려가지고 다행히 찾을 수 있었어요! 그 다음 일정을 양해를 구하고 다시 찾으러 갔는데 글쎄- 전기차 택시여서 충전을 시켜야 한다며 한 시간이나 더 걸릴 것 같다고 하시는 거에요 .. 이럴 줄 알았으면 가지고 있던 카드 한 장으로 하루 버티는건데 싶은 생각이 들며 왜 먼저 말씀해주시지 않았을까하는 원망도 생겼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다 제 불찰인데😂.. 그래도 다음 날 기사님께 소정의 사례비와 커피를 드리며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근데 그 이후부터 집착처럼 지갑을 찾고, 만지기 시작했어요. 딱 한 번의 실수였는데 저에겐 엄청난 충격이었나봐요. 집 앞 카페 가느라 가방 없이 패딩 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가면 그 사이 불안해서 지갑을 만지고 또 만지고 .. 그냥 손 시려운걸 포기하고 아예 들고 다니고🥺.. 오늘도 어머니와 행복한 하루를 보냈는데, 그럼 지난 주처럼 내일은 덜렁이다 지갑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예전보다 피로도가 심한 나날이네요
그래도 지갑을 찾아 다행입니다. 왜 힘든 일은 항상 한꺼번에 오는 건지요. 저도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편이라 극공감했습니다.ㅎㅎ 그래서 가방이건 옷이건 핸드폰과 지갑을 넣는 주머니 위치가 정해져있어요. 왼쪽은 핸드폰, 오른쪽은 지갑 이런 식으로. 쓰고 나서 제자리에만 두자, 하며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다 어떤 날 나도 모르는 새 위치가 바뀌어있거나, 그 자리가 비어있거나 하면 순간 패닉 상태가 되곤 하지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지난 화요일 밤에 집에 들어가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수선을 피우다 문장 기록을 못했더니, 체크해 둔 문장이 어러 개가 되었네요. 어제 목요일은 특히 '무슨 서점'에서 여는 첫 오프라인 모임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바빴습니다. 모임에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 늦은 시간까지 함께 이야기 나누다 보니까요. 그믐에서 만난 분들도 언젠가 실제로 같이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능하려나요.
실제로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정말 좋을 거 같아요. 우선은 제가 시간을 내어 무슨책방을 방문해 봐야겠네요. 지방에 살다 보니 쉽지 않지만, 가게 되면 반갑게 인사 나누어요.
시간 나실 때 언제든 들러주세요. 반갑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같이 온라인 모임 했던 분들은 특히나 더 뵙고 싶더라고요. 너무 감사해서ㅠㅠ 곧 인스타그램에서도 공지를 할 텐데요, 1월에 오프라인으로 연계되는 온라인 모임 모집이 며칠 전 이곳 '그믐'에서 시작되었어요. 일정이 되신다면 그날 뵈면 더 좋겠네요! 오프 모임이 어려우시면 온라인으로라도 계속 뵈어요.
공지보고 막 신청했습니다 :) 무슨에 꼭 가고 싶었는데 너무 신나는 1월이 기대됩니다! 그날 꼭 뵈요.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모임 창 오픈 하자마자 신청해 주셨더라고요! 고맙습니다. 제가 잘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침에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문득 지금 당장 해야하는데 싶어서요^^ 서울가는 차표를 예매하고, 그믐에 얼른가서 신청했어요! 오전 업무 보고 가족들이 모여서 점심식사하고 들어와서 지금 그간 못 읽었던 책을 읽는데... [엄마의 창문] 정말 ㅠ.ㅠ 폭풍 눈물, 콧물 쏙 뺏네요 ㅠ.ㅠ 매번 글쓰기 책이나 전공서적만 봤었어요. 그믐을 통해 무슨서점 사장님도 알게되면서 이렇게 멋진 에세이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차분히 천천히 음미하며 읽겠습니다 :)
'편지 읽고, 편지 쓰는 밤' 온라인 모임 신청했습니다! 다만, 오프라인 모임 때는 제가 프랑스에 있을 예정이어서 뵙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함께하게 되겠네요. 새로운 온라인 모임도 무척 기대됩니다.
와, 2023년이 시작될때 프랑스에 계신건가요? 무슨서점 그믐밤 모임에서 이야기 나누어주세요,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안타깝게도 무슨서점 그믐밤 모임 때도 저는 프랑스에 있을 예정이에요. 2월까지 주욱 있을 예정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어 그믐밤 모임이나 또 다른 오프라인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아, 그믐밤 오프 모임은 못 오시지만, 그믐밤 온라인 그믐 모임에서 프랑스 얘기 나눠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프랑스의 공기는 차가울지.. 궁금하네요 ^^
네, 물론입니다! 온라인 그믐 모임에 조잘조잘 기록을 남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 2월까지 프랑스에 계시는군요. 온라인으로 프랑스 소식 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이상하게 저는 프랑스엔 여름, 가을에만 가게 됐던 거 같아요. 겨울의 프랑스도 무척 궁금합니다. 모쪼록 건강히 다녀오시기를요!
와~ 프랑스. 고등학교 불어수업 시간이 생각 나네요! 로맨틱한 겨울이 펼쳐지겠네요.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온라인에서 뵈요~~
한파로 서점이 조용해진 틈을 타, 금방 '숨' 챕터까지 읽었습니다. '숨' 챕터를 읽으면서는 아주 조금 눈물도 흘렸습니다. 사실 다시 읽으면 그럴 내용도 아닌데요, (글 속에서)윗집 애들이 갑자기 우니까 그냥 덩달아. 체크해 둔 문장 중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던 것 몇 가지만 기록해 봅니다. 75p / 내게 보는 일은 걷는 일. 걷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르면 세상은 커다란 거울이 되어 온통 나만을 비췄다. 나의 못생긴 얼굴, 못난 마음, 나의 자만, 나의 자의식, 그렇게 거울 속의 나는 점점 자라 나를 잡아먹고... 그러니 내 안에 매몰되고 싶지 않다면 걸어야 한다. 내면의 풍경은 '안'이 아닌 '바깥'에 있으니까. 내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나의 눈이 머무는 곳에. 87p / 내 슬픔이 별일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을 다물었다. 상실과 슬픔이 온전히 지나가기도 전에 타인을 위해 괜찮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그 일을 겪은 후 결심한 세 가지가 있다. 나의 빈 마음을 충만하게 채울 것. 별거 아니라고, 흔한 일이라고 외면하며 슬픔의 크기를 줄이지 않을 것. 너무 큰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과도한 절망으로 슬픔을 키우지 않을 것. 95p / 10월의 빛을 공평하게 나눈 자연은 특별히 더 아름다운 것도, 모나게 못난 것도 없다. 단풍나무와 밤나무의 아름다움을 비교할 일 없고, 나무와 고라니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 저울질할 이유도 없다. 처음인 것도 나중인 것도 없는 곳, 어우러져 아름다운 것들이 순서 없이, 우열 없이 거기 있을 뿐이다. 나무와 풀과 낙엽과 새, 그리고 고라니, 풍경을 채우는 수없이 많은 '있음'들. 거기 있는 모든 것이 첫 문장이자 마지막 문장이다. 110p / 아이들의 뜨거운 입김과 엄마의 옅은 한숨이 만나 늦가을의 공기가 된다. 아마 멀리 떨어져 있는 애들 아빠도 그 공기를 마시고, 여기서 저 가족을 지켜보는 나도 그걸 마실 테지. 울음을 터뜨리는 사람과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 함께 울어주는 사람의 입김이 만든 공기는 11월의 맛, 냄새. 언젠가 주저앉아 울던 내 곁을 가만히 지켜주던 사람의 숨도 저기 어딘가에 있을까. 등을 다독여주던 그 사람의 숨은 얼마나 먼 곳에서 다시 나를 만나러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 모든 숨이 실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모든 존재가 커다란 숨결의 일부이고 전부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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