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에서 연말까지 같이 책 읽으며 기록하는 주간을 갖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은 나를 '기록' 하면서 '나'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좀 더 좁혀보는 건 어떨까요?
신유진 작가의 <창문 너머 어렴풋이>를 12월 12일부터 12월의 마지막 날까지, 20일간 같이 읽으며 모두 함께 무엇이든 기록해 봅시다.
<이번엔 몇 가지 룰을 정해보았습니다.>
1. 화요일엔 : 책을 읽다 발견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기록합니다.
2. 목요일엔 : 세 문장 이상, '나'의 기록을 합니다. 기록은 무엇을 하든 상관없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그날 본 무언가, 그날 먹은 것, 그날의 만남, 그날의 감정 등. 무엇이든 기록하면 됩니다.
3. 각자의 글에 대한 피드백은 하지 않습니다. 단, 꾸준히 기록을 남긴 것에 대해서는 서로를 칭찬합니다.
4. 화요일에만 기록해도 되고, 목요일에만 기록해도 됩니다. 한 주에 1회 이상 다른 가능한 날에 기록해도 됩니다.
이번 모임의 목표는 책을 읽으며 내 글을 남기는 것, '기록' 하는 것입니다.
계속 기록해 가다 보면.
시간이 흘러 그것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느낌이 무뎌질지언정, 내가 기록한 것은 오래도록 그곳에 남겠지요. 그날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겠지요.
※ 책 구매가 필요하시다면 무슨 서점 인스타그램(@musn_books)으로 주문도 가능합니다. 모임 참여를 위한 책 주문 시 서점에서 판매 중인 '무슨 필사 세트'를 선물로 함께 보내드립니다. 언제든 DM 주세요.
[무슨 서점]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같이 읽으며 '기록'하기
D-29
무슨모임지기의 말
무슨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임에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같은 책을 동시에 읽어나갈 생각을 하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마음이 설렙니다.
<창문 너머 어렴풋이>는 들어가는 말을 제외하고 총 18챕터더라고요. 하루에 한 챕터씩 천천히 같이 발맞춰 읽어가겠습니다.
책 읽으며 표시해 둔 것은 '화요일'에 기록하고,
생각난 것은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목요일'에 기록하고. 이런 속도로 일주일에 두 번씩 기록해 보자고요.
같은 문장을 누군가 기록해 두었더라도, 또 기록해도 됩니다. 문장을 기록하며 간단히 감상을 써도 좋고요.
일주일에 두 번이 여의치 않으면 한 번씩이라도 꼭 기록하기로 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무슨
그믐은 글 쓴 시각이 표시되지 않고, 이모티콘도 없고, 즉각적인 알람도 없는 플랫폼이에요. 글도 작성하면 삭제가 안되고, 쓴 직후 5분 안에만 수정할 수 있어요. 자기 글에 댓글이 달리거나 태그 된 건 알림이 오는데요.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알 수 있지요.
이 새로움을 즐기며 20일 동안 함께 독서해 보아요.
다들 인사 한 번씩 남겨주시고요.
오늘도 책 읽을 수 있는 하루 되시기를 바라봅니다.
바이올렛북
<창문 너머 어렴풋이> 기대됩니다 :) 화요일,목요일 즐거운 마음으로 들러 기록하겠습니다. 책이 빠르면 화요일에 도착할것 같습니다. 도착하면 요이땅 하겠습니다 ^^ 한 챕터씩 꾸준히 읽어보겠습니다 !
무슨
책 구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좋은 시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겨울매미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모두들 이 공간에서 만나뵈어 반갑습니다.
무슨
저도 무척 설렙니다. 다들 벌써 이렇게 글을 올려주신 걸 읽으니 마음이 따뜻해지고요. 제가 있는 곳은 눈이 오는데, 책 읽기 참 좋은 날입니다. 더 읽고 또 또 만나요!
겨울매미
[11쪽] 나는 그 컴컴한 어둠에 내가 만든 미약한 빛을 보낼 수 있습니다.
[27쪽] 그러나 이쪽에 불이 꺼져야 비로소 환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멀어진 것들이 남기고 간 굴곡진 풍경 같은 것, 그러니까 시간의 주름.
요니
책 속의 문장과 나 자신을 기록할 앞으로의 여정들이 기대됩니다 :)
요니
✎10p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봅니다. 그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지요. 망막이 아니라 기억의 반응입니다. 현상이 아니라 심상입니다.
✎11p
내게 보이는 것은 외부의 빛의 반사작용이지만, 내가 보는 것은 내면의 빛에 의한 것이니까요. 나는 그 컴컴한 어둠에 내가 만든 미약한 빛을 보낼 수 있습니다.
✎12p
나는 깨끗한 하얀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얼룩 없는 하얀 세상보다 누군가 통과한 흔적이 남은 얼룩진 세계가 좋습니다.
✎27p
스위치가 톡 내려간 내 마음의 작은 방 하나, 그곳에 웅크리고 앉은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러나 이쪽에 불이 꺼져야 비로소 환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멀어진 것들이 남기고 간 굴곡진 풍경 같은 것, 그러니까 시간의 주름.
무슨
저도 '들어가는 말'부터 줄치며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같이 쭉 기록해 가 보아요. 내일도 모레도 책 읽는 여유 가지실 수 있기를...
무슨
오늘 저는 '빨간 벽돌 이층집' 챕터까지 읽었습니다. 신유진 작가가 이전에 쓴 에세이도 읽어 보았는데요. 이 에세이 까지 읽기 시작하니 내가 아는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기분이 듭니다.
10p /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봅니다. 그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지요. 망막이 아니라 기억의 반응입니다. 현상이 아니라 심상입니다.
12p / 빛은 허락 없이 존재를 만지고, 빛이 만진 것들은 반드시 달라집니다. 동물과 식물은 키가 자라고, 사물은 그림자가 생기고, 사람은 어떻습니까? 빛이 닿은 사람은..., 얼룩이 생기지요.
요즘 내가 그렇습니다. 얼굴에 밭고랑 같은 주름이 있고, 거기서 깨도 자라고, 새싹 같은 반점도 움틉니다. 하얀 피부는 사라지고, 얼룩덜룩한 얼굴만 남았습니다.
남향 창 앞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표백이 아니라 흔적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빛이 지나간 자리는 얼룩이 남는 것이라고.
20p / 유진아..., 그렇게 지긋지긋했던 이름이 또 있을까.
그 이름이 엄마를 올릴 때마다, 나는 엄마의 진짜 이름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성님 씨, 아름다운 세상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술 취한 사람의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내 작은 목소리는 이불 속에서만 맴돌았다.
23p / 초인종이 있으나 아무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모든 것이 새것이나 아무도 쓸 줄 모르는 바보 같은 인간들의 복잡한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있던 집. 나는 그 집 대문 앞에 버려져 내 이름을 불렀다.
"유진아, 유진아." 이층에 불이 켜졌다.
엄마가 뛰어 내려와 문을 열었다.
“유진아."
엄마와 나는 서로를 불렀다.
바이올렛북
저녁 8시가 넘어 도착한 택배를 한걸음에 달려가 열어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열흘 먼저 산타가 다녀가셨나봐요! 초록 초록 너무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가득한거예요. ㅠ.ㅠ 감동이... 감사드려요!
내일 아침이 되면 자연광에서 사진하나 찍어두고 펼쳐 보려고 테이블 위에 곱게 모셔두었습니다.
책은 먼저 비닐 포장을 제거했습니다. 신나게 읽을 태세에 들어갑니다. ^^
무슨
택배 잘 받으셨군요! 다행입니다^^ 책과 함께 필사하는 시간도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도 꼭 찍어주시고요ㅎㅎ <창문 너머 어렴풋이>는 표지 그림도 너무 멋지지요!
겨울매미
저도 어린시절을 시장에서 보냈습니다. 시장에 산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언제나 축축한 골목 바닥이 끔찍이도 싫었고요. 축축한 바닥을 지금도 싫어합니다. 제 많은 기억들이 이 책에 묘사된 내용과 겹쳐 신기했어요. 그러면서 우리 집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위축됐던 어린 날의 저를 꼭 안아 주고 싶어졌어요.
무슨
저도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셨어요. 어린 시절,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외할머니 가게에 맡겨지곤 했었지요. 시장 안쪽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돼있던 좁고 어두운 골목들은 요즘도 꿈속에 등장합니다. 그땐 그 골목안으로 들어가는게 무섭고 싫었는데, 지금은 신기하게도 추억어린 장소가 되었어요. 가끔 다시 가보고 싶고요. 저도 책을 읽으며 다시금 그곳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제 이름으로 곧잘 불리던 엄마도요.
바이올렛북
[빨간 벽돌 이층집]
p.19 / 엄마가 대문을 열어주러 뛰어가는 동안에 그 이름의 진짜 주인인 나는 창문의 커튼 뒤에 숨어서 초인종을 쓸 줄 모르는 바보들을 훔쳐봤다.
p.21 / 나는 엄마의 진짜 이름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성님 씨, 아름다운 세상입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술 취한 사람의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내 작은 목소리는 이불 속에서만 맴돌았다.
p.26 / 대문 밖에서 집을 올려다보니 옛날에 내가 숨었던 이층 창문 뒤에서 아빠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려고 미간을 찌푸리지 않아도 아빠의ㅣ 표정이 보였다. 꼭꼭 숨어서 존재를, 마음을 틀키길 바라는 사람의 얼굴이. 이제 내가 귀신이 됐나보다. 숨은 것들이, 작은 것들이 자꾸 보인다.
p.27 / 스위치가 톡 내려간 내 마음의 작은 방 하나, 그곳에 웅크리고 앉은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러나 이쪽에 불이 꺼져야 비로소 환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멀어진 것들이 남기고 간 굴곡진 풍경 같은것, 그러니까 시간의 주름.
무슨
초인종을 쓸 줄 모르는 바보들, 예전엔 많지 않았나요?ㅎㅎ 그 부분 읽으면서 저는 소리없이 웃었더랬습니다.
27페이지 마지막 문장은 모두의 마음에 와닿았던 모양입니다. 저는 옮겨적으려다 말았지만 줄은 쳐두었거든요. 모두의 기록에 동일한 문장이 등장하니 어쩐지 가슴이 부풉니다.
무슨
오늘은 내내 기다렸던 눈이 왔습니다.
<창문 너머 어렴풋이>는 여름이 한창일 때 출간되었는데요. 표지에 그려진 그림도 그렇고 작가의 서문도 그렇고,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땐 책에서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해서 그때 이 책은 제게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게 만드는 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펼쳐보니 이제는 또 겨울 냄새가 물씬 납니다. 오늘보다 더 많은 눈이 쏟아질 한겨울의 어떤 날을 기대하게 하고요. 그래서 이 책이 여전히 마음에 듭니다. 책 읽으며 지금 나의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요. 저도 이 계절을 잘 기록해 두어야겠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지금은 '연습의 시간'이니까. 연습하듯 기록을 해 두어야겠다, 라고요.
요니
오늘은 1년 반만에 친구를 만납니다. 서울의 대설주의보를 뚫고요😅 마침 친구의 회사가 연남동이라, 꼭 들리고 싶던 공간을 방문했습니다. 바로 무슨 서점이요! ㅎㅎㅎ 끝남동이란 단어를 서점 덕에 처음 알았는데, 친구 회사는 연남동 한복판이라 거리가 멀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돌아가봅니다. 평소 걸음이 빠른 저도 오늘은 미끄러질까봐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발을 디디며 걸었습니다. 눈 오는 날 큰 통유리창 밖을 바라보는 소원이 있었는데, 서점에 도착한 지금 아쉽게 눈은 그쳤네요. 하지만 무슨 서점의 ‘무슨 의자’에 앉아 필사해보기라는 저만의 소소한 버킷리스트는 성공했어요!
곧 만날 친구와 나눌 이야기 보따리를 가득 담은 상태라 마음이 든든해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 우리 사이가 좋아지는 하루입니다.
그믐에 쓰기 전 메모장에 글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목요일에서 금요일 넘어가는 새벽 뒤늦게 올려봅 니다 :)
무슨
날도 춥고 다니기 성가신 날 멀리까지 걸음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친구분과는 반가운 시간 보내셨나요. 저도 눈 오는 날엔 꼭 누군가 만나고 싶더라고요. 서점에 있느라 아쉽던 차에 와주셔서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요! 버킷리스트에 '무슨 의자'가 들어가 있었다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ㅎㅎ 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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