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우와, 너무 좋은 정보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라틴어는 곧 상류층의 문화, 문명, 신분 상승을 의미했다. 그것은 부모 세대의 야망을 담은 언어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투사된 보편적인 통화 수단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4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케닐워스에서의 기억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그날의 노랫소리가 지녔던 힘을, 즉 관중 모두를 숨죽이게 하는 질서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거의 넋이 나갈 듯한 흥분을 불러 일으켰던 노래의 힘을 떠올렸다. 예술이 인간 정신의 안정된 평온과 뿌리 깊은 소란 양쪽 모두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이 역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활동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83,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어린 윌 역시 비슷한 것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1560년대와 1570년대 연극의 주된 레퍼토리는 대부분 '도덕극' 또는 '교훈적인 막간극'이었다. 이는 세속적 훈계를 담아 불복종, 게으름, 방탕함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전형적으로 '인류'나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추상화된 주인공이 '정직한 오락'이나 '고결한 삶'이라는 적절한 인도자로부터 벗어나 '무지', '돈만 밝히는 자', '폭동' 같은 인물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하지만 대 부분의 경우 그가 도덕극에 빚진 건 보다 간접적이고 미세한 형태로 드러난다. 그는 그러한 연극의 영향력을 일찍이 흡수했고, 그것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의 극작 표면 아래에 잘 감추어진 기초적 틀을 짰다. 그의 작품은 보통 도덕극을 보는 관객이 기대하는 두 가지 결정적인 요소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 첫째, 볼만한 가치가 있는 연극이란 인간의 운명을 다루는 그 어떤 내용이어야 하며 둘째, 교육 수준이 높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뿐 아니라 평범한 대중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세익스피어가 도덕극에서 흡수한 또 다른 점은 그의 연출 기법 중 특정한 요소에서 드러난다. 바로 인물들의 심리적이고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부분뿐 아니라 외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통해서도 극적인 강조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리처드 3세(Richard III)의 뒤틀린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세익스피어는 그 인물에게 메말라 시든 팔과 곱사등이라는 육체적 결함을 부여했다. 도덕극들은 주인공의 영혼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구성하는 방법을 익히게 해 주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가 지금처럼 위대한 극작가이자 시인이 된 데에 셰익스피어 사후 영국과 미국의 국력은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요? 문득 심술궂은 생각이 들어 적어 봅니다.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면 이백과 나관중이 소포클레스나 세르반테스 정도의 문학사적 위치에 오르게 될까요?
국력의 문제도 있지만, 우리 문화가 서구 문명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온 영향도 큰 것 같아요. (그게 그건가) 그러다보니 세익스피어 이야기랑 그를 둘러싼 담론들이 더 와닿고 흥미를 끄는 것 같습니다. 나관중을 떠올려 보자면. 삼국지라는 콘텐츠는 적어도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세익스피어에 뒤지지 않는 위상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나관중의 원본은 지금 읽자면 좀 촌스럽게 느껴지고 뭔가 깊이가 부족해보이는. 그에 비해 세익스피어는 여전히 현대적이고 파도 파도 뭔가 더 나오는 그런 느낌의 차이가 있는데 그것이 공정한 일인지 아니면 서구 문명의 후광이 작용한 것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만약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성장한다면 나관중보다는 김용이 세익스피어급 대우를 받지 않을까 싶어요. 이백과 두보 같은 시인들은 나관중과는 또 좀 다른 느낌인데 시와 소설의 차이인지.
영국 식민지가 많았던 사실, 현재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 제1외국어로 쓰는 것까지 포함해 영어 사용자가 아주 많다는 사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현대성'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모든 것이 셰익스피어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두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똑같이 영어+식민지 등의 강력한 버프를 받은) 그 수많은 영국 작가 중에 왜 셰익스피어였을까요? 셰익스피어의 그 많은 희곡 작품들은 죄다 서로 다른 감정을 다룬다고 하더군요. 셰익스피어는 수 백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인간의 기본 감정을 아주 쉽게 표현했기 때문에 지금의 셰익스피어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난해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듣기 힘들죠. 문맹이거나 아직 글자를 마스터하기 전이라면 연극, 영화, 뮤지컬로도 셰익스피어를 만날 수 도 있으니까요. 셰익스피어의 저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공을 뛰어넘어 넓디넓게 침투할 수 있는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머리 속에 담긴 "재능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폴더를 열어보면 (a.k.a뇌피셜), 두 번째 조건이 '당대에 라이징파워인 국가나 도시에서 산다'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후가 아니라 '당대'입니다. 이 부분은 철저히 '운'의 영역인데요, 대부분의 뛰어난 에술가들은 당대에 이미 인정을 받았고, 잘 나가던 도시나 국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살을 붙인다면, 계속 잘나가던 곳보다는 뒤떨어져있다가 솓구쳐 떠오르던 도시/국가들이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거기서 예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면 전세계적 으로 문학사에서 큰 획을 그을 작가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나 앞으로 탄생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심술궂은 질문 자주 던져 주세요. 재미있네요.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 이부분입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종합대학에 영문학과가 있고 교수진과 학생이 많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과거 영국, 그리고 현재 미국의 국력과 관련이 있는 사실 아닐까요? ^^ (영문학과가 많으니 영문학자도 많고, 그 영문학자들은 셰익스피어를 직접 재해석하지는 않더라도 문학의 여러 주제를 영문학의 틀에서 생각하며, 그런 시도들이 몇 다리 건너서 결국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거나 그의 현대성을 재발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러게요, 관련 저술서, 논문 등 얼마나 많을까요.
참, 위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올리비아 핫세 이야기도 나온 김에... 재작년에 미국에서 깜짝 히트한 로맨틱 코미디 <페이크 러브>가 셰익스피어의 <헛소동>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라 해서 올려 봅니다(캐릭터 이름도 베네딕토->벤, 베아트리체->비가 됐습니다). 주인공 배우들 미모가 디카프리오나 핫세를 따라가지는 못하네요. 김새섬 대표는 한 10분 보더니 너무 유치해서 못 보겠다고 하더군요.
페이크 러브누가 봐도 완벽해 보이는 커플인 비와 벤. 하지만 황홀했던 첫 데이트는 예상치 못한 오해로 꼬일 대로 꼬여버리고, 우연히 같은 결혼식에 초대받은 둘은 자신들을 엮어주려는 주위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서로에게 빠진 척 진짜 같은 가짜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
ㅎㅎ 이상하게 영화도 좋을 때가 있더라구요. 그때가 지나면 배우 이름도 잘 모르겠고, 영화가 넘 좋고 그렇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저에겐 디카프리오와 동시대 배우들이 제가 기억할 수 있는 한계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뭐 로맨스 영화 보고 막 좋아하고 그럴 때도 지났잖아요.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디면 모를까. ㅋ
예를 들어 '정직한 이아고'는 주인공에게 다정하게 다가와 친밀하게 기분을 맞춰 주는 분위기나 음흉한 농담, 나쁜 짓을 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자유 등의 태도를 볼때 옛 도덕극에서 보여 준 '악덕'이라는 인물의 원형에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파멸을 노리는 그의 악마적인 계획이 사실상 짓궂은 장난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옛 도덕극의 '악덕'이 치는 장난에 비해 이아고는 훨씬 더 잔인하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이 지점에서 그리고 극작 활동을 하는 내내, 셰익스피어는 자신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도덕극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독실함의 교조적 정서를 모두 폐기해 버린다. 옛 도덕극의 내부 구조는 종교적인 성격을 띠었다. 이런 이유로 도덕극은 주인공의 회개를 나타내는 환상의 순간을 종종 극의 절정으로 삼았고, 그 환상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일상과 친숙한 것들을 뛰어넘고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신적인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예술이 인간 정신의 안정된 평온과 뿌리 깊은 소란 양쪽 모두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이 역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활동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극작가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그는 당대 사회의 문명과 문화의 정수를 대표하는 대리인인 동시에, 굳은 사고의 틀을 뒤엎는 전복의 대리인이기도 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의 사극은 군주제의 은밀한 작동 방식을 폭로했지만 동시에 1600년의 세계에서는 그 제도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셰익스피어는 연극 예술가이자 정치 사상가였다. 스티븐 그린블랫은 신역사주의의 관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평온한 안정과 심각한 소란 모두의 근원이다⋯⋯. 극작가이자 시인으로서, 셰익스피어는 전복의 동인이면서 동시에 안정화의 동인이었다.’
셰익스피어 깊이 읽기 션 매커보이 지음, 이종인 옮김
셰익스피어에게, 가죽이라는 소재는 생생한 세부적 현실성을 보여 주기위한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은유를 담은 상징물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세계를 조립하려 할 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심 이미지였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94,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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