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오구오구님의 대화: <한여름밤의 꿈> 부분 읽다보니 죽은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닐"이 연기했던 연극이 생각납니다... Station Eleven에서도 유랑극단이 공연했던 한여름밤의 꿈인데... 서양인들의 정신세계에 <한여름밤의 꿈>이 가지는 의미가 뭘지 더 궁금해지네요. 근데 원작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아요 ㅋㅋㅋ
저도 '한여름밤의 꿈'을 생각하면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납니다. 권총으로 자살했던 닐, 그리고 닐이 죽었단 소식을 듣고 하얀 눈밭을 뛰어갔던 토드(이단 호크)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오구오구님의 대화: 1장 원색의 장면들 완독했는데, 챕터의 제목과 내용이 어떤 관계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ㅎㅎ 원작에서는 Primal Scenes 이더군요. 궁금해서 Claude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럴듯해서 공유합니다 ㅎㅎ ___________________ "Primal Scenes"이라는 제목은 그린블랫이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의 기원을 탐구하는 방식을 암시합니다. 이 제목 선택에는 몇 가지 의미 층위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정신분석학적 의미: "Primal Scene"은 원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나온 용어로, 아이가 부모의 성적 행위를 목격하는 것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이는 인간 심리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최초의 경험을 의미합니다. 그린블랫은 이 용어를 빌려와 셰익스피어의 창작적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초기 경험들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2. 형성적 경험: 보다 넓은 의미에서 "Primal Scenes"는 셰익스피어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그의 예술적 상상력을 형성한 결정적 경험들을 가리킵니다. 케닐워스 축제, 시골의 민속 전통, 학교에서의 라틴어 교육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3. 원천적 이미지: 그린블랫은 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형적 이미지와 주제들의 기원을 찾고자 합니다. "Primal Scenes"는 그의 상상력에 깊이 각인되어 후에 다양한 작품으로 변주되는 강력한 이미지나 상황들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4. 역사적 재구성: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의 실제 생애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가 경험했을 법한 역사적 순간들을 추정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Primal Scenes"는 이러한 재구성의 가설적 성격을 암시합니다. 5. 문화적 맥락: 이 제목은 또한 셰익스피어의 개인적 경험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의 중요한 문화적, 사회적 장면들을 탐구함을 시사합니다.
@오구오구 님 덕분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제목에 이런 깊은 뜻이 있었다니 놀랍고, '세계를 향한 의지'를 읽어 나가는데 유용한 지도, 새로운 랜즈를 하나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장맥주님의 대화: 영국 식민지가 많았던 사실, 현재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 제1외국어로 쓰는 것까지 포함해 영어 사용자가 아주 많다는 사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현대성'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모든 것이 셰익스피어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두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똑같이 영어+식민지 등의 강력한 버프를 받은) 그 수많은 영국 작가 중에 왜 셰익스피어였을까요? 셰익스피어의 그 많은 희곡 작품들은 죄다 서로 다른 감정을 다룬다고 하더군요. 셰익스피어는 수 백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인간의 기본 감정을 아주 쉽게 표현했기 때문에 지금의 셰익스피어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난해하다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듣기 힘들죠. 문맹이거나 아직 글자를 마스터하기 전이라면 연극, 영화, 뮤지컬로도 셰익스피어를 만날 수 도 있으니까요. 셰익스피어의 저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공을 뛰어넘어 넓디넓게 침투할 수 있는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머리 속에 담긴 "재능은 어떻게 발현되는가" 폴더를 열어보면 (a.k.a뇌피셜), 두 번째 조건이 '당대에 라이징파워인 국가나 도시에서 산다'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후가 아니라 '당대'입니다. 이 부분은 철저히 '운'의 영역인데요, 대부분의 뛰어난 에술가들은 당대에 이미 인정을 받았고, 잘 나가던 도시나 국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살을 붙인다면, 계속 잘나가던 곳보다는 뒤떨어져있다가 솓구쳐 떠오르던 도시/국가들이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거기서 예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면 전세계적 으로 문학사에서 큰 획을 그을 작가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나 앞으로 탄생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심술궂은 질문 자주 던져 주세요. 재미있네요.
오구오구님의 대화: 백년의 고독 그 마르케스입니까 ?
네 맞아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르케스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온갖 전래동화, 구전설화를 메들리로 들려 주었나봐요. 그래서 나중에 '나도 소설을 써볼 수 있을 거 같은데?'하면서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들을 밑밥삼아 휘리리릭 써재껴 내려갔더니 막 '백년의 고독' 같은 소설 나오고 ㅎㅎ 왜 마르케스의 소설이 마술적 리얼리즘이 되었는지 알만 하지 않나요?
롱기누스님의 대화: @오구오구 님 덕분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제목에 이런 깊은 뜻이 있었다니 놀랍고, '세계를 향한 의지'를 읽어 나가는데 유용한 지도, 새로운 랜즈를 하나 선물 받은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앗.. 클로드에게 물어본 것 뿐인데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었나봅니다 ㅎㅎ 자주 물어볼게요 ㅎ
장맥주님의 대화: 영국 식민지가 많았던 사실, 현재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실, 제1외국어로 쓰는 것까지 포함해 영어 사용자가 아주 많다는 사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현대성'과 깊은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 이부분입니다..
셰익스피어에게, 가죽이라는 소재는 생생한 세부적 현실성을 보여 주기위한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은유를 담은 상징물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세계를 조립하려 할 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심 이미지였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94,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오구오구님의 대화: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 이부분입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종합대학에 영문학과가 있고 교수진과 학생이 많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과거 영국, 그리고 현재 미국의 국력과 관련이 있는 사실 아닐까요? ^^ (영문학과가 많으니 영문학자도 많고, 그 영문학자들은 셰익스피어를 직접 재해석하지는 않더라도 문학의 여러 주제를 영문학의 틀에서 생각하며, 그런 시도들이 몇 다리 건너서 결국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거나 그의 현대성을 재발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요?)
장맥주님의 대화: 셰익스피어 작품이 문장 단위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는 사실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거의 모든 종합대학에 영문학과가 있고 교수진과 학생이 많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과거 영국, 그리고 현재 미국의 국력과 관련이 있는 사실 아닐까요? ^^ (영문학과가 많으니 영문학자도 많고, 그 영문학자들은 셰익스피어를 직접 재해석하지는 않더라도 문학의 여러 주제를 영문학의 틀에서 생각하며, 그런 시도들이 몇 다리 건너서 결국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재확인하거나 그의 현대성을 재발견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요?)
그러게요, 관련 저술서, 논문 등 얼마나 많을까요.
@장맥주 당연히 국력과 관계가 있겠고, 국력에 영향받는 매개요인들도 많겠죠. ^^ 주목을 받는 작품은 더 많이 다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주목을 받는 순환효과, 가진 사람이 더 갖고 대부분을 가지게 되는 마태효과가 있을 거구요. 제가 만약 심리학자로서 어떤 이론을 만들었는데 이를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싶다면 제3세계의 덜 알려진 작가보다 세익스피어의 대사를 참조할 것입니다. 그것이 홍보효과에도 좋고 자신과 독자 모두 세익스피어를 읽어봤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동시에 수많은 작가들 중 세익스피어를 특별하게 만든 요인들도 있을 거구요. 어느 요인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세익스피어 원작을 읽는 것보다는 다른 책에서 인용하는 세익스피어의 대사나 장면들이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인용문 보고 원작을 찾아 읽으면 감흥이 기대만큼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익스피어의 주 목젹은 자기 사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재미있어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이야기의 토대가 되어 준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 특성, 전환기였던 시대 배경 등이 영향을 미쳤겠죠. 아무튼 명나라나 청나라 시대 소설 독자들보다는 근대 초입의 런던의 대중들, 그리고 세익스피어를 읽고 인용하고 주석을 단 근현대의 서구인들과 우리 사이의 공감대가 더 넓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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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7쪽 셰리주에 대한 부분을 읽는데.., "이 용기가 바로 셰리주에서 나오는 거라니까" 를 읽으니... 맥주를 사랑하시는 @장맥주 님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하루키 님도 생각나구요 작가들을 분류할때 알콜파와 커피파로 분류해보면 그들의 문학의 경향성도 분석할 수 있을까요? ㅋㅋ 추가로 도박파도 분석에 포함해야 할거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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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님의 대화: @장맥주 당연히 국력과 관계가 있겠고, 국력에 영향받는 매개요인들도 많겠죠. ^^ 주목을 받는 작품은 더 많이 다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주목을 받는 순환효과, 가진 사람이 더 갖고 대부분을 가지게 되는 마태효과가 있을 거구요. 제가 만약 심리학자로서 어떤 이론을 만들었는데 이를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싶다면 제3세계의 덜 알려진 작가보다 세익스피어의 대사를 참조할 것입니다. 그것이 홍보효과에도 좋고 자신과 독자 모두 세익스피어를 읽어봤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동시에 수많은 작가들 중 세익스피어를 특별하게 만든 요인들도 있을 거구요. 어느 요인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세익스피어 원작을 읽는 것보다는 다른 책에서 인용하는 세익스피어의 대사나 장면들이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인용문 보고 원작을 찾아 읽으면 감흥이 기대만큼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익스피어의 주 목젹은 자기 사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재미있어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이야기의 토대가 되어 준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 특성, 전환기였던 시대 배경 등이 영향을 미쳤겠죠. 아무튼 명나라나 청나라 시대 소설 독자들보다는 근대 초입의 런던의 대중들, 그리고 세익스피어를 읽고 인용하고 주석을 단 근현대의 서구인들과 우리 사이의 공감대가 더 넓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거 같아요. 그러고 보면 언어나 문학 모두 정치 (권력)의 관점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상 만사 모든게 힘의 원리로.... 럼프형님의 똥관세에 전세계가 신음하는 일요일 아침에... 드는 생각입니다.. ㅠ
저자는 윌공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신비로운 능력"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를 흡수하고 "인간의 내면 사고와 심리전개에 꼭 들어맞는 방식으로 전광석화처럼 변환시켜 구사" 할 정도의 언어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네요. p122 결국 천재! 라는 의미인가봐요 ㅎ
배우가 되거나 심지어 극잦가가 되는 것은,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길을 모색하는 입장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쵱ㄱ의 노선이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2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오구오구님의 대화: 116, 117쪽 셰리주에 대한 부분을 읽는데.., "이 용기가 바로 셰리주에서 나오는 거라니까" 를 읽으니... 맥주를 사랑하시는 @장맥주 님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하루키 님도 생각나구요 작가들을 분류할때 알콜파와 커피파로 분류해보면 그들의 문학의 경향성도 분석할 수 있을까요? ㅋㅋ 추가로 도박파도 분석에 포함해야 할거 같네요 ㅎ
셰리주가 저한테는 상상의 술이에요. 글로 접한 적은 많은데 실제로 보거나 마신 적은 없는... ㅎㅎㅎ 그런데 딱히 궁금하지도 않네요. <보물섬> 때문에 어렸을 때 럼주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20대가 되어서 궁금증을 해소했는데 딱히 해적이나 모험의 맛이 나지는 않더라고요.
윌공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네요. 윌공이 가문의 문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어떤 조롱을 받았는지,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 배경에 대해 어떻게 과장된 이미지를 만들어냈는지... 너무 유명한 배우겸 작가가 되어서 오히려 과장하려했던 가족 배경에 대해 수백년후에 이렇게 낱낱이 까발려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겠죠? 그래도 계급이동이 가능했던 나라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미술관>이라는 책을 같이 읽고 있는데, 당시 중인의 신분이었던 신윤복 김홍도가 방에서 양반흉내 내는 초상을 남겼던 부분도 떠오릅니다 ㅎ
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신윤복, 정선, 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의 천재 화가들 7인의 작품과 더불어 태평성대를 누린 숙종과 영조대의 기록화첩도 소개하고 있어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특별한 미술책이다.
"그가 기회를 봐서 신사 행세를 하려고 한다는 점" 당시 배우들이 무대에서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인물을 연기했었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윌님은 직접 문장을 획득하여 신분 세탁을 꿈꾸었다는 점...
"나는 누군가 돈을 주고 고용한 하인처럼 취급하거나 부랑자처럼 채찍질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무대 위에서만 신사를 가장하여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진정한 신사이며, 여왕과 국가를 위해 봉사한 아버지의 훌륭한 공직 생활과 어머니의 명망 있는 가문의 이름, 이 양쪽을 근거로 하는 상류 가문의 문장을 적법하게 갖도록 허가받았다." 한편 여기에는 반쯤은 가려진 또 다른 상징적 선포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내 노동과 상상력의 결실로 내 가족을 재건하여, 모든 것들이 무너지기 전의 순간으로 되돌려 놓았다. 나는 어머니의 명성을 기리고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했다. 나는 잃어버린 내 유산을 다시 찾아왔다. 내가 바로 그 유산을 창조해 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46-147,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오도니안님의 대화: @장맥주 당연히 국력과 관계가 있겠고, 국력에 영향받는 매개요인들도 많겠죠. ^^ 주목을 받는 작품은 더 많이 다루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주목을 받는 순환효과, 가진 사람이 더 갖고 대부분을 가지게 되는 마태효과가 있을 거구요. 제가 만약 심리학자로서 어떤 이론을 만들었는데 이를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싶다면 제3세계의 덜 알려진 작가보다 세익스피어의 대사를 참조할 것입니다. 그것이 홍보효과에도 좋고 자신과 독자 모두 세익스피어를 읽어봤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동시에 수많은 작가들 중 세익스피어를 특별하게 만든 요인들도 있을 거구요. 어느 요인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세익스피어 원작을 읽는 것보다는 다른 책에서 인용하는 세익스피어의 대사나 장면들이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인용문 보고 원작을 찾아 읽으면 감흥이 기대만큼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익스피어의 주 목젹은 자기 사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재미있어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겠죠. 그런데 그렇게 많은 이야기의 토대가 되어 준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장르 특성, 전환기였던 시대 배경 등이 영향을 미쳤겠죠. 아무튼 명나라나 청나라 시대 소설 독자들보다는 근대 초입의 런던의 대중들, 그리고 세익스피어를 읽고 인용하고 주석을 단 근현대의 서구인들과 우리 사이의 공감대가 더 넓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 셰익스피어 극의 인용이나 해석이 멋있어서 원글능 찾아보면 기대했던 감흥이 아닌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원래 그렇게 토막을 잘라서 전시하면 모든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보이긴 하지만요. 이 순간에도 <사이보그 담론으로 다시 읽은 홍루몽> 같은 제목의 스와힐리어 논문 출간에 얼마를 지원할 것이냐 논의하는 중국 외교부 출연 재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오묘해집니다. ^^;;; 중국 정부의 지원이 아닌 탄압 때문에 홍콩에서 걸출한 젊은 작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음...저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우연히 루터의 종교개혁과 쿠덴베르크의 인쇄술에 관한 이야기가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알다시피 종교개혁 이전에 성경은 사제들만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그게 꼭 사제만의 특권이었다기 보단(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종이가 흔하지 않았고 양피지에 썼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했다는. 그런데 종교개혁과 쿠덴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으로 성경이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성경책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15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죠. 나라면 150만원에 성경을 사서 읽었을까? 글쎄요... 36 또는 42 개월 분활로 낼 수 있다면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암튼 제가 여기서 주목했던 건, 그렇다면 사제들이 열심과 정성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읽어줬느냐면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편협하고 사제 개인의 신비적 종교 체험 등을 전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반인도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대다수는 문맹이었을테니 언문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겠죠. 이때 당시는 성경이 라틴어로 된만큼 라틴어 배우기가 붐이었을 테고. 또 그게 결국 르네상스로 연결되고. 바로 이런 배경에 윌공이 있었겠구나 싶네요. '서문'과 '1. 원색 장면들'을 읽으며, 할 수만 있으면 부모들이 자식에게 글 공부를 시키려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구나 했습니다. 그래야 입신양명을 할 수 있으니. 윌의 부모도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윌이 보내어진 학교가 왕립학교라는데 말이 좋아 왕립학교지 그렇게 권위있는 학교도 아니고, 그곳 학생들이 배운 거라곤 라틴어만 두들겨 맞아가면서 배웠다니 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옛날 우리 학교 때도 생각나고. 남학생들 야구빠따로 엉덩이 맞고, 여학생들은 손바닥 맞고. 요즘엔 그러면 난리나죠? 아무튼 여기서 윌의 대작가로서의 자질이 만들어지기도 했겠구나 싶기도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것들을 생각했겠죠. 그 과정에서 생각의 역발상도 했을 것이고. 그래서 당시 도덕극이나 종교극이 대부분이었던 연극계에 남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연극을 보여줬던 거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야심을 키운 것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니 중세나 르네상스를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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