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법으로 올해를 마무리 해보려고 합니다. 박희정 작가님의 "호텔 아프리카" 전권을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책에 빠졌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29일동안, 묵묵히, 나만의 기록을 남기며 2022년을 보내고 2023년을 맞이해 보겠습니다.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 (전권) / 올해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독서
D-29
진공상태5모임지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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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호텔 아프리카" 만화책은 총 5권으로 완결된 판본입니다. 맞습니다. 꽤 오래전에 출판 되었고, 책 뒤쪽에는 초판 발행일이 1995년 11월 30일로 되어 있습니다. 값은 3,000원이라고 되어있어요. 그렇다면 저는 1만5천원을 주고 완결까지 총 다섯권의 책을 구입한 셈이 됩니다. 만 오천원. 지금 이 돈으로는 현재 제가 일하는 회사가 있는 명동에서 점심값 한끼 가격 정도가 됩니다. 이 책을 제가 손에 넣었던 시절, 그때 명동에서의 점심값 한 끼가 얼마인지 저는 알지 못해요. 하지만 이 오래된 책이 저에게 주었던 울림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울림을 조심스레 다시 한번 꺼내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나만의 속도로 "호텔 아프리카"를 다시 읽어가며, 나만의 방식으로 "호텔 아프리카"를 다시 느껴보며, 나만의 기록으로 "호텔 아프리카"를 남겨보려 합니다. 그렇게 나만의 2022년을 마무리 해보려고 해요. 아무도 없어도, 아무도 몰라도, 나는 알고 있는 하루하루 나만의 시간을 내가 잘 기억해주어 보겠습니다. 진공상태 화이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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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꺼내어본 "호텔 아프리카". 우선은 1권입니다. 책 표지에는 '이색 옴니버스'라고 써져 있어요. 그리고 '꿈을 찾는 사람들의 물빛 이야기'라고 써 있습니다. 한 남자가 가슴에.. 도마뱀일까요? 푸르스름한 생명체 하나를 가슴에 안고 서 있습니다. 남자와 그 생명체는 언어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는 없지만,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공통점으로 서로가 서로를 느끼고 있을거예요. 이 세상의 무수한 생명체가 서로를 알아보는 말도 안되는 순간 순간들, 그런 말도 안되는 소중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인생이라는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겠지요. "호텔 아프리카"를 만났고, "호텔 아프리카"를 알아버린 나의 인생은, 이 책이 지닌 향기를 품을 수 밖에 없게 되었어요. 이제는 희미해졌지만, 한때는 강렬했던 기억들을, 다시 한번 들춰 보려합니다. 1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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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희정 / "호텔 아프리카"를 시작하며 - 이 글은 나와 Hotel Africa의 사람들이 띄우는 초대장입니다. / 언제였던가... 이 책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내 스스로가 상기된 기분으로 중력을 무시하며 붕붕 떠다녔던 때가... 상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분만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때에 나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또는 술을 마시다가도 Hotel Africa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꿈을 꾸었다... 그렇다.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현실과도 같은 꿈속에서 H.Africa의 주인공들과 함께 웃고, 울고... 그리고 함께 느끼며 읊조리듯 쏟아내었던 그들의 꿈이기도 하며 나의 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꿈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려 한다... 느낄수만 있다면... 독자 여러분들의 꿈이기도 하니까... - 지은이 박희정 / 1권 시작 부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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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를 처음 손에 들었던 때의 나는, 어렸고, 그 당시 나의 세계는 넓어봤자 서울이 전부였다. 용돈을 모아 대학로의 소극장들에서 열리는 작은 콘서트들을 보러 다녔고, 가끔은 몇달치의 용돈을 모아 잠실 경기장에서 열리는 값비싼 내한공연을 보러다녔다. 그렇게 나는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들이 제공하는 정도 넓이의 세계를 체험할 뿐이었지만, 작은 가슴 안에는 불타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호텔 아프리카"는 내가 접해보지 못했던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고, 내가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접하게 해주었으며, 어린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설렘과 호기심으로 바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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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혁명을 외치며 의기투합했지만, 엘비스는 주에 2번 클럽에서 노래하는게 고작이고, 에드는 가끔 들어오는 번역일을, 그나마 쥴이 모 감독의 조연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첫 작품이 될 "호텔 아프리카"를... / 라디오가 시작이었던것 같다. 이승환, 김동률, 유희열과 그들의 측근들을 하나 하나 알아가면서 음악을 알아가고 영화를 알아가고 쌍문동 너머의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게 말이다. 학생이었으니 당연히 공부도 했겠지만, 밤 10시 그리고 새벽 2시까지 라디오를 듣는 일이 거의 매일의 일상이었다. 아주 작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소중한 방에 누워서 십대의 나에게 매일 매일 잊지 못할 선물을 주었다. 넘치고 넘치던 음악과 이야기들은 그 당시의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들을, 다시 한번 기억해본다. 그때의 나는 지금과 달랐지만, 그랬었기에 훨씬 더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했었다. 엘비스와 에드, 그리고 쥴을 만났던 십대의 나. "호텔 아프리카"가 가슴속으로 들어왔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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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 Hotel 아프리카 / 꿈과 현실 사이에서 사랑할 줄 아는 자들만이 오고 가던 내 유년의 집, 아프리카의 이야기들... / 금발인듯한 늘씬한 여인이 곱슬머리가 귀여운 혼혈아이를 안고 있다. 아이는 여인의 품에 안긴채 두 팔로 여인의 목을 감싸안고 있다. 아마도 어린 엘비스 일거라 생각되는 아이의 두 눈에는 약간의 두려움과 궁금함이 깃들어있는 듯하고, 그와 대조적으로 여인의 눈에는 깊은 따스함이 어려있는 것 같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사랑만큼은 사소한 다름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듯 아주 깊고 진할터이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대체적으로 그러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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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중해서, 후루룩 금세 다 읽어버릴까봐 아까워서, 과연 정말 그래서 제가 "호텔 아프리카" 책을 펼치기를 망설이고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남은 올해의 나날들 동안, 분명 나의 곁에 있을 책이고, 내가 물끄러미 바라볼 책은 맞습니다. 아마도 결국 펼치게 되고, 읽으면서 예전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겠죠? / 오늘은 약간은 일기 같은 글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현재 저는 본업 이외에 한가지 일을 더 하고 있는데, 아직은 파트타임 일수밖에 없는 그 일에 사실은 더 많은 애정을 품고 있답니다. 본업이 저에게 주는 경제적인 안정도 참 감사하고 소중하지만, 파트타임 일이 저에게 주는 설렘과 기대감은 뭐랄까.. 역시나 결코 놓칠수없는 아주 소중한 그 무엇입니다. 오늘 그 소중한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오프라인상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어쩔수없이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사람들을 만날수밖에 없게 되는듯 한데, 오늘 만난 이들은, 역시나 일종의 사회생활을 빙자한 만남이었지만, 약간 결이 달랐습니다. 우리는 좀더 진솔했고, 그래서인지 좀더 진심으로 서로를 향해 깔깔대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호텔 아프리카"가 처음 내게 다가왔었던 그때의 나는 세상을 모르고 너무 어렸었지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세상을 알게되었고,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지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호텔 아프리카"의 한 챕터를 써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늘밤, 연남동의 끝자락 어딘가에서 나와 함께 웃음지었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 이 끈을 오래오래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호텔 아프리카"가 여전히 내 곁에 있는 것처럼, 이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도, 시간이 오래 흘러도 여전히 나의 곁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참으로 감사하고 뜻깊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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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의 첫번째 이야기는, 엘비스의 엄마 아델라이드가 어떻게 하여 "호텔 아프리카"를 운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의 아델라이드가 자신의 고향을 떠나 도시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엘비스의 아버지)를 만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야기. 아델라이드에게는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사랑하던 이(엘비스의 아버지)와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엘비스가 있었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호텔 아프리카"를 준비하며 집을 정리하던 아델라이드는 엘비스 아버지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고, 엘비스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을 떠나 강산이 한번 변하고 난 후, 나는 다시 나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델라이드처럼 새로운 비지니스를 시작한건 아니지만, 나 역시 새로이 시작하게 된 일들을 통해 이런저런 일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젊은 시절의 떠남, 그리고 다시 돌아옴. 떠나던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그 모두 '나'이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를 이해할 수 있지만, 예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힘들겠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 "호텔 아프리카"의 첫 손님, 지요가 등장한다. 아델라이드에게 한눈에 빠져버린 인디언 청년 지요. (풉! 만화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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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에 "호텔 아프리카" 모임을 만들때는, 한번 해보지 뭐..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정말로 그냥, 좋아하는 만화책과 함께 연말을 마무리해보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곱씹듯 천천히 내가 좋아하는 내용을 조금씩 읽어내려가는것이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울리네요. 만화책으로는 겨우 몇쪽 몇장에 걸쳐 표현되어 있는 내용일뿐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하다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묵직해집니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향하던 아델라이드의 부풀었던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델라이드의 무너지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위해 꿋꿋하게 일어나야 했던 아델라이드의 담담해보이지만, 가슴이 시릴수밖에 없었을 그 처절했을 마음까지.. 사람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많은 것들을 겪어나가면서 쉽지 않은 성장을 기어이 해나고야 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떤 외로움, 어떤 고독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루, 새롭게 시작되는 하루를 맞이하고 다시금 힘을 내어 살아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들의 모습이겠지요? 아델라이드의 밤은 가끔씩 너무도 힘들었겠지만, 이겨내고 또 이겨냈을 아델라이드를 생각하며 나역시 어떤식으로든 담담할줄 아는 어른이 되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어떠한 감정들은 이제 나에게,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루어 집니다. 그렇게 나의 인생의 시계는 계속 되어 가는 것이겠죠. 받아들이고, 다시 또 걸어가면서 가끔은 명랑하게 가끔은 생기있게 그렇게 또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아델라이드처럼 나의 하루도 조용히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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