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령은 지난 반년 동안 경험한 야간 통행금지령과는 전혀 다르다. 법이 전면 정지되고 삼권이 군에 이관된다. 군대는 자유롭게 시민을 구속하고 연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군법회의로 처벌할 수 있다. 나는 머리로는 이해가 갔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는 떠올릴 수 없었다. ”
『계엄』 254쪽,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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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책을 오늘 완독했습니다. 어린시절 어렴풋이 경험했던 ‘10.26 사태’의 전말을 이 책을 통해 상기하게 됩니다. 어렸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기억만은 또렸합니다.
이책은 영화학자인 저자가 한국에 대해ㅜ전혀 모른체 한국의 대학에 일본어 강사로 취직해 겪은 일을 소재로 쓴 회상록 (Memoir)같은 소설입니다. 일본사회와 너무 다른 한국사회를 보면서 당혹해 하는 심정도 나오는 것 같고, 1979년 당시 일제강점기를 사셨던 당시 노년층들이 일제강점기를 그들의 청년시절로 기억하고 일본어를 쓰고 일본인으로 생각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언어가 그대로 채화되신 분들이 당시 많이 계셨고, 지식인들이 일본어를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었던 때니까요.
하지만 저자는 일본어를 쓰는 한국인과 대화나누는 걸 대응하면서도 약간 거리를 두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과격했던 1960년대 일본 학생운동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일본과 달리 5.16쿠대타 이후 10.26사태를 거치고 12.12 쿠데타가 다시 일어나기까지 한국은 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책을 일게 된 계기는 순전히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와 친위쿠데타 때문입니다. TV를 보면서 목 뒤로 식은땀이 흘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2024년에 계엄이라는 말을 다시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처음과끝
저도 지난 주말에 책을 완독했습니다. 처음에는 1979년 ‘계엄’ 상황을 다룬 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계엄이 선포되기 1년 전쯤부터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서울의 모습과 당시 생활상이 더욱 많이 담겨 있어 새로웠습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강남·잠실·강북의 풍경을 묘사한 부분도 흥미로웠고, 통금 시간이나 일본어를 제대로 밝히거나 배울 수 없었던 시대적 분위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끝까지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주인공)는 일본인이지만 한국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궁금해하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 한국의 시대적 상황에 공감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본인은 한국에 관심이 없거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러한 인식 차이가 오늘날 양국의 시각·역사관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근 반세기 만에 똑같은 일이 한국에서 다시 일어난 현실은 너무 안타깝지만,
오늘의 상황을 나중에 외부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느낄지도 궁금했습니다.
좋은 시기에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처음과끝
“ 서점에서 들고 온 스무 권 남짓한 서적은 대략 세 종류로 분류됐다. 한국의 현재를 불평 없이 예찬하는 책. 북한은 정통성이 있고 훌륭하지만 남한은 형편없는 나라라고 설파하는 책. 마지막으로 북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현재 한국의 군사정권이 얼마나 억압적이고 비인도적인지를 강조하는 책. 저마다 입장이 다른 책을 연달아 읽고 나니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
『계엄』 p.25,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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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끝
이 나라에서는 혼자서 밥을 먹는 일이 죄악인지, 아니면 엄청난 불행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계엄』 p.45,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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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끝
식당에서 계산할 때면 항상 누군가가 다 계산했다. 비록 학생들끼리라도 각자 낸다는 습관은 없었다.
『계엄』 p.46,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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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
“ "선생님은 아시나요? 우리 외국어학과 학생들은 영어학과나 프랑스어학과에 미묘한 감정을 갖고 있어요. 열등감이라기에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복잡한 감정이에요"
"우리는 일본어를 공부하는데도 외국어학과 학생으로서, 사람들 앞에서는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말해야만 하죠" ”
『계엄』 p.53,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한정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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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모임 이번 주말을 끝으로 함께 읽기가 끝납니다. [계엄]을 완독하신 분들은 @처음과끝@Dennis 님이 올려주셨듯이 완독 후 소감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로 모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siouxsie
저도 완독했는데, 계엄에 대한 내용 보다는 70년대 일본인 이 느꼈을 한국 상황이라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시대가 그렇다지만 학사졸업만으로 교수로 채용된 점, 박정희 정권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점 등도 저에겐 생소했고요. 작가가 왜 박정희는 인정하고 전두환은 비판했는지 이유는 써 놓았지만, 한국인이 그 정권으로 인해 고통받은 점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렇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시각으로 쓰인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이런 책 읽을 수 있게 방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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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
siouxsie님의 대화: 저도 완독했는데, 계엄에 대한 내용 보다는 70년대 일본인이 느꼈을 한국 상황이라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시대가 그렇다지만 학사졸업만으로 교수로 채용된 점, 박정희 정권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점 등도 저에겐 생소했고요. 작가가 왜 박정희는 인정하고 전두환은 비판했는지 이유는 써 놓았지만, 한국인이 그 정권으로 인해 고통받은 점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렇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시각으로 쓰인 책이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 이런 책 읽을 수 있게 방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박정희 정권에 대해 호의적으로 서술한 부분 번역하면서 몇 번이고 눈 비비며 다시 읽어봤어요.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제 번역이 맞는지 확인까지 햇었답니다. 함께 읽는 기간 동안 좋은 의견과 감상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Alice2023
저는 오늘 주인공이 전라도에 여행을 다녀오는 부분을 읽었어요. 1970년대에 서울보다 더 낙후되어 있었던
전라도는 저도 상상이 잘 안 가는데 외국인의 시선에서 따라가는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그런 시절에 한국을 올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주인공은 뭔가 편협한 사람은 아니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무조건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실체를 잃어버린 채 편협하게 관념화되었다"는 평에 조금 뜨끔하면서 놀라기도 했어요.
대조적으로 주인공의 친구가 한국 을 방문했을 때 보통의 일본 사람들처럼 한국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재단하려고 하죠. "군인과 기생 말고 뭐가 있냐"는 불만에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지금의 한국이 얼마나 변했는지 새삼 느껴지네요.
그시절 일본은 훨씬 선진국이고 한국은 이제 전쟁의 상처에서 회복중인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이었다면
이제는 한국과 일본이 거의 대등해진 것은 아닌지..그런 변화도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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