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님의 대화: <검투사 아틸라>(2001)를 추천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제라드 버틀러군요. 이 드라마가 나온 지 24년이 흘렀으니 버틀러의 얼굴이 바뀌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처음 봤을 때 내가 아는 버틀러인가 하고 긴가민가했습니다.^^;
stella15님이 언급하신 요제프의 자기소개서는 @모임 여러분에게도 매우 인상적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흔히 자기소개서는 "솔직하게 쓰되 결정적인 한 방이 있어야 한다"는데 요제프의 경우에는 그 한 방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사춘기 시절에 자살을 기도했고, 열일곱살 때 첫 시를 발표했다는 대목도 쉽사리 넘기기 어렵습니다. stella15님 말씀처럼 요제프가 가진 정신적 문제도 있을 테고, 가난하고 비참한 성장 환경의 탓도 클 것입니다.
찾아 보니 요제프는 1937년 12월 3일 화물열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러 번 자살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일곱 살 때부터 위탁 가정에서 돼지치기로 일했는데 극심한 노동을 견디지 못해 아홉 살에 처음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요제프는 '아동노동'의 희생자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동노동자들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마약과 매춘에 빠지는 것이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오죽하면 2006년 국제노동기구가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을 제정했을까 싶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헝가리 발라톤사르소의 요제프 기념 조형물입니다. 요제프가 썼던 타자기를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제게 요제프의 시가 가진 힘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절박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절박한지는 여러분이 읽은 시인의 자기소개서와 심보선 시인의 소개글에 잘 나와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제프의 「일곱 번째 사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을 담고 있는 시다. 태어남, 생존, 사랑, 시, 그리고 죽음이 있다. 그런데 이 지난한 삶의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일곱 명의 사람이다. 요제프는 그 사람들을 순서대로 호명한다. 그런데 일곱 번째 사람은 비어 있다. 그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그 일곱 번째 사람은 바로 당신이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중략)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 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어떤 인간, 가능성으로 충만한 삶의 주인공. 그러므로 일곱 번째 사람은 셈을 종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다." (120~121쪽)
위 대목이 비단 요제프의 시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모임 여러분 모두가 "일곱 번째 사람"일 테니까요.
요제프의 타자기를 형상환 작품사진이 인상적입니다. 수많은 글자판으로 이루어진 비석 같네요. 수많은 글들이 돌에 눌려 있는듯 보입니다. 그의 슬픔의 무게가 짓누르네요.